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9화

작가: 송언희
배준우의 가라앉은 안색에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사고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배준우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역력했다. 그는 긴 다리를 움직여 걸어와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차갑게 물었다.

“아이? 무슨 뜻이야?”

‘그, 그게...... 대체 뭘 들은 거지?’

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배준우의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겁에 질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배준우는 손에 힘을 실으며 말했다.

“눈 떠!”

고은영은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

하지만 배준우의 손에 힘이 점점 더 실리면서 그녀는 고통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고 가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배준우가 다그쳤다.

“아이 얘기는 뭐야? 말해.”

예리한 말투에 겨우 재정비를 마친 고은영의 뇌세포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이 순간 그녀는 사고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저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볼 뿐이다.

“말해!”

“네, 네. 지, 지영이가......”

고은영은 말을 더듬거렸다.

‘잠깐, 지영이!’

안지영과 통화할 때, 그녀는 나태웅이 그녀에게 뭘 물었는지 묻지 않았다. 나태웅은 뭘 물었으며 그녀는 또 어떤 대답을 했나?

‘어떡하지? 나 실장님이 뭘 물었지? 지영이는 어떻게 말했지?’

“안지영 씨 임신했어?”

“네, 네, 네.’

배준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고 고은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

“안지영 씨 임신했는지 지금 당장 물어봐.”

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렸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그녀는 배준우가 진상을 찾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네.”

나태웅이 대답했다.

고은영은 덥석 배준우의 다리를 부둥켜안았다.

전화를 끊은 배준우는 눈을 내리깔고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이래? 당황했어?”

고은영은 그의 다리를 안은 두 팔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

“대표님, 오해하셨어요.”

‘으앙~’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

“어떤 오해?”

“지영이가 나한테 아무래도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0화

    전에는 비록 다들 한 건물에서 업무를 보았지만 한 달에 한 번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그렇게 가끔 얼굴을 보아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인데, 오늘 나태웅의 사무실로 가는 횟수는 안지영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이러다가 은영이 그 바보보다 내가 먼저 들키는 거 아니야?’안지영은 조심스럽게 나태웅을 바라보며 물었다.“나 실장님. 또 어쩐 일로?”‘한꺼번에 말하지 진짜!’지금 안지영은 심리적인 고문을 당하고 있다. 그녀는 고은영이 왜 배준우를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이해가 됐다.왜냐하면...... 성격이 너무 옹졸하다.종일 돌발상황이다.하지만 안지영은 갑자기 고은영이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은영은 배준우 옆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한 비서였다.전에 비서들은 한 달을 초과하지 못했는데 고은영은 해를 넘겼다. 이것은 그녀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다.‘그런데 아무리 바보가 아니더라도 놀라서 정신병 걸리겠지?’나태웅은 안지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다.“임신했어?”안지영은 순간 머리가 뻣뻣해졌다.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태웅을 바라봤다.‘미친 거 아니야? 왜 저런 질문을.’“아닌데요.”안지영은 고개를 저었다.나태웅이 다시 물었다.“정말 아니라는 거지?”“왜요? 설마 그 이유로 저 해고하려고요?”안지영은 버럭 화를 냈다.‘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이 남자들은 할 일도 없나? 왜 여자들에게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거야? 대표님도 그렇고, 왜 아직도 남성의 일에 집착해? 이러다가 은영이와 나 두 사람 모두 정신병이 걸릴 거야!’나태웅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말했다.“그건 아니고, 임신 확인차 불렀어.”“아니에요!”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근데 고은영 씨는 안지영 씨가 임신했다고 하던데.”‘뭐지? 무슨 상황이지? 설마 대표님한테 또 고문이라도 당한 거야?’안지영은 고은영이 안쓰러웠지만 왜 그녀가 자기를 임신했다고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럼 했어요!”안지영이 갑자기 말을 바꾸자 나태웅은 쌀쌀한 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1화

