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가짜 친구도 큰 소리로 웃었다. “강 사장처럼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자기 친구한테는 저렇게 인색하네!”“아무리 많이 번들, 자기가 어쩌겠어? 강씨 집안이 있으면 더 부잔데! 성신영이랑 비교가 되겠어?”“맞아! 성신영은 그래도 대스타고, 발표 했다 하면 수천만원은 그냥 벌잖아!”“......”하나같이 속물이었다.성신영이 육씨 가문 넷째 도련님을 언급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이렇게나 값비싼 물건을 꺼내 들었으니, 모두가 아첨하기 바빴다.성신영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강유리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턱을 살짝 들어 조보희에게 신호를 주었다. “열어봐.”조보희는 갑자기 찾아 온 행운에 어안이 벙벙했다.아무 생각없이 홀린 듯 열어보았다.디테일이 세밀한 아름다운 목걸이가 있었다. 펜던트 부분은 작은 초승달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다이아몬드가 세세히 박혀 있었다. 정원의 화려한 조명 아래 투명하고 맑은 빛을 반사하였다.이유정은 목을 빼고 살펴보았다. 순간 눈이 번뜩였다.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였다.그녀의 눈빛에는 질투심이 스쳤다. 가벼운 콧방귀를 뀌며 브랜드 제품이 아닐거라고 계속 자기합리화하였다.조보희는 신나서 소리쳤다. “어머!!! 이거 월하미인 맞지?! 그치? 진짜 월하미인 맞는 거지?”강유리는 그녀의 안목이 만족스러웠다. “맞아.”조보희는 기뻐하며 벌떡 일어나 한마리의 호랑이처럼 강유리에게 달려들었다.강유리는 피할 새도 없이 그녀에게 껴안아졌다.그녀의 몸은 뻣뻣하게 굳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했다. “조보희!”조보희는 자신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재빨리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후 자신이 받은 선물을 들고 과시하듯 이유정의 앞에 내밀었다.“세마 선생님의 클래식 디자인, 월하미인 시리즈! 알지? 네 수준으로 봐서는 모를 것 같네! 시간남으면 패션 잡지 좀 읽지 그래? 사지는 못하더라도 알고는 있어야지! 안그러면 남들 앞에서 비웃음거리 된다? 하하하하!”
“…”강유리가 비웃느라 정신없을 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영상을 찾아보았다.자세히 영상을 살펴보더니 이내 무언가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정말 똑같은 걸 착용했네! 그때 코디가 너무 예뻐서 언론이 목걸이가 아닌 옷에만 집중한거였어!”“세상에!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된거야?”“도련님처럼 완벽한 사람이 이런 실수를 했다고?”“성신영이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성신영은 사방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얼굴은 새빨게졌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렇게 떠날 수 없었다. 이렇게 떠난다면, 모두 자신이 거짓말했다고 생각할 것이다.물건은 분명 육경원이 보낸 거다. 그녀는 반드시 육경원을 끌어들여야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바빠서 잘못 들고 왔나 본데? 전화해서 물어볼게.”말을 마친 후, 정말 곧장 전화를 걸었다.10분 후.검정색 마이바흐 차량 한 대가 입구에 멈춰 섰다.성신영은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 사람이 굳이 나를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먼저 나갈게. 보희야, 선물은 진짜 우리가 실수했어. 나중에 다시 사례할게. 내가 그이 대신 사과할게.”자연스럽게 자신과 육경원을 연결 지었고, 매우 친밀해 보였다.이후 모든 소녀들의 부러움과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받으며, 하이힐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한 남성이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남자의 얼굴은 눈에 익었는데, 바로 육경원이었다. 그는 이전에 각종 연회와 금융 잡지에 나온 적이 있었다...“흥, 육경원은 성신영에게 진심이네! 다들 봤죠?” 이유정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자랑했다. “진짜였네! 재결합했나 본데?”모두가 흥분한 채 질문하러 달려들었다.조보희는 강유리 옆으로 가 조용히 물었다. “무슨 상황이야? 성신영이 정말 너네 남편 동생이랑 붙어먹은 거야?”강유리는 입구를 주시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럴 줄은 몰랐어.”“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유강엔터는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무명의 중소 연예 기획사였던 곳이, 담당자가 바뀐 후 스타인 엔터와 견줄 만큼 성장하였고, 계속해서 신인을 발굴해 냈다.