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범인을 색출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예쁜아, 정신이 들어? 너희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내가 모시고 오라고 했지, 이렇게 거칠게 끌고 오라고 했어?”목소리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강유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생각해 냈다. 오늘 연회장 최고의 빌런 2인조였다.그녀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하필 이런 미친놈과 엮이다니.“셋째 도련님, 이 여자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런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함께 들어온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그래? 가시까지 품은 여자였어? 마침 내가 또 이렇게 까칠한 매력이 있는 여자를 좋아하거든!”육경민이 손을 휙휙 저으며 남자한테 나가라는 뜻을 전했다.방문이 또 한 번 열리더니 다시 굳게 닫혔다.방 안이 또다시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졌다.강유리가 입술을 깨물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잔뜩 경계하며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육경민이 허무맹랑한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여기까지 와서 웬 순진한 척이야? 지금 여기서 나랑 밀당이라도 하려고? 날 몰라도 너무 모르네.”오늘 밤 그는 술을 많이 마신 터라 인내심이 별로 없었다.특히 눈앞에 이토록 자극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데 참고 있을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백옥같이 흰 피부의 여자가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굴곡진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드레스 아래로 희고 길쭉한 그녀의 다리가 보였다. 여자는 손과 발이 묶인 채 장미 꽃잎까지 흩뿌려진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었다.그가 그 장면에 매료된 듯 넋을 잃고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곧바로 거추장스러운 정장 외투를 벗어 옆으로 던져버렸다.“그래도 모처럼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여자를 만났으니까, 조금은 인내심 있게 대해 줄게.”그가 무릎을 꿇고 침대 위로 올라가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낯선 이의
그 말을 마친 후 그는 더 이상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가 몸을 숙이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강유리의 눈빛이 굳어지더니 그가 붙잡고 있는 팔목을 힘겹게 돌렸지만, 안 되자 그녀는 천천히 저항을 멈추었다. 마치 이 상황을 받아들인 것처럼 몸에 힘을 풀었다. 상대방이 단단히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자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녀의 손목시계에 톡 튀어나온 버튼을 누르자, 그 속에서 가느다란 바늘이 발사되었다.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육경민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바늘이 그의 머리가 아닌 어깨에 꽂혔다.살을 에는 듯한 고통에 결국 그가 폭발해 버렸다. 그녀에게 홀려있던 그의 눈동자에 어느새 독기가 가득 찼다. 그가 또 한 번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이게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진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꼭 독한 맛을 봐야겠어?”“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렸다.육경민이 잔뜩 짜증을 내며 고개를 돌렸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당장 나가지 못…”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웬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육경민이 미처 놀라기도 전에, 그의 발에 차여 그대로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자를 확인한 육시준은 순간 몇 초간 사고가 정지되었다.새하얀 침대 위에 마구잡이로 뜯겨나간 옷을 걸치고 있는 여자가 누워있었다. 검은색 드레스는 이미 찢겨 있었고 흐트러진 머리카락만이 겨우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를 어렴풋이 가려주고 있었다.너무나 갑작스러운 소란에 그녀 역시 놀란 듯해 보였다. 침대 위에 있던 몸이 흠칫거리더니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움츠리며 자기 몸을 감싸 안았다. 빨간 하이힐이 침대를 쓸자 반듯한 침대 커버 위에 주름이 생겼다.하얗게 질린 얼굴에, 빨갛게 부어오른 볼. 평소 도도했던 그녀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경계와 독기가 가득했다. 마치 벼랑 끝까지 내몰린 작은 동물이, 목숨걸고 상대방
