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영의 말이 끝나자 나태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밖으로 끌고 나갔다.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안지영은 소리를 질렀다.“야 이 개자식아. 이거 놔.”장선명도 나태웅이 말로서는 뜻대로 안 되자 이렇게 거친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더 이상 장선명도 나태웅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나태웅이 안지영을 끌고 장션명의 앞을 지나갈 때 장선명은 바로 나태웅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원래도 긴급했던 상황이 바로 폭발했다.나태현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오늘 밤 장선명과 나태웅이 얼마나 치고받고 싸웠을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나태현이 두 사람을 더 데리고 나타났다.그러지 않았다면 오늘 밤 나태웅의 미친 정도로 봤을 때 나태현 혼자로는 도저히 그를 끌고 갈 수 없었을 것이다.모든 사람이 떠난 뒤 안지영과 장선명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안지영은 떨리는 입꼬리로 말했다.“정말 미쳤나 봐요.”장선명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정말 미쳤어.”안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미친놈을 자극한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하지만 그녀가 도대체 어디서 그를 자극한 건지 지금까지도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안열은 서류를 갖고 오면서 길을 잘 몰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잡혀서 차에 타는 나태웅이었다.안열은 그 장면을 보고 입술을 삐쭉였다.‘저 사람은 아까 회사에서 기다려도 안 오니까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근데 왜 나태현 대표님까지 있는 거지?’나태웅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을 때 안열은 무의식적으로 똑바로 섰다.안열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나태웅 대표님 안녕하세요.”그 한마디에 나태웅은 더욱더 화가 났다.다음 순간 나태웅은 강제로 차에 올랐고 나태현은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빠르게 떠나는 차를 바라보며 안열은 그 자리에 서서 코를 쓱 닦으며 쯧쯧 혀를 찼다. 돈 많은 사람들은 모두 패배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전에 나태웅은 하늘 그룹을 난감하게 만들려고
장선명은 미소를 지으며 안지영의 얼굴을 꼬집었다.“왜? 참아주려고?”“나태웅을요? 그럴 리가요.”그녀는 정말로 나태웅이 원망스러워 그를 파산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참아줄 수가 있을까?장선명은 그녀의 화가 난 말투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비가 내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더는 말하지 않고 긴장을 풀며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두 사람이 묵는 룸은 호텔의 꼭대기 층이었기에 옥상이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가 특히 힐링 되었다.그 소리를 듣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스르륵 잠에 빠졌다.나태웅과 안열의 차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플라자 온천 근처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산길은 너무 좁고 구불구불했기에 비가 올 때는 운전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속도를 최대한 천천히 하고 운전했다.안열은 집에 도착하면 아침 10시가 될 것 같아 바로 장선명에게 문자로 휴가를 냈다.그동안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오늘은 집에서 푹 쉬고 내일 쇼핑을 할 계획이었는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아마도 그동안 산에 빗물이 많이 고여 있었는지 시내로 가는 고속도로가 전부 막혔다.차보다 더 큰 돌이 굴러서 도로 중앙에 떨어지고 큰 나무와 흙들이 도로를 전부 막아 버렸다.차 밖에는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차 안에서 안열은 다급하게 신고했고 구조대원을 보내겠다고 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구조대원을 보낸다고 해도 시공 시간이 있었기에 아마도 내일 아침은 되어야 차가 통할 수 있을 것이다.안열은 우산을 가지고 차에서 내렸다.나태현은 이미 앞으로 가서 상황을 둘러 보고 있다가 안열에게 말했다.“오늘 밤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아요. 플라자 온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어요.”비록 지금 돌아가는 것은 좋지 않았지만 그들이 무작정 도로 위에서 구조대원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안열은 상황을 보고 머리가 아팠다.하지만 자연재해라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 안열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몸을 돌려 차로 돌아갔다.그녀의 차가 나태현의 차 뒤에
