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각해 보니 안지영의 멘탈은 누구보다 강하다.그녀는 순식간에 걱정이 사라졌다.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안지영에게서 답장이 왔다.“나 이미 한 번 죽었다.”고은영은 다급히 답장을 보냈다.“나 실장님이 정말 널 찾았어?”“넌 알고 있으면서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안지영은 이 세상에 더는 미련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은영의 일은 곧 탄로 날 것이다.비록 오늘은 일단 지나갔지만.하지만 나태웅과 배준우는 계속 그녀들을 주시하고 있기에 그들은 반드시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 나 실장님이 바로 대표님에게 연락이 왔다니까.”당시 배준우의 억압적인 눈빛에 그녀는 감히 움직일 수도 없었다.그러니 안지영에게 알릴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안지영이 말했다.“우리 곧 끝장이야!”비록 얼굴을 보며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 순간 고은영은 그녀의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오늘은 정말 너무 놀랐다.모든 것이 갑작스러웠다.고은영은 위층을 힐끗 보았다. 배준우는 서재로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으니 아마도 랜선 미팅 중인 것 같다.그녀는 다급히 휴대폰을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가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은 바로 받았다.“은영아, 우리 그냥 도망가자.”그들이 진실을 완전히 알아버리기 전에 도망가는 것이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른다.“내가 너랑? 도망을?”고은영은 깜짝 놀랐다.‘어떻게?’“나 알아. 너 집 아까워서 그러지.”집 얘기만 나오면 그녀들은 속상했다.안지영은 독한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쳐도 고은영은 작은 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정말 한 푼의 돈은 영웅도 죽게 만든다.고은영은 어쩔 바를 몰랐다.“나 대표님과 아직 부부야. 어떻게 도망가?”안지영은 이걸 잊고 있었다.맞다!지금은 간단한 집 문제가 아니다. 고은영은 결혼에 묶여있다.어딜 가든 배준우가 신고만 하면 전 국민이 함께 그녀를 찾을 것이다.그런데 어떻게 조용한 삶을 살 수 있단 말인가?고은영은 안
“너 요즘 특히 조심해야 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알겠지?”안지영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그녀는 혹시라도 고은영의 언행이 배준우의 의심을 사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그럼 내 배 속의 아이는 어떡하지?”안지영은 침묵했다.아이의 말에 그녀는 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맞다, 아이가 있었지.’“너, 대표님 좀 떠보긴 했어?”“아니, 무서워서.”‘...... 무섭다니, 그럼 어떡해야 하지?’‘짧은 시간에 어쩌다 이렇게 많은 번거로운 상황이 생겼을까?’안지영은 답답한 마음에 울고 싶었다.아이를 지우자니 그럴 용기가 없었다.그렇다고 배준우를 떠보자니 그의 예리한 성격에 반드시 의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그렇게 되면 배준우는 사실을 캐려고 할 것이고, 그녀는 끝장날 것이다.안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고은영도 울먹였다.“어떡해? 더는 미룰 수 없어!”의사의 말로는 아이를 지우려면 빨리 지워야 한다고 했다.아니면 수술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어떡하지?어떻게 하든 안씨 집안이 화를 입게 된다. 만약 안진섭이 알게 된다면, 안지영은......“너 오늘 대표님 슬쩍 떠봐.”곰곰이 생각하던 안지영이 말했다.배준우는 내일 출장을 가는데 만약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기회를 타서 지우면 된다.당장은 이것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 같다.“나 무서워!”“고은영, 너 정신 차려. 너 지금 임신 중이야. 내가 아니라 너라고!”안지영은 미칠 것 같았다.이 일은 안지영과도 얽히고설켜 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녀는 고은영을 위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안지영은 원래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안진섭은 그녀를 굶겨 죽이겠다고 협박했다.안지영도 마음이 초조했다.“그래, 그렇게 해볼게.”“반드시 해야 해. 출장 사흘 간다고 했지?”안지영은 고은영에게 이 사흘이 아이를 지울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상기시켰다.이번 출장이 끝나면 배준우는 대략 2개월 정도 출장 스케줄이 없다.그때가 되면 아이를 지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준우의 가라앉은 안색에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했다.그녀는 사고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배준우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역력했다. 그는 긴 다리를 움직여 걸어와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차갑게 물었다.“아이? 무슨 뜻이야?”‘그, 그게...... 대체 뭘 들은 거지?’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배준우의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겁에 질려 두 눈을 질끈 감았다.배준우는 손에 힘을 실으며 말했다.“눈 떠!”고은영은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하지만 배준우의 손에 힘이 점점 더 실리면서 그녀는 고통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고 가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배준우가 다그쳤다.“아이 얘기는 뭐야? 말해.”예리한 말투에 겨우 재정비를 마친 고은영의 뇌세포들이 줄줄이 무너졌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그저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볼 뿐이다.“말해!”“네, 네. 지, 지영이가......”고은영은 말을 더듬거렸다.‘잠깐, 지영이!’안지영과 통화할 때, 그녀는 나태웅이 그녀에게 뭘 물었는지 묻지 않았다. 나태웅은 뭘 물었으며 그녀는 또 어떤 대답을 했나?‘어떡하지? 나 실장님이 뭘 물었지? 지영이는 어떻게 말했지?’“안지영 씨 임신했어?”“네, 네, 네.’배준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고 고은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안지영 씨 임신했는지 지금 당장 물어봐.”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렸다.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그녀는 배준우가 진상을 찾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네.”나태웅이 대답했다.고은영은 덥석 배준우의 다리를 부둥켜안았다.전화를 끊은 배준우는 눈을 내리깔고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왜 이래? 당황했어?”고은영은 그의 다리를 안은 두 팔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대표님, 오해하셨어요.”‘으앙~’그녀는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어떤 오해?”“지영이가 나한테 아무래도
