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엔터 건물 앞.이미 어두워진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던 육시준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진태수 회장한테 연락 좀 넣어줘. 경원이가 제시한 기획서 다시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육시준의 말에 임강준이 움찔했다.진태수, 진영그룹 회장. 최근 육경원이 공을 들이고 있는 운청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기업이었다.진태수 회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마음에도 자선파티까지 열어가며 인맥을 쌓을 정도였으니까.계약 체결을 바로 앞둔 지금, 육시준의 행동은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거나 다름없었다.“이번 프로젝트... 회장님께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임강준의 조언에도 육시준은 개의치 않았다.“유강엔터의 존망도 나한테 중요해. 넘보지 말아야 할 걸 욕심냈으니 대가는 치러야겠지.”어차피 설득 따위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임강준은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잠시 후, 회사를 나선 강유리의 시야에 익숙한 롤스로이스 차량이 들어왔다.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저 차량과 번호판 자체가 LK그룹 육시준 대표를 상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안 것도 불과 며칠 전 일이었다.3년간 해외에 있다 돌아온 그녀에게 이런 걸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워낙 보기 드문 차량이다 보니 지나가는 행인들마다 힐끔힐끔 시선을 보내고...강유리는 건물 앞을 서성이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후다닥 차에 타버렸다.“뭐 죄 지었어?”강유리가 1층으로 내려온 순간부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던 육시준이 퉁명스레 물었다.“네 다른 남자들이 볼까 봐 걱정되는 건가?”“왜? 내가 바람이라도 날까 봐 걱정돼?”육시준 앞으로 얼굴을 쑥 들이민 강유리가 괜히 변태처럼 음흉하게 웃어보였다.“김 기사, 출발해.”“큼큼.”그제야 기사와 임 비서의 존재를 인지한 강유리가 괜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근처에 볼일이라도 있었나 봐?”‘하, 이 여자가 정말...’“매일 너 픽업하러 오는데... 그때마다 근처에 볼일 있는 줄 알았어?”강유리를 흘겨보
“...”익숙한 말이었다.“남편 데리러 가는 데 뭐 이유가 필요해?”처음 육시준을 데리러 로열 엔터로 갔을 때, 그녀가 했던 말과 놀랍도록 비슷했으니까.“솔직하게 말해 봐. 내가 로열 엔터로 데리러 갔을 때, 그날 당신 거기 없었지? 장경호 대표가 꽃선물을 하네 뭐네 부산을 피웠던 것도 당신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느라 그랬던 거고?”날카로운 질문에 육시준은 침묵으로 답했다.가끔씩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바보 같다가도 또 이럴 때 보면 놀라울 정도로 똑똑한 것이 어느 쪽이 강유리의 진짜 모습인지 헷갈리는 육시준이었다.한참을 침묵으로 채운 육시준이 입을 열었다.“어차피 다 지난 일이잖아. 네가 괜히 오해해서 날 피했던 거 없었던 일로 할 테니까 너도 내가 너 속였던 거 없었던 일로 해.”“역시, 거래 하나는 끝내주게 하시네요, 육시준 대표님.”강유리가 그를 흘겨보았다.“육시준 대표님? 내가 원하는 호칭은 그게 아닐 텐데...”낮은 목소리로 강유리의 귓가에 속삭이는 육시준의 손가락이 그녀의 허리를 살짝 건드렸다.야릇한 손길에 움찔하던 강유리가 육시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그만. 나 할 일 많단 말이야.”그러자 강유리를 번쩍 들어 두 다리에 제대로 앉힌 육시준이 그녀를 더 세게 껴안았다.“일해. 기다릴 테니까.”물론 말과 달리 그의 시선은 집요하게 강유리의 얼굴을 향해 있었지만 말이다.완벽한 예술작품으 감상하듯 흐뭇하던 눈빛이 점점 뜨거워지고 어느새 그의 손은 강유리의 옷 속을 탐색하기 시작했다.강유리가 잠깐 가만히 있나 싶더니 또 짓꿎은 유혹을 시작하는 육시준을 노려보았다.“아, 나 진짜 바쁘다고. 며칠 뒤면 촬영도 끝나. 홍보며 뭐며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육시준은 넋을 잃고 일 얘기만 하면 유난히 반짝이는 강유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할 수만 있다면 이 모습은 평생 혼자만 보고 싶은데...“내가 준 카드 말이야. 잔액 확인해 봤어?”육시준의 질문에 강유리가 흠칫했다.“해... 해봤지.”강유리의 고개