나태웅은 상황을 살펴보더니 안열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그런 운전 실력으로 지금 이곳으로 온 거예요?”그는 이 한마디에 자신의 기분 나쁜 감정을 다 담은 것 같았다. 거기에 낮에 있었던 분노와 더불어 하늘그룹에서 안열이 계획한 일들까지 알고 있었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안열은 자기를 향해 소리 지르는 나태웅을 바라보며 화가 났다.그녀는 이미 오랫동안 피로감이 쌓여 있었고 이제 마침내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얻었는데 이곳에 갇히고 말았으니 그녀의 기분도 지금 엉망이었다.낮에는 나태웅에게 정중하게 말했지만 이 순간 안열은 분노를 폭발하며 말했다.“내 운전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든 그게 나태웅 대표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상관없지. 근데 그쪽 때문에 지금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 갇혔잖아. 그쪽이 모두를 힘들게 만들었다고.”내태웅은 그녀를 째려보았다.‘날 째려봐?’안열은 나태웅의 말에 너무 화가 나서 이제는 화를 숨길 수가 없었다.“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어요? 나도 이런 산길은 처음 와 봤어요. 날 탓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데요? 그렇게 대단하시면 차라리 걸어서 돌아가지 그래요? 아니면 차를 그쪽이 빼내 보던가요.”안열은 나태웅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러니까 안 대표님이 거들떠보지도 않았지. 성격이 도대체 왜 이런 거야? 고작 이런 걸로 미간이나 찌푸리는데 누가 이런 남자를 만나겠어?’안열이 또박또박 쏘아붙이는 모습은 꼭 안지영과 똑같았다. 나태웅은 안열을 바라보며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쪽은 정말.”“그만해.”나태현은 두 사람이 싸우는 목소리를 듣자 머리가 아팠다.그는 차에서 내려 무너져 내린 산을 바라보다가 차의 상태를 다시 바라보았다.이 순간에도 비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나태현은 짜증스럽게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심각하게 말했다.“지금 상황에 여기 남아 있는 건 너무 위험해. 차도 움직일 수 없고 도로도 막혔어.”“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나태웅은 짜증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나태현은 결
뒤에 남겨진 나태웅을 바라보던 안열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거렸다.그녀는 나태웅을 힐끔 바라보고서는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당당하게 남태현과 두 경호원의 뒤를 따라갔다.두 명의 경호원은 마치 자신의 주인들이 우산을 뺏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매우 빠르게 걸어갔다.나태현은 그다지 빨리 걷지 않았기에 나태웅은 단 몇 걸음 만에 그를 따라잡았다.비는 정말 많이 내리고 있었기에 그는 나태현의 우산 아래에 숨고 싶었지만 우산이 너무 작았다.나태현이 우산을 혼자 써도 어깨가 이미 비에 젖어 있었다.“형이 데려온 저 두 사람은 우리 상전이라도 돼?”나태웅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가 느끼기에 방금 두 경호원이 우산을 갖고 가던 모습은 마치 도둑질과도 같았다.나태현은 설명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경호원이지 상전이 아니야. 그리고 노예도 아니고.”그러니 나태웅이 비서를 노예 부리듯 하는 행동은 나태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나태웅은 입꼬리를 움찔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아니 그럼 저런 사람들을 왜 옆에 두는 거야?”나태웅은 믿을 수 없었다.그의 말에 나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흥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넌 요즘 대표로 일하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나태웅은 그 말에 화가 나서 호흡이 거칠어졌다.그는 형인 나태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나태웅이 아무 말도 없다 나태현이 이어서 말했다.“가서 물어봐. 장선명이 저 여자분한테 감히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지.”그렇게 말하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서 뒤따라오고 있는 안열을 바라보았다.나태웅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열이 장선명의 옆에서 일하면서 받는 대우는 일반 사람들이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나태웅은 이번에 안지영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안열의 아이디어였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한 여자 때문ㅇ에 이렇게 큰 손실을 보게
