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경서가 전에...”“네. 저희 사귀는 거 맞아요. 릴리가 저보고 밖에 다니면서 바람 좀 쐬고 오라고 해서요.”신주리도 관객들이 호기심에 차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강미영의 화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강미영이 다시 물었다.“그래서 너도 이 프로가 여행 예능이라고 생각한 거야?”신주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여행 플러스 연애 예능이란 걸 알고 왔어요. 여행할 겸 이모 연애도 봐 드리려고요.”강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말하려는데 신주리가 계속해 말했다.“너도라고 하셨죠? 그럼 릴리가 이모한테 여행 프로라고 속였어요?”그러자 강미영이 말했다.“그런 건 아닌데 지석은 그렇게 알고 있더라고.”“괜찮아. 요즘 한가하기도 하고 해서 휴식하는 셈 치지 뭐.”신주리가 소지석을 향해 가여운 눈빛을 보내자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만일 이곳에서 인연을 만나면 더 좋고.”신주리가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말했다.“좋은 인연을 찾기 바라요.”신주리의 말이 끝나자 강미영은 화제를 이어 육경서에게 물었다.“그럼 경서 넌? 넌 뭐 하러 왔어?”강미영의 말에 신주리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자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는 육경서의 시선과 마주쳤다.“보긴 뭘 봐?”신주리가 갑자기 빽하고 소리 지르자 육경서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왜 이렇게 난폭해? 내가 뭘 보던 너와 무슨 상관이야?”그러자 신주리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훔쳐본 게 자랑이야?”“신주리...”“그만해. 안 본 지 꽤 됐는데 너희 두 사람은 왜 변한 것이 없어?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이야.”강미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육경서가 ‘쳇’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릴리 그 계집애가 저보고 출연하라고 했어요. 저보고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겸 놀다 오라고 했어요.”강미영 덕분에 관객들은 그제야 상황을 알 수 있었고 댓글도 온통 그런 글들이었다.“이제 보니 모든 것이 우리 릴리 공주님의 계획이었어. 아침에 한바탕 두들겨 맞은
여한영이 릴리를 위해 밤낮으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이 계집애는 회사의 두 탑을 팔아넘겼을뿐더러 그것도 연애 예능프로에 팔아넘겼다.만일 시청자들이 이 두 사람의 인성을 의심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여한영은 몹시 화 나 있었고 양율은 안간힘을 써도 제지할 수가 없었다. 몇 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뒤 여한영이 벌컥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왔고 릴리는 상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아저씨도 라이브 보셨어요? 너무 재밌지 않아요? 일주일 동안 실시간 검색에서 내려 올 일은 없겠어요.”여한영은 너무 화가 나 얼굴이 뻘게지면서 말했다.“재밌긴 개뿔! 내가 얼마나 어렵게 여론을 진압했는데 이게 대체 뭔 일이야?”릴리는 여한영이 뿜어내는 침방울을 피해 잽싸게 뒤로 몸을 피하면서 말했다.“여론을 진압한다고 될 줄 알아요?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두 사람은 끝없이 질타를 받을 것이고 따라서 평판도 차츰 나빠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나중에 일에도 영향을 끼칠 거잖아요?”릴리의 말에 여한영은 입만 끔벅였지 아무 말도 못 했다. 신주리가 죽어도 신분을 공개하려 하지 않기에 대중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소속사도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다른 기사로 여론을 진압하는 방법뿐이었다.하지만 이런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방송 보셨죠? 지금은 여론이 확연하게 틀리잖아요. 두 사람이 얼마나 자연스러워요? 육경서가 아무리 대단한 배경이 있다고 해도 아직은 주리 언니 남자 친구잖아요. 두 사람의 평소 모습을 리얼로 대중에게 보여주면 소문이 자연히 사라지게 돼요.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도 좋아질 수 있고요.”릴리는 좋은 말로 발작하기 일보 직전인 여한영을 다독였다.여한영도 릴리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기를 속였다는 점이 아주 불쾌했다.“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먼저 나와 상의했어야지.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프로인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돼?”하도 여론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추세이기에 당분
