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과 세윤 형제는 소파에 앉아 강연 방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세훈은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다. 담배를 처음 피우게 된 건 송청아와 헤어진 그 시절이었다.그 이후로 손도 대지 않던 담배를 세훈은 다시 불을 붙였다. 희미한 작은 불빛이 붙고 세훈은 크게 들이마시고 뱉으며 세윤을 바라보았다.세윤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예전의 자유롭고 건들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세훈은 가슴이 아팠다.동생들이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는데 자신이 세윤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이 가문의 가주로서 차갑게 대하지 않고 여느 형, 오빠처럼 다정하게 대했다면, 온갖 수법을 대며 자신을 속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세훈은 두 손을 비비며 자책했다.송청아가 출장 중이 아니라 여기 이곳에서 자신의 옆을 지켜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담배를 한참 태우다가 세훈이 입을 열었다.“송이는 어쩌다가 전서안과 만나게 된 거야?”그 목소리는 세윤의 신경을 자극한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초췌한 얼굴과 넋이 나간 눈동자는 귀공자 이미지와는 전혀 연관이 되지 않았다.“그… 그게.”세윤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처음에는 송이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도왔어.”“베를린 수아 연주회에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긴 했어. 그래서 형이랑 제훈이 나더러 송이와 수아 옆에 있으라고 했었잖아.”“그런데 연구실에서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해서 다급하게 연구실로 돌아갔어.”“그러다가 전서안이 내 로봇을 작동시켜 수아가 있는 곳으로 보내 형을 속일 수 있었던 거야.”“나도 그때가 되어서야 송이와 전서안이 만난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몰래 한국으로 돌아와 전서안을 만나볼 생각이었어. 전서안이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내 동생이 이렇게 반한 건지 알아보고 싶었거든.”“그런데 전씨 가문 내부 싸움에 우리 송이까지 휘말리게 될 줄은 몰랐어.”“그러니까 전부 내 탓이 맞아. 내
‘형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이 대화 속에서 세훈 특유의 위압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세훈은 더 이상 차분하고 차가운 얼굴이 아니었다.세윤은 그제야 세훈 역시 어리고 여린 면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자신과 세훈, 제훈, 수아는 네 쌍둥이였다. 세훈은 그저 자신보다 몇 분 먼저 태어난 형이었다.그러나 세윤은 모든 걸 세훈에게 떠맡겼다.문제가 생기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가장 든든한 방어막이 바로 세훈이었다.세훈은 부모님 사업의 계승자이고 부모님이 유일하게 안심하고 모든 일을 맡기는 사람이었다.그러나 동생들에게 있어 세훈은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다른 한편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동생들은 사소한 일을 감히 세훈에게 꺼내지 못했다.세훈이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속상해할지 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형... 미안해.”세윤이 눈시울을 붉혔다.“형은 우리한테 충분히 잘해줬어. 형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형이야. 내가 가장 믿고 따르는 사람이고 우리의 정신적 지주야.”“이 일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야. 내가 형한테 속이는 게 아니었어. 나한테 벌을 주고 싶다면 기꺼이 받을게.”평소 가장 장난기가 심하던 동생의 진지한 모습에 세훈은 웃음이 터졌다.솔직히 말해서 세훈은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었다.하지만 세훈은 평범한 사람과는 달리 빠르게 감정을 지우고 정리할 수 있었다.가장 골치 아프던 동생이 건넨 다정한 말에 딱딱한 세훈의 심장도 어느새 말랑해졌다.세훈이 턱을 살짝 치켜세우고 물었다.“정말 벌을 받을 거야?”“그래.”세윤이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피하지 않고?”“피하지 않을게.”“서른 대라도 받아들일 거야?”“당연... 아니 서른 대는 인간적으로 너무 많은 거 아니야?”“많아? 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아까는 달게 받겠다며.”세훈은 일부러 장난치듯 말했다.“당장 가법으로 다스리세요!”“아! 형!”세윤이 바로 몸을 웅크리었다. 소파 아래로 기어들어 가고 싶은 기세였다.“형 용서해 줘!”세훈이 풉-
