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다들 떠받들려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걸려고 하지 않았다...강미영이 들어오자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고도 대범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강미영이라고 합니다.”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겉치레로 인사를 건네고 나서는 다시 침묵에 빠졌다. 소지석도 이런 자리는 처음인지라 센터에 앉은 것이 불편한지 존재감을 감추려 애쓰더니 강미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미영 누나. 오랜만이네요.”“지석아. 네가 여기 웬일이야?”강미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자 소지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요즘 스케줄이 많지 않고 유리가 힐링하는 프로라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바람도 좀 쐴까 해서요.”그 말에 강미영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여행 프로라고? 릴리가 나한테는 연애 예능프로라고 했어.”그러자 소지석이 눈꼬리를 끌어올리며 되물었다.“그래요?”두 사람이 서로 엇갈린 견해를 가지자 자연히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예를 들어 소지석의 옆에 앉은 과묵한 남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다들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제 조카딸은 저한테 야외탐험 프로라고 알려줬어요. 게스트들과 함께 깊은 산골에 들어가서 약초도 채집하고 관객들에게 약초 지식을 널리 전파해야 한다고 했어요.”남자 말이 끝나자 그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한테 네 번째 답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 프로는 보물찾기 예능프로라고 했어요.”“보물찾기요?”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맞아요. 저는 골동품 감별사예요. 제 학생이 말하기를 이 프로는 정부에서 제작한 골동품을 감별하고 복구하는 그런 프로라고 했어요.”촬영장 내부가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고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댓글에 온통 ‘하하하’로 도배되면서 관객들이 게스트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이 프로는
강미영이 들어오면서부터 심수정의 시선은 그녀의 몸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보기에는 강미영이 온화하고 상냥해 보였지만 한 번도 자기한테 눈길을 주지 않았다.심수정은 강미영이 자기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릴리가 비록 승낙했지만 줄곧 강미영과 연락이 닿지 않기에 무슨 태도인지 알 수 없었다...“전 강미영 씨를 만나러 왔어요.”심수정은 강미영의 방향을 바라보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그 한마디 말은 전체 촬영장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여자 게스트의 표정이 더없이 다채로워지더니 이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들어있어 종잡을 수 없었고 채널에도 댓글이 난무했다.“지원 언니 표정이 정확히 지금 나의 표정이야.”“심 여사 표정하고 말투가 너무 멋져.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어.”“호기심이 많으면 다쳐.”“무슨 상관이야? 자기 딸이 상대방의 딸한테 괴롭힘을 받았는데 수정 언니가 가만있을 수 있겠어? 이건 명백한 도발이야.”“위층 댓글러 진정해요. 아무 말이나 해서 심씨 가문에 피해주면 안 돼요.”심수정의 말에 강미영은 미동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전혀 당황하지 않은 침착한 모습은 마치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내심 탄복했다. 심수정은 이내 입을 열고 설명했다.“제가 강미영 씨를 좋게 보고 있고 함께 식사라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요. 이렇게 만났으니 이제 기회가 있겠죠?”그러자 강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다들 아는 사이세요?”태도가 냉랭한 고고학자가 입을 열자 과묵하게 앉아 있던 한의학자가 싸늘하게 말했다.“저는 몰라요.”그러자 한지원이 조용히 말했다.“저는 아는데 저분들은 저를 모르실 거예요.”그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미영에게로 집중했다.그녀가 도착하고부터 촬영장 분위기가 차츰 풀렸으니 혹시 제작팀이 강미영 중심으로 게스트를 섭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면서 다들 지인인 줄로 알았다.
