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영과 장선명은 모두 피를 많이 흘렸다.안지영은 끝까지 버텨 마지막 전화를 하고서는 결국 힘을 다해 쓰러지고 말았다.두 사람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매하리의 병원이었다.안지영은 소독약 냄새에 마침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장. 장선명 씨.”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소리치며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다리의 통증이 그녀의 심장까지 쥐어짜듯 고통스러웠다.안지영의 곁을 지키고 있던 나태웅은 그녀가 장선명의 이름을 부르며 깨어나는 걸 보고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너무 아파서 얼굴까지 창백해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태웅은 화를 내며 말했다.“아픈 걸 알겠지? 그런데도 얌전히 안 있어?”나태웅의 목소리에 안지영은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안지영은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천천히 목을 돌려 나태웅을 바라보았다.‘정말 나태웅이야. 이 재수 없는 자식은 왜 따라다니는 거야?’“그쪽이 어떻게 여기 있어?”‘이 인간은 왜 떨어지지도 않는 거야?’안지영은 호흡이 너무 가빠서 입 밖으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저 차갑게 물었다.“장선명 씨는?”“장선명이 널 죽일 뻔했는데 아직도 그 자식을 걱정하는 거야? 안지영 넌 정말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장선명의 이름을 부르며 깨어난 것도 모자라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는 처음 묻는 게 장선명에 대한 것이라니. 장선명은 도대체 안지영에게 어떤 존재일까?도대체 언제부터 안지영이 장선명을 이렇게 마음에 둔 걸까?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고 안지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안지영은 계속 가쁜 숨을 쉬며 물었다.“무슨 뜻이야?”‘뭐가 장선명이 날 죽일 뻔했다는 거야? 자기가 날 이렇게 만들고 지금 여기서 날 생각이 없다고 욕하는 거야? 난 어쩌다 이렇게 형편없는 녀석을 알게 된 걸까?’“무슨 뜻이냐고? 네가 그 자식하고 매하리에 오지 않았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거야. 안지영 설마 아직도 장선명을 네 약혼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
나태웅은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안지영은 이미 상처의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병실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간호사가 들어왔을 때 두 사람 사이의 날카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안지영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상처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 빨리 침대로 돌아가 누우세요.”간호사는 안지영을 막으며 다시 침대로 돌려보내려 했다.그리고 싸늘한 얼굴로 옆에 서 있는 나태웅을 바라보며 말했다.“보호자 분 왜 그러고 계세요? 환자의 상처가 어떤 상황인지 아시잖아요? 환자를 좀 잘 타이를 순 없으세요?”“잘 타이르라고요? 내가 이 여자를 잘 타이를 수 있을 것 같아요?”나태웅은 순간 화가 폭발했다.안지영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데 누가 그녀를 잘 타이르고 싶을까?안지영도 화를 내며 나태웅을 째려봤다.“나도 저 사람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요. 장선명 씨는 어디 있죠?”“아직도 그 자식을 찾는 거야? 장선명이 널 저승으로 데려가길 원하는 거야? 안지영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나태웅은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이렇게 말이 통하지 않는 여자를 처음 봤다.할 말은 다 했는데도 그녀의 태도는 도대체 왜 이럴까?안지영이 말했다.“내 머리가 어떻게 되든 그쪽하고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왜 매하리에 온 거야?”“난 널 구하러 왔어.”나태웅은 호흡을 거칠게 쉬었다.안지영이 말했다.“내가 그쪽 도움을 받을 것 같아? 그리고 우리를 어떻게 찾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연히 구한 게 아니라 내가 경찰에 신고한 정보를 받은 거잖아? 그런데도 나한테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할 거야?”나태웅은 계속 침묵했다.“내가 정말 뻔뻔한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그쪽처럼 역겨운 사람은 처음이야. 도대체 뭐 하자는 건데?”안지영은 말할수록 점점 더 감정이 격해졌다.그녀는 그렇게 나태웅이 자부하던 생명의 은혜를 단번에 찢어버렸다.나태웅의 얼굴은 완전
장선명은 안지영이 들어온 것을 보고 멈칫했다.“너 왜 일어났어?”장서경도 안지영을 발견했다.전에 말로만 듣던 안씨 가문의 딸이었다. 안지영은 안태환의 금지옥엽 외동딸이었지만 안태환은 안지영을 혹독하게 키웠다.안지영이 안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였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안태환은 높은 기준을 요구했다.안지영이 동영 그룹에서 일을 배울 때 안태환은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었었다.거의 모든 것을 그녀가 스스로 벌어서 해결해야 했다.안지영 역시 안태환의 기대에 부응했고 안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몇 달 만에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는 걸 증명했다.물론 이번에 나태웅은 안지영을 많이 괴롭혔다.장선명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하늘 그룹을 진짜 지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번 기회에 안지영도 사업 운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할 수 있었다.안지영이 입을 열었다.“난 그냥.”장서경이 있는 것을 보고 안지영은 조금 민망해했다.그녀는 장서경을 바라보며 예의 바르게 인했다.“안녕하세요.”그 한마디에 장서경도 찌푸렸던 미간을 풀며 몸을 일으켜 장선명에게 말했다.“두 사람 얘기 나눠. 난 강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게.”“그래.”장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장서경이 병실을 나가자 장선명은 작은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안지영을 바라보며 다치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안지영은 장선명에게 다가가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그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자 그녀의 마음도 조금 안정되었다.아까 안지영이 병실에서 나태웅을 봤을 때 마음속으로 장선명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안지영은 장선명의 팔에 감긴 두꺼운 지혈 붕대를 보고 물었다.“주사는 맞았어요?”야생 늑대에게 물렸기에 어떤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이 감염이라도 됐을까 봐 걱정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장선명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맞았어.”“큰형님은 어떻게 오셨어요?”“아마 우리가 산에 있을 때
