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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이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그 동안 참았던 욕구를 전부 쏟아내려는 듯 무섭게 몰아치는 육시준 때문에 강유리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강유리는 출근날인 것도 잊은 채 점심까지 자버리고 말았다.

너무 오래 잔 걸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강유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꿈이었나?’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로 축 늘어진 몸과 아직도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통증이 어젯밤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깼어? 점심 먹어야지?”

방으로 들어온 육시준이 싱긋 웃었다.

“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 내가 옷이라도 입혀줄까?”

“윽...”

어딘가 장난기가 담긴 육시준의 목소리가 짜증 났지만 강유리는 괜한 자존심에 애써 쿨한 척을 해보였다.

“하, 날 뭘로 보고.”

하지만...

침대에서 벌떡 일어선 강유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윽...”

‘으악, 쪽팔려. 왜 지금 넘어지고 난리냐고.’

그 모습에 방금 전까지 깐족대던 육시준이 부랴부랴 달려와 강유리를 부축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은 살짝 붉은끼가 묻은 침대 시트로 향했다.

‘진짜 바닥까지 보이는구나, 강유리...’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얼, 얼른 내 옷 좀 가지고 와봐.”

괜히 버럭 소리를 지르며 창피함과 쑥스러움을 감춰보는 강유리였다.

“아, 그래.”

고개를 돌린 육시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옷장으로 향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유리 역시 머리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했다.

버진인 걸 들켰으니 앞으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여자 코스프레는 못할 테고...

이제 어떤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 힘들어. 옷... 입혀줘.”

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육시준은 모든 가면을 벗어던진 솔직한 강유리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앙칼진 게 더 내 스타일이란 말이지.’

그가 풀 죽은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강유리의 머리를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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