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다 안에 들어간 후 고태규가 제일 중앙에 앉고 하인을 시켜 차를 올려오라고 하려 했다.강미영은 먼저 자리에 앉지 않고 우아하게 손목을 돌리고는 뒤에 따라온 사람에게 따귀를 날렸다.짝하는 소리가 울리고 조용해졌다.고태규가 자리에 앉은 채로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고우신은 문 앞에서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우아했던 여인이 갑자기 사람을 때리다니.고정남의 얼굴이 옆으로 비틀어졌으나 반응은 빨랐다. 그러고는 슬픈 표정으로 강미영을 바라봤다.“미영아, 나를 미워하는 걸 알아. 날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 피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 취급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강미영이 비웃었다.고정남을 째려보며 말했다.“자기가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 내가 미워할 만한 자격이라도 있는 줄 알아요?”“난…”“이 따귀는 릴리 대신 때린 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은 아빠가 될 자격도 없어요.”“미영아, 난…”강미영은 또 따귀를 때렸다.우아한 모습이었으나 소리는 아주 쨍했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강미영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얼마나 얼굴이 두꺼우면 내 손이 아파 나겠어요. 이 따귀는 당신의 허위함에 때린 거예요. 연기 좀 그만해요. 역겨우니까.”강미영은 봐주지 않았다. 고정남은 입가가 찢어졌고 반쪽 얼굴이 얼얼해 났다. 입안에는 피 맛이 났다.기쁜 마음이 이 두 따귀에 많이 흩어졌다.이성도 돌아왔다.“내가 연기를 한 거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널 찾았겠어? 내가 계속 고씨 가문에 있었다면 고정설이 파고들 틈이 날 일도 없었고 고씨 가문이 이렇게 될 일도 없어.”고정남은 목소리는 높았고 속에 있는 말을 했다.지금의 곤경과 고정설이 한 짓을 모두 강미영의 탓으로 돌렸다.그때 강미영을 쫓아가서 상대방이 파고들 틈이 생겼다고…“날 오랫동안 찾은 일 말이에요.”강미영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또 따귀를 때렸다.“스스로는 엄청 고상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골칫거리를 가져다줬는지 아세요?
고태규는 입을 뻥긋했으나 아무 말도 못 했다.당시 이 별장에 강미영도 살았었다.근데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권력도 권세도 없었고 배경도 없고 인맥도 없으니 고정남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정남도 당시 발언권이 없어 그저 참으라고만 했다.희망하는 사랑을 위해 참았었다.하지만 너무 과분했다. 감금을 해서 아이를 낳게 하고는 쫓아내다니.그때 고태규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고자상한 태도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강미영에게 남아도 되나 아무런 명분을 주지 않는다고 했었다.그리고 강미영을 남긴 이유는 고씨 가문의 핏줄이 밖에 떠돌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아이를 낳고 행동거지를 잘하면 고씨 가문에서 봐줄 수 있으나 만일 넘보지 말아야 할걸 넘본다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었다.살아있는 두 사람의 생명을 마음대로 좌우지하려고 했다니.“기억을 하면 또 어떡할 건가. 지금 나한테 무례하게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네 딸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니 우리 고씨 가문의 말을 듣고 우리 가문을 위해 공헌을 해야 한다고.”조금 찔리긴 했으나 소리를 높이고 여전히 고고자상했다.강미영은 낯빛이 어두웠다. 왼손으로 방금 사람을 때린 오른손을 주물렀다.고정남은 낯빛이 변하면서 고태규의 앞을 막았다.“미영아, 아버지의 성격을 알잖아. 말은 세게 하셔도 속은 그렇지 않으신 거. 조급한 마음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야. 무슨 일 있으면 다 나한테 풀어.”강미영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실망이 너무 많이 쌓여 더는 고정남에게 큰 감정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그저 화만 났다.자신에게 화가 났다.이 남자는 항상 그러했다. 두 사람이 모순이 생겨도 항상 아버지의 편을 들고 그 당시에는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바보같이 고정남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저 어쩔 수 없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어쩔 수 없는 것 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고정남은 강미영은 눈빛을 보고 말했다.“미영아, 난 그럼 뜻이 아니라 그저
