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은영은 교도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조보은이 그녀와의 만남을 요구했다고 한다.“전 만나고 싶지 않은데요.”“고은영 씨 어머니십니다. 그러니 한 번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상대는 아주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고은영은 굳이 상대하기 싫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언제부터인가 그녀는 누군가 조보은을 그녀의 어머니라고 칭하는 것이 소름 끼칠 정도로 싫어졌다.게다가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 라는 말은 그녀의 신경을 더욱 자극했다.하여 그녀는 상대가 누구든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정우도 이젠 고은지를 설득하기 힘들었는지 고은영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자꾸만 걸려 오는 전화에 고은영은 서정우의 번호를 아예 차단해 버렸지만 그러면 상대는 또 다른 번호로 연락했었다.혹시 배준우 앞에서 서정우에게 연락이 올까 봐 고은영은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뭐 하는 짓이야?!”서정우가 말했다.“누나.”전화기 저편의 서정우는 전과 다른 애원하는 말투로 그녀를 불렀다.물론, 고은영이 그의 요구를 거절하면 그는 바로 얼굴을 바꿀 것이다.고은영이 말했다.“만약 조보은 그 여자나 돈 때문이라면 아예 말도 꺼내지 마!”“그게 아니라 누나. 엄마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보증금을 내야 풀어 준다잖아.”서정우는 조보은을 만났었다.조보은은 당연히 고은지를 다치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하지만 조사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서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었다.고은영이 말했다.“그럼 네가 내면 되잖아.”“내가 돈이 어딨어? 200만 원이래..”“나도 없어.”“강성에 믿을 사람이 누나밖에 없어. 아빠도 왔는데 우리 지금 지하통로에서 지낸단 말이야. 살 곳도 없다고...”서준호가 왔다고?조보은이 서준호와 새로운 가정을 만든 뒤, 서준호는 한 번도 고은지와 고은영을 받아준 적이 없었다.그렇기에 고은지는 그들과 생활하면서 한 번도 서준호의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오히려 학생인 고은
‘엄마는 어쩌다 이런 딸을 둘이나 낳았대?’서정우의 질책에 고은영은 쌀쌀맞게 웃었다.“말 똑바로 해. 네 엄마고 네 아빠야!”“......”“사내자식이 부모가 필요한 돈도 못 내놓는 주제에 얻다 대고 이래라 저래라야? 뻔뻔스럽게.”고은영의 말투에는 온통 서정우에 대한 혐오감으로 가득 찼다.조보은은 고은영와 고은지에게 엄마도 아니다.하지만 조보은과 서준호는 서정우를 극진히 아끼며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이젠 너 혼자 알아서 해.”고은영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고은영의 말에 전화기 저편의 서정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고은영이 전화를 끊으려는데 서정우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시간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나 아직 학생이야.”“나 학생 때도 집에서 한 푼도 받아본 적 없어! 나한테는 시간 줬었어?”시간?서정우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고은영은 화를 내며 말했다.“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된 자식인지, 역겨워 죽겠네 진짜. 너 이제 철 들어야 할 때야. 제발 정신 좀 차려!”그러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준호가 내 아빠라고? 이 자식은 어떻게 이토록 뻔뻔스러운 말을 입에 올릴 수가 있지?!’그녀는 고은지도 더는 그들의 일에 손을 떼기로 했으니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정말 골치 아파질 게 분명했다. 심지어 서준호도 돌아으니!만약 이 시기에 조보은이 보석되어 교도소에서 나온다면 두 자매를 어떻게 해칠지 아무도 모른다.그리고 조보은이 정말 고은지에게 칼을 휘둘렀는지 고은영은 아직도 사실을 알 수 없지만 고은지가 그렇다니 그렇게 믿기로 했다.하원 별장.진씨 아주머니는 이미 점심을 다 차려놓고 그녀를 기다렸다.그녀가 돌아오자 진씨 아주머니는 반갑게 맞이했다.“작은 사모님 오셨어요? 대표님은 서재에 계십니다.”“그러면 제가 불러올게요.”고은영은 슬리퍼를 갈아신고 몸을 소독한 후 손을 씻었다.진씨 아주머니는 두 사람의 사이가 이렇게 좋은 걸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진씨 아주