전에는 비록 다들 한 건물에서 업무를 보았지만 한 달에 한 번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그렇게 가끔 얼굴을 보아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인데, 오늘 나태웅의 사무실로 가는 횟수는 안지영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이러다가 은영이 그 바보보다 내가 먼저 들키는 거 아니야?’안지영은 조심스럽게 나태웅을 바라보며 물었다.“나 실장님. 또 어쩐 일로?”‘한꺼번에 말하지 진짜!’지금 안지영은 심리적인 고문을 당하고 있다. 그녀는 고은영이 왜 배준우를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이해가 됐다.왜냐하면...... 성격이 너무 옹졸하다.종일 돌발상황이다.하지만 안지영은 갑자기 고은영이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은영은 배준우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한 비서였다.전에 비서들은 한 달을 초과하지 못했는데 고은영은 해를 넘겼다. 이것은 그녀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다.‘그런데 아무리 바보가 아니더라도 놀라서 정신병 걸리겠지?’나태웅은 안지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다.“임신했어?”안지영은 순간 머리가 뻣뻣해졌다.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태웅을 바라봤다.‘미친 거 아니야? 왜 저런 질문을.’“아닌데요.”안지영은 고개를 저었다.나태웅이 다시 물었다.“정말 아니라는 거지?”“왜요? 설마 그 이유로 저 해고하려고요?”안지영은 버럭 화를 냈다.‘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이 남자들은 할 일도 없나? 왜 여자들에게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거야? 대표님도 그렇고, 왜 아직도 남성의 일에 집착해? 이러다가 은영이와 나 두 사람 모두 정신병이 걸릴 거야!’나태웅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말했다.“그건 아니고, 임신 확인차 불렀어.”“아니에요!”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근데 고은영 씨는 안지영 씨가 임신했다고 하던데.”‘뭐지? 무슨 상황이지? 설마 대표님한테 또 고문이라도 당한 거야?’안지영은 고은영이 안쓰러웠지만 왜 그녀가 자기를 임신했다고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했어요!”안지영이 갑자기 말을 바꾸자 나태웅은 쌀쌀한 눈
안지영은 어떻게 사무실에서 나왔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3일이라는 두 글자가 메아리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3일 뒤, 그녀는 고은영을 팔아야 했다.아니면 남성에서의 그날 밤, 배준우의 방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이라고 인정해야 했다.후자는 절대 성립해서는 안 되었다, 안지영이 인정해 버린다면 배준우는 배씨 가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그녀와 가족들은 길거리로 쫓겨나 거지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어떡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항상 똑똑하고 침착하던 안지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결국 안지영은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이 얼마 가지도 않고 끊겨버렸다.휴대폰을 잡은 안지영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순간,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심문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녀였다.안지영은 절망스러웠다, 지금 그녀와 고은영은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머지않아 안지영은 다시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저 오늘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싶어요."안지영은 상대방이 입을 떼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동영에서 버는 돈으로 밥도 못 해 먹고 사는 거야?"안지영의 아버지 안진섭이 하찮다는 듯 말했다."아버지랑 같이 밥 먹고 싶어서 그러죠, 저를 그렇게 쓸데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아 주시죠."안지영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밥 한 끼 먹자는 거 가지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이 동영그룹의 판매왕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걸까?’"너 원래 쓸데없어!"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늘 자신에게 편견이 있는 안진섭이 안지영은 늘 불만이었다."그래서 저녁 먹으러 가요, 말아요.""와야지, 말까지 꺼내놓고 안 오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아버지와 함께 사직하는 일에 관해 얘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계속 동영그룹에 있다가는 심장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또 무슨 사고 친 거야?"안지영이 전화를 끊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배준우가 량천옥을 피해 해외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면 두 사람의 결혼도 끝을 봐야 했다.그때가 되면 배준우는 자신의 첫사랑인 이미월을 찾아갈 것이고 고은영은 여전히 고은영으로 남게 될 것이다."저 내일 출장 가야 하니까 짐 정리 해주세요."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배준우가 아주머니께 말했다."네, 도련님."아주머니께서 공손하게 배준우에게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너도 준비해."배준우가 다시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저도 가요?""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또 있어?"