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가 그딴 비서에게 월 400만 원이나 준다고?너무 많은 거 아닌가?하긴 항상 배준우옆에 붙어 있는 걸 보면 평범한 존재가 아닐지도.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럼 우리 회사로 이직하면 1000만 원 줄게!”고은영은 입술이 떨렸다.육명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만약 배준우를 화나게 하려고 이런 제안을 했다는 걸 알면, 분명 그의 얼굴에 커피를 뿌렸을 것이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육명호가 다시 이를 악물었다.“좋아. 적으면 2000만 원으로 하자!”자기 라이벌과 손을 잡은 배준우에게 복수 할수 있는 방법은 그가 가장 아끼는 비서를 채가는 것이다.육명호는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고은영은 그에게 맞장구쳐 줄 생각이 없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 이직할 생각이 없어요.”육명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비록 그의 제안이 유혹적이긴 했지만, 그를 보면 그다지 믿음이 가는 제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2000만 원을 줘도 이직을 안 한다고?”“저는 이미 강성에 집도 사고 해서, 강성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고은영이 단호하게 말했다.하긴 그녀의 말도 사실이었다.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겨우 집을 샀는데, 다른 곳에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게다가 자기 능력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 지금 회사에서 400만 원이라는 월급을 받는 것도 감지덕지하게 여겼다.배준우와의 협업이 물거품이 된 것도 화가 나 죽겠는데, 2000만 원을 주고도 그의 비서를 채갈 수 없다니 정말 화가나 미칠 지경이었다.고은영은 더는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갔다.방에 들어가니, 배준우는 통화 중이었다. 진영그룹의 일인듯 했다.고은영은 이미월이 찾아와서 그 정도 했으면 배준우도 적당히 하고 멈출 줄 알았다.하지만...... 아니었다.오히려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만 같았다.전에는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했던 상황이라면, 지금은 관련 프로젝트
고은영에게 사과했다는 사실에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 당시 어떻게 분노를 억누르고 그녀에게 사과할 수 있었는지..분노 가득한 태도로 진심을 다해 사과했는데, 이게 무슨 경우인지 싶었다. 진 회장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과를 했는데 왜 상황이 더 악화되니?!”“내가 어떻게 알아요?”진승연도 지금 울고 싶은 마음이다.이런 큰 사고를 칠 줄 알았으면 이미월과 함께 북성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냥 아무것도 없는 고은영이 모든 걸 차지하는 게 꼴 보기 싫었던 것 뿐인데.진승연의 태도에 진 회장이 말했다.“이 문제 잘 처리하기 전에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도 마!”모든 카드를 정지시킨 것도 모자라 집에도 들어오지 말라고?“아빠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어떻게 이려나고? 네가 한 짓들을 봐봐. 도대체 무슨 짓거리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진 회장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배준우 쪽에서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으니 진영그룹의 자금줄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지금 진 회장은 이런 딸을 둔걸 매우 후회했다.어릴 때부터 한 번도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고뭉치니 말이다.“그럼 저 이제 어떡해요?”진승연은 전화기에 대고 마구 소리 질렀다.이미 사과도 했는데 어떻게 뭘 더 하라는 말인가!이미월도 진 회장의 말에 겁에 질려 있었다.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설마 아까 배준우를 찾아가서 그런 걸까?그 계집애....!이미월은 조금 전 고은영에게 소리를 질렀던 일이 떠올랐다.설마 그것 때문에?고작 그런 계집애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한다고?이미월은 가슴이 저렸다.왜?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일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사과할게요. 가서 무릎이라고 꿇으면 되잖아요!”진 회장이 뭐라고 했는지 진승연은 이성을 잃고 소리 질렀다.전화를 끊어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그런 진승연의 모습에 이미월은 뭐라고 위로 하고 싶었지만, 지금 자기도 같은 처지니 할 말이 없었다.“
