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주머니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으니...그녀가 모시는 사모님은 결코 순진하고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괜찮아요. 그 동안 제가 했던 짓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죠 뭐.”“보상이요?”“네.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어렸을 때 쟤를 좀 괴롭혔던 것 같아요, 제가.”‘아, 그런 거였나?’그리고 그녀도 모르는 사이 옷방에 생긴 엘리베이터 버튼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할 새도 없이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하석훈에게서 걸려온 전화.역시 라이벌 브랜드답게 데이오 쪽에서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전화를 끊고 보니 그녀가 데이오 쪽에 보냈던 CCTV 영상이 어느새 SNS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정말 DH 직원이라고? 표정 왜 저러냐?”“조작 아니야?”“데이오 측에서 유출한 건데 조작은 아닐 듯. 조작이면 바로 소송감이잖아.”“그런데 어느 재벌집 사모님이지? 도대체 한 번에 옷을 몇 벌 사는 거야...”한편 LK그룹.역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시준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LK 소유 모든 백화점에 오늘 부로 DH 브랜드는 전부 철수시키라고 해.”“김 회장님과 친분도 있으신데 이렇게 바로 결정을 내리시는 건 좀 이르지 않을까요?”임강준이 의아한 듯 물었다.“그 알량한 친분마저 없었으면 진작 이렇게 했을 거야.”“알겠습니다.”한편, LK그룹의 공식 성명은 어떻게든 발버둥치려던 DH에게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DH본부 회의실.김 회장의 손자, 김찬욱 대표가 기획안을 던져버렸다.“영상, 어제 우리 측에 먼저 보냈다면서. 하루 종일 연구한 솔루션이 겨우 이겁니까?”“저희도 그쪽에서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LK 쪽에서 뭐가 모자라서 VIP 카드 한 장에 넘어갑니까? 다들 정신 안 차려요!”김찬욱의 불호령에 다들 고개를 푹 숙였다.‘LK그룹 쪽 사람인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죠...’두 눈을 질끈 감은 김찬욱이 물었다.“사고 친 직원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안하린 씨는 대표님 사촌누
순간, 잠시나마 요행을 바랐던 안하린의 기대감이 와장창 부숴졌다.한편, JL빌라 성신영의 집.반복하여 CCTV 영상을 확인하는 성신영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 비록 클라이언트의 얼굴에는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강유리의 그림자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설마 형부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 이 옷들... 정말 강유리가 버린 거라고? 하, 그리고... 저긴 우리 빌라 펜트하우스잖아. 저긴 LK그룹 대표 소유 아니었어? 강유리가 왜 저기 있는 건데! 설마... 남편이 LK그룹 쪽 사람인 건가?’성신영이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강유리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아는데 LK그룹 오너가에서 강유리를 며느리로 들일 리가 없잖아!”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에 그녀는 바로 임천강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무심만 연결음만 울릴 뿐, 받는 이는 없었다.한편, 스타인 엔터도 비상상황에 접어들었다. 표절논란을 겨우 누른 게 며칠 전인데 이번엔 유명 작가 추예진이 직접 가 을 표절했으며 본인은 각색에 참여할 것이라고 SNS에 발표했기 때문이었다.이에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전에도 표절논란 있지 않았나?”“유강엔터... 듣보잡이네. 그래서 당했나 보다.”“역시 갓예진님! 작가로서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원작을 존중하는 모습, 멋지십니다!”“듣보잡이라니. 유강엔터는 강유리가 운영하는 회사잖아.”“강유리도 불쌍하다. 자기가 업어키운 남자한테 배신당한 거잖아.”“누가 누굴 업어키워. 임천강은 강유리한테 딱히 마음도 없는 모양이더구만.”“애초에 도 임천강, 강유리 두 사람이 서로 자기가 제작하겠네 난리를 피우지 않았나? 뭐, 인과응보 이런 건가?”댓글을 확인하던 임천강의 얼굴이 빠각 일그러졌다.‘강유리...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괜히 심쿵해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척 날 속여서 더 큰 자본을 들이게 만들고... 이제
