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이렇게 오리발을 내민다고?’“요즘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하지 않았니? 하루가 멀다 하고 집을 비우더니, 이제 와서 무슨 일로?”송미연은 그에게 화살을 돌려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육경서가 능청스럽게 말했다.“아무리 바빠도 상사가 부르는데 안 들을 수 없잖아요!”송미연은 이에 질세라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그래? 그럼, 계속 가서 바쁘게 일하지!”“…”‘형수가 나타난 뒤로 어째 내 지위가 완전히 추락한 거 같은데?과거에 큰형이 집에 안 오면, 그가 바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였다.하루가 멀다 하고 따뜻한 문안을 해주고, 명절 때마다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했었다. 그가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는 몰래 촬영 현장을 찾아오곤 했었다.물론, 매번 그를 통해 큰형의 사생활에 대해서만 질문을 하긴 했었다. 또한 형을 설득하는 것도 모두 그의 역할이었다.그런데 지금은 형수가 나타나고 나서부터 그는 자신이 애당초 다 쓰면 버려지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너무 화가 났다.그리고 사람은 정말이지 이상하고 천한 생물이다.그들이 예전에 그를 집으로 오라고 재촉했을 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하며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더니, 이제 집 밖으로 내쫓으려 하니, 그는 오히려 집에 남아 밥을 먹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부모님이 정작 자기에게는 무관심하고 위층만을 주시하는 모습을 보며 그도 속이 살짝 상했다.‘좋아, 내가 가면 될 거 아냐?’위층.강유리가 육시준의 침실에 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인테리어와 가구마저 전부 칙칙한 게 그의 성격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그녀는 더 훑어볼 겨를도 없이 조용히 들어가 창가에 있는 소파에 앉아 턱을 반대쪽으로 살짝 돌리며 말했다.“앉아, 할 말 있으면 하고!”“…”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유리는 애써 침착하며 최선을 다해 마음을 가다듬었다.육시준이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느릿느릿 걸어
육시준은 너무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연신 이마를 주물러댔다.자리에 한참을 앉아있던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냉장고를 한참이나 뒤졌다. 그는 무슨 생각인지 냉장고 문을 다시 닫고 컵을 가져다 그녀에게 뜨거운 우유 한 잔을 따라주었다.강유리는 뜨거운 우유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짜증을 부렸다.“난 아이스 마시고 싶다니까!”남자의 목소리는 몹시 차가웠다.“네가 오늘 병원에 간 거랑 이번 여름 내내 차가운 음료만 마시는 것도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애당초 생리대의 종류도 몰랐던 이 남자가 지금은 어쩜 이리도 많이 알고 있지? 그것도 하필이면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하게 만들지?’강유리는 눈을 천천히 감으면서 손에 든 뜨거운 우유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여기가 네 방이야? 우리 오늘 여기서 자면 돼?”육시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아직 얘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제대로 얘기할 기회를 줄 때 계속하라는 눈빛이었다.“이건 너무 뜨거워서 못 마시겠어.”그녀는 눈꺼풀을 부르르 떨면서 입을 삐죽삐죽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육시준이 말했다.“내가 불어 주리?”강유리가 고개를 들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는 “응”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의 어둡고 차가운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입에서 나오려던 말을 삼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 괜찮아. 식을 때까지 잠깐 놔두지 뭐.”방 안은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지만, 그나마 창문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이 차가운 방 안을 비추어 약간의 온기가 더해졌다.강유리는 컵 속의 우유를 잠깐 응시하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실은 난 아직 아이를 가질 준비가 안 됐어. 그래서 이럴 때면 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도련님이 날 데리러 온 건 알고 있지?”그녀는 임신에 대한 공포를 분명하게 말했지만, 마지막 한마디에 그는 몹
방 안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고, 안에서 어떠한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이건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모르겠지만, 말다툼이라면 목소리가 커지고 격렬해지는 게 당연한데, 설령 말다툼했다 쳐도 불만과 분노를 터뜨린 후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소통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었다.의아해하고 있을 때쯤, 문이 안쪽에서 열리면서 송미연의 몸이 안쪽으로 쏠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육지원이 손을 잡아당기고 나서야 똑바로 설 수 있었다.부모님은 멈춰 섰고, 아들의 냉정하고 평온한 표정을 마주치자,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며 긴장되기 시작했다.아들의 얼굴이 평온할수록 더욱 화가 났다는 것을 의미했다.물론 싸우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류씨 댁이 점심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해서, 이제 내려가서 밥 먹자!”육지원은 보다 차분한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다.송미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밥부터 먹자, 밥 먼저 먹고 나서 다시 얘기해!”육시준이 두 사람을 무시하고 냉정하게 한마디를 던졌다.“회사에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먼저들 드세요.”육지원과 송미연은 말문이 막혔다.아들을 떠나보내고 고개를 돌려 침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강유리는 소파에 앉아 손에는 여전히 우유 한 잔을 들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완전히 차갑 식은 게, 마치 인간의 마음과도 똑같았다.