겨우 다시 이성을 되찾은 강유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성격 알지? 나 자존심 센 여자야. 다른 사람이 나 무시하는 거 못 견뎌. 그게 날 사랑하는 남자라면 더더욱. 알아, 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거. 그런데... 그냥 내가 싫어. 사회적 위치, 경제적 실력, 객관적으로 우리 두 사람 많이 차이 난다는 거 알아. 그래서 더 열심히 살려고. 항상 당신 뒤에 숨어서 보호받는 거 말고 언젠간 당신 옆에 서서 함께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최대한 진지하게 말해 보고자 육시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던 강유리의 눈동자가 결국 살짝 흔들렸다.‘윽, 얼굴 하나는 진짜 끝내준단 말이야. 그리고... 너무 가까워.’행여나 터질 듯한 이 심장소리가 육시준한테 들리진 않을지 걱정이 될 무렵, 한참을 가만히 있던 육시준이 물었다.“그러는 넌?”앞뒤 다 자른 뜬금없는 질문에 강유리의 눈이 살짝 커졌다.“응?”육시준의 긴 손가락이 강유리의 가슴팍 위를 쓸어내렸다.“넌 날 어떻게 생각하는데?”그 와중에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라 날 사랑하는 남자라고 표현한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그의 질문에 눈을 깜박이던 강유리는 짐짓 깊은 고민에 잠긴 듯 한참을 낑낑댔다.“당신에 대한 생각이라... 음 스킬이 조금 부족하다?”하, 이 와중에도 장난이라니.뭐, 이런 그녀의 모습마저도 사랑하는 것이긴 하지만...육시준의 눈동자가 살짝 어두워졌다.“그래?”“아, 농담이야, 농담. 그게...”하지만 육시준은 더 이상 강유리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녀를 번쩍 안아들어 책상 위에 앉힌 육시준이 말했다.“어젯밤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오늘은 더 잘해 볼게.”마치 업무적인 실수를 저지른 직원이 반성하 듯 가벼운 말투와 달리 육시준의 키스는 뜨거웠다.욕망의 불길이 책상을 따라 서재를 가득 채우고...육시준은 그의 거친 키스를 받아들이던 강유리의 손을 꼭 잡았다.별빛만 반짝이는 어두운 밤, 정원에 가득 핀 정열적인 색
마침 집에 도착한 성신영을 훑어보던 성한일이 눈을 반짝였다.“누나, 지금 정말 육경원 집에서 오는 거야?”코트 자락 아래로 드러난 슬립은 분명 기사 사진에 첨부된 그 옷이었다.‘요즘 파파라치들 진짜 빠르네...’“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팔과 다리에 상처가 너무 많이 남아 대충 코트를 걸친 것인데 그걸 어떻게 귀신 같이 알아차렸는지...성신영은 본능적으로 코트를 여미며 경계 어린 눈빛으로 남동생을 바라보았다.“누나랑 육경원 사귀는 거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성한일이 건넨 휴대폰을 뒤적이던 성신영의 입가에 드디어 미소가 피어올랐다.젠틀한 외모와 달리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육경원에게 며칠 동안 시달리던 성신영은 솔직히 차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이 관계를 지속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을 느꼈었는데...기사와 댓글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은 찰나의 감정이 되어 연기처럼 사라졌다.‘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기자들도 참 짓궂다니까...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 건데...”성신영이 짐짓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왕소영이 그런 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도 육경원도 다 성인인데 뭐가 부끄러워. 나도 네 아빠도 다 이해하니까 괜찮아.”성홍주도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우리 딸이 해낼 줄 알았어. 강유리 그 계집애보다 네가 부족한 게 뭐니? 이제 우리 유강그룹은 잘될 일만 남은 거 맞지? 내가 저번에 물어보라던 건 어떻게 됐어?”“아빠, 우리 아직 서로 알아가는 단계예요. 어떻게 그런 걸 바로 물어요. 괜히 돈 보고 접근한 거 같잖아요.”“할 거 안 할 거 다 해놓고 알아가는 관계는 무슨. 미래의 장인어른 일인데 발 벗고 나서줘야지. 아, 누나. 누나가 좀 더 열심히 아양 좀 떨어봐. 이번 계약만 따내면 아빠가 나 차 바꿔주기로 했단 말이야.”저속한 성한일의 말에 성신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성한일, 너 말 조심해. 내가 창녀야? 뭐? 아양을 떨어?”“그래! 너 누나
