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눈에 들어온 것은 쓰레기통 안에 가득 쌓인 피 묻은 휴지들이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피를 토하는 것일까?고은영은 가슴이 심각하게 떨렸다.간호사 중 한 명은 계속해서 정리했고 다른 한 명은 고은지를 달래고 있었다.고희주는 옆에서 겁에 질린 채 울고 있었다.고은영은 그 모습을 보고 다급히 달려가 고희주를 품에 안았다. 병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민초희는 와서 상황을 보고서는 다급하게 의사를 불러왔다.의사가 고은지를 검사할 때 고은영은 고희주를 안고 한 편에 서 있었다.고희주는 고은영의 목을 끌어안고서는 말했다.“이모. 엄마 죽는 거야?”“아니. 그럴 리 없어.”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조여드는지 아무도 몰랐다.고은지가 왜 이렇게 많은 피를 토했는지 알 수 없었고 지금 의사도 긴급하게 지혈 처치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고은지의 지혈 기능에 이미 큰 문제가 발생해서 의사가 거의 30분을 치료한 끝에야 완전히 지혈할 수 있었다.병실이 다시 조용해졌을 때 공기 중에는 여전히 진한 피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고은영은 앞으로 다가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언니.”고은지는 힘겹게 고은영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은영의 품에 안겨 있는 고희주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희주 놀랐지?”방금 고은지는 정말로 아이를 놀래지 않게 달래주고 싶었지만 아무리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해도 피는 멈추지 않고 목구멍에서 뿜어져 나왔다.고은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도 고희주의 불안한 감정은 달래지지 않았다.고희주는 고은영의 품에서 나와 작은 손으로 고은지의 깡마른 손을 잡았다.“엄마 나 얼른 집에 가고 싶어. 엄마하고 같이 가고 싶어.”병원은 너무 무서웠다.고희주는 병원이 너무 무서웠고 병원에 있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고열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고은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병원에서 나갈 수 없게 될 줄
고은지의 인생을 망친 그 남자가 없어도 그녀와 조영수는 이혼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희주는 절대로 그 후에 벌어진 일들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요즘 고희주의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고은지의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그 남자와 관련된 일에 대해 고은영도 지금 어떻게 고은지를 위로해 줘야 할지 몰랐다.고은영은 그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먼저 많은 생각하지 마.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언니 몸이야.”“그 남자를 찾는 건 어떻게 됐어?”고은지가 묻자 고은영이 대답했다.“준우 씨가 아직 아무 말도 없었어. 나도 진청아 씨를 만나지 못했고. 곧 소식이 있을 거야.”진청아는 이미 당시 호텔 CCTV를 찾아 화질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시간이 많이 지난 일이었기에 이것도 상당히 큰 진전이었다.고은지의 창백한 모습을 보고 고은영이 말했다.“언니 푹 쉬어. 복잡한 생각 하지 말고.”원래는 고희주를 데려오면 고은지가 좀 더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누구도 이렇게 많은 불쾌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고은지는 고희주만 보면 이 아이가 받은 상처가 떠올랐고 이에 따라 두 사람에게 이 모든 고통을 가져온 남자를 떠올렸다.모든 고통의 근원은 바로 그 남자 때문이었다.고은지는 아픈 마음으로 말했다.“조영수와의 이혼은 해방이었어. 하지만 그 남자는 우리를 지옥으로 끌어들였지.”고은영은 이 말을 듣자 가슴이 더 아프게 찌릿했다.맞다. 조영수와 이혼하는 그 순간 고은지는 온통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때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러나 결혼식 전날 밤 사건이 터지면서 고은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는 고은지에게 지옥 같은 심연을 안겨주었고 그녀의 모든 희망도 산산조각 났다.“누구든지 이 일은 언니가 나은 후에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야. 그렇지 않아?”“응.”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희주 공부는 어떻게 됐어?”