안지영의 높아진 말투를 들은 장선명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굳이 따지자면 그렇기도 하지.”안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정말 그런가? 이건 너무 내 팔자에 마가 낀 거 아니야?”“그래도 내가 먼저 경찰에 신고했어요. 내가 신고하지 않았으면 나태웅이 우릴 무슨 수로 찾았겠어요?”어찌 됐든 안지영은 나태웅에게 생명을 빚졌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평소에 얼마나 나태웅 때문에 화가 많이 났었으면 지금 이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걸까?장선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난 나태웅한테 고마워하지 않을 거예요. 보답도 하지 않을 거고요.”안지영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장선명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다 네 말대로 하자.”약혼녀가 이렇게 화가 났을 때는 절대로 반박해서는 안 된다. 그녀가 뭐라고 하든 그냥 맞장구를 쳐 줘야 했다.여자는 원래 그렇다.화를 낼 때는 절대 논리로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따지면 결국 완전히 원수가 될 것이다.하지만 나태웅은 이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지영이 마음속으로 느낄 반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녀에게 강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그 결과 이제는 나태웅이 안지영의 목숨을 구해줘도 좋은 소리 하나 듣지 못했다.“그러니까 선명 씨도 나태웅한테 보답하지 말아요.”안지영이 투덜거리며 말하자 장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다 네 말대로 할게. 내 일은 다 네가 결정해.”“그래요.”장선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안지영은 그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장선명은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눈빛이 더욱 부드러워졌다.한편 나태웅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자신이 안지영을 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안지영이 아까 보인 태도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감히 나하고 말싸움을 해? 게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왕여는 나태웅이 담배를 몇 대나 피우는 것
‘전에 안지영의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혀 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자기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모르는 거야? 안지영이 자기를 이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짐작도 하지 못하는 건가?’여기까지 생각한 왕여는 정말 머리가 아팠다.그런데 나태웅은 왕여의 말을 듣고서는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왕여가 말했다.“그때 안지영 씨는 정말 슬퍼했어요.”그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 말은 나태웅에게 스스로 무슨 짓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걸 상기시켜 주려고 한 말이다.나태웅은 이 말에 정말로 잠잠해졌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서는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지금 이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잠시 후 왕여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태웅이 입을 열었다.“네 뜻은 안지영이 그 일로 날 원망한다는 거야?”왕여는 이 말을 듣고 멈칫했지만 뭔가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했다.‘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보스가 드디어 이해하기 시작한 거야? 지금까지 태도를 봐서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지금 이건 생각이 바뀌어 가는 징조인가? 정말 그런 거라면 제발 좀 마음이 넓어졌으면 좋겠네.’여기까지 생각한 왕여는 다급하게 말했다.“안지영 씨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대표님을 탓할 수밖에 없죠.”‘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비록 그 사건에는 장선명의 책임도 있었지만 애초에 모든 것은 나태웅의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이었다.그래서 안지영도 계속 나태웅을 원망하는 것이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난 일인데 안지영 너무 속 좁은 거 아니야?”왕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아니 방금 이해한 거 아니었어? 그걸로 끝이라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안지영 씨 아버지가 아직도 병원에 계시잖아요.”사람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는 것은 이 일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뭐가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거야?’왕여는 정말 머리가 아팠
