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집에 도착한 성신영을 훑어보던 성한일이 눈을 반짝였다.“누나, 지금 정말 육경원 집에서 오는 거야?”코트 자락 아래로 드러난 슬립은 분명 기사 사진에 첨부된 그 옷이었다.‘요즘 파파라치들 진짜 빠르네...’“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팔과 다리에 상처가 너무 많이 남아 대충 코트를 걸친 것인데 그걸 어떻게 귀신 같이 알아차렸는지...성신영은 본능적으로 코트를 여미며 경계 어린 눈빛으로 남동생을 바라보았다.“누나랑 육경원 사귀는 거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성한일이 건넨 휴대폰을 뒤적이던 성신영의 입가에 드디어 미소가 피어올랐다.젠틀한 외모와 달리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육경원에게 며칠 동안 시달리던 성신영은 솔직히 차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이대로 이 관계를 지속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을 느꼈었는데...기사와 댓글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은 찰나의 감정이 되어 연기처럼 사라졌다.‘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기자들도 참 짓궂다니까...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 건데...”성신영이 짐짓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왕소영이 그런 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도 육경원도 다 성인인데 뭐가 부끄러워. 나도 네 아빠도 다 이해하니까 괜찮아.”성홍주도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우리 딸이 해낼 줄 알았어. 강유리 그 계집애보다 네가 부족한 게 뭐니? 이제 우리 유강그룹은 잘될 일만 남은 거 맞지? 내가 저번에 물어보라던 건 어떻게 됐어?”“아빠, 우리 아직 서로 알아가는 단계예요. 어떻게 그런 걸 바로 물어요. 괜히 돈 보고 접근한 거 같잖아요.”“할 거 안 할 거 다 해놓고 알아가는 관계는 무슨. 미래의 장인어른 일인데 발 벗고 나서줘야지. 아, 누나. 누나가 좀 더 열심히 아양 좀 떨어봐. 이번 계약만 따내면 아빠가 나 차 바꿔주기로 했단 말이야.”저속한 성한일의 말에 성신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성한일, 너 말 조심해. 내가 창녀야? 뭐? 아양을 떨어?”“그래! 너 누나
적어도 소안영이 건넨 자료에선 분명 연애 경험은 없다고 적혀있었다.수많은 여자들이 온갖 방법으로 들이댔지만 눈빛 한번 주지 않았다고.어쩌면 게이라는 루머도 차가운 그에게 상처를 받은 여인들 중 한 명이 퍼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아니.”잠결이지만 단호한 목소리, 강유리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그래. 내가 처음이라니... 다행이네.’강유리의 시선이 다시 휴대폰으로 향하고 어젯밤 포털 사이트를 휩쓴 성신영, 육경원의 열애설이 눈에 들어왔다.‘여한영 본부장... 깔끔하게 잘 해줬네. 여자에 미쳐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신중한 성격이라는 이미지에 금이 갔을 테고... LK그룹 이사들도 머리가 꽤 복잡하겠어. 육청수 회장한테는 어떻게 해명하려나...’이때, 그녀를 홱 돌려눕히는 육시준의 손길에 강유리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어느새 잠에서 깬 듯 육시준의 눈동자는 여느때처럼 말끔했다.“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연애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사랑했던 사람은 더더욱 없었던 육시준이다.딱 한 번, 여자라는 존재에게 흥미를 가지게 만든 이가 있긴 했지만... 그가 가진 모든 정보력을 이용했음에도 이름 석자 알아내지 못했던 존재였다.그래서인지 육청수가 은근히 이어주려는 여자들이 더 역겹게 느껴지기도 했었고 말이다.그러다 강유리를 만나고 결혼까지 하고 나서야 그 정체 모를 여인의 존재는 차차 흐릿해졌었다.“그냥.”정말 별 생각없이 물은 것이었으므로 강유리는 바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지금 할아버지한테 살갑게 굴면 그분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육시준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강유리의 이마를 살짝 튕겼다.“할아버지한테 아부할 생각없어. 아, 부모님은 너 보고 싶어 하시더라. 주말에 스케줄 없으면 본가로 가자.”“뭐?”‘이렇게 갑자기?’“스... 스케줄 있어. 오늘부터 이달 말까지 꽉 찼어, 아주!”강유리가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육시준의 정체에 대해 몰랐을 땐 그의 가족들이 궁금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대한
