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채찍이 몸에 떨어지고 성신영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하얀 피부에 여러개의 빨간 채찍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육경원은 이 흉터를 보고 더 흥분된다는 눈빛으로 채찍을 흔드는 손에 힘을 바짝 주었다.얼마나 지났는지 성신영이 오늘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육경원은 행동을 멈췄다.부드럽게 그녀를 자기 품에 감싸 앉고 쓰다듬어 줬다. 아픔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모르게 성신영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잘못했어. 나 진짜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그래 자기야, 무얼 잘못했는지 알면 됐어.”그는 손으로 그녀의 피부를 쓰다듬다가 치마를 위로 올렸다.“하지만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 받아야 하지. 지금 유강엔터를 사들이는 건 시기가 적절하지 않게 됐네.”소름이 돋더니 성신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너, 너 나랑 약속했었잖아!”그의 변태 같은 취미에 호응해 주는 건 오직 강유리한테 복수를 하고 유강엔터를 뺏어 오려고 한 건데. 이렇게 많은 걸 퍼부었는데 지금 와서 사들이지 못한다고?“당연히 약속은 했었지. 그런데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건 진짜 별로야.”“나 고칠게! 나 진짜 고칠 테니까 너 지금 번복하면 안 돼….”“그럼 기회를 한 번 더 줄게.”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분명 웃고 있었지만 성신영은 그가 자신을 지옥 끝까지 나락 시키는 악마 같았다.“연예계 투자의 신인 신아람이 월말에 국내로 돌아온다며? 너한테 제일 큰 권리를 줄게. 신아람 모셔 와.”성신영은 그의 온화한 미소에 정신이 팔려 무의식적으로 다시 물어왔다.”“로열로 모셔?”육경원은 피식 비웃음을 날렸다.“육 씨네 엔터테인먼트는 로열만 있는 게 아니야. 라온으로 모셔.”라온 엔터는 근년 간 온정 된 발전을 이뤘다. 실력은 예전의 스타인이랑 막상막하였지만 조용하게 활동하는 편이라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스타인이 로열과 같은 지위라고 홍보를 많이 하는 바람에 지금 사람들 마음속에 연예계 두 번째로 큰 엔터가 된 거였다.하지만 똑똑한 사
하석훈은 두 사람의 결혼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만, 요즘 들어 사이가 좋아 보여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기에 참다못해 강유리가 그렇게까지 인색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일깨워줬다.강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혹시나 저를 빌붙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걱정했어요.”하석훈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한참 침묵을 지켰다.“그의 건강을 위해서 도시락을 싸지 않는 게 좋겠어요. 하지만 당신 말도 일리가 있어요.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갖다 줄게요.”‘뭐지? 정말 식사 한 끼 대접할 생각이 없는 건가?’열한 시반, 강유리는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회사를 나섰다. 오전 내내 정신없이 일한 여한영은 그녀를 찾으려고 사무실 문 앞에 서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의아하게 하석훈에게 물었다.“어디 간 거예요?”하석훈은 입을 오므리더니 말했다.“아마 부부간의 정을 키울 겸 슈가 맘한테 감사인사를 드리러 갔을 겁니다.”여한영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두 일을 동시에 말입니까?”하석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맞아요.”LK그룹.육시준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임강준은 업무 회보를 마친 후 그를 따라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는 인터넷에서 나오는 여론에 대해 보고하고는 휴대전화를 건넸다.“사모님께서 30분 전에 전화를 거셨습니다. 아마 이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육시준은 전화를 받아 들고 한쪽으로 전화를 걸며 분부를 내렸다.“점심 식사는 가져올 필요 없어. 식당 예약해 놔. 유리 회사 근처로 예약하면 돼.”강유리는 바로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경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육 대표님, 좋은 점심입니다.”육시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말했다.“또 무슨 꿍꿍이야?”“나 지금 진지하게 할 말 있어. 진지하게 좀 받아들여.”“그래. 말해.”“고마워. 도와줘서.”육시준은 의자에 앉아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난 또 내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한다고 탓할
