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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육시준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강유리의 표정은 기대감에서 상실감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마침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입을 열려는데 상대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

말이 떨어지고 그는 계단을 향해 걸음은 옮겼다.

미처 반응하지 못했던 강유리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러다 이내 그의 뒤를 따랐다.

“외출한다고 하지 않았어? 진짜 시간 있어? 혹시 방해 되지 않아? 사실 난... 아!”

빠르게 뒤따라가던 그녀는 앞사람의 급브레이크에 미처 멈춰 서지 못하고 그와 충돌하고 말았다.

이마를 부여잡은 그녀는 육시준을 쏘아보았다.

“갑자기 멈추면 어떡해!”

육시준은 손을 들어 그녀를 쓰다듬어 주려 했다. 하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당신이야말로 왜 이렇게 급한 건데?”

“당신은 다리가 길어서 빨리 걸으면 내가 따라갈 수 없다고!”

비쭉거림에는 약간의 애교가 섞여있었다.

“...”

그녀를 말없이 보던 육시준은 몸을 돌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그의 발걸음이 확실히 느려졌다.

쭈뼛쭈뼛 뒤를 따라 강유리도 집을 나섰다. 거기에는 익숙한 롤스로이스가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처럼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육시준이 막 외출하려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차에 오른 그녀는 여전히 걱정어린 눈빛을 보냈다.

“진짜 함께 가려는 거야? 혹시 방해되지 않아?”

육시준이 그런 그녀를 힐긋 보고 말했다.

“당신이 필요할 때면 무조건 당신의 가족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우리 약속했잖아?”

강유리는 그녀가 육시준의 신분을 알기도 전에 결혼에 대해 합의를 보던 둘의 모습을 떠올리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내가 용돈을 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그때랑 다르잖아.”

그녀는 점점 낮은 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육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의 공기는 한동안 무거웠다.

눈치를 살피던 임강준이 적절한 때에 끼어들며 어색한 기류를 바꿔놓았다. 그는 정중하게 물었다.

“회장님, 사모님, 지금 출발해도 될까요?”

“네.”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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