보아하니 육경민은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육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유리가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 동작이 어찌나 어리고 약했는지 새끼 고양이가 앞발로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가 곧바로 다시 자리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어디 불편해?”강유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제법 많이 진정된 상태였다. 그녀의 뺨은 여전히 살짝 부어오른 상태였다. 그녀가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여기서 데리고 나가 줘. 나 여기 조금도 더 있고 싶지 않아.”쉬어버린 목소리에서 고집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에게 온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 행동에서 그녀가 그를 얼마나 믿고, 의지하고 있는지 느껴졌다.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육시준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실렸다. 그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전혀 다른 물음을 물었다.“저놈이 어느 손으로 널 만졌어?”강유리는 그 일을 잊을 수 없다는 듯이 곧바로 대답했다.“왼손.”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지나치며 싸늘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왼손 다시는 못쓰게 만들어버려.”임강준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그는 원래 육시준을 말릴 생각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셋째를 가장 아꼈으니까. 만약 정말로 못쓰게 만들어 버린다면 그 뒷일이 제법 고단할 것이다.하지만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육시준의 눈빛을 확인한 후 결국 입을 다물었다.육시준의 명령에 강유리마저 깜짝 놀랐다.방을 나선 순간,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육시준이 무의식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하며 거리를 두었다. 그가 강유리를 안고 있는 손에 온 힘을 실어 그녀를 더욱 자기 가슴 가까이로 끌어당겼다.달려온 사람은 육경서였다.그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육시준은 겨우 몸을 옆으로 틀어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육경서의 시선이 마침 강유리의 부어오른 볼과 손바닥 자국에 향했
강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아이스팩을 부여잡았다.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다시 부끄러워진 강유리는 몸을 웅크리고 중얼거렸다.“ 나 혼자 할수 있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끄러운 욕조 탓에 다시 물속으로 빠져 버렸다.그때 육시준은 큰 손으로 물속에서 강유리를 건져냈다. 강유리는 코에 물이 들어갔는지 격하게 기침하고 구명조끼를 본 듯 허둥지둥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땀 때문인지 물 때문인지 육시준의 옷이 온통 젖어버렸다.그는 눈을 꾹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 대충 강유리를 씻겨준 뒤 수건으로 닦아주려고 했지만, 강유리는 싫다는 듯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나 컨디션이 안 좋아서 혼자 조금 더 있고 싶어.”그녀는 조금 떨린 목소리로 억울한 듯이 말했다.육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조금 아팠다. 그는 강유리를 한참 쳐다보고는 허리를 숙여 가볍게 그녀의 볼에 키스하고 나서 그 길로 목까지 다가가 몇초간 머무르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그리고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낮게 말했다.“미안해. 너의 신분을 일찍 밝혔더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 텐데.”강유리가 가든에서 사라진 후 CCTV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방에 옮겨지는 모습을 보고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 순간, 그는 몇변밖에 본 적이 없는 동생을 처음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유리는 멈칫하고는 자기의 목을 만지작거렸다, 부끄러운지 얼굴은 빨갛게 물 들었다.그의 입술이 머문 곳은 방금 그 쓰레기가 만졌던 곳인데 분명 육시준은 그 장면을 봤을 것이고 강유리가 신경이 쓰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육시준은 강유리를 번쩍 들고는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강유리를 위해 젖은 머리를 닦아주고 망가지기 쉬운 인형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잠옷 치마도 갈아입혀 줬다.무거운 분위기를 눈치 챈건지 육시준의 죄책감을 느낀 건지 강유리는 도리어 화가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위로했다.“ 네 탓이 아니야. 내가 경각심이 떨어져서 그래.
