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빛이 켜졌다.서울의 밤은 번화하고 시끌벅적하다.낯익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별장으로 들어섰다.강유리는 뒷좌석의 차창을 내리고 눈앞에 있는 검은 꽃무늬 대문을 쳐다보았다. 그 위에 금박을 입힌 큰 글씨는 이미 바뀌었다.강-강유리는 감개무량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했다.매번 돌아올 때마다 강유리는 저 간판이 눈에 거슬리고 거부감을 느꼈다.성홍주 일가가 이곳을 점령하는 동안, 강유리는 심지어 이곳이 더럽혀져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느꼈었다.그런데 외할아버지와 이모님이 돌아오시고 본격적으로 입주하시자 집의 느낌이 바로 돌아왔다.“남편,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갈까?”대문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육시준은 태블릿을 들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는 강유리의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육시준은 손을 뻗어 무릎 위에 올려진 강유리의 작은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강유리는 그의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갑자기 미숙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육시준은 살짝 경계하며 말했다. “일단 들어는 볼게.”“봐봐. 이모는 오늘 고정남을 만나서 분명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을 거야. 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틀림없이 매우 슬프실 거야.”“그래서?”“사랑을 완전히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거야! 우리 이모한테 남자 친구를 소개시켜 주자!”“...”육시준은 경계를 풀었다.그래도 아직 통제 가능한 범위 내의 생각이다.너무 미숙할 정도는 아니다.그는 신중하게 타당성을 분석하고 말했다. “이모가 훌륭하시니 당연히 안목도 낮지 않으실 거야. 하지만 이 나이에 독신이고 능력 있는 남자에 아직 감정에 대한 기대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거야.”강유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꼭 동갑내기 남자를 찾아야 해? 그럼 선택 폭이 얼마나 좁아!”육시준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유리는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강미연이 기분이 좋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그리고 아버지는 부러워할 리가 없다. 아마 자기가 이 자리에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실 것이다.강씨 가문은 요리에는 소질이 전혀 없다.강민영은 강미연과 성격이 정반대다. 강민영이 천하태평의 성격이라면 강미연은 승부욕의 최강자다.강미연은 무엇이든 잘하려고 한다. 이러한 성격은 젊었을 때는 더욱 강했다.그래서 셰프님까지 모셔서 요리를 배우며 숨겨진 재능을 살리려고 했었다.릴리와 바론은 모두 그녀를 경계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녀와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했다.3년 전에 막 외국에 간 순진한 강유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그녀가 실망할까 봐 그녀가 요리하는 것을 받아들였다.그리고는 식중독에 걸려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바론은 노발대발하며 강미연을 호되게 꾸짖었고 그녀 자신도 미안해서 먼저 다시는 요리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그런데 지금은...공부는 안 하지만 자기 느낌대로 한다?‘자기가 기분이 나쁘니까 다 함께 죽자는 건가?’강미연은 그들의 표정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때의 강유리처럼 순진한 놈을 골랐다. “시준, 이리와 이모 좀 도와줘.”육시준은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려 하자 강유리는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강유리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소리 없이 눈치를 주었다.강유리는 머리를 미친 듯이 굴리며 핑계를 찾았다. 그녀는 비록 집밥의 맛을 느끼고는 싶지만 그 대가가 목숨이라면 포기할 것이다.육시준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강유리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강미연이 성큼성큼 다가와 강유리의 손을 뿌리치고 육시준을 데리고 부엌으로 갔다.“아이고, 이제 신혼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달라붙어 있어! 남편 좀 빌려줘. 이따가 돌려줄 테니까!”강미연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육시준을 데려갔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다급하지만 우아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가에 희망의 빛이 스쳤다.어쩌면, 그녀의 전능한 남편이라
약을 써서 여자의 결백을 망치려는 비열한 수법은 할아버지와 자세히 대화하기 어렵다.어르신도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단지 릴리더러 강유리에게 위층의 인테리어를 소개하도록 시켰다.이런 일은 여자들끼리 얘기하는 게 더 편할 것이다.2층 침실.익숙하고도 낯선 배치를 보며 강유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모든 방은 그녀가 기억하는 것과 똑같았다. 안방도, 그녀가 머물렀던 침실도, 심지어 자주 머물지 않던 곳도 원래대로 돌아왔다.아버지와 이모의 거짓말에 외할아버지도 참여한 것에 강유리는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원망했다.그 많은 걸 혼자 짊어진 게 원망스러웠고 하마터면 어머니처럼 갈 뻔했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에 서운했다.자기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신뢰도 주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원망들은 이 인테리어를 보는 순간 깨끗이 사라졌다.이모와 외할아버님 그리고 아버지는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모두 같았다.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가족의 안위를 위하여 모두들 노력해 왔다. 이제 모든 것이 정착되었고 그들은 자신의 희생은 생각하지 않고 강유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느끼며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해 잘해주고 있다.그들은 강유리가 어머니가 계실 때를 더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고 집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어때요? 감동적이죠? 저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외할아버님은 연세가 많으셔도 기억력이 너무 좋으세요. 다 원래대로 돌아왔다니! 인테리어 할 때 아버지도 계셨대요!”릴리는 바론 공작을 위해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강유리는 시선을 돌려 릴리의 얼굴을 몇 번이고 훑어보았다.릴리는 그녀의 이런 눈빛에 약간 당황했다.“왜, 왜 그래요?”“어젯밤 일은 나한테도 말 안 할 거야? 송이혁이 말하지 않았더라면, 네 형부가 특별히 경호원에게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거야!”경호원 얘기가 나오자 강유리는 더욱 불만을 터뜨렸다.“그리고 업무적인 일은 그렇다 쳐도