“소지석 씨 아직 솔로 맞죠? 결혼 사실을 숨겼단 건 전부 헛소문이죠?”“...”육시준이 한참 동안 방송을 지켜보더니 소지석과 이모가 꽤 친한 것 같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지석은 현장에서 강미영과만 아는 체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지 않으면 이모 말에 가끔 반응하는 정도였고 남녀 게스트 불문하고 거의 그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며 온몸으로 거부감을 나타냈다.육시준은 살짝 눈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수상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자가 있잖아. 가끔 보면 되게 쑥스러워하는 구석이 있어.”강유리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죠?”“소지석 씨 급이라면 이렇게 한가할 리 없잖아. 만일 당신이 특별히 요청한 것이 아니라면 매니저가 미리 체크했을 것 아니야. 속아서 출연했다는 건 말이 안 돼.”“그렇다면 지석 오빠가 이 프로를 위해 자진해서 출연했다는 뜻인가요?”“더욱 정확하게 말한다면 게스트 중의 누구를 위해 출연했겠지?”강유리는 호기심이 잔뜩 한 얼굴로 육시준을 바라봤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등 뒤에서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여자는 왜 저기에 있어?”강유리는 육시준의 말을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등 뒤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불쾌한 듯 말했다.“아빠, 그러다 제가 놀라 죽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바론 공작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기 서 있은 지 한참 됐는데 누구도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잖아.”‘정 보고싶으면 티비로 보면 될 것이지...’“저 여자가 고정남 부인 아니야? 저 여자는 왜 저기에 있어?”바론 공작이 다시 한번 묻자 육시준이 답했다.“고정남과 이혼했어요. 그리고 조금 전에 이모를 만나기 위해 출연했다고 말했어요.”육시준의 말에 바론 공작은 눈살을 찌푸리며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왜? 뭐 하려고?”그런 바론 공작의 모습이 우스운지 강유리가 키득거리며 물었다.“아빠, 왜 그렇게 긴장해요? 아빠 연적이에요? 저 여자가
별장 내는 한바탕 북적이고 나서야 드디어 방송다운 방송이 시작되었다. 다음은 목적지를 선정하는 순서였다.친한 친구끼리 여행을 가도 모순이 생기기 마련인데 오늘 금방 면목을 익힌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작팀은 게스트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이 생기기를 기대했고 이런 장면이 예능 프로에서는 제일 큰 볼거리였다.육경서와 신주리가 나중에 도착했기에 강미영은 다른 게스트들이 속아 출연하게 된 계기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나서 자기 생각을 밝혔다. 먼저 게스트들이 희망하는 목적지를 선정하고 미션으로는 약재 채집과 보물찾기가 확정되었으니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자 소지석이 먼저 제의했다. “만일 다른 특별한 의견이 없다면 먼저 서 선생님과 주 선생님의 뜻에 따라 약초 채집과 보물찾기를 하는 게 어때요?”한지원은 재밌게 노는 것이 목적이라 어떤 제의에도 의견이 없었다.“전 다 괜찮아요.”심수정의 목적은 강미영이기에 그녀도 한지원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의견이 없었다. 육경서와 신주리도 소지석의 제의를 반대하지 않았기에 일단 미션을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그럼 약초 채집을 먼저 할까요? 보물찾기를 먼저 할까요?”제작팀이 핵심 질문을 제기했고 선택은 서진태와 주상현의 몫이었다. 두 사람은 인연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그들에게는 미션의 순서가 아주 중요했고 심지어 자기 미션이 끝나면 바로 하차하고 위약금 같은 건 추천한 사람이 배상하게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들의 시간은 더없이 귀중하기에 인연을 찾는 데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침묵에 빠졌고, 침묵에 빠졌다는 건 자기 미션을 먼저 진행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려 하지 않자 촬영장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싸늘해졌고 다들 서로 눈치 보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제작팀 나쁜 자식들, 꼭 이렇게 내분이 생길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내곤 하지.’육경서는 두 사람을 쓱