    안지영은 어떻게 사무실에서 나왔는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3일이라는 두 글자가 메아리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3일 뒤, 그녀는 고은영을 팔아야 했다.아니면 남성에서의 그날 밤, 배준우의 방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이라고 인정해야 했다.후자는 절대 성립해서는 안 되었다, 안지영이 인정해 버린다면 배준우는 배씨 가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그녀와 가족들은 길거리로 쫓겨나 거지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어떡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항상 똑똑하고 침착하던 안지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결국 안지영은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이 얼마 가지도 않고 끊겨버렸다.휴대폰을 잡은 안지영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순간,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심문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녀였다.안지영은 절망스러웠다, 지금 그녀와 고은영은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머지않아 안지영은 다시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저 오늘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싶어요."안지영은 상대방이 입을 떼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동영에서 버는 돈으로 밥도 못 해 먹고 사는 거야?"안지영의 아버지 안진섭이 하찮다는 듯 말했다."아버지랑 같이 밥 먹고 싶어서 그러죠, 저를 그렇게 쓸데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아 주시죠."안지영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밥 한 끼 먹자는 거 가지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이 동영그룹의 판매왕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는 걸까?’"너 원래 쓸데없어!"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늘 자신에게 편견이 있는 안진섭이 안지영은 늘 불만이었다."그래서 저녁 먹으러 가요, 말아요.""와야지, 말까지 꺼내놓고 안 오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아버지와 함께 사직하는 일에 관해 얘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계속 동영그룹에 있다가는 심장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또 무슨 사고 친 거야?"안지영이 전화를 끊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2화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배준우가 량천옥을 피해 해외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면 두 사람의 결혼도 끝을 봐야 했다.그때가 되면 배준우는 자신의 첫사랑인 이미월을 찾아갈 것이고 고은영은 여전히 고은영으로 남게 될 것이다."저 내일 출장 가야 하니까 짐 정리 해주세요."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배준우가 아주머니께 말했다."네, 도련님."아주머니께서 공손하게 배준우에게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너도 준비해."배준우가 다시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저도 가요?""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또 있어?"전에는 고은영을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하더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배준우가 출장 갈 때마다 고은영은 그를 따라갔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그가 자신을 데리고 가는 것이라고 고은영은 생각했다."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고은영이 배준우의 시선을 받으며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하던 배준우를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전에 안지영과 계획을 세울 때, 고은영은 배준우가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하면 그가 출장을 간 사이, 병원으로 가 아이를 지우기로 했었다.‘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그녀는 배준우의 스케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일의 출장 말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배준우는 출장 갈 일이 없었다.그렇게 되면 아이는 벌써 4, 5개월에 접어들었다.‘그때 이 아이를 지울 수나 있을까?’고은영은 그 생각을 하니 울고 싶었다.방금, 안지영과 통화까지 한 고은영은 걱정되는 마음에 방문을 걸어 잠갔다.그리고 고은영이 다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그녀의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서정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은 고민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지만 곧바로 고은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응, 언니.""오후에 병원에 올래?"고은지가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따 갈게."지금 고은영은 고은지의 곁을 지키고 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3화