이미월의 말에 진승연도 얼굴이 창백해졌고, 고개를 애써 끄덕이며 말했다.“언니 말이 맞아. 준우 오빠한테는 특별한 사람일 수도 있어.”어쩌면 고은영이 배준우의 마음속에서 이미월보다 더 중요한 존재일 수도 있다.순간 진승연의 눈빛에 음산한 기운이 돌았다.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더욱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월의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어떻게?배준우의 마음속에 자기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지.이미월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언니,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평생 고은영을 보호해 줄까? 언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그들은 고은영이 왜 배준우에게 그토록 중요한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이미월이 이번에 돌아온 건 배준우 때문이었다.그러니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배준우를 차지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다.이미월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알긴 알지만, 갑자기 알아버린 거라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배준우에게 자세히 물어봐야 했다.이미월의 단호한 태도를 보니 진승연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전에는 정말 이대로 배준우를 놓칠까 봐 두려워 울기만 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배준우가 진가에게 하는 걸 생각하니진승연의 얼굴은 다시 굳어졌다.“언니, 그렇게 되면.. 나 더 이상 언니를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전에는 오로지 이미월과 함께 고은영을 몰아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지금 배준우가 하는 걸 보니 도저히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진승연의 말에 이미월도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진승연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단은 회사 일부터 해결하자.”고은영일은 잠시 미루는 걸로!진승연도 만약 이번 고은영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배준우가 더한 문제를 일으킬거 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 그녀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이든 일단은 참을 수밖에 없다.한편 방에서, 배준우는 고은영 옆으로 다가갔다.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
배준우는 육명호가 믿음이 안 간다는 고은영의 말이 살짝 놀라웠다.그리고 그녀가 자기를 남편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는 의미 모를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너가 사람을 볼 줄도 아네?”그는 놀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진 영그룹에서 고은영이 바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그녀가 무엇을 하든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그런데 육명호가 미덥지 못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내다니......!그녀가 그 정도 판단은 할 수 있는 걸 보니 배준우는 시름이 놓였다. 그리고 자기를 속이지 않은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았다.육명호가 그런 제안을 한 건 배준우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그리고 육명호는 절대 고은영 같은 직원을 회사에 오래 두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첫 달 월급도 못 받고 해고될 수도 있다.“육 대표는 인성이 별로에요!”어제 고은영이 이 말을 했을 때 오히려 배준우에게 혼났었다. 하지만 오늘도 똑같은 말을 했지만, 그는 별로 뭐라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사람을 볼 줄만 알면 돼.”사람을 볼 줄 알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게 아닌가.고은영이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룸서비스를 시킨 적이 없는데.육명호도 그렇게 화를 내며 갔으니 다시 돌아올 리가 없고.그렇다면......고은영과 배준우의 눈이 마주쳤다.배준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미월아니면 진승연이 찾아온 게 분명했다.“보아하니 내가 손을 쓴 강도가 아직 살아있나 보네.”진영 그룹을 2년 동안 봐주고 있었는데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니 말이다.차가운 그의 말에 고은영은 놀랐다.진영그룹과 얽혀서 좋을 게 없는데, 그들이 지금 배준우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고은영은 심호흡하고는 배준우에게 말했다.“제가 열게요.”배준우는 아무 말 없이 앞에 있는 커피들 한 모금 마셨고, 고은영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역시나 이미월과 진승연이 와 있었다.고은영이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했지만, 이번에는 멋대로
