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따뜻한 숨결이 고은영의 차가운 볼에 닿았다. 이 긴장감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웬지 모를 야릿한 기분이 솟아났다.배준우의 품에서 배준우의 예리한 눈빛을 마주 보자니, 고은영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대, 대표님.”“너 혹시 어렸을 때부터 용산에서 살았어?”“네, 나 용산 사람이잖아요. 왜요?”“안 그래 보여.”배준우는 진지하게 말했다.용산이 얼마나 가난한 곳인지 배준우는 알고 있다. 용산은 황량하기 짝이 없는 산골이었기에 산은 높고 길은 먼데다가 산에는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았다.전에 어머니를 보러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그곳 사람들은 모두 피부색이 어두웠다.그런데 고은영은 왜 이렇게 하얗고 말랑한거지?“......”고은영은 배준우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더군다나 그녀는 배준우가 용산에 가본 적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배준우는 그제야 그녀를 풀어줬다.고은영은 벌떡 일어나 말했다.“밥.. 밥 드세요.”“많이 배고파?”그 말을 할 때, 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쳐다보았다.배준우의 다정한 눈빛에 고은영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다급히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네, 배고파요..!”말을 끝낸 그녀는 쪼르르 서재 밖으로 달려 나갔다.아래층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진씨 아주머니는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고은영을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 뒤로는 배준우가 따라 나오며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는 고은영을 향해 말했다.“조심 좀 해!”엄숙한 그의 목소리에 고은영은 즉시 발걸음을 늦추었다.하지만 속도 차이가 갑자기 나다보니 그녀는 하마터면 계단을 구를뻔했다.진씨 아주머니와 배준우는 순간 깜짝 놀랐고 배준우는 더는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식탁에서.입덧이 지났는지 고은영은 식욕이 좋아졌다.게다가 그녀는 고기를 엄청 좋아한다.배준우는 고기를 우걱우걱 먹는 그녀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그녀는 아련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향해 물었다.“설마 지금 내가 많이 먹는다고 돈 아까워서 그래요..?”그녀의 물음에 배준우와 진 씨 아주머니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이건 대체 무슨 소리?진 씨 아주머니는 어이없다는 듯 고은영을 바라보았다.아무리 봐도 고은영은 먹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배준우의 빛나는 비주얼 앞에서, 음식이 다 뭐란 말인가?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고은영은 냉큼 야채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으며 구시렁거렸다.“나 이제 야채도 먹어요!”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고 그 눈빛에 고은영은 더는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배준우는 얼마 먹지도 않고 배가 불렀다. 이때 마침 전화가 울렸고, 배준우는 전화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진 씨 아주머니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이고, 작은 사모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대표님이 설마 돈 아까워서 그러겠어요?”그깟 고깃값이 얼마나 든다고?그녀가 온 며칠 동안 진 씨 아주머니는 매일 장을 보며 고기도 많이 샀긴 했지만, 고작 2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배준우는 20만원 이라는 작은 돈에는 아예 개념이 없을 정도로 부자다. 고은영은 입을 삐죽였다.“고기 먹는다고 뭐라 하잖아요.”그녀는 서러운 듯 말했다.워낙 고기를 좋아하지 않던 그녀는 어렵사리 고기에 맛을 들였는데 배준우에게 핀잔을 듣다니!진 씨 아주머니는 고은영의 말에 머리가 더 아팠다.“대표님은 작은 사모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에요.”“......”“고기와 야채 골고루 드셔야죠.”“정말 그럴까요?”고은영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진씨 아주머니를 바라보았고, 진 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작은 사모님을 속이기야 하겠어요?”“.. 알겠어요.”“보세요. 그 말에 대표님 화나셨잖아요. 이따가 대표님 좀 달래드리세요.”고은영이 자기의 잘못을 깨닫자 진 씨 아주머니는 얼른 그녀를 부추겼다.하지만 배준우를 달래라는 말에 고은영은 눈앞이 아찔해
배준우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이리 와!”차가운 세 글자에 고은영은 감히 대꾸도 못 하고 삐그덕거리며 배준우에게 다가갔다.배준우는 그녀의 팔을 확 당기더니 자기 다리에 앉혔다.깜짝 놀란 고은영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다행히 참았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배준우는 점점 그녀에게 이런 행동을 하기 즐겼다.“대표님.”배준우가 말했다.“몸무게가 늘었어.”“......”‘아까 과식 사건 아직도 안 풀린 거야?’하지만 배준우의 이 말은 마치 고은영에게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게다가 배준우가 원하지 않는 아이, 만약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지 않는다면..... 배준우는 아마 그녀를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시킬 것이다.고은영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화제를 돌렸다.“이미월 씨한테 걸려 온 전화에요?”이 질문을 할 때, 고은영의 안색은 굳어졌다.‘젠장, 내가 왜 이런 걸 물었지?’역시나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 바쁘게 배준우의 눈빛은 바로 차가워졌다.고은영은 당장이라도 자기 뺨을 갈기고 싶은 마음이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게 아니에요.”“뭐가 일부러가 아니야?”“그게......”고은영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감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하지만 배준우는 전혀 봐 줄 생각이 없다는 듯 더 무거운 말투로 그녀를 다그쳤다.“말해!”“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데 죄송해요.”아까 말투는 다소 배준우를 신경 쓰는 말투다.그녀는 두 사람의 혼전 계약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배준우를 상관할 자격이 전혀 없다.“지금 나 신경 쓴 거야?”배준우는 그녀의 턱을 덥석 부여잡았다.강제로 머리를 쳐든 그 순간, 고은영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서러운 듯 말했다.“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앞으론 절대 안 그럴게요.”하지만 그녀의 말에 배준우의 눈빛은 더 차갑게 변했다.고은영은 정말 돌을 들어 자기 발을 찍은 격이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나 신경 쓰고 싶어?”“잘못했어요!