저쪽에서 계속 제멋대로 군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돌아가는 길.비서가 낮은 소리로 육경원한테 보고했다.“아직도 연관검색어에 떠 있는 거 보면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그 매체들을 검색해 보니 모두 유강엔터가 매수한거 였습니다.”육경원의 눈빛이 독기로 가득 찼다. “유강엔터? 내가 강유리를 너무 과소평가 했네.”‘여론 플레이에 능숙해. 스타인 엔터를 파산하게 만든 것도 이런 방법이었겠지. 그런데... 이제 나까지 건드려? 간이 아주 배 밖으로 나왔구만.’“도련님, 이 일은 신속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게 어떠실지?”비서가 자기의 의견을 건네왔다. 이렇게 되면 성신영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긴 하지만 최선의 방법이었다.육경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알아서 처리해.”이 말을 하면서 양손은 핸드폰을 두드려 메시지를 보냈다.[20분후 별장 도착]잠깐 고민하던 육경원이 말했다. “경민이 형한테 강유리를 노출시켜. 형님 노리개 노릇을 하다 보면 잘 길들여질지도 모르겠어.”잠깐 멈칫하더니 비서가 말했다.“아시다시피 강유리, 보통 계집애가 아닙니다, 경민 도련님이 상대가 될까요?”“글쎄. 형은 나랑 갖고 싶은 건 뺏어서라도 가지고 마는 사람이라서 말이야.”육경원은 자신을 비웃듯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문제가 생겨도 할아버지가 수습까지 해줄 거니까.”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육경원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기도 했다.육청수에게 육경민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였지만 그에게만큼은 한없이 엄했으니까.“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육경원과 성신영의 열애설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그런데, 처음엔 축하의 댓글을 달던 네티즌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이렇게까지 기사가 퍼져나가고 있는데 육경원 측에서 인정 기사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굳이 공식 입장이 필요한가? 이렇게까지 가만히 있는 건 그냥 묵인하는 거 아니야?”“못 봤을 수도 있잖아
“아!”채찍이 몸에 떨어지고 성신영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하얀 피부에 여러개의 빨간 채찍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육경원은 이 흉터를 보고 더 흥분된다는 눈빛으로 채찍을 흔드는 손에 힘을 바짝 주었다.얼마나 지났는지 성신영이 오늘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육경원은 행동을 멈췄다.부드럽게 그녀를 자기 품에 감싸 앉고 쓰다듬어 줬다. 아픔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게 성신영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잘못했어. 나 진짜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그래 자기야, 무얼 잘못했는지 알면 됐어.”그는 손으로 그녀의 피부를 쓰다듬다가 치마를 위로 올렸다.“하지만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 받아야 하지. 지금 유강엔터를 사들이는 건 시기가 적절하지 않게 됐네.”소름이 돋더니 성신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너, 너 나랑 약속했었잖아!”그의 변태 같은 취미에 호응해 주는 건 오직 강유리한테 복수를 하고 유강엔터를 뺏어 오려고 한 건데. 이렇게 많은 걸 퍼부었는데 지금 와서 사들이지 못한다고?“당연히 약속은 했었지. 그런데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건 진짜 별로야.”“나 고칠게! 나 진짜 고칠 테니까 너 지금 번복하면 안 돼….”“그럼 기회를 한 번 더 줄게.”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분명 웃고 있었지만 성신영은 그가 자신을 지옥 끝까지 나락 시키는 악마 같았다.“연예계 투자의 신인 신아람이 월말에 국내로 돌아온다며? 너한테 제일 큰 권리를 줄게. 신아람 모셔 와.”성신영은 그의 온화한 미소에 정신이 팔려 무의식적으로 다시 물어왔다.”“로열로 모셔?”육경원은 피식 비웃음을 날렸다.“육 씨네 엔터테인먼트는 로열만 있는 게 아니야. 라온으로 모셔.”라온 엔터는 근년 간 온정 된 발전을 이뤘다. 실력은 예전의 스타인이랑 막상막하였지만 조용하게 활동하는 편이라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스타인이 로열과 같은 지위라고 홍보를 많이 하는 바람에 지금 사람들 마음속에 연예계 두 번째로 큰 엔터가 된 거였다.하지만 똑똑한 사