그의 따뜻한 숨결이 고은영의 차가운 볼에 닿았다. 이 긴장감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웬지 모를 야릿한 기분이 솟아났다.배준우의 품에서 배준우의 예리한 눈빛을 마주 보자니, 고은영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대, 대표님.”“너 혹시 어렸을 때부터 용산에서 살았어?”“네, 나 용산 사람이잖아요. 왜요?”“안 그래 보여.”배준우는 진지하게 말했다.용산이 얼마나 가난한 곳인지 배준우는 알고 있다. 용산은 황량하기 짝이 없는 산골이었기에 산은 높고 길은 먼데다가 산에는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았다.전에 어머니를 보러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그곳 사람들은 모두 피부색이 어두웠다.그런데 고은영은 왜 이렇게 하얗고 말랑한거지?“......”고은영은 배준우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더군다나 그녀는 배준우가 용산에 가본 적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배준우는 그제야 그녀를 풀어줬다.고은영은 벌떡 일어나 말했다.“밥.. 밥 드세요.”“많이 배고파?”그 말을 할 때, 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쳐다보았다.배준우의 다정한 눈빛에 고은영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다급히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네, 배고파요..!”말을 끝낸 그녀는 쪼르르 서재 밖으로 달려 나갔다.아래층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진씨 아주머니는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고은영을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 뒤로는 배준우가 따라 나오며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는 고은영을 향해 말했다.“조심 좀 해!”엄숙한 그의 목소리에 고은영은 즉시 발걸음을 늦추었다.하지만 속도 차이가 갑자기 나다보니 그녀는 하마터면 계단을 구를뻔했다.진씨 아주머니와 배준우는 순간 깜짝 놀랐고 배준우는 더는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식탁에서.입덧이 지났는지 고은영은 식욕이 좋아졌다.게다가 그녀는 고기를 엄청 좋아한다.배준우는 고기를 우걱우걱 먹는 그녀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그녀는 아련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향해 물었다.“설마 지금 내가 많이 먹는다고 돈 아까워서 그래요..?”그녀의 물음에 배준우와 진 씨 아주머니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이건 대체 무슨 소리?진 씨 아주머니는 어이없다는 듯 고은영을 바라보았다.아무리 봐도 고은영은 먹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배준우의 빛나는 비주얼 앞에서, 음식이 다 뭐란 말인가?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고은영은 냉큼 야채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으며 구시렁거렸다.“나 이제 야채도 먹어요!”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고 그 눈빛에 고은영은 더는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배준우는 얼마 먹지도 않고 배가 불렀다. 이때 마침 전화가 울렸고, 배준우는 전화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진 씨 아주머니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이고, 작은 사모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대표님이 설마 돈 아까워서 그러겠어요?”그깟 고깃값이 얼마나 든다고?그녀가 온 며칠 동안 진 씨 아주머니는 매일 장을 보며 고기도 많이 샀긴 했지만, 고작 2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배준우는 20만원 이라는 작은 돈에는 아예 개념이 없을 정도로 부자다. 고은영은 입을 삐죽였다.“고기 먹는다고 뭐라 하잖아요.”그녀는 서러운 듯 말했다.워낙 고기를 좋아하지 않던 그녀는 어렵사리 고기에 맛을 들였는데 배준우에게 핀잔을 듣다니!진 씨 아주머니는 고은영의 말에 머리가 더 아팠다.“대표님은 작은 사모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에요.”“......”“고기와 야채 골고루 드셔야죠.”“정말 그럴까요?”고은영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진씨 아주머니를 바라보았고, 진 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작은 사모님을 속이기야 하겠어요?”“.. 알겠어요.”“보세요. 그 말에 대표님 화나셨잖아요. 이따가 대표님 좀 달래드리세요.”고은영이 자기의 잘못을 깨닫자 진 씨 아주머니는 얼른 그녀를 부추겼다.하지만 배준우를 달래라는 말에 고은영은 눈앞이 아찔해