배준우의 이 행동은 고은영을 더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녀는 배준우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배준우는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너 이제 사람들 앞에서 배 씨 가문 사모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이미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어. 그렇다면 넌 이젠 뭘 해야하지?”뭘 해야지?이게......고은영은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두 사람이 정상적인 부부라면......다른 여자에게서 자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면 와이프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그건 바로 협박?‘설마 나한테 자기 첫사랑한테 협박하라는 거야?!’고은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으며, 그녀는 이 상황이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에게 휴대폰을 강제로 넘겨주었다.고은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설마 이미월 씨한테 겁을 주라는 말인가요?”“네 생각엔?”배준우의 더 엄격해진 말투에 고은영은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을 것 같았다.‘아무리 이미월이 얄미워도 대표님 옛사랑인데. 근데 대표님 왜 이러시지...... 설마 일부러 그러시는 걸까? 전에 떠난 걸 복수하려고?’여기까지 생각한 고은영은 바로 배준우를 말렸다.“아니요. 그렇게 되면 두 분은 다시 돌아갈 수 없어요.”무슨 상황인지 고은영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고은영은......만약 남자가 다른 여자를 이용해 자기에게 겁을 준다면 영원히 상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배준우의 눈빛이 굳어지자 고은영은 심장이 더 조여왔다.“바로 실시할게요!”‘그래 본인이 괜찮다는 데, 뭐.”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받아 들고 이미월의 번호를 적었다.휴대폰을 돌려줄 때, 고은영은 참다못해 물었다.“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하면 될까요?”“뭐?”“그니까 얼마나 겁주면 될까요?”“네 남편을 귀찮게 구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정도? 근데 정말 그렇게 하면 이미월 씨는......’“정말 괜찮겠어요?”고은영은 노파심에 재차 확인했다.‘아
이미월이 아무 말도 안하자 정원희가 이어서 말했다.“내가 보기엔 준우가 승연이한테 화난 게 아니라 승연이를 이용해 너한테 복수하는 것 같애!”정원희는 말할수록 화가 났다.그녀들의 이번 북성 행이 진 씨 가문에 큰 재난을 가져왔기 때문이다.전에 이미월이 강성을 떠날 때 그녀는 그녀와 배준우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지금 그는 이미 결혼까지 한 상탠데, 이렇게 계속 매달리면...여자로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그다지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다. 정원희의 말에 이미월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제, 제가 미안해요!”배준우가 정말로 복수하기 위해 진승연을 이용하는 걸까?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그녀와 배준우 사이는......?아니, 그럴 리가 없어!이미월은 자신과 배준우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고 믿지 않았다. 예전에 사이가 그렇게 좋았었는데.그와 고은영 관계는 그저 합의된 관계일 뿐이야!이미월은 배준우의 모든 행동이 자신을 화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전에 그녀가 말없이 떠났던 것에 대한 복수.“지금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져? 배준우를 멈추게 할 방법부터 먼저 찾아야 할거 아니야!”정원희는 흥분해서 말했다.지금 진 씨 가문이 큰 파국을 맞았는데,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이런 사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정원희의 흥분한 모습에 이미월은 더욱 숨이 막혔다.“큰 엄마.”"네가 어떤 방법을 쓰든 이 일 반드시 잘 처리해 놔. 안 그러면 그땐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날 원망하지 마!”정원희는 하찮은 듯한 눈으로 이미월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하긴, 이전에 정원희는 이미월의 어머니마저 하찮게 생각했다.예전에 이미월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혼을 했고, 이미월의 어머니는 외할머니를 따라 외국으로 떠났다.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두 번째 가정마저 파탄이 났고, 이미월의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것이 이미월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정원희는 처음에는 이미월을 이뻐하고 가여워했다.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고은영이란 소리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이미월은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었다.그동안 참았던 모든 감정들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무너진것만 같았다. 전화에 대고 고은영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럽게 느껴졌다.정원희는 그녀의 손등에 손을 얹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원희의 날카로운 눈빛에 이미월은 순간 정신을 차렸고, 정원희는 그녀를 보며 소리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이미월에게 지금 고은영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신호였다.이미월은 내키진 않았지만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 고은영 씨?”“저를 사모님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월 씨?”매우 차가운 말투였다.이미월에게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이미 하얗게 질려있던 이미월의 얼굴이 고은영의 말에 더욱 굳어졌다.