“이번에는 빨리 움직이셨네요.”저번에 신주리를 스카우트했을 때도 제대로 된 마중 인사도 없어 구멍가게 엔터회사는 이래서 안 된다고 말했던 게 바로 며칠 전 일이었으니 강유리가 이런 반응을 보일만도 했다.“아... 사실 저 항상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전에는 이 능력을 발휘할 곳이 없었을 뿐이죠.”‘가식적인 인간.’아부 가득한 미소를 짓는 여한영을 무시한 강유리가 사무실로 들어오고 하석훈이 그 뒤를 따랐다.“LK그룹 소유의 모든 백화점에서 DH 패션 브랜드 제품 전부 철수시켰답니다.”“LK그룹에서요?”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단순히 DH와 선을 그으려는 건 아닌 것 같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사무실 의자를 빙빙 돌리며 잠깐 고민하던 강유리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만 이 일에서 손 떼죠.”표절논란에 DH 갑질까지. 강유리를 비롯한 유강엔터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 여기에 LK그룹 유명세에 한발 더 얹는다면 분명 더 큰 화제를 끌 수 있을 것이다.뭐 강유리야 마다할 게 없는 일이었지만 육시준에게 민폐가 될까 봐 걱정이 앞서서였다.한편, 사무실까지 따라 들어왔던 여 본부장이 눈을 반짝였다.“잠깐만요. LK요? 이번 일에 LK도 연관이 있는 겁니다.”“아니요.”강유리와 하석훈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니 여 본부장은 왠지 소외감이 드는 기분이었다.하석훈이 나간 뒤에도 사무실을 서성이던 여 본부장이 씨익 웃어보였다.“유리야...”“왜요.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 이렇게 징그럽게 구실까?”순간, 육시준도, 추예진도 왜 애교를 부리는 그녀를 그런 경악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스타인 엔터도 이번 일로 출혈이 클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거기 있는 네 사람들 전부 끌어오는 게 어때? 또 누구, 누구 있어? 미리 준비는 해둬야 할 거 아니야.”정말 기록이라도 하려는 건지 여 본부장은 태블릿까지 들었지만 강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없는데요? 주린이랑 추예진 작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강유리는 몇 개 중요한 문건을 처리하고 난 뒤 멍하니 있다가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했다. 검색어 1위에 걸려있는 이슈는 다름 아닌 LK 백화점이 모든 DH 제품을 치웠다는 소식이었다. 다음으로 ‘DH 개인 주문 제작’, ‘추예진 베리 시즌 합류’, ‘심쿵해 표절 논란’ 등이 인기 검색어로 걸려있었다.짧디짧은 반나절사이에, DH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에 천지개벽의 변화가 일어났다. 조보희와 강유리의 브랜드를 칭찬해 주던 영업 계정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히려 성신영의 지명도는 더욱 넓어졌고, 팬들은 분명 누군가 일부러 벌인 짓일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한 블로거는 강유리가 ‘베리 시즌’ 제작사의 대표인 데다가 성신영 부부와의 관계가 어떠하다는 둥, 또 조보희의 목소리가 담긴 짤을 첨부하면서 강유리가 이 모든 것을 계획했고, 목적은 성신영에게 복수하려는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반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맞장구를 치는 사람도 많았고, 논쟁이 그치지 않았다.강유리는 다른 계정으로 해당 블로거의 분석에 ‘좋아요’를 누르고는 LK 백화점이 모든 DH 제품을 치웠다는 소식을 캡처해서 육시준에게 보내려고 그와의 대화창을 열었다.【여보가 한 거야? 】2분쯤 지나서야 육시준에게서 답장이 왔다.【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냥 의견을 냈을 뿐이야. 】강유리는 지극히 객관적인 그 글을 보면서 그의 담담한 말투가 눈앞에 생생히 떠올랐다.【여보, 내가 말했었나? 여보 약간 엄청나게 멋진 회장님 기질이 있다고?】‘과정이 험난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육시준은 마치 힘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그녀를 도와주는 것 같이 담담하기 그지없었다.【회장님 기질? 방금 말했잖아.】그는 몇십 초 지나서 또 물었다.【어때? 만족해?】강유리는 그의 물음을 한참 보다가 대답했다.【이렇게 된 결과에 대해 만족하냐고? 아니면 회장님 같은 게 만족스럽냐고?】【둘 다.】강유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웃으며 대답했다.【결과에 대해선 그럭저럭? 만족은 했지.