하석훈은 두 사람의 결혼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만, 요즘 들어 사이가 좋아 보여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기에 참다못해 강유리가 그렇게까지 인색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일깨워줬다.강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혹시나 저를 빌붙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걱정했어요.”하석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한참 침묵을 지켰다.“그의 건강을 위해서 도시락을 싸지 않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당신 말도 일리가 있어요.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갖다 줄게요.”‘뭐지? 정말 식사 한 끼 대접할 생각이 없는 건가?’열한 시반, 강유리는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회사를 나섰다. 오전 내내 정신없이 일한 여한영은 그녀를 찾으려고 사무실 문 앞에 서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의아하게 하석훈에게 물었다.“어디 간 거예요?”하석훈은 입을 오므리더니 말했다.“아마 부부간의 정을 키울 겸 슈가 맘한테 감사인사를 드리러 갔을 겁니다.”여한영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두 일을 동시에 말입니까?”하석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맞아요.”LK그룹.육시준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임강준은 업무 회보를 마친 후 그를 따라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는 인터넷에서 나오는 여론에 대해 보고하고는 휴대전화를 건넸다.“사모님께서 30분 전에 전화를 거셨습니다. 아마 이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육시준은 전화를 받아 들고 한쪽으로 전화를 걸며 분부를 내렸다.“점심 식사는 가져올 필요 없어. 식당 예약해 놔. 유리 회사 근처로 예약하면 돼.”강유리는 바로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경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육 대표님, 좋은 점심입니다.”육시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또 무슨 꿍꿍이야?”“나 지금 진지하게 할 말 있어. 진지하게 좀 받아들여.”“그래. 말해.”“고마워. 도와줘서.”육시준은 의자에 앉아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난 또 내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한다고 탓할
5분 후.로비에 익숙한 실루엣이 등장했다. 훤칠한 키에 셔츠와 양복 바지의 조합이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여기.”강유리는 도시락통을 들고 거만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비서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 대표님이 직접 내려오시다니 황송하네?”육시준은 눈을 내리깐 채 도시락을 훑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며? 날 위해서 특별히 온 게 아니고? 그런데 왜 2인분이야?”“......” 그녀는 방금 사진 찍어 보낸 것이 도시락 2인분이었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정말 이 남자는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하는구나?’그녀는 도시락을 그의 손에 쥐어 주고는 바로 돌아섰다.육시준은 체면을 차리는 그녀가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고, 돌아서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사모님이 오시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내려 보낼 수 있겠어?”강유리는 바로 기분이 풀려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못 이기는 척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영광이지?”육시준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말했다.“영광이지.”사실 방금 그는 확실히 몇 초 동안 망설였다. 만약 그녀가 오늘 본사에 나타난다면, 신분이 들통날 것이 뻔했고, 육씨 가문 가족들도 그녀를 알게 될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는 그녀의 신분을 공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을 뿐더러 이 기회를 빌어 몇몇 사람들에게 그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으름장을 놓고 싶었다.그는 직접 그녀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 소식은 몇 분내로 본사에 무섭게 퍼졌고, 사람들은 그 둘에 대해 토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미쳤어! 육 대표님이 연애하는 건가 봐!”“대표님 눈빛 좀 봐. 너무 자상하고 따뜻해!”“대표님 여자친구 진짜 연예인 뺨 친다. 어쩜 저렇게 예쁘지?”“옆모습도 정말 인형 같아!”“저 여자 누군지 알아? 대표님이랑은 어떤 관계지?”“......”사람들은 육시준
