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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아침 밥상에서 강유리는 식탁 앞에 앉아 그릇에 담긴 죽을 쉴 새 없이 휘저었다.

눈은 앞만 보고 있지만, 생각은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맞은편의 남자는 양복 차림에 표정이 차가웠다. 그는 의젓하게 한 손으로는 식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들고 경제 뉴스를 보는 모습이 유리의 무기력한 모습과 비교됐다.

풀이 죽은 유리의 기분 탓인지 육시준의 담담한 눈길이 마침내 그녀를 향했다. 먼저 선심 써서 분위기를 깼다.

"무슨 일이야? 오늘도 기분이 안 좋아?"

"…"

강유리가 반짝 정신을 차렸다.

아름다우면서 차가운 눈동자가 맞은편 남자에게 살포시 내려앉았다.

정말 불공평해, 육시준은 여전히 침착해 보이는 거야? 각방 전혀 그에게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다.

그럼 그 전의 붙임성 있고 다정했던 모습은 모두 가짜였던 거야?

그와는 표면적으로만 관계를 맺었지만 그녀를 유혹하고 임신까지 하게 했는데...

할아버지가 언제 깨어나실 지 모르고, 유강 그룹의 주식도 아직 얻지 못했고, 심지어는 결혼식조차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아기가 생긴 것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강유리는 갑자기 앞길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시준의 눈빛을 보니, 불만에 가득 찬 원한에서 분노에 찬 적대로 바뀌었다.

“팡!”

강유리가 식기를 세게 탁자 위로 내려놓았다.

"그래, 당신을 보니까 기분이 안 좋아졌어!"

말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후닥닥 가방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식탁 위.

남자는 가느다란 입술을 오므렸다. 얼굴은 마치 한기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그가 그녀를 너무 마음대로 하게 둬서 이렇게 말없이 각방을 쓰고 다짜고짜로 그에게 소리 지르는 버릇이 생긴 걸까?

그릇을 내려놓고 일어나 위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문을 뛰쳐나온 강유리는 자신이 열쇠도,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수면용 슬리퍼를 신고 손에는 한정판 백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초가을 아침, 날씨가 선선하다.

바람이 휙 불자 몸이 으스스 떨렸다.

방금 저편에 있는 별장문을 보면서 빨간 입술을 꾹 다물고는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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