집안의 일이 잘못되었는데도 육시준은 한참 동안 육경서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폭풍전야 같은 기분은 그를 불안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강유리의 문자가 온 것을 보고 그녀의 덕을 보고 싶었다. “아마도 내가 눈에 거슬릴 거예요.”맥없이 축 처져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강유리는 생각에 잠겼다.‘둘만의 세계를 즐기고 싶었던 건가? 하긴, 도련님이 있는 것보다 조용하긴 하겠네.’그녀가 침묵하자 육경서가 당황한 듯 말했다.“형수님, 혹시 저를 싫어하시는 건 아니죠?”강유리는 대충 대답했다.“그럴 리가요.”누가 돈줄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그럼 절 데리러 오실 수 있어요? 형수님이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해주시면 안 돼요? 내가 들어오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강유리는 어이가 없었으나 육경서가 불쌍하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 육시준에 대해 매우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육경서도 유달리 애틋하게 생각했다. 시간을 보니, 4시 반이었다. 그녀는 집에 가는 길에 마중 가는 것도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저녁에 촬영 있어요? 아니면 제가 지금 데리러 갈까요?”“촬영 없어요. 지금 당장 오셔도 돼요!”육경서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를 끊고 휴게실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었다.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팀과의 동거를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였다. 지나가던 직원들이 한껏 들뜬 그의 모습을 보고 농담조로 물었다.“오늘 데이트 있나 봐요? 기분 좋아 보이네요?” 그는 헤벌쭉해서 대답했다.“저는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볼게요. 저녁 여기서 안 먹을 거니까 제 건 안 챙기셔도 돼요.”사람이 있는 곳에는 입소문이 돌기 마련이었다. 그의 이상한 행동은 금방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한테 알려졌다. 촬영장 모퉁이에서 남자 조연 배우와 카메오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자 조연 배우는 휴게실 방향을 쳐다보면
강유리는 어떻게 밸런타인데이를 보낼 것인지 진지하게 계획하기 시작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오 씨 아주머니가 오늘 저녁에 샤부샤부를 먹는 게 어떠냐고 묻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요 며칠 담백한 음식만 먹어서인지 그녀는 자극적인 것이 먹고 싶었던 참에 잘 됐다고 생각했다. ‘우리 여보 위가 안 좋은데…… 남편 생각도 해야지.’하지만 강유리는 담백하게 먹는 것과 건강하게 먹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그래서 고민 끝에 몸 관리의 신이라고 불리는 신주리한테 메시지를 보냈다.【위에 좋은 음식 좀 추천해 줄래? 맛도 좋고 기력에도 좋은 거 어디 없나?】【위에 좋은 음식이랑 기력 보충하는 거랑 완전히 다르지. 다 네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한테 해주려고 그래?】【누구긴 누구야. 남편이지. 위가 안 좋아서 좀 안쓰러워. 자주 밤새워서 일하니까 기력 보충도 좀 시켜야 도리 것 같아.】【부러우면 지는 거다, 정말.】신주리의 옹졸한 이모티콘을 끝으로 둘의 대화는 일단락됐다. ......차가 JL빌라 마당으로 들어섰다. 강유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낯선 차량 몇 대가 마당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육경서를 흘깃 쳐다보았고, 그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의문점을 가진 채 차를 세워놓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객실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낯선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반짝이는 두 눈은 가만히 있어도 매력을 마구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중년 남자 한 명과 작업복을 입은 사람 여러 명이 서 있었다.강유리는 낯익은 옷을 보고 DH 브랜드임을 알아보았다. 오 씨 아주머니가 그들에게 차를 대접하려는데, 강유리가 온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 가방을 받아들며 말했다.“대헌그룹에서 오셨대요.”아주머니의 말에 강유리의 눈빛은 조금 흔들렸다. LK그룹의 행동에 대헌그룹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먼저 일 보세요. 