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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여보랑 영화 보러 갈 걸 그랬네. 오전 내내 시간 낭비한 건 둘째 치고 비위까지 상했잖아?’

펜트하우스 스위트 룸.

육시준은 거실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특별히 오전 일정을 미루고 호텔 근처에 있는 영화관을 통째로 빌렸다. 강유리가 그저 귀엽게 애교를 부리며 튕기는 줄 알았는데 아침 일찍 옷을 차려입고 풀메이크업까지 하고 나가는 그녀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그는 조용한 거실에 앉아 태블릿을 들고 한참을 망설이더니 마침내 프로젝트 자료를 클릭했다. 때맞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고, 그는 발신자 이름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전화를 받았다.

“형, 통화 괜찮아요?”

전화를 건 사람은 육경원이었고 꽤 부드러운 척 가식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육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

육경원은 조금 망설이는 듯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기분 별로인 것 같네요? 형수님이랑 싸우기라도 했어요?”

육시준은 기분이 상해 미간을 한껏 찌푸리더니 인내심이 바닥 나 당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수님이랑 잘 지내세요. 형 첫사랑이니까?”

“……”

전화를 끊으려던 육시준의 손은 분노에 덜덜 떨렸다.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 지 육경원은 계속 조잘댔다.

“여자들은 감정에 약해요. 갈대 같다고 하잖아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임천강도 이번엔 만반에 준비를 했겠지만, 형수님은 늘 이지적이고 지혜로운 분이시니까……”

육시준의 눈에는 살기가 돌았고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던 그는 단호하고도 차갑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육경원은 끊긴 전화를 보면서 흥미로운 듯 눈꼬리가 위로 한껏 올라갔다.

‘형님이 분수와 체면을 잃은 건 정말이지 처음 보네? 정말 재밌어.’

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성신영의 청초하고도 작은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네가 정말 잘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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