이미월은 조심스레 방으로 들어갔다.진승연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전에 고은영을 밀치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고 공손함만 있었다.고은영도 문을 닫고 뒤따라 갔다.“준우야.”이미월은 배준우 옆으로 다가가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은 한쪽 편에 서 있는 진승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진승연 씨, 뭐 마실래요?”“아니에요. 고마워요.”진승연은 고개를 저으며 부드러운 태도로 대답했다.이렇게 변할걸 보니 아주 급한 모양이다.그러니 고은영이 어떤 수단으로 배준우를 구워삶았는지 더 의문이었다.이 남자가 화를 내면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준우야, 이 일 때문에 삼촌이 힘들어하셔. 어떻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알려줘.”“오빠. 제발 부탁이야. 우리한테까지 이러지 마.”진승연도 한 마디 덧붙였다.당연히 아주 공손한 태도로 말이다.이전에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건 배준우와 그나마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아예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다.어젯밤 자신의 행동이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줄 몰랐다.“오빠, 말 만해! 오빠가 하라는거 다 할테니까.”진승연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상황을 수습하고 싶었다.자존심이고 뭐고 생각할 여우가 없었다.지금 그녀는 배준우가 하라는 건 다 할 생각이었다.배준우가 그녀를 쳐다봤다.“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하지만 날카로운 말투는 여전히 사람을 두렵게 했다.그의 이런 차가움이 이미월과 진승연에겐 익숙지 않았다. 왜냐면 이전의 배준우는 절대 이런 태도로 그들을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승연은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감히 티 내지 못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말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지금 진영 그룹이 이런 위기에 처해있는데 손이나 놓고 있으라니! 집에도 못 들어가게 생겼는데 말이다. 배준우가 말했다.“아무것도 안 하면 지금 상태는 계속 유지할 수 있어.”지금 상태?지금 회사가
배준우는 완전히 화가 났기에 눈에는 그 누구보다 살기가 가득했다.“나가!”“오빠.”“배준우,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이미월은 완전히 무너졌다.어젯밤의 실수를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했는데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배준우가 말했다.“나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아니면 지금 당장 거지가 되고 싶은 거야?”배준우의 태도는 완강한 나머지 조금의 여지가 없었다.진승연과 이미월은 일이 이 지경까지 심각해질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배준우의 태도는 차가웠다.아니, 차갑다는 말로도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다.이미월과 진승연도 배준우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승연아......가자.”이미월은 눈빛으로 말했다.하지만 진승연은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슬픈 얼굴로 배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배준우가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할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오빠!”배준우의 얼굴에 한기가 가득했다.그의 한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들도 잘 알고 있었다.진승연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바닥에서 일어나 이미월의 부축을 받으며 방에서 나갔다.곧, 방에는 배준우과 고은영 두 사람만 남았다. 방안의 모든 건 다 그대로였다. 배준우의 한기 가득한 표정만 빼면 이미월과 진승연이 온 적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하고 싶은 말 있어?”한참 동안 고요한 공기가 흘렀다.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고은영을 흘겨보았다.덩달아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그녀한테 그러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두려운지.배준우는 조금 전 자신의 태도가 얼마나 차가웠는지 모르는 듯했다.고은영이 왜 덩다라 겁에 질렸는지 알지 못했다.배준우의 질문에 고은영은 고민하다 한마디 던졌다.“이렇게 하시면 이미월씨가 대표님을 원망하지 않을까요?”사실 진영그룹에 대한 이런 조치는 일찌감치 결정된 일이었다. 아직 실행하지 않았을 뿐.
