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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누가 모녀 아니랄까 봐.

“그러니까 눈치껏 행동하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자꾸 끼어들지 말고. 알겠어?”

강미연은 아직도 차근차근 타이르고 있다.

고우신은 놀라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강미연은 할 말을 다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

“3일 안에 결과를 보여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먼저 손을 쓸 거예요. 별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강미연은 말을 마치고 곁눈질로 2층 계단 입구 쪽을 쓸어봤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른다.

고주영은 흰 잠옷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 헤친 채 서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고 눈빛이 텅 비었다.

아래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넋을 놓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강미연은 고주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고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

심수정은 강유리의 결혼식에서 강미연을 찾아와 그녀가 고성그룹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떠보았다. 아마도 강미연이 자녀들에게 손을 쓸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강미연은 무고한 후배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다.

하지만 몇몇 후배들이 먼저 도발을 한다면 강미연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 딸이 남의 물건은 못 뺏어가서 제 물건을 뺏어갔어요. 염치도 없나요?”

고주영은 언성을 높여 강미연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도 똑같아요! 우리 아빠를 버리고 갔으면서 다시 돌아오다니!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주 뻔뻔하시네요!”

“지금은 뭐예요? 이제 신분도 지위도 있으니 저희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우리 아버지는 당신에게 그렇게 잘해 주셨는데 당신은 그의 사랑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복수나 하고! 당신은 반드시 천벌을 받을 거예요. 반드시!”

“...”

강미연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주영을 돌아보았다.

“소녀야, 내가 너에게 한 가지 알려주지. 어떤 것들은 오래 가지고 있다고 해서 네 것이 되는 것이 아니야. 내 딸한테는 고성그룹의 피가 흐르고 있어. 릴리는 자신의 몫을 돌려받을 자격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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