아, 이 요리들 할 줄 알아요?”강유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신주리가 보내준 레시피를 내밀었다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이때 육경서가 다급하게 김찬욱을 밀어냈다.“비켜! 그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로 우리 형수님한테 수작 부리지 말라고!”한참을 비틀거리다 겨우 중심을 잡은 김찬욱이 소리쳤다.“육경서!”“하, 왜? 이게 사과하러 왔다는 사람 태도야? 형수님, 저 자식이 주는 거 받지 마요. 다음 해 형수님 옷장은 내가 평생 책임질게요! 저딴 브랜드 옷 안 입으면 그만이니까!”하지만 김찬욱도 지지 않겠다는 듯 한 마디 덧붙였다.“앞으로 3년 동안 형수님이 사는 옷 전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브랜드는 형수님이 원하는대로 고르시고요.”“난 5년 동안 책임질 건데?”“10년!”“20년!”“평생! 평생 책임지겠습니다.”이에 육경서가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기싸움에서 진 사람답지 않게 계획대로라는 간사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김찬욱도 그제야 자신이 당했음을 인지하곤 입술을 꽉 깨물었다.저번 드레스룸을 꾸밀 때의 규모를 생각해 보면 해마다 옷에 쓰는 돈이 꽤 많은 것 같은데 그걸 평생 책임지게 생겼다니...게다가 내 여자도 아닌 다른 여자에게 그런 돈을 써야 한다니 속이 쓰려왔다.“아닙니다. 제 옷 정도는 저희 남편이 충분히 살 수 있어요.”하지만 정작 강유리가 거절하니 김찬욱은 더 다급해졌다.“형수님, 우리 사이에 이렇게 매정하게 구실 겁니까?”“우리 사이?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인데요?”“시준 형이랑도 제가...”“우리 형 쟤랑 안 친해요.”때마침 육경서가 탁 맥을 끊어버리자 두 사람은 다시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희한하게 그 모습이 사이가 나빠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찐친끼리 서로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인달까?한편, 쿠션을 끌어안은 강유리의 눈동자가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스쳤다.김찬욱에 대해선 그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김대헌 회장이 애지중지하는 손자로 워낙 오냐오냐 하면서 키워서인지 싸가지는 없어도 비즈니스적인 능력은 출중하다고 알려진 인물.젊은 나이에 대헌그룹에서 요직을 떡하니 차지한 건 온전히
말을 마친 강유리는 두 사람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갔다.‘이상해... 예감이 안 좋단 말이야...’불안한 얼굴로 입술을 물어뜯던 육경서는 은혜라도 입은 듯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찬욱의 모습이 들어오니 왠지 더 울컥했다.“하이고, 지금 웃음이 나와?”“왜? 뭔데?”오늘 저녁 식사에서 이 모든 거짓말이 전부 들통난다면 김찬욱도 육경서도 화를 면하기 힘들 터, 서로의 안위를 위해 육경서는 김찬욱에게도 육시준, 강유리의 기막힌 인연과 오해에 대해 털어놓았다.“우리 형수님이 얼마나 똑똑한데. 지금 뭔가 눈치채신 것 같거든? 우리 형이 LK그룹 회장인 게 들통나면 우리 형은 끝이야. 우리 형이 끝장나면 너도 나도 무사할 것 같아?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조용히 밥이나 먹어. 알겠어?”한편, 옷을 갈아입고 나온 강유리가 휴대폰을 확인했다.[바빠?]육시준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한 그녀는 자연스레 답장했다.[응. 도련님도 집으로 오셨어. 아주머니한테 당신 좋아하는 음식 잔뜩 해두라고 했으니까 일찍 들어와?]...한편, 불그스런 저녁 노을이 물들인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유강엔터 회사 건물 앞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떡하니 멈춰서있다.벌써 20분 넘게 이곳에서 강유리를 기다리고 있던 육시준은 문자를 확인하고 깊은 침묵에 잠긴다.한동안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만 노려보는 육시준, 그런 그의 눈치를 살피던 임강준이 넌지시 물었다.“사모님께서 많이 바쁘신가 봐요?”“퇴근했다네. 경서 데리러 갔었나 봐?”‘이크, 사모님이랑 엇갈리셔서 기분이 안 좋으셨던 거구나...’“그 자식은 멀쩡한 차 두고 왜 운전을 안 해? 차고에 자리만 차지할 거면 차라리 팔아버리는 게 낫지. 임 비서, 알아서 처리해.”“알겠습니다.”육경서도 모르는 사이 소유 차량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고 소름 끼치게 차가운 목소리에 임강준마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이크, 정말 화가 나셨나 보네.’차고에 있는 육경서의 차량 중 몇 대는 아직 제대로 개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