육시준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입술만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린 강유리는 딸기 하나 그의 입가에 건네줬다. “드셔보세요.”그는 당연한 듯이 강유리가 건네준 걸 먹은 뒤 꼭꼭 씹어 삼키고 나서야 천천히 물었다. “무슨 합작인데, 한번 말해봐.”강유리는 곧바로 반듯하게 자세를 고치고 나서 손을 쓱쓱 닦은 후 옆에 놓인 아이패드를 가져왔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은 후 신속하게 자신의 아이디로 등록하여 빼곡히 쓰인 계획서를 보여줬다.“이 드라마들은 우리 회사에서 방금 따낸 거에요. 신아람이랑 같이할 거라는 소식은 들으셨죠?” 일 얘기만 꺼내면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화면을 위아래로 조절하며 말하기 시작하였다.육시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답장했다.“들은 적 있어.”강유리는 눈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물었다.“ 같이 하실래요?”그는 느긋이 의자로 기대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투자가 부족한 거야?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육경원이 공개적으로 투자발표를 해명하면서 둘러보던 사람들이 모두 벌 떼처럼 몰려왔다. 이런 그녀가 지금 투자가 모자란다고?“당연히 부족한 건 아니에요. 저 진짜 거절도 많이 했거든요. 그냥 먼저 내 사람부터 챙기려고 그러는거죠.”“…..”“내 사람”이라는 말에 육시준은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자세히 말해봐.”강유리는 이 말만 기다렸다는 듯 가까이 다가서서 귓속말하듯 말을 꺼내왔다. “나 네가 준 카드로 돈 좀 투자하고 싶어. 밑지면 다 내 몫으로 하고 벌면 우리 반반으로…”간단히 말하자면: 넌 그냥 누워서 돈 벌면 된다. 라는 거였다.육시준은 그녀가 이런 방식을 제안할 거라는 걸 생각도 못하여 웃음을 거뒀다.“널 준거면 네것이야. 너가 어디에 쓰든 상관 안 해.”강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를 향해 윙크를 한번 날렸다.“이런 식으로 돈을 써야 내가 떳떳하잖아.”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그녀한테서 나는 은은한 향수 냄
이런 안절부절못한 기분으로 강유리는 오늘 밤 그한테 진실을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육시준은 무슨 약이라도 먹은 듯 그녀한테 이자를 갈취해서 말을 꺼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튿날, 흡족한 부자 남편은 안방에서 쫓겨났다…그 후 며칠 동안 계속 무사히 지냈었다. 강유리는 일하기 바빠서 그를 곱게 보지 않았는데 이로 하여금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마음먹었던 일을 모두 까먹어 버렸다.눈을 깜빡하니 이미 축하 파티 당일이었다.원래 제작팀끼리의 소소한 회식이 신아람의 참석 소식 때문에 부쩍 주목받게 되었다. 강유리는 오늘 너무 공식 차림새보다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었다. 카리스마 있는 메이크업에 신비롭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드레스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도달했다. 비록 처음 이 럭셔리한 지하 차고에 온 건 아니지만 올 때마다 놀라기도 한다. 눈에 모두 들어오지도 않는 차고에 억대 되는 슈퍼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 대부분은 국내 한정판이어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데 육시준은 이런 차들을 고작 차고에 처넣고 먼지가 쌓이게 내버려 두고 있었다. 쩝, 악마 같은 자본가들!나처럼 착한 사람이 너희들을 구원해 주도록 하지!어느 차가 자신의 오늘 옷차림에 어울릴지 고민하던 참에 엄청 눈에 띄는 롤스로이스가 차고에 진입해서 그녀 앞에 멈춰 섰다.강유리는 운전석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보고 놀란 기색을 금치 못했다. “네가 왜 돌아왔어?”육시준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고 살짝 턱을 들어서 그녀한테 사인을 주었다. “축하 파티 간다며? 데리러 왔어.”강유리는 자신의 빨간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치맛자락을 들고 우아하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가 차고 밖으로 나오던 참에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나 운전해서 너 회사까지 데리러 가려고 했어.”육시준은 눈썹을 살짝 올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무릎 위에 고스란히 놓인 그녀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갰다.“그런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