육시준은 상상외로 침착한 모습 이었다. 단지 눈살을 찌푸린 채로 그녀를 살펴보았을 뿐이다. “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아니다, 그래도 병원은 가자.”그녀가 금방 깨어나 기운이 없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지금 이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몸이 바짝 긴장했다. .그는 일초도 기다릴 수가 없어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그녀를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유리의 얼굴에는 온통 싫은 기색이었지만, 몸에는 힘이 빠져서 전혀 반항할 수가 없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나 괜찮아. 그냥 마취약 조금 들이켜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뿐이야. 이 정도로 병원까지 가는 거 너무 쪽팔려!”방금 육경서 앞에서 한번 쪽팔려 봤으니 이런 초라한 모습을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육시준은 그녀의 거절을 무시해 버렸다.“다른 사람들은 모를 거야.”“…”밤길에 빠른속도로 롤스로이스를 몰아 개인병원에 도착했다.소식을 들은 송이혁은 급하게 병원으로 돌아와 직접 강유리한테 검사를 해주었다.검사 결과를 보고 송이혁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마취약 빼고는 다른 물질이 몸에 남아 있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하룻밤만 쉬면 괜찮아질 거야.”그의 시선은 다시 강유리한테로 돌려 웃음기가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육경민이 그런 거야? 너같이 받은 대로 갚아야 하는 놈이 이번엔 어떻게 복수하려고?”그는 사태가 더 재미있어지기를 원하는 말투였다.육경민은 육 씨네 가족이기도 하고 육청주가 아끼는 손주이니까 육시준을 빼고 그를 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강유리 정도의 꾐수로는 조보희 정도만 대처할 수 있지,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복수를 할 길이 없다.하지만 그의 말에 강유리는 예전에 까먹었었던 일이 떠올랐고 바로 육시준을 바라보았다.육시준은 멈칫하더니 뭔가를 알았다는 듯 말했다.“ 지금 임강준한테 연락할 거니까 걱정 하지마.”육시준이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거는 사이에 송이혁은 놀리는 듯한 말투로 계속 도발해 왔다.“남
이렇게 정교한 무기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도 씨네 사람들밖에 없다.도 씨네는 독을 잘 쓰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겁이 나는지 그녀한테 도발을 멈추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송이혁이다.“너 그러다 병원이 만약 원인을 알아내면 어쩌려고? 진짜 그 자식이 죽어버린다면, 어떻게 할지는 생각해 봤어?”“과잉방위가 되는 거지 뭐. 남편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밖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육시준이 보였다.“ 사람을 여기에 보내면, 다른 병원이 곤란해져.”송이혁은 재빨리 육시준을 일깨워 줬지만, 그는 아주 무덤덤했다.“알았으니까 조금 있다 보낼게.”“….”그래, 너희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하는 수 없이 손을 흔들고는 자각적으로 그 자리를 뜨는 것처럼 보였지만, 느릿느릿하면서 전혀 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송이혁의 시선은 움직이면서도 계속 강유리의 손목에 고정했다.“ 시계 멋있네. 나 하나 사줘.”너무 뻔뻔하게 육시준한테 말했다.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이 손목시계는 육시준이 강유리한테 선물해 준 것이 분명했다. 육시준은 아는 사람도 많고 이용할 수 있는 자원도 많아 유명한 당 씨네 가문과 인연이 있는 것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시준의 대답은 의외였다.“왜 나한테 달라고 하는데.”“!!!”송이혁은 육시준 앞으로 다가와 그를 한창 쳐다보다가 다시 강유리를 바라보았다.강유리는 피식 웃었다.“ 이 디자인은 너랑 안 어울리니까 할아버지 몸 상태가 괜찮아지신 후에 친구한테 너랑 어울리는 걸로 디자인 해달라고 부탁할게.”“!!!”강유리의 대답을 듣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강유리 앞으로 다가가서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뭔가를 물으려고 했으나 육시준의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결국 아무말도 꺼내지 못했다.“유리 휴식해야 해.”그를 내쫓는 육시준이였다. 송이혁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고는 육시준을 노려보다 곧바로 웃는 얼굴로 강유리를 바라보았다.“강 할아버지의 컨디션에 관해서는 내가