지금 고은지와 매칭 검사를 한 것은 량천옥과 량일 뿐이었고 두 사람도 일치하지 않으면 고은영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저희도 방법을 찾을 테니까 병원에서도...”“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어찌 됐든 고은지는 병원장도 특별히 신경을 쓰는 환자였고 전담 전문가팀에도 배정되었다.만약 맞는 골수가 있다면 당연히 고은지를 우선시할 것이다.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적합한 골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최악의 상황이었다. 고은영도 머리가 아팠다.그녀는 의사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량천옥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량일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이 순간 량천옥은 고통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량천옥을 마주하자 원래도 머리가 아팠던 그녀는 이제 더욱 숨이 막히는 것처럼 답답했다.“몇 분이라도 시간을 좀 내줄 수 있을까?”량천옥이 앞으로 다가왔다.이 말을 할 때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은영이 말했다.“저기 저는.”“점심시간이니까 밥은 먹어야지.”량천옥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병원에 오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고은영의 모습을 보며 도와주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랐다.특히 고은영이 고은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량천옥은 고은영이 슬퍼하지 않길 바랐지만 이 일에서는 어떻게 고은영을 도와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핸드폰을 보니 이미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기 온 이후로 쉬지 않고 움직인 것 같은데 정작 한 일은 별로 없었지만 시간은 이렇게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고은영은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다.그러나 량천옥의 슬픈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랑천옥은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눈물이 흘러나왔다.그 눈물에는 기쁨도 있었고 고통스러움도 섞여 있었다.고은지가
고은영은 량천옥의 광기를 경험해 봤기에 이제 와서는 정말 어떻게 량천옥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고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은영아 나는.”“그리고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사실 저희 사이에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량천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심호흡을 했다.‘나와 은영이 사이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관계일까? 그럼 우리 사이에는 어떤 말이 적합하지?”“나도 알아. 솔직히 말해서 내가 너의...”여기서 말을 멈춘 량천옥은 고은영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나의 엄마라고? 내가 딸이라고? 량천옥이라는 사람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나?’그동안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저질렀던 일들 때문에 고은영이 얼마나 상처받고 마음 아파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네 말이 맞아. 우리 지금은 이런 얘기하지 말자.”량천옥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고통스러운 가슴을 억눌렀다.그동안 그녀는 계속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량천옥은 이 순간 고은영의 침착한 모습을 보니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소위 말하는 덕을 쌓는 것이 예전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이 순간 량천옥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량천옥이 그 많은 악행을 저지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자기 친딸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결국 고은영은 고은지 때문에 입맛이 별로 없어 대충 음식을 먹었다. 고은영이 억지로 먹는 모습을 본 량천옥은 다시 걱정하며 물었다.“입맛에 안 맞니?”“아니에요.”고은영이 고개를 젓자 량천옥이 말했다.“고은지 때문에 그러니? 걱정하지 마. 매칭에 성공하면 내가 꼭 기증해 줄게. 그리고.”량천옥은 여기까지 말하고서는 다시 고은영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나도 고은지한테 맞는 골수를 찾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곧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와서 매칭 검사를 받을 테니까 곧 일치하는 골수를 찾을 수 있을 거야.”량
이전에 량천옥이 얼마나 미친 것처럼 행동했는지 고은지도 어느 정도 들은 바가 있었다.그런데 그런 여자가 갑자기 고은영에게 잘해준다는 것이 고은지는 걱정되어 고은영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려 했는데 사실을 듣고 나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량천옥이 정말로 네 엄마라고?”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친자 확인도 했으니까 거짓은 아니겠지.”고은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배준우는 뭐라고 안 해?”안지영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다들 가장 먼저 떠오른 걱정이 고은영과 배준우의 관계였다.량천옥이 배준우의 새엄마였기 때문이다.지금은 배씨 가문을 떠났다고 그래도 그동안 량천옥이 배준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준우 씨는 괜찮은데 지금은 내가 량천옥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량천옥의 얘기를 꺼내자면 예전에는 고은영이 배준우와 함께 있는 모습만 봐도 량천옥은 정말 싫어했다.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마치 몰락한 귀부인처럼 매우 불쌍한 모습을 보였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지 마. 그거 별거 아니야.”이 점에서 고은지는 더 개방적으로 생각했다.고은영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저녁이 되어 고은영은 지친 몸을 이끌고 란완리조트로 돌아왔다.고희주는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희주는 고은영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바로 소파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달려왔다.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두 팔을 벌려 고희주를 안아주려고 했지만 고희주는 그녀로부터 1미터 정도는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이모 미안해.”그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우면서도 애처롭게 느껴졌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왜? 갑자기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내가 오늘 엄마 앞에서 울면 안 됐는데 엄마가 걱정할 말은 하지 말아야 했