이미월과 진승연은 창백한 얼굴로 방에 들어왔다. 그녀들은 더는 배준우를 찾아갈 마음이 없어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언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캐리어 때문에 그녀들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전부를 했었다.하지만 배준우가 이렇게까지 독하게 나오다니!이미월과 진승연은 창백한 안색으로 서로를 바라봤다.강성에 있을 때만 해도 배준우가 홧김에 그러는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절대 아니었다. 어쩌면 고은영이 정말 그녀들이 추측했던 것처럼 배준우가 수년간 찾았던 사람일 수도 있다.배준우가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면서 그녀를 찾으려는 것은 그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언니, 고은영 그 여자 절대 가만두면 안 돼.”진승연은 이미월의 팔을 당기며 악랄하게 말했다.고은영에게 무릎까지 꿇었건만, 배준우는 전혀 봐 줄 생각이 없었기에 진승연은 크나큰 모욕감을 느꼈다.배준우가 어떻게......고은영의 얼굴을 떠올리니 진승연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었다.“어쩔 생각인데?”이미월은 진승연의 악랄한 말투에 저도 몰래 소름이 돋았다.한편 진승연이 무서운 일을 저지를까 봐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진승연은 더 이상 참을 생각이 없었다.“무릎까지 꿇었으면 됐지, 뭘 어떻게 더 하라는 거야?”‘자존심까지 버렸는데 부족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왜 일이 이 지경으로 된 거야?’진승연은 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이미월도 할 말을 잃었다.배준우는 도대체 뭘 원하는 거지?어떤 생각을 하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설명도 했고 애원도 했지만 배준우는 놓아 줄 생각이 없었고 진영그룹을 이 지경으로 몰아붙였다.“언니, 나 오빠한테 한 번 더 다녀올게.”“가지 마.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이미월은 진승연을 가로막았다.비록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찾아가도 아무 소용이 없는건 맞다. 오히려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한 번 찾아갈 때마다 상황은 점점 더 불리하게
그래도 된다고?정책이 있으면 대책도 있다고, 안지영은 정말 잔머리 하나는 타고났다.고은영은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나 실장님은? 4흘 준다고 했다면서?”비록 안지영이 자기를 배신하지 않을 건 알고 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안지영이 말했다.“사직도 했겠다, 내가 왜 그 사람한테까지 대답해야 해?”안지영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녀도 현재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아무래도 나태웅과 배준우가 조사하는 일은 안지영의 사직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남성에서 CCTV 영상을 훼손한 주모자가 안지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안씨 가문도 연루될 것이다.하지만 지금 안지영은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계속 동영 그룹에 있다가는 정신 분열이 올 것만 같았다. 하여 그녀는 고민끝에 사직을 결심했다.그녀는 고은영의 건투를 빌었고, 모든 희망을 고은영에게 걸었다.고은영은 안지영의 당당한 말투에 더욱 불안해졌다.“별일 없겠지?”안지영이 말했다.“은영아, 나 완전 미칠 것 같애.”“......”“네가 몰라서 그렇지 나 실장님 완전 악마야. 나한테 협박한 거 알아?”어떤 말은 비록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그 눈빛과 말투는 분명한 엄포이다.안지영은 누군가가 이토록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하지만 나태웅의 날카로운 눈빛에 저도 몰래 위축되었다.고은영이 말했다.“그럼, 당연히 알지.”나태웅은 그녀에게도 협박한 적 있었다.역시 배준우의 사람이다. 가만히 보면 두 사람 닮은 곳이 한두 개가 아니다.“근데 아저씨는 어떻게 설득한 거야?”고은영은 의아했다.전에 안지영이 뭐라고 하든 안진섭은 절대 그녀의 사직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대체 무슨일 일까?“죽겠다고 했어!”안지영의 말에 고은영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태웅은 도대체 안지영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어쩌다 안지영이 죽음으로 몰아붙이는 수법까지 쓰게 되었을까?“은영아, 나 진짜 어쩔 수가 없었어.”안지영이 말했다.고은영이 대답을 하