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마치 뜨거운 심장을 상대방 앞에 드러내는 것인데, 반응이 늦어지면 결국 열정은 사라지고 감정도 서서히 식어들 것이다.초반에는 육시준이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믿고 그녀는 무모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하지만 감정은 상호적이기에 그녀는 이제 그에게 동등하게 줄 수 없으며, 그의 좋아하는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송미연은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의 눈에 감춰진 걱정을 보고 따뜻하게 물었다.“둘이 싸웠어, 또?”강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손에 든 우유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질의자는 바로 강인호이며, 그는 정직하며 강직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연히 강학도의 은혜를 받은 인물로 그룹 내에서는 드물게도 강씨 가문 산업체를 확고하게 지지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대개 그는 평소에 성홍주와 그다지 의견이 맞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지금 상황에 이것을 묻는 것은 단순한 궁금증과 더불어 약간의 사심도 섞여 있었다.강인호는 그가 더 일찍 회장직을 내려놓기를 바랐다.하 어르신이 세마와 협력하는 것이 아가씨가 그룹에 복귀하는데 있어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는 진행 과정을 진척시키고 싶었다.성홍주가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목소리를 높였다.“협력과 관련된 일인데 굳이 내가 속일 필요가 있나?”“지분 양도는요? 왜 아직도 변경 등록을 하지 않으셨어요?”강인호가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진상을 모르는 일부 고위 임원들은 뒤늦게야 반응을 보였다.“지분 양도가 무슨 소리예요? 세마와의 계약 조건이 지분 양도였어요? 왜 우리는 이 사실을 몰랐던 거죠?”“당신은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저는 알아요.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신영 아가씨와 사모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다는 증거가 있어요.”“정말요?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왜 변경 등록이 늦어지는 거죠?”“그래서 이것 때문에 세마 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요?”“…”그룹 임원들은 짧은 몇 마디로 상황을 무마시켰다.다들 성홍주를 바라보는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성홍주가 권력과 돈에 관해서는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그러나 큰 손실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거래를 성사하기로 동의했으면,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해야 했어야지, 지금처럼 미루다가 세마가 먼저 선심을 써서 혜택을 받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당사자가 아닌 일부 사람들까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다.“이 명단, 세마 씨도 봐야 하는 거 맞죠? 세마 씨에게 보내고도 확인을 못 받으면 이거 큰 망신이에요!”환영식에 당사자가 없는 격이 되듯이 디자인 대회의 절차와 규
성홍주는 난감해했다.“유리가 무서워. 다만...”그는 말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지금까지 그는 강유리를 압박하며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했다. 그래야만 그 사람이 유강그룹을 도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룹은 이미 오래전에 망했을 것이다.통제 불능한 지금, 이 상황에서 강유리는 이미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성홍주는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그룹을 맡게 되면 후과는 상상할 수 없다.“그럼 도대체 뭐예요?”성신영이 끈질기게 따져 물었다.하지만 성홍주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생각이 없어보였고 되려 반문했다.“세마의 비서와 유리가 어떤 사이인지 알고 있어?”성신영은 시무룩해하며 대답했다.“친구 사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고작 이런 관계가 세마의 결정을 좌우지할 정도는 아니지 않아요?”“꼭 그렇지만은 않아.”성홍주의 차가운 눈이 날카롭게 번쩍였다. 그는 휴대폰을 들어 비서에게 전화 걸었다.“다음 주 내 생일연회에 큰 아가씨더러 남편과 함께 꼭 와야 한다고 전해.”그 후로 일주일 내내 강유리는 유강그룹에 출근하다시피 했다.그녀는 그저 자료를 입력하고 서류를 정리하며 성신영을 도와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교적 지루한 일이다.하지만 성신영은 그녀를 경계하며 모든 것을 비밀로 하며 숨겼다.심지어 참가자들의 정보와 작품도 옆에 있던 인턴에게서 얻었다.호기심에 디자인 도면을 보던 그녀는 작고 신선한 팔찌 디자인을 발견하고 멈칫했다.그녀의 관심에 인턴이 다가왔다.“이 디자인 괜찮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인데, 수많은 클래식을 만들어 낸 디자이너에요. 국내에서도 유명하고! 하지만 예선에서 탈락했으니 무슨 소용이 있나요?”“예선전 명단이 벌써 나왔어?”강유리는 깜짝 놀랐다.인턴은 신비롭게 말을 꺼냈다.“비밀 하나 알려줄게요. 단,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강유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예선 명단 발표가 늦어진 것은 세마와 손잡지 못한 것 때문이에요. 아마 약속한 혜택을 주지 않아서
강유리는 문손잡이를 잡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압박감은 충분했다. 장비서는 안절부절못하며 입만 뻥긋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성홍주의 말을 전하려고 입을 떼려는데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이토록 저에게 휴가를 주고 싶어 하시니 기꺼이 받아들이겠어요. 돌아가서 회장님께 전하세요. 저는 돌아가지만 제 남편은 바쁜 사람이라 참석못한다고요.”“...”장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제 멋대로인 큰 아가씨는 거만해서 매번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법이 없다는 것을 그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막 회사에 합류한 그동안에는 조용했다. 간혹 그의 날카로운 경고에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곤 했다. 그래서 소문만큼 어려운 분이 아니라고 착각했었다.그러나 여지없이 본색을 드러내는 이 모습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아가씨, 연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모두 각 계의 잘나가는 인사들이십니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붇자 강유리가 아무렇지 않다는듯 대뜸 물었다.