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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그녀의 목소리는 서러움에 젖어 있었고, 억울함도 살짝 묻어있었다. 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앞이 흐릿해질지언정 고집스럽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고정남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미 할아버지가 잠드셨다잖니?”

“내가 할아버지를 보러 온 건 효심을 다 하는 일인데 깨든 말든 상관없잖아요! 여기서 할아버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요! 아버지도 똑같아요. 내가 강씨 가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셔서 면회도 못 하게 하는 거죠?”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두 뺨에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리고 아버지 저한테 편견이 있어요. 날 친딸로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요.”

강유리는 복도 모퉁이에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신영, 그새 연기가 더 늘었네? 정말 놀라워! 저 아저씨도 이제 곧 넘어가겠네.’

고정남은 한동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성신영을 위로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송이혁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혁아, 내 체면을 봐서 들여보내주렴. 시끄럽게 굴지 않을 테니……”

“……”

송이혁은 고정남의 태도가 변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부녀를 바라보고 있다가 강유리 쪽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가족이 왔네요. 가족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그저 부탁을 받은 입장이라서요.”

고정남과 성신영은 그의 말에 동시에 고개를 강유리 쪽으로 돌렸고, 강유리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와서는 입을 열었다.

“이렇게 시끄럽게 굴었는데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잖아. 할아버지가 널 안 보고 싶어 하신단 생각은 안 들어?”

성신영은 강유리를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할아버지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자자한데 날 들여보내지 않는 건 좀 웃기지 않아?”

“고 씨 집안 아가씨께서 생각이 참 짧네? 강씨 집안 사람이 아니란 걸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어따 대고 입에 감히 할아버지 성함을 올려?”

“뭐라고?”

성신영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일그러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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