릴리는 목소리가 좋은 남자를 좋아한다. 릴리가 사귀었던 모든 남자 친구는 다 목소리가 듣기 좋다.그리고 모두가 똑같은 낭만적인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를 재우는 것이다.그리고 이 변태는 이 녹음들을 모아 반복 재생을 해서 가장 좋은 목소리를 선정하는 것을 좋아한다.쯧.정말 창피하다.‘신하균도 릴리의 비디오 중 한 명이 된 건가?’정말 불행하다.강유리는 겉으로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런 가십에 매우 관심이 있다. 강유리는 스스로 발코니에 있는 소파에 앉더니 최신 진행 상황을 캐물었다.“아뇨. 저도 이야기 따위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어요. 그냥 얘기만 좀 나눴어요.”소파에 기대앉던 강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더욱 묘한 눈빛으로 릴리를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안 듣고 얘기만 나눴다고?’전대미문의 상황이다!강유리는 믿을 수 없는지 질문을 반복했다. “단순히 얘기만 나눴다고?”릴리는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았다. “당연하죠. 고정남이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했는지도 분석해 보고, 그들이 나중에 저지를 일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어요.”릴리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무엇이 생각난 듯 갑자기 강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가 그를 찾아갔어요?”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자매는 잘 알고 있다.강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강유리의 관심은 딴 데 있다. “한밤중에 음성통화로 이런 지루한 얘기만 했다고?”“이게 어떻게 지루한 얘기예요? 언니도 방금까지는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봤으면서. 제가 말하지 않았다고 탓했잖아요!”릴리는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가 그자를 찾아가서 뭘 했는데요?”강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릴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쯧쯧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생이 다 크니까 이제 비밀도 생겼네!”릴리는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언니도 형부랑 하는 대화를 저한테는 알려주지 않잖아요!”강유리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씩 웃었다. “알았다!”“???”“뭘 알았다는 거예요?
릴리는 안색이 초조하고 이상했다.확실히 꿍꿍이는 있다.이렇게 빨리 내려가면 외할아버지께서 음식을 바꿔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 같다!더 이상 대화를 나누면 이번 일로 욕을 먹을 수도 있고 더 자세한 심문을 받을 수도 있다.릴리는 머리를 미친 듯이 굴리면서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보려는데 옆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릴리에게 아버지를 저한테 이모부를 찾아주실 의향이 있으신가요?”“???”릴리는 고개를 돌리고 강유리를 충격먹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렇게 파격적인 화제를 그녀들은 방금까지도 나눈 적이 없다.하지만 이것도 나름 좋은 생각인 듯 릴리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강미연의 표정을 살폈다. “저도 언니의 제안에 동의해요. 하지만 엄마가 눈이 너무 높을까 걱정이예요!”“눈이 높아도 상관없어요. 게다가 같은 나이대에 적당한 사람이 없으면 유망주를 찾으면 되죠!”“!!!”릴리는 눈꼬리가 실룩거리더니 다시 강유리를 충격적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애초에 나한테 남자 친구를 찾으라고 권할 때는 이렇게 권하지 않았잖아요.’‘나보고는 좀 조심하라고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말라고 하더니.’‘그런데 엄마한테는 유망주를 찾으라고 격려하는 거야? 쉽게 말해 순정 어린 남자에게 악마의 손을 뻗는 거지.’그러자 릴리는 엄마의 반응이 더 궁금해져 강미연을 쳐다보았다.질문이 정곡을 찌르자 자매는 모두 강미연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했다.강미연은 그들이 이런 문제를 물었을 때 멍해졌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다만 두 사람이 맞장구를 치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 둘, 이 정도로 한가한 거야?”강유리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저희가 이모의 감정 문제 때문에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는데요.”릴리도 맞장구를 쳤다.“그럴 여유가 있으면 자기 일에나 신경을 쓰세요.”강미연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다는 듯 밖으로 나가려 했다.“...”두 자매는 눈
만나는 순간 필터는 박살이 났고 강미연은 그의 진정한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는 집념이 사라졌다.이런 위선적이고 파렴치한 사람은 그녀에게 약간의 감정 기복도 줄 자격이 없다.“이런 엉뚱한 추측은 네 이모를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야?”강미연은 입장을 밝히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우아하고 예쁜 얼굴에 잠시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싫은 건 아니고 그저 경험한 일이 많아져서 연애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진 것뿐이야.”“사랑을 믿지 않는 거예요? 이렇게 아름다운 것에 관심이 없다니.”릴리는 충격적인 얼굴을 했다.“...”두 사람은 일제히 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강유리는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고 강미연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이 계집애는 감정 문제에서는 정말 EQ가 구제 불능이라니까.’강미연은 문득 오후의 장면이 떠올라 물었다. “너는 관심이 있나 보지? 아직 사랑을 믿는 거야? 열 몇 명의 불량한 전 남친을 만나고도 여전히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열 명이예요! 열 몇 명이 아니라.” 릴리가 정정했다. “사실 저도 전 남친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요!”“???”강미연은 고개를 돌려 묻는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보았다.강유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보시 다시 피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강유리도 자세한 것은 모른다... “어젯밤에 신하균이 같이 고성그룹에 가준 거야?”강미연은 예리한 육감으로 짐작했다.“아니요, 왜 그렇게 물어요?”강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유를 추구하는 우리 집 연애 박사가 왜 갑자기 사랑이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의문이네. 어떤 사람이 그렇게 느끼게 했어? 설마 10명의 전 남자 친구는 아니겠지?”“...”엄마의 야유하는 웃음에 릴리는 표정이 점점 부자연스러워져서 한참 동안 입을 벌리고 말을 하지 못했다.질문 대상자가 교체되려는 순간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육시준이다.그는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재촉했다.릴리는 좋아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맨 앞으로 달려갔다. “아이고, 배고프다!”.
