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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그 말을 마친 후 그는 더 이상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가 몸을 숙이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강유리의 눈빛이 굳어지더니 그가 붙잡고 있는 팔목을 힘겹게 돌렸지만, 안 되자 그녀는 천천히 저항을 멈추었다. 마치 이 상황을 받아들인 것처럼 몸에 힘을 풀었다. 상대방이 단단히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자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녀의 손목시계에 톡 튀어나온 버튼을 누르자, 그 속에서 가느다란 바늘이 발사되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육경민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바늘이 그의 머리가 아닌 어깨에 꽂혔다.

살을 에는 듯한 고통에 결국 그가 폭발해 버렸다. 그녀에게 홀려있던 그의 눈동자에 어느새 독기가 가득 찼다. 그가 또 한 번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이게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진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꼭 독한 맛을 봐야겠어?”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렸다.

육경민이 잔뜩 짜증을 내며 고개를 돌렸다.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 당장 나가지 못…”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웬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육경민이 미처 놀라기도 전에, 그의 발에 차여 그대로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여자를 확인한 육시준은 순간 몇 초간 사고가 정지되었다.

새하얀 침대 위에 마구잡이로 뜯겨나간 옷을 걸치고 있는 여자가 누워있었다. 검은색 드레스는 이미 찢겨 있었고 흐트러진 머리카락만이 겨우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를 어렴풋이 가려주고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란에 그녀 역시 놀란 듯해 보였다. 침대 위에 있던 몸이 흠칫거리더니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움츠리며 자기 몸을 감싸 안았다. 빨간 하이힐이 침대를 쓸자 반듯한 침대 커버 위에 주름이 생겼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빨갛게 부어오른 볼. 평소 도도했던 그녀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경계와 독기가 가득했다. 마치 벼랑 끝까지 내몰린 작은 동물이, 목숨걸고 상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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