나태현도 화가 많이 났다.나태웅이 오늘 갑자기 이곳으로 장선명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평생 이런 경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안열은 샤워를 마친 뒤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직원을 가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저 감기 걸린 것 같아요.”안열의 목소리는 너무 부드러워서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여자인데도 그녀의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졌다.나태현과 싸우고 있던 나태웅도 안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그는 안열의 뒷모습을 째려봤다.‘장선명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저렇게 얍삽한 거야?’프런트 직원은 그녀에게 웃으면서 뜨거운 물을 한 잔 따라준 뒤 말했다.“저쪽 카페에 소파가 있어요. 거기서 하룻밤 보내시는 건 어떠세요?”“그래도 돼요?”“그럼요. 민지 씨 이분 카페로 안내 부탁해요.”“알겠습니다.”프런트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재빨리 따라와 사려 깊게도 안열에게 담요를 건넸다.“손님. 이쪽으로 오세요.”“고마워요 언니.”안열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은 룸이 없는 상황에서도 안열은 아주 가볍게 자신이 묵을 곳을 해결했다.남은 남자들은 멍하니 홀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나태현과 두 경호원은 괜찮았지만 나태웅은 입고 있는 옷들이 전부 젖어서 몰골이 너무 초췌했다.그들도 프런트에 가서 함께 카페에서 하룻밤 자면 안 되겠냐고 물었지만 프론트 직원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카페에는 소파가 하나밖에 없어서요. 방금 아가씨가 이미 사용하고 계십니다. 남은 분들은 호텔 홀에 계셔야 할 것 같아요.”맞다, 밖에서는 여자들이 먼저 우대를 받는다.나태웅의 얼굴에 나타난 분노는 이제 완전히 숨길 수 없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안지영은 일어나서 먼저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아기는 얌전하게 잘 있어? 여자는 산후조리를 잘해야 해.”안지영은 이번 생에는 고은영을 떠나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면 고은영이 제때 밥을 한 입도 먹지 않을까 봐 항상 걱정했었다.그렇게
안열은 혼자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태웅의 일행과 선을 확실하게 긋는 그녀의 태도를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그 모습이 꼭 미친개 나태웅에게 다시 물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장선명과 안지영이 온 걸 보고 안열은 몸을 일으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안 대표님 오셨어요?”장선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왜 아직도 여기 있어?”“어젯밤에 산사태가 일어났어요. 제 차는 웅덩이에 바퀴가 빠져서 나올 수가 없어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장선명은 눈썹을 추켜세웠다.“뭐 산사태? 어젯밤에 여기 남는 룸도 없었잖아? 어디서 잤어?”안열은 멈칫했다.무의식적으로 장선명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이분이 직원을 관심하는 분이셨나?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그녀는 장선명을 바라보다가 안지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장선명의 변화가 순간 이해되었다.안열은 웃으며 말했다.“프런트 직원이 제가 너무 불쌍해 보였는지 카페에 있는 소파에서 하룻밤 묵으라고 허락해 줬어요.”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지영을 데리고 안쪽으로 걸어가 앉았다.나태현은 한 손으로 있는 힘껏 나태웅을 누르고 있었다.장선명과 안지영이 나타나자 나태웅의 감정은 다시 걷잡을 수 없었다.나태현은 어젯밤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까지 나태웅을 지켜보고만 있었다.핸드폰이 윙윙거리며 진동하자 나태현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태현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알겠습니다. 그 차도 같이 빼내 주세요.”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나태현은 화가 난 얼굴로 장선명과 안지영이 앉은 쪽을 바라보고 있는 나태웅을 바라보며 차가운 말로 물었다.“아직 다 못 먹었어?”나태웅은 눈을 돌리며 차분한 얼굴로 나태현은 바라보았지만 그 눈빛은 이글거리고 있었다.나태현이 말했다.“안 먹을 거면 이제 가자. 도로는 이제 뚫렸대.”도로가 뚫렸다는