두 사람의 옥신각신하는 소리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고 심지어 순서가 무슨 대수냐는 생각이 들었다. 주상현은 귀찮은지 갑자기 한마디 툭 뱉었다. “먼저 어딜 가든 상관이 없어요.”그러자 서진태도 이내 덧붙였다.“저도요. 이것 때문에 이렇게 다툴 필요는 없잖아요.”“안 돼요. 반드시 골동품 시장에 먼저 가야 해요.”“야외 탐험 먼저 가요. 전 캠핑에 한 표.”육경서는 절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듯이 억지를 부렸고 신주리도 이내 반격했다. 그러자 육경서가 말했다.“좋아. 그럼 투표로 결정해.”솔직히 말해 게스트들은 투표하기가 싫었지만 육경서와 신주리 중 어느 한 사람에게도 밉보이기 싫어 서로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강미영은 당사자가 협의를 끝냈지만 누구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그럼 이렇게 해요. 두 당사자가 제일 공정한 방식으로 순서를 정하는 게 어때요?”강미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안하자 심수정이 물었다.“무슨 방식이요?”소지석이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이내 말했다.“가위, 바위, 보 어때요?”역시 이 방식이 그 누구에게도 밉보이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서진태는 기대에 찬 신주리의 눈빛을 힐끗 보고는 입꼬리를 씰룩이더니 투표에서 지는 날이면 이 계집애가 자기한테 한바탕 화낼 것만 같았다. 그는 커플 사이의 전쟁에 절대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제가 대표 한 명 선발할게요. 신주리 씨가 저 대신 게임을 해주면 안 될까요?”주상현도 동감이었다.“좋아요. 게임은 그래도 애들이 잘하죠. 전 경서 씨를 대표로 출전시킬게요.”“누가 애예요?”“누가 애예요?”신주리와 육경서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구동성으로 외치자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신주리와 육경서는 서로 마주 보더니 뻘쭘한지 이내 고개를 돌렸다...“소지석 씨와 미영 언니 케미가 너무 좋아요. 미영 언니 말뜻을 소지석 씨가 바로바로 알아차리잖아요.”“다들 눈치챘어요? 소지석
신주리는 화가 나 눈으로 불을 뿜을 기세였고 주먹을 꽉 쥔 손가락 마디에서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났다. 한지원은 신주리가 육경서를 때리기라도 할까 봐 그녀의 팔을 꽉 잡고 말했다.“괜찮아요. 괜찮아요. 누가 제의했으면 누가 기획해야죠. 그러면 다음에 탐험할 때는 조금이나마 쉽지 않을까요?”“맞아. 그러면 목적지 정할 시간도 넉넉하잖아. 주리 씨 아직 목적지 못 정했지?”심수정도 덩달아 위안하며 말하자 신주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서 선생님이 오실 때 가고 싶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을까요?”서진태가 아무 말이 없자 신주리는 우울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서진태가 오기 전에 이미 목적지를 정한 건 사실이지만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어느 곳을 먼저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신주리가 게임에서 진 것을 사과하자 그는 움찔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큰일도 아닌데 괜찮아요. 먼저가든 나중에 가든 상관이 없어요. 갈 수 있기만 하면 전 만족해요.”신주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소 의기소침해 있자 가까이 있던 강미영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무언의 위안을 하더니 피식 웃었다. 강미영은 두 사람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릴 수 있어 이 처리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신주리는 게임에서 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했다.“주리는 진짜로 서 선생님 대신 이기고 싶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사과한 거잖아. 주리가 너무 착해서 슬퍼.”“서 선생님도 좋은 분이신 거 같아. 주리를 향해 웃는 모습이 너무 따뜻해.”“쌀쌀맞은 아저씨와 성격이 불같은 꼬마 아가씨는 어떨 것 같아요?”“주리 언니는 꼬마 아가씨가 아니고 우아한 공주님이에요.”“이 사람들 이상해. 육경서와 신주리가 커플이야. 다들 뭐라는 거야?”“커플 팬도 이상해. 우리 주리는 솔로일 때가 제일 예뻐.”“...”댓글 전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고 여행의 허울을 쓴 연애 예능프로는 시작하자마자 벌써 몇 쌍의 커플이 맺어졌다. 이 프로는 한