고은지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였다.어두운 복도를 따라 위로 올라가니 문 앞에는 량천옥이 서 있었다.그 옆에는 작은 캐리어까지 있었다.얼마나 기다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량천옥은 고은지를 보자마자 환히 웃으면서 얘기했다.“은지야, 나 너랑 같이 살려고 왔어.”“그러지 마세요. 당신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잖아요. 배씨 가문을 떠난다고 해도 그 신분은 바뀌지 않아요.”고은지의 말투는 아주 평온했다.량천옥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량천옥은 모든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웃고 있던 눈에는 어느새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미안해.”지나간 과거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는 없겠지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사과뿐이었다.하지만 그 사과만으로 지난날 고은지가 받은 상처를 모두 치유해 줄 수는 없었다.지금 고은지와 나태현이 대치 상황에 놓인 것도 다 량천옥 때문이니까 말이다.만약 량천옥의 친딸이 아니었다면, 나태현이 고은지의 아이를 빼돌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난 사과를 원한 게 아니에요. 그저 날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요.”고은지가 똑똑히 얘기했다.그 차가운 말투를 들은 량천옥은 더욱 가슴이 아팠다.변명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널 방해하기 위한 게 아니야. 그냥 지금부터 내가 널 챙겨주고 싶어서 그래. 은지야, 제발 나한테 기회를 줘.”량천옥이 목이 메어 얘기했다.전에 고은지와 고은영을 짓밟고 무시하던 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그런 기도 앞에서 고은지는 차갑게 량천옥을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량천옥이 덧붙였다.“너랑 같이 살게만 해줘. 제발.”량천옥은 받아주지 않으면 가지 않으려는 태도로 얘기했다.고은지를 지켜주고 싶은 건 진심이다.량천옥은 나태범이 무슨 짓을 벌일지 너무 걱정되었다.나태범은 겉으로 봤을 때는 강경하고 무서운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겁쟁이에 불과하다.나태범이 안지영에게 뭐라 하는 것도, 그저 나태웅
나씨 가문에서 나온 안지영은 바로 장선명의 회사로 갔다.안지영이 온다는 것을 안 장선명은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안지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장선명을 본 안지영은 아이처럼 활짝 웃으면서 기뻐했다.“아까 나태범 어르신 표정이 어찌나 볼만하던지.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표정이었어요.”안지영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무섭지는 않았어?”장선명은 안지영의 손을 잡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안지영은 가볍게 시선을 돌리다가 장선명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 이거 언제 찍은 거예요!”안지영이 놀란 목소리로 장선명을 향해 물었다.이 사진은 전에 장선명이 물려서 입원해 있을 때, 안지영이 그를 간호해 줄 때의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안지영은 두 눈을 꼭 감고 잠에 빠져있었다.장선명은 얼른 그 액자를 빼앗아 갔다. 마치 비밀을 들킨 아이처럼 표정도 어색했다.“만지지 마.”“...”‘내 사진인데 보지 못하게 하는 거야? 게다가 왜 부끄러워하는 건데.’안지영은 장선명이 본인 사무실에 자기 사진을 둘 줄은 몰랐다. 장선명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나태웅이 정말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되지도 않아?”장선명이 안지영을 품에 안아 물었다.누가 봐도 어색해서 화제를 돌리는 거였다.하지만 그 화제에 안지영은 바로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나태웅이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나태웅과 안지영의 사이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안지영의 화를 사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장선명은 안지영이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두 사람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안지영은 상대를 믿고 상대에게 기대기도 한다.하지만 그 신뢰를 저버리는 순간, 안지영은 바로 상대방과 모든 것을 끊어버린다.나태웅이 어떤 실수를 해왔는지 알기에, 장선명은 그것들을 나쁜 예시로 삼으며 배워갔다.“그렇긴 하네.”엄밀히 얘기하
그리고 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믿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유서를 믿지 않았다. 그저 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나태웅이 전에 하던 짓을 보면 이런 쇼를 벌이는 것도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동영그룹에 있을 때는 멀쩡했던 사람이 왜 천락그룹에 오니 이렇게 된 것인지.안지영은 알 수가 없었다.나태범은 차갑고 예리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쏘아보면서 겨우 입 밖으로 말을 뱉어냈다.“먼저 들어가 봐.”“어르신, 안지영 씨를 지금 보내는 건...”“가라고 해!”옆에서 집사가 말리자 나태범이 단칼에 거절하면서 얘기했다.안지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역시 어르신이 명쾌하시네요.”안지영의 말에 나태범은 더욱 화가 나서 차갑게 코웃음만 쳤다.‘모든 사람들이 다 본인처럼 교양 없이 사당이나 부수는 줄 알아?’안지영은 청첩장을 꺼내 나태범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가져가!”이런 상황에 청첩장을 돌리다니. 