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9화

집안의 일이 잘못되었는데도 육시준은 한참 동안 육경서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폭풍전야 같은 기분은 그를 불안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강유리의 문자가 온 것을 보고 그녀의 덕을 보고 싶었다.

“아마도 내가 눈에 거슬릴 거예요.”

맥없이 축 처져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강유리는 생각에 잠겼다.

‘둘만의 세계를 즐기고 싶었던 건가? 하긴, 도련님이 있는 것보다 조용하긴 하겠네.’

그녀가 침묵하자 육경서가 당황한 듯 말했다.

“형수님, 혹시 저를 싫어하시는 건 아니죠?”

강유리는 대충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누가 돈줄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럼 절 데리러 오실 수 있어요? 형수님이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해주시면 안 돼요? 내가 들어오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

강유리는 어이가 없었으나 육경서가 불쌍하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 육시준에 대해 매우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육경서도 유달리 애틋하게 생각했다.

시간을 보니, 4시 반이었다. 그녀는 집에 가는 길에 마중 가는 것도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저녁에 촬영 있어요? 아니면 제가 지금 데리러 갈까요?”

“촬영 없어요. 지금 당장 오셔도 돼요!”

육경서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를 끊고 휴게실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었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팀과의 동거를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였다. 지나가던 직원들이 한껏 들뜬 그의 모습을 보고 농담조로 물었다.

“오늘 데이트 있나 봐요? 기분 좋아 보이네요?”

그는 헤벌쭉해서 대답했다.

“저는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볼게요. 저녁 여기서 안 먹을 거니까 제 건 안 챙기셔도 돼요.”

사람이 있는 곳에는 입소문이 돌기 마련이었다. 그의 이상한 행동은 금방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한테 알려졌다.

촬영장 모퉁이에서 남자 조연 배우와 카메오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자 조연 배우는 휴게실 방향을 쳐다보면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