현재 상장을 앞두고 있는 잠재적 대기업으로 거듭났다.이건 비밀도 아니고 육경원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성씨 자매는 사이가 좋지 않다. 성신영은 엉뚱한 남자에게 돈을 쏟다가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제 그녀는 그를 표적으로 삼고 그를 이용해 유강 엔터테인먼트에 직접 투자하려는 것이다.그녀는 똑똑하지만 그다지 솔직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솔직하게 말했다면 그도 동의했을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마, 자금 문제는 내가 직접 해결할 거야. 그냥 조금 도와달라는 것뿐이야.” 성신영은 그의 침묵을 보고 황급히 해명했다.“넌 내가 여자 돈 쓰는 꼴을 보고만 있을 거 같아?” 육경원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성신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육경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오만함이 가득했다. “그냥 작은 엔터인데 뭐. 신영이 너가 갖고 싶다면, 내가 사줘야지.”성신영은 잠시 벙쪄 있다가 다급히 설명했다. “아니야, 난 내가 직접…”“쉿!”그는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댔다.그 따뜻한 눈빛은 뭔가를 꿰뚫어보는 듯했고, 그녀에게 경고했다. “말 들어, 난 착한 아이가 좋아.”그의 이름을 빌려 투자하는 것과 그녀가 목적을 갖고 그것을 사는 것은 다른 개념이었다.전자는 성신영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를 이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그가 그녀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그녀는 그에게 통제되고 의존할 것이다.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손해 보는 거래를 하지 않았고, 성신영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냉큼 받아들였다. “경원아 고마워. 그럼 나도 사양 안 할게!”남자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렇게 고마우면, 오늘 같이 집으로 갈까?”......강유리는 오늘 술을 좀 마
차량이 별장을 빠져나왔다.성찬은 아직도 고민중이었다. 자신의 끼를 선보여 이 여자가 자신을 다르게 보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첫 번째 단계에서부터 자신이 밉보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강유리는 그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때 휴대폰 진동을 느꼈고, 그녀는 폰을 집어 들었다.소안영이었다. 그녀는 아까 연회에서 소안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녀에게 육씨 가문의 구조를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소안영: [드디어 남편 뒷조사의 필요성을 느꼈니? 남자는 책과 같아서 천천히 읽어야 한다고 하지않았어? 왜?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어?]화면 너머로 그녀의 비웃음이 느껴졌다.강유리는 침착하게 정정했다. [제대로 알아봐. 대상은 육씨 가문이야.]소안영: [알아, 너 남편이 요주의 인물인 거지! 그 김에 육 가도 조사하는 거고.]소안영: [자료는 내가 다 모아놨어. 궁금하다면 지금 메일로 보내줄게!]강유리: […]역시, 서울에선 어떤 남자도 소안영의 눈을 피할 수 없다.메시지 창에서 나온 뒤, 그녀의 시선은 화면 맨 위에 떠있는 이름에 머물렀다.육시준.이날 출장 이후 두 사람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상대방도 더 이상 그녀를 걱정하는 '척'하지 않았다. 이 모호한 관계가 유지되는 한, 누구도 먼저 상황을 깨뜨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뽀뽀를 한 뒤 떠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고?’강유리는 입을 다물었다. 툭하면 그의 돈을 빼먹던 시절이 정말 그리웠다…“누님.”달달한 목소리에 강유리가 정신을 차렸다.고개를 들어 조수석을 본 그녀는 차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예를 들어, 외에 어떤 작품을 하셨나요?”성찬이 의아해했다. “모르세요?”“…”“제가 알아야 하나요?”은 남녀 주인공, 남녀 1,2와 그녀가 응원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강 감독이 고른 사람들이다.그녀는 그의 안목을 믿었고, 외모가 그저 그런