배준우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이리 와!”차가운 세 글자에 고은영은 감히 대꾸도 못 하고 삐그덕거리며 배준우에게 다가갔다.배준우는 그녀의 팔을 확 당기더니 자기 다리에 앉혔다.깜짝 놀란 고은영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다행히 참았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배준우는 점점 그녀에게 이런 행동을 하기 즐겼다.“대표님.”배준우가 말했다.“몸무게가 늘었어.”“......”‘아까 과식 사건 아직도 안 풀린 거야?’하지만 배준우의 이 말은 마치 고은영에게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게다가 배준우가 원하지 않는 아이, 만약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지 않는다면..... 배준우는 아마 그녀를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시킬 것이다.고은영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화제를 돌렸다.“이미월 씨한테 걸려 온 전화에요?”이 질문을 할 때, 고은영의 안색은 굳어졌다.‘젠장, 내가 왜 이런 걸 물었지?’역시나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 바쁘게 배준우의 눈빛은 바로 차가워졌다.고은영은 당장이라도 자기 뺨을 갈기고 싶은 마음이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게 아니에요.”“뭐가 일부러가 아니야?”“그게......”고은영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감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하지만 배준우는 전혀 봐 줄 생각이 없다는 듯 더 무거운 말투로 그녀를 다그쳤다.“말해!”“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데 죄송해요.”아까 말투는 다소 배준우를 신경 쓰는 말투다.그녀는 두 사람의 혼전 계약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배준우를 상관할 자격이 전혀 없다.“지금 나 신경 쓴 거야?”배준우는 그녀의 턱을 덥석 부여잡았다.강제로 머리를 쳐든 그 순간, 고은영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서러운 듯 말했다.“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앞으론 절대 안 그럴게요.”하지만 그녀의 말에 배준우의 눈빛은 더 차갑게 변했다.고은영은 정말 돌을 들어 자기 발을 찍은 격이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나 신경 쓰고 싶어?”“잘못했어요!
배준우의 이 행동은 고은영을 더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녀는 배준우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배준우는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너 이제 사람들 앞에서 배 씨 가문 사모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이미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어. 그렇다면 넌 이젠 뭘 해야하지?”뭘 해야지?이게......고은영은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두 사람이 정상적인 부부라면......다른 여자에게서 자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면 와이프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그건 바로 협박?‘설마 나한테 자기 첫사랑한테 협박하라는 거야?!’고은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으며, 그녀는 이 상황이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배준우는 그녀에게 휴대폰을 강제로 넘겨주었다.고은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설마 이미월 씨한테 겁을 주라는 말인가요?”“네 생각엔?”배준우의 더 엄격해진 말투에 고은영은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을 것 같았다.‘아무리 이미월이 얄미워도 대표님 옛사랑인데. 근데 대표님 왜 이러시지...... 설마 일부러 그러시는 걸까? 전에 떠난 걸 복수하려고?’여기까지 생각한 고은영은 바로 배준우를 말렸다.“아니요. 그렇게 되면 두 분은 다시 돌아갈 수 없어요.”무슨 상황인지 고은영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고은영은......만약 남자가 다른 여자를 이용해 자기에게 겁을 준다면 영원히 상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배준우의 눈빛이 굳어지자 고은영은 심장이 더 조여왔다.“바로 실시할게요!”‘그래 본인이 괜찮다는 데, 뭐.”그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받아 들고 이미월의 번호를 적었다.휴대폰을 돌려줄 때, 고은영은 참다못해 물었다.“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하면 될까요?”“뭐?”“그니까 얼마나 겁주면 될까요?”“네 남편을 귀찮게 구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정도? 근데 정말 그렇게 하면 이미월 씨는......’“정말 괜찮겠어요?”고은영은 노파심에 재차 확인했다.‘아