앞으로 안지영이 나태웅을 경계하는 태도는 마치 도둑을 경계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도로는 이미 통하고 있었다.나태웅은 억지로 차에 올랐고 안열의 차는 이미 웅덩이에서 빠져나와 있었다.차 창문을 통해 나태웅의 얼굴을 바라보던 안열은 갑자기 악랄한 생각이 떠올랐다.그녀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나태웅 대표님 앞으로는 형님분 말 잘 들으시고 사고 치지 마세요.”나태웅은 마치 안열은 찢어버릴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열을 바라바았다.안열은 통쾌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안지영과 함께 일하면서 모두 나태웅이 저지른 문제들을 처리했다.안열은 문제들을 직접 처리하면서 나태웅을 거의 본 적은 없었지만 그를 매우 짜증 나는 존대로 여겼다.지금 나태웅이 나태현의 앞에서 마치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것을 보니 마음속의 즐거움이 모두 얼굴에 티가 났다.한편 란완 리조트.배준우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라 집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두 개의 큰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배준우가 내려온 것을 발견한 라 집사는 불안해하며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대표님.”“저건 뭐예요?”라 집사가 대답했다.“량천옥 여사님께서 보내셨는데 안에 전부 아기용품입니다. 아침에 와서 바로 경비실 안에 두고 떠나셨어요.”배준우는 깊은 한숨을 쉬었고 표정이 어두워졌다.라 집사가 말했다.“이걸 어떻게 처리할까요?”물건을 보낸 사람은 이미 가버렸으니 당연히 배준우에게 이 물건들을 다시 돌려보낼지 말지 물어봐야 했다.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그냥 두세요.”라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아침 식사로 고은영에게 잣죽과 밑반찬 그리고 디저트를 준비해 주었다.아직은 전반적으로 담백하게 먹어야 했다.주방에서 준비해 준 아침을 들고 혜나는 위층으로 올라갔다.배준우가 아침을 다 먹었을 때 진윤이 찾아왔고 두 사람은 바로 서재로 들어갔다.방금 들어갔을 때 라 집사가 큰 상자를 옮기는 것을 보고 량천옥이 아침에 가지고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그 순간 서재의 분위기
배준운는 어두워진 진윤의 얼굴을 보고 그는 이 일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배준우가 진윤에게 물었다.“그동안 네 아버지 진성택이 진유경을 위해 어떻게 했는지 강성 전체가 다 알아. 너도 모를 수는 없을 텐데?”진씨 가문에서 입양한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강성 전체가 모두 알고 있었다.분명 입양 딸일 뿐인데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금지옥엽처럼 키웠다.진유경이 생일 파티를 해도 그들은 몇억을 들여 아주 화려하게 열어주었다.이렇게 그들의 손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입양 딸이 있는데 친딸이 아직도 그렇게 중요할까?배준우의 말을 들은 진윤은 그의 뜻을 이해했다.“넌 은영이가 진씨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면 진씨 가문 사람들한테서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거야?”“진윤. 은영이는 내 아내야. 난 당연히 은영이의 이익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진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배준우가 엄숙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진윤과 진정휸이 이곳을 다녀간 이후로 배준우는 계속 고은영의 신분 변화가 그녀에게 어떠한 장단점을 가져다줄지 분석했다.틀림없이 진씨 가문의 딸로서 고은영은 배준우와 배씨 가문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그러나 동시에 그녀가 진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량천옥은 이 때문에 안전히 미쳐버릴 것이다.량천옥이 미쳐버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진씨 가문에서 입양한 딸은 친딸이 돌아가서 부잣집 막내딸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면 가만히 있을까?진윤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그러니까 너는 그냥 웃음거리가 되는 건 참아도 은영이를 위험에 빠트리지는 않겠다는 거지?”배준우가 말했다.“은영이가 량천옥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나는 내가 은영이의 남편이 되는 게 웃음거리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배준우는 한마디 한마디를 힘주어 말했다.진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진윤을 바라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난 은영이가 정말 진씨 가문의 딸이라면 그건 은영이에게 행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