피디도 게스트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요해가 없이 등 떠밀려 출연하게 되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제 두 명의 비밀 게스트가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 줬다. 피디 말에 유일하게 이 프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했던 한지원이 갑자기 생각났는지 말했다. “맞아요. 두 명의 게스트는 연예인이고 서프라이즈라고 했어요. 혹시 미영 언니는 누군지 알아요?”강미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몰라요.”“그럼 다른 분들은 혹시 아세요?”한지원이 묻자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소지석이 웃으며 말했다.“미영 누나가 모른다면 우리는 누군지 더 모르죠.”한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대놓고 말해도 되는지 싶었다. 관객들도 게스트들의 진솔함에 놀랐다.“소지석 씨 너무 솔직하시다. 그리고 미영 언니 표정이 너무 재밌어. 깜빡하고 확인 못 해서 아쉽다는 그런 표정이었어. 하하하.”“소지석 씨와 유리 언니가 친하다고 하지 않았나?”“소지석 씨가 진짜로 유리 언니한테 속아 놀러 온 거네.”“게스트들이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속아서 출연했다는 자체가 이미 서프라이즈인데 두 명의 비밀 게스트는 누구일까? 너무 기대된다.”일정을 상의하려면 모든 게스트가 전부 도착해야 했기에 제작팀은 일부러 비밀 게스트를 맨 나중에 출연하도록 안배했다. 그 시간 JL빌리지 대문 앞. 밴 두 대가 앞뒤로 나란히 도착했고 별장 문 앞에는 이미 카메라맨이 준비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밴 문이 열리더니 가녀린 모습의 아가씨 한 명이 내렸고 타이트한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살짝 볼륨이 있는 긴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고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밀어 올려 스트일리시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였다. “뭐야? 신주리야?”“세상에, 열애를 인정한 지 얼마 됐다고 연애 예능에 출연한다고?”“미친 거 아니야? 연예인인데 이 프로가 무슨 컨셉인지 모른다고 하면 나는 절대 믿을 수 없어.”“이건 뭐 당당하게 당나귀를 타고
너무 놀라 휘둥그레진 그녀의 눈빛을 따라 카메라가 이동하더니 멋진 남성의 얼굴이 관객 앞에 나타나자 댓글 창이 아수라장이었다.“뭐야? 육경서야?”“이게 무슨 일이야?”“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연애 프로에서 열애를 인정한 두 남녀가 만났으니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이건 제작팀 의도야? 아니면 두 사람이 짜고 치는 거야?”“어머,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잖아요? 열애 인정하고 바로 여자 꼬시러 왔어요?”“이렇게 떳떳하게 당나귀를 타고 말을 찾아도 돼요? 체면이고 뭐고 상관없 나봐요?”“신주리 팬들 그만해. 신주리가 왔는데 우리 오빠가 왜 못 와?”댓글 창도 난리이지만 현장 분위기도 장난이 아니었다. 육경서도 신주리를 보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더니 먼저 물었다.“너 왜 여기에 있어?”“네가 왔는데 나는 왜 못 와?”신주리가 고개를 하늘 높이 쳐들고 카메라가 켜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쌀쌀맞게 말하자 방금 전까지 당황해하던 육경서는 이내 침착하게 받아쳤다.“네가 왔는데 내가 오면 또 어때?”“마음대로 해. 나와 무슨 상관이야?”“당연히 너와 상관이 없지. 우리가...”“경서 형.”차에 있던 매니저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았고 두 철천지원수가 만났으니 사태가 커지기 전에 적절한 선에서 제재를 시켜야 했다. ‘제기랄, 이건 라이브 방송이라고.’신주리 매니저도 얼굴빛이 사색이 되면서 육경서 매니저가 제지했기에 다행이지 아니면 무슨 큰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안 되었다. 매니저는 어렵게 신주리의 시선을 끌어온 뒤 두 손을 합장해 제발 부탁한다는 사인을 보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적어도 이렇게 빨리 사생활을 폭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니?’그렇게 되면 이 프로는 여기서 막을 내려야 한다. 두 사람의 매니저는 무슨 상황인지 잘 알고 있지만 소속사로부터 절대 폭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를 받았다. 두 매니저도 두 사람이 만나면 티격태격하리라고 예상했지만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낌 없이 다