육시준이 전에 한 위협은 그저 아슬아슬한 고성그룹에 대한 것이었고 고성그룹이 고정설과 함께 무너질 수 있었다.하지만 강미영은 단순히 고씨 가문에 대한 것이었다.고태규가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두 손이 깨끗할 수가 없다. 심씨 가문이 방패가 되어 잘 찾아낼 수 없었지만 고정남과 심수정이 이혼하게 되면 강미영이 뒤흔들게 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고주영의 사생활은 연예계에서 아주 더러웠다.고정남은 이 자료와 사진을 꽉 쥐고 그제야 오늘 강미영은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어떻게 하려는 건데?”강미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간단해요. 내 딸이 뭘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고태규가 자료를 보고 나서 표정 관리를 하기 어려웠다.강미영의 조건을 듣고 난 후 담판을 한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가의 자태를 보였다.“걔가 어떻게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다라. 살인을 하겠다면 우리가 칼이라도 잡아주라는 건가?고태규가 비웃었다.강미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건 괜찮아요. 아직 그럴 생각은 없어서요.”불가능한 게 아니라 그 생각이 없는 것이다.그 말은 만일 진짜 그럴 생각이 있다면 칼이라도 쥐여 줘야 한다는 뜻이다.고태규의 낯빛이 변했다.“너!”“공평하기 거래를 하죠. 협박은 안 해요. 서로 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든지 아니면 그냥 물고 뜯고 디툼을 할지는 그쪽에서 결정하세요. 고성그룹하고 고씨 가문의 사람들을 릴리가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요.”고정남은 강미영의 성격을 잘 안다.마음이 약해졌을 때에는 무엇을 말하든지 다 듣지만 결정을 내린다면 누가 말려도 소용이 없다.지금 한 말은 아무런 담판의 여지가 없고 릴리를 위해 온 것이다.고씨 가문은 거절할 여지가 없었다.“그러도록 하지. 이후에 모두 그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간섭도 최대한…”“이후의 일은 나중에 말하고 어젯밤 일을 말해보죠.”강미영은 말을 자르고 사진을 한 장 꺼냈다.“릴리가 어젯밤 두 가지 큰일을 성사시켰는데 시간을 빨리 앞당겼으
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그러니까 눈치껏 행동하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자꾸 끼어들지 말고. 알겠어?”강미연은 아직도 차근차근 타이르고 있다.고우신은 놀라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강미연은 할 말을 다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 “3일 안에 결과를 보여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먼저 손을 쓸 거예요.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강미연은 말을 마치고 곁눈질로 2층 계단 입구 쪽을 쓸어봤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른다.고주영은 흰 잠옷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친 채 서 있었다.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고 눈빛이 텅 비었다.아래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넋을 놓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강미연은 고주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고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심수정은 강유리의 결혼식에서 강미연을 찾아와 그녀가 고성그룹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떠보았다. 아마도 강미연이 자녀들에게 손을 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강미연은 무고한 후배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하지만 몇몇 후배들이 먼저 도발을 한다면 강미연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당신 딸이 남의 물건은 못 뺏어가서 제 물건을 뺏어갔어요. 염치도 없나요?”고주영은 언성을 높여 강미연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도 똑같아요! 우리 아빠를 버리고 갔으면서 다시 돌아오다니!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주 뻔뻔하시네요!”“지금은 뭐예요? 이제 신분도 지위도 있으니 저희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우리 아버지는 당신에게 그렇게 잘해 주셨는데 당신은 그의 사랑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복수나 하고! 당신은 반드시 천벌을 받을 거예요. 반드시!”“...”강미연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주영을 돌아보았다. “소녀야, 내가 너에게 한 가지 알려주지. 어떤 것들은 오래 가지고 있다고 해서 네 것이 되는 것이 아니야. 내 딸한테는 고성그룹의 피가 흐르고 있어. 릴리는 자신의 몫을 돌려받을 자격이 있어.”“