5분 후.로비에 익숙한 실루엣이 등장했다. 훤칠한 키에 셔츠와 양복 바지의 조합이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여기.”강유리는 도시락통을 들고 거만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비서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 대표님이 직접 내려오시다니 황송하네?”육시준은 눈을 내리깐 채 도시락을 훑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며? 날 위해서 특별히 온 게 아니고? 그런데 왜 2인분이야?”“......” 그녀는 방금 사진 찍어 보낸 것이 도시락 2인분이었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정말 이 남자는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하는구나?’그녀는 도시락을 그의 손에 쥐어 주고는 바로 돌아섰다.육시준은 체면을 차리는 그녀가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고, 돌아서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사모님이 오시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내려 보낼 수 있겠어?”강유리는 바로 기분이 풀려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못 이기는 척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영광이지?”육시준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말했다.“영광이지.”사실 방금 그는 확실히 몇 초 동안 망설였다. 만약 그녀가 오늘 본사에 나타난다면, 신분이 들통날 것이 뻔했고, 육씨 가문 가족들도 그녀를 알게 될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는 그녀의 신분을 공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을 뿐더러 이 기회를 빌어 몇몇 사람들에게 그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으름장을 놓고 싶었다.그는 직접 그녀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 소식은 몇 분내로 본사에 무섭게 퍼졌고, 사람들은 그 둘에 대해 토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미쳤어! 육 대표님이 연애하는 건가 봐!”“대표님 눈빛 좀 봐. 너무 자상하고 따뜻해!”“대표님 여자친구 진짜 연예인 뺨 친다. 어쩜 저렇게 예쁘지?”“옆모습도 정말 인형 같아!”“저 여자 누군지 알아? 대표님이랑은 어떤 관계지?”“......”사람들은 육시준
육시준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입술만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린 강유리는 딸기 하나 그의 입가에 건네줬다. “드셔보세요.”그는 당연한 듯이 강유리가 건네준 걸 먹은 뒤 꼭꼭 씹어 삼키고 나서야 천천히 물었다. “무슨 합작인데, 한번 말해봐.”강유리는 곧바로 반듯하게 자세를 고치고 나서 손을 쓱쓱 닦은 후 옆에 놓인 아이패드를 가져왔다. 상대방의 동의를 받은 후 신속하게 자신의 아이디로 등록하여 빼곡히 쓰인 계획서를 보여줬다.“이 드라마들은 우리 회사에서 방금 따낸 거에요. 신아람이랑 같이할 거라는 소식은 들으셨죠?” 일 얘기만 꺼내면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화면을 위아래로 조절하며 말하기 시작하였다.육시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답장했다.“들은 적 있어.”강유리는 눈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물었다.“ 같이 하실래요?”그는 느긋이 의자로 기대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투자가 부족한 거야?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육경원이 공개적으로 투자발표를 해명하면서 둘러보던 사람들이 모두 벌 떼처럼 몰려왔다. 이런 그녀가 지금 투자가 모자란다고?“당연히 부족한 건 아니에요. 저 진짜 거절도 많이 했거든요. 그냥 먼저 내 사람부터 챙기려고 그러는거죠.”“…..”“내 사람”이라는 말에 육시준은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자세히 말해봐.”강유리는 이 말만 기다렸다는 듯 가까이 다가서서 귓속말하듯 말을 꺼내왔다. “나 네가 준 카드로 돈 좀 투자하고 싶어. 밑지면 다 내 몫으로 하고 벌면 우리 반반으로…”간단히 말하자면: 넌 그냥 누워서 돈 벌면 된다. 라는 거였다.육시준은 그녀가 이런 방식을 제안할 거라는 걸 생각도 못하여 웃음을 거뒀다.“널 준거면 네것이야. 너가 어디에 쓰든 상관 안 해.”강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를 향해 윙크를 한번 날렸다.“이런 식으로 돈을 써야 내가 떳떳하잖아.”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그녀한테서 나는 은은한 향수 냄