고은영이 중얼거렸다.“아기는 어디 갔어요?”“도우미가 데려갔어.”“그럼 내가 가서 좀 보고 올게요.”아기가 방금까지 잘 놀고 있었는데 배준우가 그녀와 조금이라도 놀게 두지 않으니 고은영은 너무 화가 났다.고은영은 정말 아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 최근 몇 날 며칠을 고은지 때문에 아이 곁에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두 걸음 정도 옮겼을 때 허리 쪽에서 갑자기 힘이 느껴졌다.고은영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러고 나서 그녀는 침대 위로 던져졌다.“아니 준우 씨 또 읍.”아직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배준우가 강하게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이게 뭐야? 어젯밤에도 날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더니 지금 또?’고은영은 정말 울고 싶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남자의 눈에 얼마나 매혹적으로 보이는지 몰랐다.그녀의 눈빛 하니만으로도 배준우는 바로 자제력을 잃었다.고은영은 흐느끼며 배준우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전혀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렇게 배준우와 함께 고은영은 깊은 밤의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완전히 지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배준우는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정말 나빠요.”고은영은 울먹이며 말했다.그녀는 배준우가 남성에서 있었던 그날 밤 일을 무의식적으로 복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젯밤 그 일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정말 그녀를 거칠게 대했다. 마치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것 같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가볍게 키스하며 말했다.“내일은 병원에 가지 마.”“응? 왜요?”고은영은 몽롱한 상태로 배준우의 목소리에 담긴 이상한 기색을 이해하지 못했다.배준우가 말했다.“요즘 일이 좀 있으니까 너 혼자서 란완리조트를 나가지 마. 병원에는 민초희가 돌보고 있으니까 문제없어.”“무슨 일인데요?”배준우의 일이 있다는 말에 고은영은 바로 경계했다.배준우가 말했다.“큰 일은 아니니까 긴장하지 마.”그녀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해놓고 이런 긴장
그럼 다음 김영희는 아무런 온기도 없는 시선으로 진정훈을 바라보았다.진정훈의 눈빛도 어두워졌다.진유경은 숨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입을 열었다.“할머니 하지만 둘째 오빠가.”“앉으라고 했잖아. 이 집에서 나가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야.”“그럼 누구라고 생각하세요?”진정훈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제 할머니라고 부르지도 않았다.모든 일을 알고 난 뒤 지금 진정훈의 마음속에서 김영희는 비록 어른이긴 했지만 더 이상 존경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김영희는 진정훈의 비웃음 섞인 말투를 듣더니 호흡이 거칠어졌다.“너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감히 네가 날 화병으로 죽게 하려는 거야?”“죽어요? 무슨 일이 생겨도 남을 끌어들이고 자기 며느리조차 제대로 대하지 않는 악한 사람이 어떻게 죽을 건데요?”진유경과 김영희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뒤따라오던 진호영도 진정훈의 무례한 말을 듣고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형. 무슨 말 하는 거야?”‘이게 형이 할 말인가? 이건.’진호영의 목소리를 들은 진정훈의 가슴 속에서는 분노가 불길처럼 솟아올랐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진정훈은 진호영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마치 바보처럼 자기 엄마와 여동생에 대한 모든 감정을 진성택의 첫사랑 딸에게 바쳤다.지금 와서 그 모든 것을 돌아보면 웃음거리일 뿐만 아니라 용서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진성택은 진정훈이 돌아온 것을 알고 또 일이 터질까 봐 서둘러 내려왔다.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핏기가 전혀 없었다.이 하루 동안 진성택은 진정훈이 모든 것을 알게 됐다고 확신했다.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진정훈이 그런 태도를 보일 리가 없었다.진성택은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며 이 일은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진정훈의 무례한 말을 듣자 진성택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이 망나니 자식이 감히 집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하라고 허락했어?”진정택은 가슴을 들썩이며 말했다.그의 말투에서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가득했다.진호영은 믿을 수
한순간에 김영희는 분노하며 앞에 놓여 있던 컵을 집어 들어 진정훈에게 던졌다.“이 못된 놈 당장 꺼져.”컵은 정확하게 진정훈의 이마에 맞고 떨어졌다.순간 그의 이마에 상처가 나며 피가 줄줄 흘렀다.진호영은 이 광경을 보고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형.”“그래도 이제 모두가 당신의 본모습을 보고 진유경과 당신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됐네요?”피를 흘리면서도 진정훈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공격적인 말들을 뱉어냈다.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웠다.진정훈이 모두라고 말하는 걸 들은 김영희는 원래 안 좋았던 표정이 더욱 분노로 가득 찼다.진호영과 진유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할머니와 진정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특히 진유경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오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 엄마가 할머니랑 무슨 관계가 있겠어?”“그래. 어떻게 관계가 있겠어? 아무 관계도 없으면서 자기 친손자를 돌보지 않고 입양한 손녀를 그렇게 잘 돌본 게 말이 되는 걸까?”진유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심지어 자기 친손녀 샘플까지 손대면서?”진정훈의 모든 질문은 이 순간 하나같이 공격적이었다.진성택은 계단 입구에서 분노의 목소리를 외쳤다.“그만해.”“그만해요?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아니면 아버지는 직접 말할 용기도 없으시고 직면할 용기도 없으신 거예요?”“너.”진성택은 너무 화가 나서 눈앞에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이 망나니 같은 놈이 정말 계속.’진정훈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는 온 거실에 울려 퍼졌고 더욱이 조롱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김영희도 지금 마음이 편치 않은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그녀의 눈빛은 마치 진정훈을 찢어버리기라도 하듯이 증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또 어쩔 수 없이 참고 있는 듯했다.“지금 당장 서재로 와.”진성택은 진정훈이 더 이상 여기서 헛소리하지 못하도록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진정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진성택을 한 번 바라봤다.그 유달리 싸늘한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