어둠이 내렸다.이 독특한 디자인의 작은 별장은 불빛으로 가득했고 아늑하고 낭만적이다.2층 침실에 강유리는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올라가 옆사람을 쳐다보다가 하룻밤 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여보, 오늘 저녁은 정말 이모가 만드신 거야?”육시준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태블릿을 보다가 이 말을 듣고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맛이 내가 아는 식당 맛이랑 비슷했다고 생각해.”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할아버님은 짠할 정도로 능숙하시더라고. 앞으로 이모에게 부엌에 들어가지 말라고 설득해야겠어. 노인네가 고생이 많으시더라.”물론 육시준도 견디지 못했다.주방에 있는 동안, 그는 생사의 갈림길을 몇 번이나 오간 느낌이었다.정신을 고도로 집중하고 시선은 줄곧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새로 단장한 별장이 불바다가 될까 봐 걱정이었다.“몇 년 동안 설득했지만 이모는 듣지를 않으셔.”강유리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요리를 잘 하는 남자를 찾아드리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지!”강유리는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끝까지 집착한다.강유리는 집에 돌아온 이후로 지금까지 머릿속은 온통 강미연의 남자 친구를 찾아주는 일뿐이다.“이모님도 전남친을 더이상 신경쓰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 굳이 새로운 감정을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육시준의 목소리는 덤덤했다.강유리가 반박했다. “작은이모는 오랫동안 독신이었는데 지금은 시간도 있고 에너지도 있으니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지!”육시준은 설득에 실패하고 별말을 하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도 약간 흥분되어 태블릿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요리할 줄 아는 연하를 찾을 수 있겠어?”강유리가 대답했다. “요즘 남자들은 사실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요!”“많다고?”“당연하죠! 또 연예계는 말할 것도 없죠.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 하니까요. 요리 잘하는 남자는 가산점이 높잖아요! 생각해 보세
강유리는 온몸에 전율을 느껴 무의식적으로 육시준의 품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목소리도 부드러워졌다. “아무 생각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어. 됐지?”“전혀.”달팽이관을 뚫고 들어오는 저음의 목소리와 뜨거운 숨결.강유리는 두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름다운 눈동자는 사슴처럼 맑았고 약간의 순수함과 막연함도 있었다.육시준의 눈동자는 더 어두워지더니 그는 고개를 숙이고 강유리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살짝 건드리고 떨어지고 바로 다시 키스하고 절제하면서도 도발적이었다.강유리는 키스 세례를 받고 팔을 그의 목에 두르며 화답했다. 온몸이 나른해졌다. 강유리는 그저 조용히 그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한참 뒤에 육시준은 강유리를 놓아주었다.“여보.”나지막한 목소리와 치명적인 유혹에 휩싸인 강유리는 가뜩이나 혼란스럽던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졌다.“다음 주에 신혼여행도 가고 겸사겸사 아이도 가질까?”“???”멀리 떠돌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강유리는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아이를 가지는 게 겸사겸사 할 수 있는 일인가?’그러나 그녀가 묻기도 전에 뜨거운 키스가 느껴졌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자제하는 대신 다소 다급하고 침략적이었다.여름밤, 별들이 온 하늘을 수놓아 찬란하고 고요했다.릴리도 별장에 남았다.강미연은 딸이 마음에 걸려 잠시 릴리와 함께 침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밤이 깊어졌다.강미연은 하품을 하고 자연스럽게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졸리니까 일찍 쉬자. 오늘은 너에게 나와 함께 잘 기회를 주지.”“???”릴리는 고민했다.강미연의 동작을 보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예전에는 모녀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면 늘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 강미연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릴리는 고마운 시늉을 했다.하지만 오늘 밤 릴리는 왠지 혼자 자고 싶다.익숙한 대답을 듣지 못한 탓인지 강미연도 반응을 보였다. “왜? 싫어?”릴리는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나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