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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정말 아무 뜻도 없었어요.”

고은영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심지어 약간의 불안함까지 섞여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배준우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고은영은 그날 밤 그와는 달랐다. 그녀는 최소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있었다.

“은영아 착하지. 나한테 말해줘.”

고은영은 배준우의 말을 듣고 머릿속이 더욱 윙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말해달라고? 뭘 말하라는 거야? 그때 몸에 마치 수천 마리의 개미가 갉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도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걸 말하라는 거야? 그러고 나서 결국 내가 대담하게 먼저 준우 씨를 덮쳤다고?’

“은영아.”

“아 그만 물어봐요.”

그 일에 대해 고은영은 감히 입 밖으로 말할 수 없었다.

배준우는 고은영의 반응을 보며 더욱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사실 그날 밤 배준우는 고은영인 것을 확인했을 때 기쁨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평소 고은영은 항상 그의 옆에서 얌전히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람들은 고은영을 가장 얌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밤 고은영이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배준우도 도대체 누가 그녀에게 그런 용기를 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응. 말 안 할 거예요.”

고은영은 작은 입술을 꼭 다물고서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결국 배준우의 수단 앞에서 그녀의 다짐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그날 밤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배준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이 계집애가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

고은영이 말했다.

“난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맞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때 참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참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평소 눈 한 번 마주쳐도 울 것처럼 두려워하던 남자를 바로 덮쳐버렸다.

배준우는 고은영의 작은 얼굴을 꼬집었다.

“너 그때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거야?”

“그때 나도 술에 취해 있었어요.”

술은 겁쟁이도 용기 있게 만든다는 말이 고은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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