고정남의 곁을 떠나고 그들의 미래에 어떤 희망도 품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강미연은 단념했다.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강미연은 남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도리를 그와 헤어진 후에야 깨달았다.그리고 그걸 깨달은 후에야 고정남은 사실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 그 뼈저린 사랑은 강미연의 집착이었을 뿐이다.말이 마치고 강미연은 차에 올랐다.차량 몇 대가 요란하게 떠났다.대문을 나서자마자 강미연은 파란색과 흰색의 경찰차 몇 대와 낯익은 모습이 차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강미연은 기사를 향해 잠시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차창을 내리자 그 사람이 공손히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모님.”강미연은 그의 친숙한 호칭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기서 뭐 하고 있지?”“공무 집행 중입니다.”너무 딱딱하다 여겼는지 신하균이 얼른 보충했다. “고정철 사건에 진전이 있어 고성그룹의 사람들을 조사하는 중입니다.”“고성그룹 사람들? 릴리도 포함되어 있나?”강미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신하균이 고개를 저었다.“릴리는 피해자입니다.”“...”강미연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다.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몇 번인가 신하균을 훑어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그럼 자네한테 맡기고 나는 잠시 손을 뗄까?”무슨 일인지 밝히지 않았는데도 신하균은 알아차린 듯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차가 천천히 떠났다.멀어져 가는 차량을 보던 후배는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진 신하균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선배. 저 사모님과 무슨 비밀 대화를 나누시는 겁니까? 사건을 조사하는데 왜 사모님에게 감사해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저분은 왜 손을 뗀다고 하시는 건가요? 고성그룹이 그녀의 딸에게 손을 댔어요. Y국의 바론 공작도 관련되어 있고...”“그렇게 한가하나? 일이나 하러 가!”신하균은 정신을 차
얼마 전 바론 공작이 뻔뻔스럽게 은하타운에 입주한 후 강미연과 강 씨 어르신은 성씨 별장에 입주했다. 그리고 한동안의 인테리어를 거쳐 별장을 새롭게 단장했다.별장의 간판도 강 씨 가문의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어르신과 강미연이 있으면 강씨 자매는 영원히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다.......일요일인데도 릴리는 종일 쉴 틈이 없었다. 업무상의 일을 처리한 후, 바로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상세한 소개 자료와 QR 코드를 만들었다.일이 마치고 나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릴리는 컴퓨터를 끄고 휴대폰을 보았다.휴대폰은 아무런 문자나 전화도 없이 조용했다.어젯밤 잠들기 전의 음성 통화가 생각이 났다. 신하균은 릴리에게 오늘 무슨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릴리는 주말에는 아무 계획 없이 쉰다고 했다.하지만 그 뒤로는 그냥 물어본 말처럼 화제를 바꿨다.“오늘 쉬는 걸 알면서도 별 소식이 없으면 정말 그냥 물어본 건가?”릴리는 입을 삐죽거렸다. “사람을 꼬실 줄도 모르고. 이 나이 되도록 모태 솔로인 이유가 있지!”릴리는 중얼거리면서 휴대폰으로 검사 보고서를 찾아보았다.릴리는 턱을 괴고 열심히 생각했다.“고정남은 지금쯤 골머리를 앓고 있겠지?”어차피 혼란스러운 김에 릴리는 그를 조금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강유리다.릴리는 손가락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일을 다 마쳤다고 들었는데 오늘 저녁은 집에서 같이 먹는 게 어때?”강유리는 바로 본론을 말했다.릴리는 장난스럽게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형부 사람을 쓰니 바로 이런 점이 좋지 않네요. 일거수일투족이 다 들통나잖아요! 퇴근하자마자 저녁 스케줄이 예약되어 있고요!”“그래서 알렉스에게 CEO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거야?”릴리는 재빨리 부인했다. “오, 그건 아니에요! 그건 단순히 켈슨이 잘생겨서예요!”“정말?”“일부 이유는요.”강유리는 그저 물어봤을 뿐 더