    고은영은 결연한 고은지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정말 칼로…"고은영은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그동안 자신들을 돌봐준 고은지에게 조보은은 어떻게 매정하게 그런 짓을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을 할머니에게 집어던지고 그동안 고은지를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보면 조보은이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응, 맞아."고은지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니 조보은이 더욱 미워졌다."너 이제 병원 안 와도 돼.""왜?"고은지가 생각해 보더니 다시 말했다."서정우가 강성으로 온다고 했어."서정우는 조보은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에 두 자매에게 손을 내밀 줄 밖에 몰랐다, 특히 돈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서정우는 두 자매에게서 어마어마한 수자의 돈을 얻어갔다.고은지는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의 모든 일들을 제대로 해결할 심산이었다. 사람은 선이라는 게 있어야 했다. 아니면 결국 상처받는 건 자신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따라서 다치게 되었다."언니 혼자 괜찮겠어?"어쨌든 고은지는 지금 입원해 있었기에 고은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상처 안 깊어서 걱정할 필요 없어."고은지는 고은영을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이번 일을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 조보은은 앞으로 두 자매를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고은지는 그동안 자신이 고생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조보은이 고은영까지 해치게 할 수 없었다."그래, 그럼."고은영은 여전히 걱정되었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은지가 이렇게 단호한 건 처음이었기에 고은영은 고은지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 스스로 마주하게 할 생각이었다.고은지는 이번을 계기로 씩씩하게 스스로 일어나야 했다.그동안 연약하게 굴었으니 이제 일어설 때도 되었다."서정우 제일 먼저 병원으로 나를 찾아올 거야, 내가 상대해 주지 않으면 너를 찾아갈 거고."고은지가 고은영에게 귀띔해 줬다."나 내일 대표님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4화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왜 이런 역겨운 말만 하는 것인지 고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너같이 가족도 신경 안 쓰는 사람이 제일 역겨워."서정우도 말이 통하지 않는 고은영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그래도 가족 돈만 가져가려고 하고 가족들 피 빨아먹으려고 하는 너희보다 낫지 않아?"고은영이 서정우를 비웃었다.예전의 그녀는 서정우 같은 사람을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서정우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서정우는 멍했다.그의 기억 속에서 고은영은 늘 담이 작았는데 오늘은 낯설었다."역시 큰 도시로 간 사람은 다르구나, 이제 이런 말도 감히 하고.""왜, 너 따위가 평생 나를 짓누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서정우는 고은영의 말을 들으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너 이미 강성으로 오고 있는 거지?""응, 그러니까 내일 아침 9시에 기차역으로 나 데리러 와."서정우 이 멍청한 것이 아직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니, 고은영은 할 말이 없어졌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역겨운 점 한가지가 바로 아무리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마치 기생충 마냥 숙주를 벗어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너를 데리러 가라고? 꿈도 꾸지 마.""나 강성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런 나를 그냥 두겠다고?""너 따위한테 내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고은영의 말을 들은 서정우가 화가 나 욕을 지껄였다."그리고 나 내일 출장이라서 너 나 못 봐.""뭐? 출장? 안돼, 너 못 가.""내가 왜?""네가 큰누나 설득해야지, 지금 출장 가면 나 혼자 어쩌라는 거야?"서정우는 조보은이 왜 들어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전에 했던 전화나 오늘 했던 전화에서 고은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다.고은영은 고은지가 그동안 서정우를 위해 돈을 쓴 것이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네 일을 왜 나한테 물어?"고은영이 멍청한 질문을 던지는 서정우에게 차갑게 말했다."그럼 돈이라도 좀 줘."역시 그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5화

    고은영은 화를 잔뜩 내고 있을 서정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하지만 고은지도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돈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 화가 조금 풀렸다.매번 고은지가 그들에게 타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은영은 답답했었다.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끝을 보게 되었다.고은영은 다시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더 머리가 아픈 건 자기 일이었다."너한테 또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 말하지 마."안지영의 목소리는 풀이 잔뜩 죽어있었다."왜 그래?""너 배 대표님이랑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나 실장이 나한테 임신했느냐고 물어보는 건데.""그래서 너 뭐라고 했는데?""아니요, 네 맞아요!"안지영이 말했다, 그녀는 오늘의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아팠다."그러니까 임신했다는 거야, 말았다는 거야?""나 실장이 지금 그날 밤 여자가 너 아니면 나라고 의심하고 있어."‘이렇게 심각한 정도까지 발전했다니?’고은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창백했다."너는 뭐라고 했는데?""나 실장이 나한테 3일 주겠다고 했어."그러니까 안지영은 잠시 안전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고은영은 3일이라는 말을 들으니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옥죄는 것 같았다.그리고 고은영이 말을 하기 전, 안지영이 다시 덧붙였다."나 실장이 지금 너 아니면 나라고 아주 확신을 하고 있어.""그럼 이제 어떡해?"나태웅이 확신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고은영은 좋은 세월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안지영은 무슨 일이나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안지영은 나태웅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은영아, 너 도대체 어떻게 오늘까지 버틴 거냐?"‘어떻게 오늘까지 버텼느냐니? 안지영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바로 그녀는 지금 충분히 힘들고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는 뜻이었다."그냥, 무서워하면서 버텼지."고은영은 그동안의 심정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매번 외줄 타기를 하듯 조마조마한 마음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6화

