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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이제 와서 이렇게 오리발을 내민다고?’

“요즘 촬영 때문에 바쁘다고 하지 않았니? 하루가 멀다 하고 집을 비우더니, 이제 와서 무슨 일로?”

송미연은 그에게 화살을 돌려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육경서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상사가 부르는데 안 들을 수 없잖아요!”

송미연은 이에 질세라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럼, 계속 가서 바쁘게 일하지!”

“…”

‘형수가 나타난 뒤로 어째 내 지위가 완전히 추락한 거 같은데?

과거에 큰형이 집에 안 오면, 그가 바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따뜻한 문안을 해주고, 명절 때마다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했었다. 그가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는 몰래 촬영 현장을 찾아오곤 했었다.

물론, 매번 그를 통해 큰형의 사생활에 대해서만 질문을 하긴 했었다. 또한 형을 설득하는 것도 모두 그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형수가 나타나고 나서부터 그는 자신이 애당초 다 쓰면 버려지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사람은 정말이지 이상하고 천한 생물이다.

그들이 예전에 그를 집으로 오라고 재촉했을 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하며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더니, 이제 집 밖으로 내쫓으려 하니, 그는 오히려 집에 남아 밥을 먹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정작 자기에게는 무관심하고 위층만을 주시하는 모습을 보며 그도 속이 살짝 상했다.

‘좋아, 내가 가면 될 거 아냐?’

위층.

강유리가 육시준의 침실에 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인테리어와 가구마저 전부 칙칙한 게 그의 성격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더 훑어볼 겨를도 없이 조용히 들어가 창가에 있는 소파에 앉아 턱을 반대쪽으로 살짝 돌리며 말했다.

“앉아, 할 말 있으면 하고!”

“…”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유리는 애써 침착하며 최선을 다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육시준이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느릿느릿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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