나태범은 기가 차서 화병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만약 나태웅이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에게도 청첩장을 줬을 것이다.나태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소리를 지르는 나태범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나태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집사는 그런 안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걱정스레 나태범을 쳐다보았다.“어르신,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나태범과 집사는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나태범은 숨을 몰아쉬면서 얘기했다.“얼른 사람을 풀어 찾아봐!”“이미 사람을 풀었습니다.”사람을 풀어 나태웅을 찾은 지는 한참이나 되었다.“이 유서를 누가 보낸 것인지는 알아봤어?”나태범이 힘이 다 풀린 채 물어봤다.나태범은 너무 걱정되었다.본인 아들이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나태범은 허씨 가문과의 약혼이 나태웅을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될 줄은 몰
나태범과 집사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의아함과 불안함이 섞여 있었다.안지영은 마른침을 삼키고 이어서 얘기했다.“그렇게 보지 말아주세요.”“너 아직 장선명과 결혼한 것도 아니면서, 왜 유부녀라고 하는 거야.”나태범이 정신을 차리고 화를 냈다.“...”나태범의 얼굴을 마주한 안지영은 천천히 가방에서 혼인 관계 증명서와 청첩장을 꺼내 집사에게 건네주었다.집사는 그것을 받고 확인해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리고 바로 나태범에게 달려가 건네주었다.나태범은 안지영과 장선명의 혼인 관계 증명서를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버렸다.게다가 혼인신고를 한 날짜가 오늘이라니.그 순간 나태범은 호흡이 거칠어졌다.나태범이 안지영을 노려보면서 얘기했다.“너, 너 아까 전화를 받고 나서 장선명과 결혼하러 간 거야?”나태범은 이를 꽉 깨물고 겨우 얘기했다.혼인 관계 증명서에 적힌 시간을 보니 집사와 전화한 후였다.그러니까, 안지영은 나태웅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도 바로 달려오지 않고 먼저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이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나태범은 흉악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보면서 나태범은 화가 나서 당장 폭발할 것만 같았다.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오늘 같은 날 결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나태범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집사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안지영을 보면서 말했다.“안지영 씨, 이건 선을 넘으신 겁니다.”마치 안지영이 혼인신고를 하러 간 게 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사람은 너나 할 거 없이 안지영에게 비난을 쏟아냈다.안지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이건 나와 선명 씨의 선약이었어요. 우리의 결혼식이 나태웅 씨 때문에 자꾸만 미뤄졌으니까요. 그래서 혼인신고부터 하겠다고 한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안지영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설마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통보라도 해주길 바란 건가?나씨 가문이 뭔 대
“난 결정을 번복하지 않아요.”안지영이 중얼거리면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태웅의 죽음에 왜 본인이 결혼을 취소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장선명은 안지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나태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안지영의 태도는 명확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장선명은 안지영과 함께 가지 않았다. 나씨 가문에 도착한 안지영은 이곳의 분위기가 아주 음산해진 것을 느꼈다.안으로 들어가니 나태범이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안지영을 찢어버릴 듯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집사의 태도도 좋지 않았다.“이거 보세요.”집사는 나태웅의 유서를 안지영에게 건네주었다.안지영은 그 유서를 받지 않고 집사를 보면서 물었다.“제가 볼 필요가 있나요?”안지영은 본인과 나태웅의 사이를 완전히 끊어버리고 싶었다.안지영의 차가운 태도에 집사와 나태범은 마음이 아팠다.나태웅이 안지영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데, 안지영의 태도는 여전하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지금 나태웅은 유서를 쓰고 사라진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도 안지영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다.