이미월이 아무 말도 안하자 정원희가 이어서 말했다.“내가 보기엔 준우가 승연이한테 화난 게 아니라 승연이를 이용해 너한테 복수하는 것 같애!”정원희는 말할수록 화가 났다.그녀들의 이번 북성 행이 진 씨 가문에 큰 재난을 가져왔기 때문이다.전에 이미월이 강성을 떠날 때 그녀는 그녀와 배준우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지금 그는 이미 결혼까지 한 상탠데, 이렇게 계속 매달리면...여자로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그다지 보기 좋은 일이 아니다. 정원희의 말에 이미월의 얼굴은 창백해졌다.“제, 제가 미안해요!”배준우가 정말로 복수하기 위해 진승연을 이용하는 걸까?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그녀와 배준우 사이는......?아니, 그럴 리가 없어!이미월은 자신과 배준우의 사이가 완전히 끝났다고 믿지 않았다. 예전에 사이가 그렇게 좋았었는데.그와 고은영 관계는 그저 합의된 관계일 뿐이야!이미월은 배준우의 모든 행동이 자신을 화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전에 그녀가 말없이 떠났던 것에 대한 복수.“지금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져? 배준우를 멈추게 할 방법부터 먼저 찾아야 할거 아니야!”정원희는 흥분해서 말했다.지금 진 씨 가문이 큰 파국을 맞았는데,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이런 사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정원희의 흥분한 모습에 이미월은 더욱 숨이 막혔다.“큰 엄마.”"네가 어떤 방법을 쓰든 이 일 반드시 잘 처리해 놔. 안 그러면 그땐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날 원망하지 마!”정원희는 하찮은 듯한 눈으로 이미월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하긴, 이전에 정원희는 이미월의 어머니마저 하찮게 생각했다.예전에 이미월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혼을 했고, 이미월의 어머니는 외할머니를 따라 외국으로 떠났다.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 줄 알았는데 두 번째 가정마저 파탄이 났고, 이미월의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것이 이미월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정원희는 처음에는 이미월을 이뻐하고 가여워했다. 온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고은영이란 소리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이미월은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었다.그동안 참았던 모든 감정들이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무너진것만 같았다. 전화에 대고 고은영에게 욕설을 퍼부을 수 없는 자신이 한스럽게 느껴졌다.정원희는 그녀의 손등에 손을 얹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정원희의 날카로운 눈빛에 이미월은 순간 정신을 차렸고, 정원희는 그녀를 보며 소리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이미월에게 지금 고은영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는 신호였다.이미월은 내키진 않았지만 억지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 고은영 씨?”“저를 사모님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월 씨?”매우 차가운 말투였다.이미월에게 주도권을 자기가 쥐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이미 하얗게 질려있던 이미월의 얼굴이 고은영의 말에 더욱 굳어졌다.숨이 막혔고 눈시울이 빨개졌다.“네, 사모님.”이를 악물며 말했다.사모님?얼마나 가소로운 호칭인가! 만약 그때 그녀가 외국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그 자리는 그녀의 것일 것이다. 이미월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고은영에게서 배준우를 뺏어오지 못한 게 한스럽게 느껴졌다.전화기 너머의 고은영도 이미월이 이를 악물며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조금 뭔가 켕기는 느낌이었다...배준우가 이렇게까지 하라곤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말을 다 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별일 아니고, 앞으로 내 남편한테 그만 매달렸으면 좋겠어요. 우린 이미 결혼했고, 이미월씨랑 제 남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젠 다 지난 일이니까, 인제 그만 포기해요.”“그렇게 못 하겠다면요?”이미월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다 지난 일이니 배준우를 그만 포기하라고?!이미월의 살기 가득한 말투에 고은영도 살짝 긴장됐다.“이미월 씨에 대한 제 남편 태도, 잘 봤잖아요. 포기 안 하면 어쩔 건데요?”“......”“아니면,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