오후 11시쯤.JL 빌라 입구에는 사람과 차량이 거의 오가지 않아 조용했다.검은색 마이바흐와 입구 앞에 주차된 롤스로이스, 바람에 흐트러진 모습으로 서 있는 세 사람 뿐이었다.왕씨 아저씨는 어리둥절했다. ‘요즘 남자들은 모두 이렇게 노골적인가?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니?’강유리는 롤스로이스의 창문이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남편의 오만하면서도 잘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막 인사를 하려고 할 때, 이 괴상한 추천 멘트를 듣게 된 것이다…그녀는 차 안에서 풍겨오는 싸늘함을 느꼈다.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고개를 돌린 그녀는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내밀었다. “미안해요, 난 이미 결혼해서.”“상관 없어요.”성찬은 전에 연극에서 그녀를 본 이후로 계속 그녀를 주시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약지에 결혼 반지가 있음을 발견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육경서의 손에는 결혼반지가 없었다. ‘그 남자도 되는데, 내가 안될 건 뭐야?’그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그녀가 동의하기만 한다면,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는 매우 진지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꼭 입 다물고 있을게요! 필요할 때 나타나겠습니다. 제가 필요하지 않으시다면, 그저 가만히 누님의 전화만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질투도 하지 않을게요. 누님과 다른 사람의 관계는 신경 쓰지 않아요!”강유리는 자신의 등에서 느껴지는 한기를 의식하며 더욱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그쪽한테 관심이 없어요!”“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제가 육시준이라는 사람보다 잘생기지 않아서 인가요? 하지만 제가 그 남자보다 훨씬 믿을 만해요. 게다가 시중도 더 잘 듭니다!” 성찬이 약간 격앙되었다. 그는 몇 걸음 더 다가왔다. 마치 길에서 사이비를 전도하려는 사람같이 끈질겼다.그러는 이유는 역시 이 기회가 다시는 없을 기회이고 오늘을 놓치면 언제 다시 강유리를 만날지 몰랐기 때문이다.그는 정말 오늘 밤 그녀와 함께 별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강
그리고 육시준은 한 마디 덧붙였다.“앞으로 저 자식 tv에서 안 보게 해줘.”“알겠습니다.”임강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바닥에 주저앉아 한편 멀어져가는 육시준의 차량을 바라보는 성찬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하, 저 남자 도대체 뭐야?’한편, 육시준은 방금 전 우아한 표정은 싹 지운 채 어두운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할 뿐이다.잔뜩 경직된 채 앉아있는 강유리는 곁눈질로 육시준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뭐야? 아까랑 같은 사람 맞아? 혼자 고고한 척은 다하더니...’입술을 달싹이던 강유리는 어색한 기침과 함께 한마디 건넸다.“일주일은 걸린다고 하지 않았어?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그 덕분에 내 아내가 내 차로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즐긴다는 걸 알 수 있었지.”“...”“그쪽은 유부녀라도 괜찮대?”“...”“착하네. 배려심이 아주 깊어.”“...”나지막한 목소리임에도 그 말투에 담긴 비아냥거림이 그대로 느껴졌다.별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바람 현장을 딱 잡힌 것과 비슷한 상황, 강유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진짜 배역 때문에 만나려고 한 건줄 알았어. 그런데...”“배역 하나 따내려고 투자자들한테 어떻게까지 하는지 알잖아?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하지만 냉랭한 질타에 강유리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이런저런 프로젝트에 투자하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얼굴을 드러낸 건 처음이라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육시준의 포스에 눌려 결국 입을 다물어버리고 만 강유리다.‘하필 거기서 들키냐... 내가 왜 이런 죄책감을 느껴야 하냐고.’워낙 무거운 분위기에 운전대를 잡은 기사의 손에도 식은땀이 배어나올 정도였다.‘극한 직장이 따로 없네...’1초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기사는 엑셀을 거세게 밟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은 빌라 앞에 도착했다.육시준이 말없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작은 손 하나가 그의 옷소매를 잡았다.뭐야 하는 그의 눈빛이 손을 따라 강유리의 얼굴로 이동했다.‘막말로