    전에는 확실히 이렇게 얘기했었다.아니면 두 사람은 내일 배준우가 출장 가는 일을 두고 계획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방금 그렇게 말했어, 자기랑 같이 출장 가자고.""그럼 어떡해?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처리하기 힘들어질 텐데. 아이 3개월 되면 낙태도 못 해."그런 법률이 있다는 것도 고은영은 아예 모르고 있었다.배준우가 다음 출장을 떠날 때면 아이는 벌써 4개월이었다.고은영은 그 생각을 하니 더욱 답답해졌다.지금 그녀에게는 고민할 시간도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나 어떡해야 하는 거지?""출장 안 갈 생각을 해야지.""무슨 방법이 있을까?"안지영이 오늘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고은영은 일이 이렇게 심각해졌는지도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아픈 척하자.""그런 안 돼."고은영은 아픈 척은 더 이상 하기 싫었다. 전에 임신했을 때, 백 어르신 때문에 마음 졸였던 것만 생각하면 고은영은 힘들어졌다."배 대표님 개인 의사가 있어서 내가 아프다고 하면 분명 그분한테 부탁하실 거야."그러니까 아픈 척을 하는 건 아예 통하지 않았다."그럼 너희 언니는?"고은지 핑계를 대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안지영은 곧 고개를 저었다.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출장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에서 고은지의 얘기를 한다면 그는 직접 사람을 안배해 고은지가 있는 병원으로 보낼 것이 분명했다.결국 좋은 방법은 없었다."혼자 알아서 해."한참이 지나 안지영이 한마디 뱉었다.그녀도 더 이상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기 힘들었다.배준우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분명 이렇게 쉽게 마음이 변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고은영은 그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마치 배준우가 모든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안지영은 그런 생각을 하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정말 그렇게 된다면 3일 뒤, 그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할지도 몰랐다.안지영은 생각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은영은 3개월 후면 아이를 지울 수 없다는 안지영의 말을 듣고 나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7화

    "사모님, 조심하세요. 갓 냄비에서 가져온 거예요."아주머니께서 얼른 차가운 물을 건네주며 말했다.고은영은 눈물이 찔끔 나올 것만 같았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배준우가 아주머니에게서 물을 받아 그녀에게 건넸다.눈물을 글썽이는 고은영을 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예전의 그는 여자가 우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났다. 하지만 고은영이 울먹이는 모습을 봐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고은영은 차가운 물을 들이켜고 나서야 조금 편안해졌다."사모님, 얼음 좀 물고 계세요."아주머니께서 이번에는 얼음을 가져와 말했다."아 해."배준우가 얼음 통에서 얼음 하나를 꺼내 고은영의 입가로 가져가자 고은영이 얌전하게 입을 벌렸다.얼음이 입으로 들어간 순간, 따가웠던 느낌이 조금 사그라졌다."아파요."고은영이 불쌍하게 배준우를 보며 말했다."이제 아픈 줄 알겠어? 앞으로 밥 먹을 때 정신 좀 집중해서 먹어."배준우가 조금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불쌍한 얼굴을 한 고은영을 향한 질책도 조금 담겨있었다.고은영은 아픈데다가 엄숙한 배준우의 말을 들으니 더욱 눈물이 났다.결국 고은영이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보더니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울지 마!"고은영의 그 목소리에 얼른 눈물을 거두었다."예전에는 일하는데 덤벙거리는 줄만 알았더니 이제 보니 밥도 제대로 못 먹네. 고은영, 너 정말 여태껏 살아온 것도 대단하다."배준우는 이렇게 덤벙거리는 고은영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억울해졌다.그녀는 덤벙거리는 것이 아니라 배준우가 무서운 것이었다.하지만 배준우의 앞에서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제 좀 괜찮아?"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물었다."네, 조금 괜찮아졌어요."고은영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웠다."좀 아파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짓 안 하지."고은