숨이 막혔고 눈시울이 빨개졌다.“네, 사모님.”이를 악물며 말했다.사모님?얼마나 가소로운 호칭인가! 만약 그때 그녀가 외국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 자리는 그녀의 것일 것이다. 이미월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고은영에게서 배준우를 뺏어오지 못한 게 한스럽게 느껴졌다.전화기 너머의 고은영도 이미월이 이를 악물며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조금 뭔가 켕기는 느낌이었다...배준우가 이렇게까지 하라곤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말을 다 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별일 아니고, 앞으로 내 남편한테 그만 매달렸으면 좋겠어요. 우린 이미 결혼했고, 이미월씨랑 제 남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젠 다 지난 일이니까, 인제 그만 포기해요.”“그렇게 못 하겠다면요?”이미월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다 지난 일이니 배준우를 그만 포기하라고?!이미월의 살기 가득한 말투에 고은영도 살짝 긴장됐다.“이미월 씨에 대한 제 남편 태도, 잘 봤잖아요. 포기 안 하면 어쩔 건데요?”“......”“아니면,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고은영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정중하게 대답했다.“아니에요, 사모님.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요.”“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안심이 되네요.”“......”“승연의 일 때문에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요. 제가 이미 호되게 혼냈어요. 아까 미월이가 한 말도 제가 꼭 책임지게 할게요.”“큰엄마!”수화기 너머로 이미월의 소리가 들렸다.한편,정원희는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경고하듯 이미월을 쳐다보았다.이미월도 감히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고은영이 말했다.“네, 감사해요. 그럼 이미월 씨에게도 전해주세요. 가끔은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다고요. 배 대표님은 이미 결혼하셨으니 그만하시라고요.”“네, 사모님. 제가 꼭 그렇게 전할게요.”정원희는 아주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몇 번이나 전화에 대고 꼭 그렇게 전하겠다고 약속했다.두 사람의 통화는 족히 10여 분 동안 이어진 후에야 끊어졌다.고은영은 긴장된 채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지금 자신이 어떻게 처리하든 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배준우도 그렇게 말한 마당에 이미월에게 한바탕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이건 모두 배준우가 한 말이니 그녀를 탓할 수도 없다.한편, 천가에서.“찰싹~!”낭랑한 따귀 소리가 이미월의 뺨을 빨갛게 달구었다.이미월은 머리가 띵해졌다.뺨을 맞아 소파에 쓰러진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원희를 쳐다보았다.여태껏 자신을 예뻐해 주던 그 외숙모가...나를?“큰 엄마..!”이미월이 억울하게 소리쳤다.정원희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자기 보다 한 참이나 어린 사람 앞에서 굽신굽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니, 이 모든 게 이미월 때문이니 말이다.“당장 짐 싸서 나가!”정원희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정말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정원희가 전에 진 회장에게도 말한 적이 있었다. 이미월이 가끔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한다고 말이다.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정원희는 또 집사에게 몸보신할 보약 몇 가지를 같이 보내라고 명령하고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그 순간, 계단 어귀에서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이미월을 보며 말했다.“미월아, 내가 네 큰엄마로서 충고하는데, 너랑 배준우는 이제 끝이야!”“아니에요. 준우는 그냥 저한테 성질을 부리는 것 뿐이에요. 준우랑 고은영은 합의된 관계일 뿐이라고요. 위장 결혼이요!”“합의된 관계? 합의된 관계일 뿐인데 그 여자를 그렇게 감싸고 돌아?”“......”이미월은 말문이 막혔다.정원희의 말에 하얗게 질렸던 이미월의 얼굴에 슬픔이 더해졌다.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나한테 성질부리는 거라고. 나한테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라고요.”이미월은 배준우가 고은영을 특별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이런 고집에 정원희도 어쩔 수 없다는 듯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그럼 앞으로 너랑 천가는 이제 아무런 관계가 없겠구나.”“그게 무슨 말이에요, 큰엄마? 저랑 인연을 끊겠다는 뜻이에요?”이미월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원희를 바라보았다. 그깟 고은영이 뭐라고 그녀마저 이런 잔인한 말을 자기에게 내뱉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원희는 몇 년 동안 이미월의 어머니 이안을 생각하니(이미월의 부모님이 이혼 후 이미월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진가에 돈을 요구했던 걸 말고는 집안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이런 관계를 끊으면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그동안 진 회장이 차마 못 했던 걸 정원희는 자가기 하기로 생각했다.“너희 어머니께 전해. 앞으로 네 외삼촌을 다시는 찾지 말라고. 우리가 돈 버는 게 뭐 쉬운 일인 줄 알아?!”“’.....”“예전에는 널 혼자 키우는 게 안쓰러웠는데, 이젠 아니야! 우리도 이 몇 년 동안 너희한테 할 만큼 했어.”그동안 이미월의 유학비용을 모두 진가에게 내주고 있었다.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공부시켰는데 이런 결과라니!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