“너와 경서가 전에...”“네. 저희 사귀는 거 맞아요. 릴리가 저보고 밖에 다니면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해서요.”신주리도 관객들이 호기심에 차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강미영의 화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강미영이 다시 물었다.“그래서 너도 이 프로가 여행 예능이라고 생각한 거야?”신주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여행 플러스 연애 예능이란 걸 알고 왔어요. 여행할 겸 이모 연애도 봐 드리려고요.”강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신주리가 계속해 말했다.“너도라고 하셨죠? 그럼 릴리가 이모한테 여행 프로라고 속였어요?”그러자 강미영이 말했다.“그런 건 아닌데 지석은 그렇게 알고 있더라고.”“괜찮아. 요즘 한가하기도 하고 해서 휴식하는 셈 치지 뭐.”신주리가 소지석을 향해 가여운 눈빛을 보내자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만일 이곳에서 인연을 만나면 더 좋고.”신주리가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말했다.“좋은 인연을 찾기 바라요.”신주리의 말이 끝나자 강미영은 화제를 이어 육경서에게 물었다.“그럼 경서 넌? 넌 뭐 하러 왔어?”강미영의 말에 신주리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자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는 육경서의 시선과 마주쳤다.“보긴 뭘 봐?”신주리가 갑자기 빽하고 소리 지르자 육경서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왜 이렇게 난폭해? 내가 뭘 보던 너와 무슨 상관이야?”그러자 신주리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훔쳐본 게 자랑이야?”“신주리...”“그만해. 안 본 지 꽤 됐는데 너희 두 사람은 왜 변한 것이 없어?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이야.”강미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육경서가 ‘쳇’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릴리 그 계집애가 저보고 출연하라고 했어요. 저보고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놀다 오라고 했어요.”강미영 덕분에 관객들은 그제야 상황을 알 수 있었고 댓글도 온통 그런 글들이었다.“이제 보니 모든 것이 우리 릴리 공주님의 계획이었어. 아침에 한바탕 두들겨 맞은
여한영이 릴리를 위해 밤낮으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이 계집애는 회사의 두 탑을 팔아넘겼을뿐더러 그것도 연애 예능프로에 팔아넘겼다.만일 시청자들이 이 두 사람의 인성을 의심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여한영은 몹시 화 나 있었고 양율은 안간힘을 써도 제지할 수가 없었다. 몇 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뒤 여한영이 벌컥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왔고 릴리는 상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아저씨도 라이브 보셨어요? 너무 재밌지 않아요? 일주일 동안 실시간 검색에서 내려 올 일은 없겠어요.”여한영은 너무 화가 나 얼굴이 뻘게지면서 말했다.“재밌긴 개뿔! 내가 얼마나 어렵게 여론을 진압했는데 이게 대체 뭔 일이야?”릴리는 여한영이 뿜어내는 침방울을 피해 잽싸게 뒤로 몸을 피하면서 말했다.“여론을 진압한다고 될 줄 알아요?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두 사람은 끝없이 질타를 받을 것이고 따라서 평판도 차츰 나빠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나중에 일에도 영향을 끼칠 거잖아요?”릴리의 말에 여한영은 입만 끔벅였지 아무 말도 못 했다. 신주리가 죽어도 신분을 공개하려 하지 않기에 대중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소속사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다른 기사로 여론을 진압하는 방법뿐이었다.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방송 보셨죠? 지금은 여론이 확연하게 틀리잖아요. 두 사람이 얼마나 자연스러워요? 육경서가 아무리 대단한 배경이 있다고 해도 아직은 주리 언니 남자 친구잖아요. 두 사람의 평소 모습을 리얼로 대중에게 보여주면 소문이 자연히 사라지게 돼요.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도 좋아질 수 있고요.”릴리는 좋은 말로 발작하기 일보 직전인 여한영을 다독였다.여한영도 릴리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기를 속였다는 점이 아주 불쾌했다.“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먼저 나와 상의했어야지.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프로인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돼?”하도 여론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추세이기에 당분