적어도 소안영이 건넨 자료에선 분명 연애 경험은 없다고 적혀있었다.수많은 여자들이 온갖 방법으로 들이댔지만 눈빛 한번 주지 않았다고.어쩌면 게이라는 루머도 차가운 그에게 상처를 받은 여인들 중 한 명이 퍼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아니.”잠결이지만 단호한 목소리, 강유리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그래. 내가 처음이라니... 다행이네.’강유리의 시선이 다시 휴대폰으로 향하고 어젯밤 포털 사이트를 휩쓴 성신영, 육경원의 열애설이 눈에 들어왔다.‘여한영 본부장... 깔끔하게 잘 해줬네. 여자에 미쳐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신중한 성격이라는 이미지에 금이 갔을 테고... LK그룹 이사들도 머리가 꽤 복잡하겠어. 육청수 회장한테는 어떻게 해명하려나...’이때, 그녀를 홱 돌려눕히는 육시준의 손길에 강유리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어느새 잠에서 깬 듯 육시준의 눈동자는 여느때처럼 말끔했다.“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연애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사랑했던 사람은 더더욱 없었던 육시준이다.딱 한 번, 여자라는 존재에게 흥미를 가지게 만든 이가 있긴 했지만... 그가 가진 모든 정보력을 이용했음에도 이름 석자 알아내지 못했던 존재였다.그래서인지 육청수가 은근히 이어주려는 여자들이 더 역겹게 느껴지기도 했었고 말이다.그러다 강유리를 만나고 결혼까지 하고 나서야 그 정체 모를 여인의 존재는 차차 흐릿해졌었다.“그냥.”정말 별 생각없이 물은 것이었으므로 강유리는 바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지금 할아버지한테 살갑게 굴면 그분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육시준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강유리의 이마를 살짝 튕겼다.“할아버지한테 아부할 생각없어. 아, 부모님은 너 보고 싶어 하시더라. 주말에 스케줄 없으면 본가로 가자.”“뭐?”‘이렇게 갑자기?’“스... 스케줄 있어. 오늘부터 이달 말까지 꽉 찼어, 아주!”강유리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육시준의 정체에 대해 몰랐을 땐 그의 가족들이 궁금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대한
저쪽에서 계속 제멋대로 군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돌아가는 길.비서가 낮은 소리로 육경원한테 보고했다.“아직도 연관검색어에 떠 있는 거 보면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그 매체들을 검색해 보니 모두 유강엔터가 매수한거 였습니다.”육경원의 눈빛이 독기로 가득 찼다. “유강엔터? 내가 강유리를 너무 과소평가 했네.”‘여론 플레이에 능숙해. 스타인 엔터를 파산하게 만든 것도 이런 방법이었겠지. 그런데... 이제 나까지 건드려?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구만.’“도련님, 이 일은 신속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게 어떠실지?”비서가 자기의 의견을 건네왔다. 이렇게 되면 성신영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긴 하지만 최선의 방법이었다.육경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알아서 처리해.”이 말을 하면서 양손은 핸드폰을 두드려 메시지를 보냈다.[20분후 별장 도착]잠깐 고민하던 육경원이 말했다. “경민이 형한테 강유리를 노출시켜. 형님 노리개 노릇을 하다 보면 잘 길들여질지도 모르겠어.”잠깐 멈칫하더니 비서가 말했다.“아시다시피 강유리, 보통 계집애가 아닙니다, 경민 도련님이 상대가 될까요?”“글쎄. 형은 나랑 갖고 싶은 건 뺏어서라도 가지고 마는 사람이라서 말이야.”육경원은 자신을 비웃듯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문제가 생겨도 할아버지가 수습까지 해줄 거니까.”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육경원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기도 했다.육청수에게 육경민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였지만 그에게만큼은 한없이 엄했으니까.“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육경원과 성신영의 열애설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그런데, 처음엔 축하의 댓글을 달던 네티즌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이렇게까지 기사가 퍼져나가고 있는데 육경원 측에서 인정 기사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굳이 공식 입장이 필요한가? 이렇게까지 가만히 있는 건 그냥 묵인하는 거 아니야?”“못 봤을 수도 있잖아
