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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고정남의 곁을 떠나고 그들의 미래에 어떤 희망도 품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강미연은 단념했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강미연은 남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도리를 그와 헤어진 후에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후에야 고정남은 사실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 뼈저린 사랑은 강미연의 집착이었을 뿐이다.

말이 마치고 강미연은 차에 올랐다.

차량 몇 대가 요란하게 떠났다.

대문을 나서자마자 강미연은 파란색과 흰색의 경찰차 몇 대와 낯익은 모습이 차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강미연은 기사를 향해 잠시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차창을 내리자 그 사람이 공손히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모님.”

강미연은 그의 친숙한 호칭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기서 뭐 하고 있지?”

“공무 집행 중입니다.”

너무 딱딱하다 여겼는지 신하균이 얼른 보충했다.

“고정철 사건에 진전이 있어 고성그룹의 사람들을 조사하는 중입니다.”

“고성그룹 사람들? 릴리도 포함되어 있나?”

강미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신하균이 고개를 저었다.

“릴리는 피해자입니다.”

“...”

강미연은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몇 번인가 신하균을 훑어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자네한테 맡기고 나는 잠시 손을 뗄까?”

무슨 일인지 밝히지 않았는데도 신하균은 알아차린 듯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차가 천천히 떠났다.

멀어져 가는 차량을 보던 후배는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진 신하균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선배. 저 사모님과 무슨 비밀 대화를 나누시는 겁니까? 사건을 조사하는데 왜 사모님에게 감사해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저분은 왜 손을 뗀다고 하시는 건가요? 고성그룹이 그녀의 딸에게 손을 댔어요. Y국의 바론 공작도 관련되어 있고...”

“그렇게 한가하나? 일이나 하러 가!”

신하균은 정신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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