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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그녀가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범인을 색출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예쁜아, 정신이 들어? 너희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내가 모시고 오라고 했지, 이렇게 거칠게 끌고 오라고 했어?”

목소리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강유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생각해 냈다. 오늘 연회장 최고의 빌런 2인조였다.

그녀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하필 이런 미친놈과 엮이다니.

“셋째 도련님, 이 여자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런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들어온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

“그래? 가시까지 품은 여자였어? 마침 내가 또 이렇게 까칠한 매력이 있는 여자를 좋아하거든!”

육경민이 손을 휙휙 저으며 남자한테 나가라는 뜻을 전했다.

방문이 또 한 번 열리더니 다시 굳게 닫혔다.

방 안이 또다시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졌다.

강유리가 입술을 깨물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잔뜩 경계하며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육경민이 허무맹랑한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 와서 웬 순진한 척이야? 지금 여기서 나랑 밀당이라도 하려고? 날 몰라도 너무 모르네.”

오늘 밤 그는 술을 많이 마신 터라 인내심이 별로 없었다.

특히 눈앞에 이토록 자극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데 참고 있을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백옥같이 흰 피부의 여자가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굴곡진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드레스 아래로 희고 길쭉한 그녀의 다리가 보였다. 여자는 손과 발이 묶인 채 장미 꽃잎까지 흩뿌려진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그가 그 장면에 매료된 듯 넋을 잃고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곧바로 거추장스러운 정장 외투를 벗어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래도 모처럼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여자를 만났으니까, 조금은 인내심 있게 대해 줄게.”

그가 무릎을 꿇고 침대 위로 올라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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