안지영은 집사와 나태범의 시선 아래서 대답했다.“저랑 나태웅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안지영이 직설적으로 얘기하자 나태범이 불만스럽게 말했다.“태웅이가 지금 사라진 건 다 너 때문이야!”“왜 저 때문이죠”“지금까지 태웅이한테 전화라도 해 봤어? 태웅이 비서랑은 연락해 봤어?”“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왜 나태웅 씨한테 전화하고 나태웅 씨 비서한테 연락을 해야죠?”마치 나태웅이 사라져서 안지영이 안달 난 것처럼 말이다.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나태범의 질문에 안지영은 어이가 없었다.나태범은 무표정한 안지영을 보면서 화를 뿜어냈다.“태웅이는 너 때문에 사라진 거라니까!”“어르신 때문이잖아요!”안지영이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안지영은 아까까지만 해도 아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씨 가문을 떠올리니 다시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아까 오는 길에 나씨 가문 집사와 통화했던 내용을 장선명에게 다시 한번 얘기해 주었다.끝까지 들은 장선명은 입가를 매만지며 물었다.“유서만 남기고 사라졌다고?”“그래요. 이건 또 뭐 하려는 수작인지...”안지영은 이미 나태웅에 대한 호감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것도 그저 쇼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정말... 어떻게 보면 표도 안 사고 나태웅의 일인극을 보는 것만 같았다. 너무도 대단한 쇼라서 안지영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몰랐다.안지영뿐만이 아니라 장선명도 지금 이 상황에 약간 놀랐다.“그럼 지금 나씨 가문에 가려는 거야?”“가야죠. 그리고 나씨 가문 사람들한테도 알려줘야죠. 나는 이미 유부녀라고. 그러니 날 어쩌지 못한다는 걸요.”나씨 가문을 떠올리면 안지영은 그들은 뻔뻔함 빼면 시체라고 생각했다.“그럼 같이 가.”“괜찮아요. 설마 날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요?”안지영이 손을 저으면서 얘기했다.장선명도 바쁜 몸이었다. 하지만 나씨 가문 일 때문에 안지영과 함께 다녔던 것이다.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얘기했다.“그러면 하나만 더 가져가.”“뭐요?”“일단 차에 타서 얘기해.”말을 마친 장선명은 외투를 안지영 몸에 걸어주었다.장선명의 온도가 안지영을 품에 안는 것만 같았다.걱정했던 안지영은 그 덕분에 안심되었다.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장선명은 안지영의 혼인 관계 증명서를 건네주면서 청첩장을 건네주었다.이 청첩장은 전부터 준비한 것이다.하지만 나씨 가문 사람들 때문에 날짜를 연거푸 몇 번이나 고쳤다.“청첩장이요?”“어쩌다가 나씨 가문에 가는 건데 청첩장도 돌려야지.”“...”나태웅이 유서를 남긴 이 시점에, 나태범에게 청첩장을 돌리라니.장선명의 수단은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안지영이 청첩장의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청첩장을 펼쳤다.결혼 날짜는 보름 뒤였다.“이 날짜... 더
안지영은 나태웅의 고집스러움이 누구를 닮은 것인지 알 것 같았다.정말 피는 못 속인다고.안지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또 전화가 걸려 왔다.안지영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안지영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안지영 씨. 나씨 가문 저택에 한 번만 와주십쇼.”“또 뭘 하려는 거예요.”화를 내지 않으려던 안지영의 결심은 1초 만에 사라졌다.“작은 도련님께서 유서를 남기셨습니다.”“...”‘유서? 나태웅이 유서를 남겼다고? 또 무슨 연극을 하려는 거야!’나태범이 약혼 기사를 발표하자마자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유서를 남기다니.“나태웅 씨는 그럼 어디 있는데요.”안지영이 눈썹을 꿈틀거렸다.너무 빨리 일어난 사건에 안지영은 약간 혼란스러웠다.하긴 나태웅은 생각보다 행동이 더욱 빠른 사람이었으니까.“사라졌습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나태웅이 사라졌는데 안지영을 나씨 가문으로 부른다니. 안지영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겨우 나씨 가문과 멀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나태웅은 또 안지영을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우선 와주세요.”집사의 말투와 태도는 썩 좋지 않았다.안지영은 화가 나서 물었다.“안 가겠다고 하면요?”겨우 나태웅을 다른 사람과 약혼하게 만들었는데, 안지영을 부르다니.안지영은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았다.오늘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 쉬고 싶을 법도 했다.게다가 안지영은 지금 당장 구청에 가서 장선명과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나씨 가문에 들릴 시간 따위는 전혀 없었다.집사는 강경한 안지영의 태도를 들으면서 대답했다.“그렇다면 안진섭 씨를 병원으로 돌려보내 드릴 수는 없을 것 같군요.”“...”안지영은 그 순간 숨도 쉬지 못했다.나씨 가문의 사람들을 언젠가는 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나태웅이 왜 갑자기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안지영이 전화를 끊었을 때는 이미 구청에 도착한 때였다.그래서 안지영은 바로 고민하지