“안지영이 목숨을 버리려 한다고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왕여는 잠시 멍해졌다.나태웅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로 장선명의 병실로 가서 안지영을 데려오려는 것 같았다.이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잠깐만요. 가시면 안 돼요.”“놔.”“큰 도련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반드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요. 이렇게 하시면 죽을 수도 있으세요.”왕여는 거의 울 것 같았다.강성을 떠날 때부터 나태현은 계속해서 왕여에게 나태웅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당부했다.그 말은 곧 장선명 앞에서 나태웅이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었다.지금 이렇게 나태웅이 장선명의 병실로 가는 건 죽고 싶어서 자기 발로 찾아가는 것이었다.하지만 나태웅은 정말 미친 것 같았다. 이제는 왕여가 아무리 막아도 듣지 않고 바로 장선명의 병실로 돌진했다.장선명과 안지영은 마침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장면은 두 사람의 사이가 정말 친밀해 보였다.그러나 이 장면은 순간 나태웅의 신경을 자극했다.나태웅은 두 사람이 잡은 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나태웅의 눈에서 차가운 분위기가 번뜩였고 마치 칼날처럼 두 사람의 손등을 뚫어버릴 것만 같았다.뒤따라온 왕여는 순간 이 장면을 보고 멍해졌다.안지영과 장선명의 사이가 이미 이 정도까지 발전했을 줄은 몰랐다.“넌 왜 왔어?”나태웅이 병실에 들어온 것을 보고 안지영은 화를 내며 말했다.‘이 인간 이제는 정말 귀신처럼 끈질기게 따라다니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병실로 돌아가자.”나태웅은 차가운운 목소리로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안지영이 나태웅을 배신한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안진영이 말했다.“꺼져.”‘내가 왜 저 인간하고 병실에 가야 해? 자기가 나한테 뭐라도 되는 줄 알아?’안지영이 또 꺼지라고 말하자 나태웅은 화가 너무 나서 이성의 끈을 놓쳐 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할 말 있으니까 따로 얘기하자고.”“난 너랑 할 말 없
나태웅의 호흡은 순간 무거워졌다.안지영도 깜짝 놀랐다. 어제 산에서 들은 게 바로 이 소리였던 것 같다.장선명이 이런 물건을 항상 지나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다.안지영은 위험하게 번뜩이는 장선명의 눈빛을 보고 당황하며 말했다.“장선명 씨 제발 그러지 마요.”“지금 봤지? 장선명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저런 인간하고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거야?”나태웅은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말했다.왕여와 안지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서는 바보처럼 나태웅을 바라보며 이 사람은 정말 멍청이가 아닐지 생각했다.이런 순간에 상대를 자극해서 뭐가 좋을 게 있다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왕여는 이미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그러나 안지영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빨리 그쪽 대표 데려가지 않고 뭐 해요? 여기서 나태웅이 죽는 걸 보고 싶어요?”왕여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서는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 저희 먼저 가시죠.”“안지영.”나태웅은 이를 악물었다.말투도 그렇고 눈빛도 모두 안지영을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안지영이 말했다.“닥치고 어른 꺼져.”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여기서 질척거리는 나태웅을 안지영은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나태웅은 여전히 안지영을 병실로 데려가려 했다. ‘지금 장선명 같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거야? 그런데도 버티고 있네. 이 여자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나태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왕여는 더 이상 여기서 나태웅이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다급하게 그를 억지로 끌고 갔다.“이거 놔.”나태웅은 여전히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왕여는 못 들은 척하며 강제로 그를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그렇다 병원 밖으로 끌고 갔다.이제 더 이상 이 병원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러다 정말 사람 목숨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왔다.나태웅은 왕여를 세게 밀어내며 말했다.“너도 봤지? 장선명이 감히.”“네 다 봤
“아파요. 너무 아파요.”어찌 됐든 안지영은 부상자인데 나태웅은 정말 너무 심하게 그녀를 마구 끌어당겼다.‘그 개자식은 정말 인간이 아니야.’생각하면 할수록 안지영은 더욱 억울해졌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부터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마.”“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방금 조금 움직였다고 뼛속까지 고통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아까 안지영은 정말 나태웅의 얼굴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그 자식을 아주 죽여버려야 했는데.’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을 만나면 성격이 아무리 좋은 여자라 해도 결국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 미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나태웅 정말 짜증 나는 인간이야. 이건 너무 심하잖아.’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나가고 나서야 안지영은 장선명을 바라보며 말했다.“선명 씨 아까 정말 나태웅을 죽이려고 했어요?”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안지영을 말을 꺼낼 때 여전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조금 전 안지영은 정말로 무서웠다.장선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더 이상 그렇게 혈기 넘치는 사람이 아니야. 예전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지금의 장선명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사람들은 흔히 남자든 여자든 마음속에 뭔가 얽매이는 것이 생기면 일을 처리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방금 장선명이 나태웅에게 총을 겨눴을 때 장선명이 정말로 나태웅을 죽일까 봐 많이 놀랐었다.“나태웅을 걱정하는 거야?”장선명이 물었다.그의 말투는 아주 차분했지만 누구도 그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낼 수 없었다.그래도 그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 자체가 이미 감정을 겉으로 내비쳤다는 걸 의미했다.안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걱정한 건 여기서 사람이 죽으면 나는 나씨 가문에서든 장씨 가문에서든 모두 죄인이 되는 거예요.”지금도 안지영은 마음고생하며 살고 있는데 나태웅이 여기서 죽는다면 장선명은 분명 감옥에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지영은 정말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