최신 챕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8화

    결국 진호영이 다가가서 말했다.“할머니, 지금 이 장소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진윤과 진정훈이 오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오지 않은 이유도 명백했다.진성택이 두 사람을 너무 크게 실망시켰기 때문이다.진유경은 진호영이 진윤과 진정훈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면서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호영 오빠, 진윤 오빠랑 정훈 오빠한테 연락해주면 안 돼요? 적어도 아버지 보내드리는 길은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은영이도요... 아버지는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잖아요.”“그만 떠들어.”진유경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호영이 싸늘하게 얘기했다.다른 건 몰라도 이 상황에서 고은영의 얘기를 꺼내다니.진호영은 진유경에게서 이례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다.진유경은 진호영의 반응에 멍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화제는 이미 고은영으로 넘어가 버렸다.다들 고은영을 불효녀라고, 은혜도 모르는 매정한 여자라고 욕했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진유경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너 때문에 은영이는 집에 돌아오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다고?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네 눈은 장식이야?”예뻐한 적이 있었나?한 번도 없었다.진성택이 고은영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줬다면 고은영이 진씨 가문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아니, 그게 아니라...”“아버지는 남은 주식을 모두 너한테 남겨줬어. 하지만 친딸인 은영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하셨다고?”진호영이 모든 것을 까밝히자 진유경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호영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진유경은 더욱 크게 울먹이면서 눈물을 흘렸다.진유경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호영은 진유경의 편이었는데 지금은 왜...‘이게 다 고은영 때문이야! 대체 무슨 수로 꼬드겼기에 오빠들이 다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는 거냐고!’“왜 이러냐고? 우리 어머니가 은영이에게 남겨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7화

    이윽고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호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이 진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진호영과 고은영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진호영은 보통 직접 찾아와서 문제를 얘기하는 편이기에 전화를 잘 걸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진호영이 전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은영은 잘 알고 있었다.진윤에게 전화하자마자 또 고은영에게 전화하다니.고은영이 전화를 받기도 전에 진윤이 고은영의 전화를 빼앗아갔다.“오빠...”진윤은 바로 전화를 꺼버렸다.“꺼버리면 어떡해요. 혹시 언니가 전화라도 하면...”“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너한테 연락하지 않을 거야.”“...”그렇다고 해도 마음대로 핸드폰을 꺼버리는 건 좀...게다가 고은지가 정말 무슨 일이 생겨서 고은영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진윤은 자연스럽게 고은영의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돌려주지 않았다.“오빠.”“오늘은 나한테 집중해.”그 말투는 아주 강압적이었다.“...”마치 그동안 진윤에게 신경 써주지 않아 삐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고은영도 어쩔 수 없었다.고희주와 고은지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사실 고은영도 알고 있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고희주의 일 때문에 고은지는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었다.“그래요.”“...”“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너한테 뭘 좀 사주려고.”“...”사준다고?고은영은 진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진성택이 죽었다.장례식에 안 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굳이 고은영을 데리고 나와 쇼핑을 하는 목적은 뭘까.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 윤설의 전화가 걸려왔다.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그런 진윤을 보면서 고은영은 진윤이 참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진윤과 비교하면 나태현은 정신병이 틀림없었다....진성택은 오늘 화장하게 된다.김영희, 진유경과 진호영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진윤과 진정훈은 결국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6화