유미나는 자기한테 신주리 문제를 묻는 것이 너무 싫었고 더욱이 육경서와의 관계를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대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짝 입술을 깨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죄송한데 이건 사적인 문제라 답해드릴 수 없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유미나는 화제를 돌려 말했다.“이런 문제 말고 제 새 작품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없나요? 사실 오늘 새 작품 홍보하러 왔거든요.”촬영팀 내부에 진입해 인터뷰할 정도의 기자라면 어느 정도 눈치가 있기에 상대가 사적인 문제에 답하기를 내켜 하지 않자 대충 그녀의 신작에 관해 물었다.이때 갑자기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나 씨, 방금 육경서 씨가 촬영지까지 바래다줬고 지금도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죠?”그 말에 유미나는 흠칫하더니 이내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저와 경서는 그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요. 다들 이상한 생각을...”“그런데 육경서 씨가 지금 [너와 함께 힐링] 프로를 라이브로 촬영하고 있어요. 신주리 씨와 함께 비밀 게스트로 출연했어요.”그 말에 유미나는 얼굴빛이 사색이 되면서 바로 굳어버렸고 주위에 있던 기자들과 팬들이 일제히 말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 높이 들고 유미나한테 보여주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이미 실시간 검색에 올랐어요. 두 사람이 함께 출연했고 오전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유미나의 예능 프로도 오전부터 촬영했고 [너와 함께 힐링]은 새 프로인 데다 중년들의 연애를 다룬 예능이라 유미나는 아예 신경을 끄고 있었다. 하긴 요즘 하도 바빠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하여 현재 인터뷰를 받는 시점에서도 그녀는 저쪽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조금 전에 한 거짓말이 순간 들통나고 말았다.“무슨 일이래? 저쪽은 라이브 방송이고 육경서가 줄곧 [힐링]팀에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분신술이라도 쓴 건가?”“유미나가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유는 뭘까?”“그럴 리가 있겠어? 거짓말할 이유가
유미나는 말문이 떡하니 막혀 아무 말도 못 하자 매니저는 매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똑바로 말해. 너와 육경서가 대체 무슨 사이야?”수많은 연예인을 관리했던 매니저도 일반인은 아닌지라 유미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내 눈치챘다. “저번에 저한테 물었잖아요? 제가 그때 대답한 그대로예요. 너무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알고 지내는 정도예요.”유미나는 당황했지만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매니저가 오해하게끔 어영부영 대답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유미나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알고 지내는 정도가 어느 정도냐고?”“그건...”“유미나, 내가 경고하는데 육경서는 단지 연예계 탑뿐만 아니고 육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야. 아무 친분도 없으면서 이렇게 이용하다 들통나는 날에는 너뿐만 아니라 나까지 다 죽어.”유미나는 이렇게 엄중한 문제가 될지 몰랐기에 매니저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매니저는 유미나를 특별히 관리한 적이 없었고 비록 육경서와 작품을 함께 해 인지도가 조금 있긴 해도 별로 신경을 써준 적이 없었다.신주리의 라이벌로 컨셉을 잡고 그녀가 거절한 스케줄을 주워 온 건 유미나가 스스로 벌인 일이지 소속사에서 아무런 도움도 준 적이 없었다.요즘 육경서의 신분이 폭로되고 유미나와 조금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그때부터 매니저가 신경을 써서 좋은 일거리도 알아봐 주고 있었다. 만일 육경서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하는 날이면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했고 전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한참 동안 머릿속으로 저울질하던 유미나는 거짓말을 끝까지 이어 나가기로 결심했다.“집안끼리 친분이 좀 있긴 하지만 제가 경서와 한 번밖에 작품을 한 적이 없다는 건 알고 있잖아요? 하여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우리 가문을 봐서라도 저한테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마지막 한마디 말에 매니저는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다. 유미나가 육경서한테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