“아!”채찍이 몸에 떨어지고 성신영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하얀 피부에 여러개의 빨간 채찍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육경원은 이 흉터를 보고 더 흥분된다는 눈빛으로 채찍을 흔드는 손에 힘을 바짝 주었다.얼마나 지났는지 성신영이 오늘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육경원은 행동을 멈췄다.부드럽게 그녀를 자기 품에 감싸 앉고 쓰다듬어 줬다. 아픔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게 성신영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잘못했어. 나 진짜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그래 자기야, 무얼 잘못했는지 알면 됐어.”그는 손으로 그녀의 피부를 쓰다듬다가 치마를 위로 올렸다.“하지만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 받아야 하지. 지금 유강엔터를 사들이는 건 시기가 적절하지 않게 됐네.”소름이 돋더니 성신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너, 너 나랑 약속했었잖아!”그의 변태 같은 취미에 호응해 주는 건 오직 강유리한테 복수를 하고 유강엔터를 뺏어 오려고 한 건데. 이렇게 많은 걸 퍼부었는데 지금 와서 사들이지 못한다고?“당연히 약속은 했었지. 그런데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건 진짜 별로야.”“나 고칠게! 나 진짜 고칠 테니까 너 지금 번복하면 안 돼….”“그럼 기회를 한 번 더 줄게.”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분명 웃고 있었지만 성신영은 그가 자신을 지옥 끝까지 나락 시키는 악마 같았다.“연예계 투자의 신인 신아람이 월말에 국내로 돌아온다며? 너한테 제일 큰 권리를 줄게. 신아람 모셔 와.”성신영은 그의 온화한 미소에 정신이 팔려 무의식적으로 다시 물어왔다.”“로열로 모셔?”육경원은 피식 비웃음을 날렸다.“육 씨네 엔터테인먼트는 로열만 있는 게 아니야. 라온으로 모셔.”라온 엔터는 근년 간 온정 된 발전을 이뤘다. 실력은 예전의 스타인이랑 막상막하였지만 조용하게 활동하는 편이라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스타인이 로열과 같은 지위라고 홍보를 많이 하는 바람에 지금 사람들 마음속에 연예계 두 번째로 큰 엔터가 된 거였다.하지만 똑똑한 사
하석훈은 두 사람의 결혼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만, 요즘 들어 사이가 좋아 보여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기에 참다못해 강유리가 그렇게까지 인색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일깨워줬다.강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혹시나 저를 빌붙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걱정했어요.”하석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한참 침묵을 지켰다.“그의 건강을 위해서 도시락을 싸지 않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당신 말도 일리가 있어요.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갖다 줄게요.”‘뭐지? 정말 식사 한 끼 대접할 생각이 없는 건가?’열한 시반, 강유리는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회사를 나섰다. 오전 내내 정신없이 일한 여한영은 그녀를 찾으려고 사무실 문 앞에 서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의아하게 하석훈에게 물었다.“어디 간 거예요?”하석훈은 입을 오므리더니 말했다.“아마 부부간의 정을 키울 겸 슈가 맘한테 감사인사를 드리러 갔을 겁니다.”여한영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두 일을 동시에 말입니까?”하석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맞아요.”LK그룹.육시준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임강준은 업무 회보를 마친 후 그를 따라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는 인터넷에서 나오는 여론에 대해 보고하고는 휴대전화를 건넸다.“사모님께서 30분 전에 전화를 거셨습니다. 아마 이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육시준은 전화를 받아 들고 한쪽으로 전화를 걸며 분부를 내렸다.“점심 식사는 가져올 필요 없어. 식당 예약해 놔. 유리 회사 근처로 예약하면 돼.”강유리는 바로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경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육 대표님, 좋은 점심입니다.”육시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또 무슨 꿍꿍이야?”“나 지금 진지하게 할 말 있어. 진지하게 좀 받아들여.”“그래. 말해.”“고마워. 도와줘서.”육시준은 의자에 앉아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난 또 내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한다고 탓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