    숨을 깊게 내쉰 나태현이 얘기했다.“량천옥이 나씨 가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지금...”“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배준우가 나태현의 말을 끊었다.그때 나씨 가문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었다. 게다가 량천옥을 죽이려는 사람도 있었다.나태현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갔고 나태현의 어머니도 그 시기에 돌아갔다.그 모든 모순의 시작은 량천옥이었다.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씨 가문은 여전히 량천옥과 원한이 있었다.다들 그저 그 원함을 꾹 참고 있었는데 고은지가 나타났다.량천옥의 딸이면서 나태현의 딸 엄마인 고은지 때문에 나씨 가문과 량천옥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요.”우정과 사랑 중에서 배준우는 당연히 사랑이었다.게다가 이번 일에는 나씨 가문에서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또 나태현이 회사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보니 프로젝트가 위험했다.나태현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소리를 들은 배준우는 핸드폰을 소파에 툭 던졌다....다른 한편.고은영과 진윤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진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씨 가문과 엮인 프로젝트를 모두 엎어버리라고 명령했다.옆에 있는 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걱정했다. 진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고은영이 진윤의 손을 잡았다.“오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나씨 가문이 밉긴 하지만 진윤의 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진윤이 계약을 많이 해지할수록 진윤에게 영향이 더 클 테니까 말이다.진윤은 본인을 걱정해주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부드러운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윤이 얘기했다.“다 필요 없는 것들이야. 나태현은 지금 당장 귀국해야 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릿속에는 병원에 있는 고은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지는 나태현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눈치채고 얘기했다.“지금 나태현과 량천옥이 해외에서 서로 죽이고 난리가 났어. 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5화

    화가 난 나태범을 보면서 집사는 안절부절못했다.“지금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생각하던 집사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쪽도 걱정해야 합니다.”“진씨 가문? 거기는 왜.”나태현과 량천옥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나태범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이러다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씨 가문에서 계약까지 해지했지...이러다가는 그룹이 파산될지도 몰랐다.“배준우 씨 아내가 진윤 씨와 진정훈 씨의 친여동생입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 다 그 고은지 씨의 동생을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나태범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저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성택이 친딸보다 양딸을 더욱 아낀다는 것까지 말이다.배준우가 고은영과 결혼할 때 강성의 사람들은 배준우가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일반적인 신분으로는 배준우의 옆에 설 수 없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은영이 진짜 진씨 가문의 친딸이었다.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튿날 아침.고은영이 아침을 다 먹자마자 진윤이 도착했다.그리고 조카를 위한 선물도 가득 가져왔다.고용인들이 진윤이 가져온 물건을 보관해주었다.약간 붉어진 고은영의 눈가를 보면서, 진윤이 배준우한테 물었다.“어젯밤 계속 운 거예요?”배준우도 머리가 약간 아팠다.“제대로 자지 못했어요.”진윤이 다가가서 고은영을 마주 보더니 고은영이 입고 있는 귀여운 잠옷으로 눈을 돌렸다.배준우는 정말 딸을 키우는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해주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원래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배준우와 함께 있을 때면 아주 작아보였다.“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 하자.”“정말 나가야 해요?”고은영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진윤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은 병원에 가서 고은지를 보고 싶었다.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진작 알아차렸다는 듯이 얘기했다.“병원 쪽에는 내가 사람들을 깔아놨어. 무슨 일 없을 거야. 가자.”진윤의 말을 들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4화

    하지만 진윤이 내일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는 것의 목적을 떠올리면 고은영은 어쩔 수 없었다.“당연한 거 아닌가요?”진윤이 당당하게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더니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이미 다 들었지?”“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성택은 사망했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장례식에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윤은 장례식에 가지 말고 나가서 쇼핑하자고 했다.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넌 어떻게 하고 싶어?”“안 가도 돼요?”고은영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웃으면서 쇼핑해야 한다니. 고은영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배준우도 짐작하고 있었다.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배준우가 얘기했다.“아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쇼핑이 최종 목적이 아닐 거야.”“위로하는 거예요?”진윤은 배준우더러 고은영을 잘 위로해주라고 했다.“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네 큰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하는 말이야. 단순하게 쇼핑하는 게 목적일 리 없어.”배준우가 확신하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배준우는 허락하는 고은영을 보면서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다 지나갈 거야.”“나씨 가문 쪽은...”거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고희주의 일로 마음 아팠지만 배준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고은영에게 짧게 키스한 배준우가 이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과 협업하는 프로젝트 두 개가 있었는데 이미 계약을 해지했어.”“주주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고은영이 걱정하면서 물었다.“그 두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다들 발을 빼는 분위기야. 아마도 량천옥 씨가 한 일 같은데.”그래서 배준우도 큰 문제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지나간 일에 대해 배준우는 뭐라고 할 수 없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3화