순간 육시준이 그녀의 허리를 홱 잡아당기고...육시준의 뜨거운 입술이 당황한 채 벙긋거리는 강유리의 입을 막아버렸다.성지를 공략하는 장군에 빙의라도 한 듯 맹렬한 공세, 그리고 도망칠 수 없도록 허리를 꽉 감은 탄탄한 팔...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키스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아득해진 강유리가 결국 육시준을 밀어냈다.“야, 육시준...”살짝 뒤로 물러선 육시준의 눈에 들어온 건 촉촉한 강유리의 눈동자였다.그 촉촉함이 육시준의 마음에 닿더니 기세를 막을 수 없는 그리움의 홍수가 되어 솓아져내렸다.이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던 육시준은 강유리를 번쩍 들어안아 침대로 향했다.그녀를 살폿이 내려놓는 손놀림과 달리 그의 입술은 뜨거웠고 손은 빠르게 치마밑을 탐색하다 그녀의 허리에 도착했다.뜨거운 손바닥에 몸에 닿으니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한 기분, 가뜩이나 큰 강유리의 눈이 더 휘둥그레지며 육시준의 새카만 눈과 마주했다.‘심장이 터질 것 같아...’쿵쾅대는 심장이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기분에 강유리는 육시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그녀의 손길에 멈칫하던 육시준은 숨을 고르다 강유리의 입술에 스쳐지나듯 뽀뽀를 남겼다.“왜? 스킨십으로 내 화 풀어주려던 거 아니었어? 겨우 이 정도야?”뜬금없는 말에 강유리의 눈동자에 막연함이 가득찼다.한참을 멍하니 있던 강유리는 그제야 육시준의 말에 담긴 뜻을 눈치챘다.‘아까 내가 먼저 손 좀 잡았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이런 것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고...’강유리의 허리를 감싼 육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제 하다하다 연예인까지 만나?”육시준의 장난스러운 손길에 움찔하는 강유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그런 거 아니야...”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육시준의 입술이 강유리의 목덜미 구석구석을 훑다 쇄골에 멈추었다.“그런데 그 자식이 왜 네 차에 탄 건데? 너 마음만 먹으면 되게 잘 숨잖아.”‘이 남자가 정말...’강유리의 얼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이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그 동안 참았던 욕구를 전부 쏟아내려는 듯 무섭게 몰아치는 육시준 때문에 강유리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다음 날.강유리는 출근날인 것도 잊은 채 점심까지 자버리고 말았다.너무 오래 잔 걸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강유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꿈이었나?’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로 축 늘어진 몸과 아직도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통증이 어젯밤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깼어? 점심 먹어야지?”방으로 들어온 육시준이 싱긋 웃었다.“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 내가 옷이라도 입혀줄까?”“윽...”어딘가 장난기가 담긴 육시준의 목소리가 짜증 났지만 강유리는 괜한 자존심에 애써 쿨한 척을 해보였다.“하, 날 뭘로 보고.”하지만...침대에서 벌떡 일어선 강유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윽...”‘으악, 쪽팔려. 왜 지금 넘어지고 난리냐고.’그 모습에 방금 전까지 깐족대던 육시준이 부랴부랴 달려와 강유리를 부축했다.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은 살짝 붉은끼가 묻은 침대 시트로 향했다.‘진짜 바닥까지 보이는구나, 강유리...’“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얼, 얼른 내 옷 좀 가지고 와봐.”괜히 버럭 소리를 지르며 창피함과 쑥스러움을 감춰보는 강유리였다.“아, 그래.”고개를 돌린 육시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옷장으로 향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유리 역시 머리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버진인 걸 들켰으니 앞으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여자 코스프레는 못할 테고...이제 어떤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나 힘들어. 옷... 입혀줘.”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한편, 육시준은 모든 가면을 벗어던진 솔직한 강유리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그래도 앙칼진 게 더 내 스타일이란 말이지.’그가 풀 죽은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유리의 머리를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