이런 안절부절못한 기분으로 강유리는 오늘 밤 그한테 진실을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육시준은 무슨 약이라도 먹은 듯 그녀한테 이자를 갈취해서 말을 꺼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튿날, 흡족한 부자 남편은 안방에서 쫓겨났다…그 후 며칠 동안 계속 무사히 지냈었다. 강유리는 일하기 바빠서 그를 곱게 보지 않았는데 이로 하여금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마음먹었던 일을 모두 까먹어 버렸다.눈을 깜빡하니 이미 축하 파티 당일이었다.원래 제작팀끼리의 소소한 회식이 신아람의 참석 소식 때문에 부쩍 주목받게 되었다. 강유리는 오늘 너무 공식 차림새보다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힐을 신었다. 카리스마 있는 메이크업에 신비롭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드레스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도달했다. 비록 처음 이 럭셔리한 지하 차고에 온 건 아니지만 올 때마다 놀라기도 한다. 눈에 모두 들어오지도 않는 차고에 억대 되는 슈퍼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 대부분은 국내 한정판이어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데 육시준은 이런 차들을 고작 차고에 처넣고 먼지가 쌓이게 내버려 두고 있었다. 쩝, 악마 같은 자본가들!나처럼 착한 사람이 너희들을 구원해 주도록 하지!어느 차가 자신의 오늘 옷차림에 어울릴지 고민하던 참에 엄청 눈에 띄는 롤스로이스가 차고에 진입해서 그녀 앞에 멈춰 섰다.강유리는 운전석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보고 놀란 기색을 금치 못했다. “네가 왜 돌아왔어?”육시준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고 살짝 턱을 들어서 그녀한테 사인을 주었다. “축하 파티 간다며? 데리러 왔어.”강유리는 자신의 빨간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치맛자락을 들고 우아하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가 차고 밖으로 나오던 참에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나 운전해서 너 회사까지 데리러 가려고 했어.”육시준은 눈썹을 살짝 올리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무릎 위에 고스란히 놓인 그녀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갰다.“그런 거였어?
육시준은 대답했다. “응, 약속해.”조용한 차 안은 따뜻한 기운이 맴돌았다.강유리는 마음을 다스린 지 몇 초도 안 돼서 다시 축하 파티가 생각났다. 그가 직접 참석한다면 비밀로 하기는 글렀다. 게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서는 건 그녀다운 행동이 아니었고 어차피 언젠간 밝혀야 할 일이었다.“육시준, 우리가 서로를 그렇게까지 잘 알고 있지 못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그녀가 먼저 화제를 꺼냈다. 남자는 머리를 돌리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우리가 서로를 잘 모른다고 생각해?”위험으로 가득 찬 목소리 때문에 강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미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의 의미를 표시했다. “아니, 나 그런 뜻은 아니고. 난 그냥,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 그런데 우리가 진도는 빠르지만, 서로를 알고 지낸지는 사실 몇 개월 정도밖에 안 되고. 우리가 만나기 전 이십여 년간 서로가 겪은 일을 일일이 모두 알 수는 없잖아. 이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육시준은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만약 이후에 내가 너한테 알려주지 못한 일을 발견하게 된다면, 너 화내면 안 돼.” 강유리는 눈을 꾹 감고 말했다.상냥한 그라면 이런 애매모호한 가절석인 문제에 꼭 그녀의 뜻을 따를 거라는 대답을 해줄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인정은 안 해도 그때 당장에는 적어도 강유리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승낙해 줄 거라고 믿었다. 의외인 건 그가 몇 초간 생각하더니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건 어떤 일인가 봐야 해.”강유리는 말도 안 된다는듯한 말투로 말했다.“남자가 왜 그렇게 쪼잔해?”“널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 건 쪼잔한 게 아니잖아. 관용하는 것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너한테 나의 신분을 감춘 건 나 자신마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원칙이 걸린 문제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 “….”