화려한 불빛이 켜졌다.서울의 밤은 번화하고 시끌벅적하다.낯익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별장으로 들어섰다.강유리는 뒷좌석의 차창을 내리고 눈앞에 있는 검은 꽃무늬 대문을 쳐다보았다. 그 위에 금박을 입힌 큰 글씨는 이미 바뀌었다.강-강유리는 감개무량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했다.매번 돌아올 때마다 강유리는 저 간판이 눈에 거슬리고 거부감을 느꼈다.성홍주 일가가 이곳을 점령하는 동안, 강유리는 심지어 이곳이 더럽혀져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느꼈었다.그런데 외할아버지와 이모님이 돌아오시고 본격적으로 입주하시자 집의 느낌이 바로 돌아왔다.“남편,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갈까?”대문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육시준은 태블릿을 들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는 강유리의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육시준은 손을 뻗어 무릎 위에 올려진 강유리의 작은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강유리는 그의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갑자기 미숙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육시준은 살짝 경계하며 말했다. “일단 들어는 볼게.”“봐봐. 이모는 오늘 고정남을 만나서 분명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을 거야. 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틀림없이 매우 슬프실 거야.”“그래서?”“사랑을 완전히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거야! 우리 이모한테 남자 친구를 소개시켜 주자!”“...”육시준은 경계를 풀었다.그래도 아직 통제 가능한 범위 내의 생각이다.너무 미숙할 정도는 아니다.그는 신중하게 타당성을 분석하고 말했다. “이모가 훌륭하시니 당연히 안목도 낮지 않으실 거야. 하지만 이 나이에 독신이고 능력 있는 남자에 아직 감정에 대한 기대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거야.”강유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꼭 동갑내기 남자를 찾아야 해? 그럼 선택 폭이 얼마나 좁아!”육시준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유리는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강미연이 기분이 좋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그리고 아버지는 부러워할 리가 없다. 아마 자기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실 것이다.강씨 가문은 요리에는 소질이 전혀 없다.강민영은 강미연과 성격이 정반대다. 강민영이 천하태평의 성격이라면 강미연은 승부욕의 최강자다.강미연은 무엇이든 잘하려고 한다. 이러한 성격은 젊었을 때는 더욱 강했다.그래서 셰프님까지 모셔서 요리를 배우며 숨겨진 재능을 살리려고 했었다.릴리와 바론은 모두 그녀를 경계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녀와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했다.3년 전에 막 외국에 간 순진한 강유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그녀가 실망할까 봐 그녀가 요리하는 것을 받아들였다.그리고는 식중독에 걸려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바론은 노발대발하며 강미연을 호되게 꾸짖었고 그녀 자신도 미안해서 먼저 다시는 요리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그런데 지금은...공부는 안 하지만 자기 느낌대로 한다?‘자기가 기분이 나쁘니까 다 함께 죽자는 건가?’강미연은 그들의 표정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때의 강유리처럼 순진한 놈을 골랐다. “시준, 이리와 이모 좀 도와줘.”육시준은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려 하자 강유리는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강유리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소리 없이 눈치를 주었다.강유리는 머리를 미친 듯이 굴리며 핑계를 찾았다. 그녀는 비록 집밥의 맛을 느끼고는 싶지만 그 대가가 목숨이라면 포기할 것이다.육시준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강유리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강미연이 성큼성큼 다가와 강유리의 손을 뿌리치고 육시준을 데리고 부엌으로 갔다.“아이고, 이제 신혼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달라붙어 있어! 남편 좀 빌려줘. 이따가 돌려줄 테니까!”강미연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육시준을 데려갔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다급하지만 우아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가에 희망의 빛이 스쳤다.어쩌면, 그녀의 전능한 남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