“그래서요?”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서라니요? 회장님께서 이번 연회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르시는 겁니까?”그녀는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중요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매분 매초 쌓이는 재부에 바쁠 수밖에 없죠. 혹시 내 남편이 누군지 모르는 거예요?“장비서. ”....“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본 강유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를 올렸다.이 자식은 요즘 그녀가 만만해 보였는지 멋대로 그녀를 휘두르고 있었다. 인생은 새옹지마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고 언젠가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릴 날이 올 것이다.”아, 혹시 번호를 바꾸셨나요? 회장님 께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니 아가씨가 먼저 전화 드려보세요.“대화가 통하지 않자, 그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이렇게 해서라도 연락이 되기만 하면 회장님이 직접 그녀에게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면 둘 사이에 껴서 기분이 불쾌해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그녀는 숨기
“아, 휴가예요?”“왜 그래요?”강유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녀가 강유리를 불러 멈추게 한 것은 다른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인턴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짧지만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작은 충고 하나 해드리고 싶어요. 회장님이 이 자리에 당신을 앉혔다는 건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려는 거예요. 그러니 땡땡이치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잘해봐요. 그래야지 둘째 아가씨처럼 높은 자리에 앉을 거 아니에요.”강유리, “...”“제가 괜히 참견했나요? 만약 제가 잘못 넘겨짚었다면, 그저 흘려 들으셔도 돼요. 제가 좀 입방정이라서 종종 미움을 사거든요.”“...”강유리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훑었다.요 며칠 그녀는 농땡이만 피운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주변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지켜보고 있었다.이 인턴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으로 나이만 먹었지. 눈치가 없어서 모든 것을 강유리에게 털어놓곤 했다. 거기에 직설적이고 수다스러워서 고참들의 예쁨을 받지 못했다.아마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서 큰 아가씨지만 냉대당하고 있는 강유리와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하지만 그 ‘오지랖’에 대한 강유리의 뜻밖의 반응에 인턴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입꼬리를 올리며 강유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참 단순하네! 일만 잘한다고 해서 모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성신영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인턴은 머뭇거리다가 주위를 살폈다.“솔직하게 말해요?”강유리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 답은 이미 알겠으니 먼저 갈게. 월요일에 맛있는 거 사줄 테니 기대하고.”강유리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던 인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예쁘고 능력 있는 강유리가 좋았다. 하지만 왜 회장님의 예쁨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 마음에 쏙 드는 사람들은 모두 운이 따라주지 않는 듯했다.그 탑 디자이너도 그렇고 강유리도 그랬다.너무 안타까워...일요일 아침, 한창 메이크업하고 있던 강유리는 송미연의
아직 화해한 건 아니라고 지금 말을 바꿔도 될까?잠깐 이런저런 생각이 스쳤지만, 금방 사라졌다. 화해하지 않았다고 하면 다시 이혼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또 물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혼에 대해 생각한 적은 없었다.단지...“거 봐. 너도 날 속이려고 하고 있잖아! 지난번에 그렇게 심하게 싸웠으니 쉽게 화해하지 못할거란걸 알았기에 그날 시준이가 화해했다는 말을 난 믿지 않았어. 감정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지만 난 며느리인 네가 마음에 든단 말이야. 그러니 시준이랑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될까?”그녀는 점점 울먹이기 시작했다.순간 강유리는 너무 당황스러워 급하게 설명했다.“거짓말 아니에요. 진짜 화해했어요. 시준 씨도 거짓말한 게 아니에요. 이따가 인증샷 보낼게요.”그제야 송미연은 의심을 거두는 듯했다.“그래.”전화를 끊은 강유리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독립적이고 개성 넘치는 송미연 같은 여자가 어떻게 아들의 사적인 감점 때문에 흐느낄 수 있을까?같은 시각.육시준도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첫마디부터 어디에 있냐, 언제 출발할 거냐 등의 질문이었다.잠옷 차림의 육시준은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었다. 눈꺼풀도 겨우 뜨고 있는 그는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집에 있어요. 제가 어딜가야 하나요?”육지원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이렇게 중요한 일을 까먹었어?!”육시준, “...”잡지에 머물러 있던 그의 눈빛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그가 뭘 알아야 하는 거지?“성홍주의 50세 생일 파티에 얼굴을 비치지 않아도 되는 위치이긴 하지만 그 사람은 무려 유리의 아버지잖아!”육지원의 불만스런 목소리가 들렸다.육시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 일을 말하는듯 했다. 성 씨 가문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던지라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유리도 그를 초대하지 않았으니 그가 적극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결혼할 당시에 이미 그녀가 필요할 때에만 그녀의 가족과 만나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다.확실하게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