“소지석 씨 아직 솔로 맞죠? 결혼 사실을 숨겼단 건 전부 헛소문이죠?”“...”육시준이 한참 동안 방송을 지켜보더니 소지석과 이모가 꽤 친한 것 같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지석은 현장에서 강미영과만 아는 체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지 않으면 이모 말에 가끔 반응하는 정도였고 남녀 게스트 불문하고 거의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며 온몸으로 거부감을 나타냈다.육시준은 살짝 눈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수상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자가 있잖아. 가끔 보면 되게 쑥스러워하는 구석이 있어.”강유리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죠?”“소지석 씨 급이라면 이렇게 한가할 리 없잖아. 만일 당신이 특별히 요청한 것이 아니라면 매니저가 미리 체크했을 것 아니야. 속아서 출연했다는 건 말이 안 돼.”“그렇다면 지석 오빠가 이 프로를 위해 자진해서 출연했다는 뜻인가요?”“더욱 정확하게 말한다면 게스트 중의 누구를 위해 출연했겠지?”강유리는 호기심이 잔뜩 한 얼굴로 육시준을 바라봤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등 뒤에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여자는 왜 저기에 있어?”강유리는 육시준의 말을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등 뒤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불쾌한 듯 말했다.“아빠, 그러다 제가 놀라 죽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바론 공작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기 서 있은 지 한참 됐는데 누구도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잖아.”‘정 보고싶으면 티비로 보면 될 것이지...’“저 여자가 고정남 부인 아니야? 저 여자는 왜 저기에 있어?”바론 공작이 다시 한번 묻자 육시준이 답했다.“고정남과 이혼했어요. 그리고 조금 전에 이모를 만나기 위해 출연했다고 말했어요.”육시준의 말에 바론 공작은 눈살을 찌푸리며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왜? 뭐 하려고?”그런 바론 공작의 모습이 우스운지 강유리가 키득거리며 물었다.“아빠, 왜 그렇게 긴장해요? 아빠 연적이에요? 저 여자가
별장 내는 한바탕 북적이고 나서야 드디어 방송다운 방송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목적지를 선정하는 순서였다.친한 친구끼리 여행을 가도 모순이 생기기 마련인데 오늘 금방 면목을 익힌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작팀은 게스트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이 생기기를 기대했고 이런 장면이 예능 프로에서는 제일 큰 볼거리였다.육경서와 신주리가 나중에 도착했기에 강미영은 다른 게스트들이 속아 출연하게 된 계기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나서 자기 생각을 밝혔다. 먼저 게스트들이 희망하는 목적지를 선정하고 미션으로는 약재 채집과 보물찾기가 확정되었으니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자 소지석이 먼저 제의했다. “만일 다른 특별한 의견이 없다면 먼저 서 선생님과 주 선생님의 뜻에 따라 약초 채집과 보물찾기를 하는 게 어때요?”한지원은 재밌게 노는 것이 목적이라 어떤 제의에도 의견이 없었다.“전 다 괜찮아요.”심수정의 목적은 강미영이기에 그녀도 한지원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의견이 없었다. 육경서와 신주리도 소지석의 제의를 반대하지 않았기에 일단 미션을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그럼 약초 채집을 먼저 할까요? 보물찾기를 먼저 할까요?”제작팀이 핵심 질문을 제기했고 선택은 서진태와 주상현의 몫이었다. 두 사람은 인연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그들에게는 미션의 순서가 아주 중요했고 심지어 자기 미션이 끝나면 바로 하차하고 위약금 같은 건 추천한 사람이 배상하게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들의 시간은 더없이 귀중하기에 인연을 찾는 데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침묵에 빠졌고, 침묵에 빠졌다는 건 자기 미션을 먼저 진행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려 하지 않자 촬영장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싸늘해졌고 다들 서로 눈치 보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제작팀 나쁜 자식들, 꼭 이렇게 내분이 생길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내곤 하지.’육경서는 두 사람을 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