기자들의 플래시는 환영한다는 듯이 끊임없이 비춰댔다.장경호는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대표님을 본 순간 놀란 기색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육 회장님, 어찌 된 일로 여기에.”그가 입을 여니 주변의 플래시 소리도 멈췄다. 모두 놀란 표정이다.장 대표가 방금 저 남자를 뭐라고 불렀다고?“연예계의 나침반인 신아람이 참석한다는데, 호스트인 내가 직접 모셔야지.”“…”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유리는 그가 이 말을 하면서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녹이 슨 칼로 조금씩 능지처참하는 느낌 때문에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유지했다.장경호는 고개를 돌려 “마음의 문” 제작진들과 유강엔터의 모든 사람한테 로열엔터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육시그룹의 최고 권력자인 육시준을 소개했다. 소개와 함께 멈췄던 플래시가 더욱 미치듯이 쏟아댔다.하지만 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모두 육시준을 향해서 라는걸.강유리는 그의 안 받침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모두 신아람 때문에 왔지만 이런 서프라이즈까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이건 육 회장이 처음 공식 석상에 참석한 것이다. “육 회장님, 뵙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젊으실 줄이야, 진짜 대단한 분이시네요.” 유강엔터의 마당발인 여한영은 먼저 인사를 해왔다. 육시준은 그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모든 사람은 이 행동에 놀랐다는 듯이 육시준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억만장자가 이렇게 성격이 좋으시다니. 강유리는 인파에 밀려서 몸이 휘청거려서 넘어질 뻔 했다. 그때 어떤 큰 손이 힘 있게 그녀의 허리를 둘러옴과 동시에 다른 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허리를 감싼건 육시준이였다. 손목을 잡아온건 소지석이다.두 쌍의 눈빛이 부딪치면서 쌍방 모두 경계심에 가득 찼다.“육 회장님, 유리는 잘 부탁드릴게요.” 소지석은 자신의 것을 지키는 듯한 말투로 말을 건네며 강유리를 자기 쪽으로 살짝 당겨왔다. 육시준은 순식간 표정이 어두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에 강덕준과 신주리랑 사람들이 강유리를 잡고 소리 지르며 상황을 따져 물었다. 소안영이 진즉 그들에게 귀띔해 주었기에 그들도 전혀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오늘 마침 주인공을 만났으니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을 뿐이었다. 육시준을 둘러싼 사람들은 다들 그와 말을 걸고 싶어 하였다. 모처럼 보스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한편 강유리는 몇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는데 그들은 아주 천박하게도 사적인 질문을 서슴없이 하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성신영은 질투심을 느끼며 술잔을 손으로 꽉 잡았다. 그래, 조금만 더 까불어 봐. 성신영은 나중에 신아람과 연락하여 강유리한테 똑같이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그때 문밖에서 30대로 보이는 외국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는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성신영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성신영은 오늘 오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그 남자가 신아람의 비서인 Daniel인 걸 대뜸 눈치챘다. 신아람의 모든 대외 사교활동은 전부 Daniel이 대신했기 때문이다. 이때 주변인들의 시선은 전부 육시준에게로 향하였기에 Daniel이 들어오는 것을 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성신영은 술잔을 들고 자신감 있게 Daniel을 향해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Daniel 씨, 저랑 한잔할래요?""아름다운 아가씨, 저를 아세요?"Daniel은 깜짝 놀라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성신영이 예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연예계에서 당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요."그러면서 성신영은 미리 준비해 둔 명함을 건넸다."'XD 미디어' 사장님께서 당신한테 관심이 많으시던데 시간 날 때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Daniel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신영 씨도 알겠지만, 난 그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직장인일 뿐이에요. 오늘 신아람 씨가 참석한다고 했는데 이따가 오면 내가 신영 씨한테 소개해 줄게요."성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