    진정훈이 전화를 건 것은 진정훈에게도 계획이 있어서였다.“진유경을 조심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진유경에게 남긴 주식이 있는데 꼭 되찾아올 겁니다.”진유경이라...진정훈은 진유경이 왜 계속 고은영을 끌어내리려는지 깨달았다.그건 바로 진유경이 아직 자기 위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해줘야 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말을 알아듣고 얘기했다.“네. 알겠습니다.”“장례식은 와도 되고 안 와도 괜찮다고 전해줘요.”“네.”진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영의 뜻을 존중해주었다.하지만 장례식에 고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릴 것이 뻔했다.“장례식은 언제입니까.”“이틀 뒤입니다.”“알겠습니다.”이틀 뒤라니. 생각보다 장례를 서두르는 모습에 배준우는 약간 의아했다.진정훈은 그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그래서 그동안 배준우가 고은영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전화를 건 것이다....진정훈과의 통화를 마치고 배준우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데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진정훈이 아닌 진윤이 걸어온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영원히 고은영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고은영을 꼭 안고 있었다.“여보세요.”배준우는 진윤을 존경하는 편이었다.진윤은 정말 가문의 도움 없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은영이는요? 연락이 안 돼서.”“기분이 안 좋아요. 무슨 일이죠?”“왜 기분이 안 좋은 거죠?”“고은지 씨한테 일이 좀 생겨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고은지의 상황을 전해 들은 진윤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고은영에게는 모든 일이 설상가상이었다.“내일 오전 아홉 시에 내가 데리러 간다고 전해줘요.”“내일이요?”“네.”진윤이 대답했다.배준우는 진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진윤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씨 가문이 얼마나 엉망인지 광고할 셈이었다.진윤이 진성택의 장례식에도 나서지 않고 친여동생인 고은영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다닌다면...“어디로 갈 겁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2화

    그 처참한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호영과 진정훈은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았다.두 사람이 달려가 보니 병실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다. 김영희는 눈물을 흘리면서 진성택을 껴안고 있었고 진유경도 진성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침대 위의 진성택은 이미 눈을 감았다.의사와 간호사들도 두 사람의 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5분 후. 의사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게도 환자분은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아버지... 제발 눈 좀 떠봐요! 이대로 가지 마요! 안 돼요!”진유경이 눈물범벅으로 얘기했다.김영희도 눈물을 훔치면서 얘기했다.“성택아, 이렇게 우리를 두고 가면 어떡하니! 나와 유경이는 어떻게 해...”“그러게요, 아버지. 저랑 할머니는 아버지뿐이에요. 제발 가지 마요. 눈 좀 떠보세요.”두 사람은 그렇게 울면서 밖을 흘깃거렸다.진호영이 다가가려고 할 때 진정훈이 진호영의 손목을 잡았다.진호영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진정훈을 쳐다보았다.진성택의 사망에 진호영도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진정훈의 얼굴에는 슬픔보다도 짜증이 더욱 많았다.진성택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김영희와 진유경의 뻔한 연기를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혔다.진성택은 진유경을 평생 아껴왔지만 진정훈에게 있어서 진유경은 아무것도 아니다.진호영은 그런 진정훈을 보고 약간 정신을 차렸다. 진호영은 증오심이 가득 묻은 두 눈으로 진유경을 쳐다보았다.진유경이 눈물을 흘리는 건 진성택의 죽음 때문이 아니다.진성택의 죽음으로 인해 전에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진성택은 죽기 직전까지도 진유경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있었다. 진유경이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하지만 결국 아무도 진유경을 받아주지 않았다.진유경은 양딸인 데다가 진윤과 진정훈에게서 호감을 사지 못했기에 다른 가문에서는 진유경과 혼사를 맺고 싶지 않아 했다.유일하게 진유경을 받아들이는 허씨 가문은 진유경이 싫어했다.이젠 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1화