전에는 고은영을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하더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배준우가 출장 갈 때마다 고은영은 그를 따라갔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그가 자신을 데리고 가는 것이라고 고은영은 생각했다."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은영이 배준우의 시선을 받으며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하던 배준우를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전에 안지영과 계획을 세울 때, 고은영은 배준우가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하면 그가 출장을 간 사이, 병원으로 가 아이를 지우기로 했었다.‘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그녀는 배준우의 스케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일의 출장 말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배준우는 출장 갈 일이 없었다.그렇게 되면 아이는 벌써 4, 5개월에 접어들었다.‘그때 이 아이를 지울 수나 있을까?’고은영은 그 생각을 하니 울고 싶었다.방금, 안지영과 통화까지 한 고은영은 걱정되는 마음에 방문을 걸어 잠갔다.그리고 고은영이 다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그녀의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서정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은 고민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곧바로 고은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응, 언니.""오후에 병원에 올래?"고은지가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따 갈게."지금 고은영은 고은지의 곁을 지키고 있
고은영은 결연한 고은지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정말 칼로…"고은영은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그동안 자신들을 돌봐준 고은지에게 조보은은 어떻게 매정하게 그런 짓을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을 할머니에게 집어던지고 그동안 고은지를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보면 조보은이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응, 맞아."고은지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니 조보은이 더욱 미워졌다."너 이제 병원 안 와도 돼.""왜?"고은지가 생각해 보더니 다시 말했다."서정우가 강성으로 온다고 했어."서정우는 조보은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에 두 자매에게 손을 내밀 줄 밖에 몰랐다, 특히 돈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서정우는 두 자매에게서 어마어마한 수자의 돈을 얻어갔다.고은지는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제대로 해결할 심산이었다. 사람은 선이라는 게 있어야 했다. 아니면 결국 상처받는 건 자신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따라서 다치게 되었다."언니 혼자 괜찮겠어?"어쨌든 고은지는 지금 입원해 있었기에 고은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상처 안 깊어서 걱정할 필요 없어."고은지는 고은영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이번 일을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조보은은 앞으로 두 자매를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고은지는 그동안 자신이 고생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보은이 고은영까지 해치게 할 수 없었다."그래, 그럼."고은영은 여전히 걱정되었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은지가 이렇게 단호한 건 처음이었기에 고은영은 고은지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 스스로 마주하게 할 생각이었다.고은지는 이번을 계기로 씩씩하게 스스로 일어나야 했다.그동안 연약하게 굴었으니 이제 일어설 때도 되었다."서정우 제일 먼저 병원으로 나를 찾아올 거야, 내가 상대해 주지 않으면 너를 찾아갈 거고."고은지가 고은영에게 귀띔해 줬다."나 내일 대표님이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왜 이런 역겨운 말만 하는 것인지 고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너같이 가족도 신경 안 쓰는 사람이 제일 역겨워."서정우도 말이 통하지 않는 고은영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그래도 가족 돈만 가져가려고 하고 가족들 피 빨아먹으려고 하는 너희보다 낫지 않아?"고은영이 서정우를 비웃었다.예전의 그녀는 서정우 같은 사람을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서정우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서정우는 멍했다.그의 기억 속에서 고은영은 늘 담이 작았는데 오늘은 낯설었다."역시 큰 도시로 간 사람은 다르구나, 이제 이런 말도 감히 하고.""왜, 너 따위가 평생 나를 짓누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서정우는 고은영의 말을 들으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너 이미 강성으로 오고 있는 거지?""응, 그러니까 내일 아침 9시에 기차역으로 나 데리러 와."서정우 이 멍청한 것이 아직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고은영은 할 말이 없어졌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역겨운 점 한가지가 바로 아무리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마치 기생충 마냥 숙주를 벗어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너를 데리러 가라고? 꿈도 꾸지 마.""나 강성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런 나를 그냥 두겠다고?""너 따위한테 내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고은영의 말을 들은 서정우가 화가 나 욕을 지껄였다."그리고 나 내일 출장이라서 너 나 못 봐.""뭐? 출장? 안돼, 너 못 가.""내가 왜?""네가 큰누나 설득해야지, 지금 출장 가면 나 혼자 어쩌라는 거야?"서정우는 조보은이 왜 들어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전에 했던 전화나 오늘 했던 전화에서 고은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고은영은 고은지가 그동안 서정우를 위해 돈을 쓴 것이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네 일을 왜 나한테 물어?"고은영이 멍청한 질문을 던지는 서정우에게 차갑게 말했다."그럼 돈이라도 좀 줘."역시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