강유리는 말하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제자리에 앉았다.육시준은 곧바로 그녀를 부축하여 몸을 일으켜 세웠다.잠깐 힘겨운 기색을 보이더니 곧바로 다시 활기를 회복한 그녀를 보고 육시준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날 칭찬해 주는 거야.. 아니면 자기를 칭찬하는 거야?”“당연히 널 칭찬하는 거지. 그런데 내가 이렇게 똑똑하니깐 이참에 나 자신까지 칭찬한 거야.”“…”육시준은 그녀의 말이 웃긴 듯이 웃어버리고는 다시 물어왔다.“ 이 시계, 진짜 네 친구가 디자인한 거야?”민감한 육시준을 탓할 것이 아니다. 확실히 이 디자인은 Seema의 느낌이랑 비슷했으니까.“ 그럼. kaylen이라고 하는데 해외에 있을 때 알고 지낸 한국인 친구야. 한국 이름은 도연.”강유리는 딱히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전부 털어냈다.육시준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했다.이름을 들으니 여자애인 것 같네.Seema작업실에서 kaylen이라는 직원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있었다. 사실 이라면, 전에 본 결혼반지도 이상하진 않았다.뭔가를 더 물으려고 했지만, 강유리의 잔뜩 피곤한 모습을 본 그는 그저 강유리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녀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됐으니까 먼저 쉬어.”강유리는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 예쁜 눈동자로 빤히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럼 넌, 집 갈 거야?”“ 내가 먼저 갔으면 하는 거야?”육시준은 되물었다.강유리는 눈을 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병원 환경도 별로고 너도 분명 여기 있는 게 불편할 테니깐 먼저 가도 돼.”육시준은 모자랄 것 없이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결혼 초반에는 심지어 직설적으로 강유리한테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이 너무 작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때 당시에 온통 일 생각 뿐인 강유리라서 그가 이렇게 대단한 가문의 아들인지는 상상도 못 했었다.벙원 환경은 강유리 집보다도 못한데 육시준이 여기서 밤새 있는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
임강준도 목소리를 깔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하지만 임강준은 그 한테 밝히지 않은 일이 하나 있었다. 방금 셋째 도련님을 병원에 데리고 오라는 육 회장의 명령이 있었다는 걸. 그것도 콕 집어 송 의사의 개인병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한 것이었다.송 의사의 소문은 이미 서울에 널리 알려졌다. 쓰레기같은 동생을 위해서 이 정도까지의 자원을 이용한다고?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육 씨 집안에서도 꽤 지위가 있는 몇 사람이 이미 여기 앉아있으니 그저 상황을 보고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이때 응급실 문이 열렸다.육 씨네 셋째 부부가 급하게 다가가 먼저 물었다.“선생님, 우리 아들 어떤가요? 괜찮은 거죠?”송이혁은 마스크를 벗고 침착하게 말했다.“ 왼쪽 견갑골에 금이 가고 신경조직이 괴사했습니다. 당분간 생명의 위협은 없지만, 너무 늦게 병원에 오셔서 한쪽 팔은 못 쓰게 되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셋째 부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휘청거리다 넘어질 뻔했다. 육청수도 믿기지 않는 얼굴로 다가가 물었다.“ 골절이라면서? 지금 왜 또 생명의 위험이 있다는 건가?”“누가 골절이라고 하셨어요?”송이혁은 웃으며 대답했다.육청수는 고개를 돌려서 시선을 임강준한테 고정했다. 임강준은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조금 멈칫하더니 차분하게 대답했다.“저는 단지 추측을 한 것일 뿐입니다.”그 사람들이 딱 골절이 될 정도까지만 때렸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육청수는 지팡이를 세게 내팽개치더니 화가 난 말투로 꾸짖었다.“ 똑바로 말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서울 한 복판에서 누가 감히 우리 육 씨네 손주를 건드려?”손주가 다친 것에 화가 난듯 했지만, 사실은 육 씨네 체면이 걸린 문제라서 화가 난 것 같아 보였다. 육 씨네 셋째 부부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원인을 물어보았다. 뭔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멀쩡하던 아들이 갑자기 왜 이런 봉변을 당한 건지…임강준은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셋째 도련님은 평소에도 노시는걸 엄청 좋아하지만, 이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