    고은영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을 때 진정훈과 진호영이 돌아왔다.두 사람은 고은영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은영아, 뭐라고 하셨어?”진정훈이 먼저 물었다. 진호영은 어두워진 고은영의 표정을 보면서 감히 물을 수 없었다.고은영은 진정훈을 보고 또다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지금 고은영의 표정은 진호영이 고은영을 끌고 올 때보다 더욱 어두웠다.“나한테 진유경을 부탁한다고 하셨어.”“...”“...”두 사람은 고은영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렸다. 진정훈은 싸늘한 눈으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중요한 얘기라는 게, 저런 거였어?”고은영에게 진유경을 맡기는 것. 그게 죽기 직전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니.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진호영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진호영은 고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미안해. 난 아버지가 그런 일로 널 부를 줄 몰랐어.”고은영은 진호영의 사과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진정훈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주었으니 진유경의 주식을 정훈 오빠한테 빼앗기지 않게 챙겨주라고 했어.”“...”“...”두 사람은 또 그대로 얼어붙었다.정말 진유경 때문에 고은영을 부른 것이었다니.도대체 얼마나 진유경을 아끼기에 죽기 직전에도 친딸을 불러 양딸을 맡기려 하는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먼저 갈게.”“그래. 잘 가.”진정훈이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고은영은 그대로 떠났다.진씨 가문에 아무 기대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공허하고 적적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진호영은 떠나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다.진정훈이 진호영을 보면서 말했다.“이제야 안 거야?”“난 전혀 몰랐어... 아버지가 진유경의 일로 은영이를 부른 걸 알았다면 은영이를 불러오지 않았을 거야.”진호영은 정말 후회했다.진호영은 그저 고은영이 진성택의 친딸이니까... 친딸에게 해줄 말이 있을 줄 알고 데려온 것인데.결국 진성택은 모든 것을 진유경에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0화

    거기까지 들은 고은영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다.진성택도 그걸 알아차리고 잠시 말을 끊었다.그리고 어두워진 고은영의 눈을 보면서 이어서 얘기했다.“나도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만. 하지만 은영아, 난 정말 유경이가 걱정돼. 그러니 네가 유경이를 잘 챙겨줘. 그럴 수 있지?”진성택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은영을 되찾아온 다음부터 진성택은 고은영 앞에서 진유경을 잘 챙겨주라는 말을 했다.죽기 전까지도 말이다.“나한테 부탁하는 거예요, 준우 씨한테 부탁하는 거예요?”그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전에 김영희가 진유경을 데리고 배준우를 찾아왔을 때도 고은영은 그저 묵묵히 참았다.하지만 진성택이 또 이런 말을 꺼내다니.뭘 어떻게 챙겨주라는 건지.고은영이 무슨 능력으로 챙겨주라는 건지.“은영아, 그게 아니라...”진성택이 말을 더듬었다.고은영은 손을 빼내고 얘기했다.“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게 진유경이 걱정되면 데려가면 되잖아요. 죽어서도 계속 돌봐주면 되겠네요.”“...”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성택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내 말을 오해한 것 같은데... 배준우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 아니야.”“...”“전에 정훈이 뭐라고 해서 네 엄마가 남겨준 주식을 너와 유경이한테 나눠줬잖아. 정훈이가 유경이 몫을 빼앗아가지 않게 잘 좀 챙겨줘.”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화가 끓어올랐다.죽기 직전까지도, 진성택은 진유경을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영은 그 정도로 마음 약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무리 고은영이 나약해 보이고 연약해 보여도 마음만은 단단한 사람이었다.“제가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정훈 오빠가 진유경의 주식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시는데... 그건 원래 진유경 몫이 아니었어요.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진성택이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뒀을 줄은 몰랐다.진정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은영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은영아, 잠깐만...”진성택은 밖으로 나가려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