안지영은 금고를 열고 한숨을 돌렸다.안진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안열이 전화를 걸자 안지영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네. 무슨 일이에요?”“나태웅 씨가 약혼했다고 합니다.”“네?”안지영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안열도 놀란 듯했다.“아마도 나태범 어르신이 안 대표님을 정말 싫어하게 되었나 봐요.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이미 나태웅 씨와 허영지 씨의 약혼을 발표한 걸 보면요.”“허영지 씨요?”안지영은 또 깜짝 놀랐다.안지영 쪽에서는 오늘에야 나태웅을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냈다. 그래서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주려고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나태범이 먼저 움직이다니.이렇게 보면 나태범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어도 사실은 모든 걸 꿰뚫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안지영은 그제야 걱정을 덜었다. 만약 나태범이 계속 안지영을 며느리로 들이겠다고 한다면 그것보다 더욱 골치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맞아요. 허씨 가문의 허영지 씨요.”안열이 대답했다.“잘됐네요. 약혼하게 되었다니, 정말 잘 됐어요.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뭐 없죠?”확실히 장선명의 말을 들으니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해결되는 것 같았다.“아니요. 있어요!”“?”뭘 더 해야 한다는 거지?나태범은 이미 안지영이 하려던 일을 대신 해주었다. 그래서 안지영은 너무나도 편했다.하지만 안열이 얘기했다.“낙장불입이 되게 도장을 찍어야죠.”지금 기사화된 약혼을 사실화되게 만들어야 한다.그래야만 나태웅을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들으면서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나태웅을 아내 바보로 만들어야겠네요.”만약 정말 허영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면 나태웅은 어쩔 수 없이 나태범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다.“어차피 안 대표님한테 피해가 가는 일도 아닌데요, 뭘.”“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요.”안열의 말에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나씨 가문에서 약혼 기사를 발표했으니 나태웅과 허
“그래, 그래, 이놈아!”나태범은 화가 확 올라왔다.‘전에는 애가 이렇게 극단적인 줄 몰랐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너무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나태범은 나태웅을 쏘아보더니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뜬 후 얘기했다.“너랑 안지영의 혼사는 반대다. 이건 진심이야.”나태범은 몇 번 생각한 후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제 이 결정은 그 누구도 꺾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차갑게 대답했다.“제 혼사는 아버님이 정하는 게 아닙니다.”“너...”가뜩이나 화가 나 있던 나태범은 나태웅의 말을 듣고 혈압이 올라서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꽉 쥐었다.나태범은 정말 울화통이 터져서 지금 당장 나태웅을 때려죽이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넌 오늘부터 허영지와 약혼 준비나 해.”나태범이 이토록 나태웅을 엄격하게 대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지금은 나태웅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태범은 통보하는 식으로 나태웅에게 얘기하고 있었다.나태범은 죽어도 안지영을 며느리로 들이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굳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싫습니다.”같은 피가 아니랄까 봐. 나태웅의 태도 또한 나태범만큼 강경했다.나태범은 더 따지고 싶지 않았다.“네가 허락하든 말든 넌 허영지와 약혼하게 되어있어!”“아니...”“기사는 오늘 보도될 거다.”“...”나태웅이 차가운 시선으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그러니까 얘기를 하려고 부른 게 아니라 통보를 하기 위해 부른 거란 말이지?’“결혼하지 않을 겁니다.”“너, 이 자식!”나태범이 목덜미를 잡고 얘기했다.나태범은 나태웅을 항상 아껴주고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게 해줬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었다.안씨 가문과 나씨 가문은 같은 급은 아니지만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안지영의 행동을 보니 나태범은 더 이상 안지영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굽혀지지 않는 나태범의 태도에 나태웅은 그저 자리를 뜰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