“자극을 받아서 그런 건가요?”세윤이 바로 물었다.“전서안이 무사하니 강연이도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요?”“네 도련님,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작은 아가씨의 문제는 심각한 편은 아닙니다.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그동안 심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게 해주세요. 그러면 천천히 회복되실 겁니다. 다만...”의사가 조심스러운 눈길로 세훈을 쳐다보았다.“앞으로 아가씨에게 이런 충격은 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제 발작할 가능성이 큰데 다시 회복되지 못하고 심각하게는 평생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세훈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세윤은 무력하게 뒤의 소파에 털썩 앉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세윤이 나지막하게 혼잣말했다.이건 강씨 가문 모든 사람의 마음이기도 했다.가족 성원 중 가장 활력 넘치고 밝고 귀여운 강연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가문에서 오래 일을 해온 도우미들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강연은 태어나서부터 3년 동안 밖에서 어렵게 자라다가 가문으로 돌아왔었다.하지만 도예나의 강인한 성격을 빼닮아 늘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였다.손을 놓으면 행여나 넘어질까 애지중지 키우던 공주님이 멀쩡히 학교에 다니다가 이런 병에 걸렸으니, 모든 이들이 마음 아파했다.세훈은 고개를 살짝 쳐들고 두 눈을 꼭 감았다.“이 일은 절대 부모님이 알아서는 안 돼.”세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모두 서로에게 전하세요. 오늘 저녁에 있은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요.”부모님에게 숨기는 이유는 동생의 일로 걱정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도예나는 크게 다친 적이 있고 심지어 온몸의 피를 바꾸는 수술을 하기도 했었다.몇 년 동안 강현석과 계속 여행을 다니는 목적도 사실은 요양을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었다.가족의 일은 다섯 형제가 짊어질 수 있었고 괜히 부모님에게 걱정을 실어드리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더욱 밝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었으니.강씨 가문의 막내 공주는 늘 다른 가문의 먹잇감이었다
세훈이 핸드폰을 건네자, 강연이 타자를 시작했다.“세윤 오빠...”강연은 힘겹게 버튼을 눌렀고 자칫하면 등 쪽의 상처가 당겨져 고통이 찾아왔다.세훈은 강연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빠르게 대답했다.“세윤이는 괜찮아. 더 이상 처벌을 하지도 않을 거야. 정말 적어도 열대는 때려서 정신을 차리게 해주려고 했는데 그만하려고.”세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너무 화가 나서 세윤을 제대로 교육할 생각이었으며 적어도 열 대는 때리겠다고 생각했었다.그리고 나머지 스무 대는 자신이 받겠다고 다짐했다.가장 큰 오빠, 큰형이 되어서 동생들이 이런 위험한 일을 벌인 건 자신이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도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강연이 가법을 막아보겠다고 그 가녀린 몸으로 덤비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다시 처벌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세훈의 말에 강연은 안심이라도 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또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세훈은 이번에도 바로 알아차리고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세윤이는 널 만나러 오기 미안해서 그러는 모양이야.”강연은 세훈의 손을 꼭 잡으며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세훈은 강연의 손등을 다독이며 말했다.“세윤아, 너도 들어와.”문밖의 세윤은 그 소리에 쭈뼛대며 방안으로 걸어왔다.“빨리 걸어와! 송이가 널 볼 수가 없잖아.”그러자 세윤이 재빨리 강연의 앞으로 다가갔다.“송이야 많이 아파? 오빠가 호 해줄까?”걱정하는 세윤의 마음을 알겠으나 그 말에 세훈은 세윤을 쥐어박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이 상황에서 그게 할 말이냐고!’‘다 성인이 된 동생 등에 난 상처를 어떻게 호 해준다는 말이야?’‘정말 대책 없이 말하네.’“아직 덜 맞았나 본데 다시 한번 제대로 맞아볼래?”세훈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세윤은 바로 목을 움츠렸다.이어 세윤은 빠르게 머리를 부둥켜안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으며 그 와중에도 강연의 옆으로 딱 붙었다.그 광경에 세훈은 어이없어 웃음이 다 나왔고, 강연도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무
핸드폰 화면에는 아주 간단하게 한 줄이 쓰여 있었다.[오빠, 전서안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봐 줘요.]전서안이라는 세 글자에 세훈, 세윤 형제는 신경이 곤두섰다.전씨 가문의 집안일에 강연이 휩쓸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의사의 소견대로 강연이 더 이상 충격을 받게 내버려두어서는 안되었고, 강연과 서안이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전씨 가문에서 아직도 전정해를 수색하고 있는 걸 보아 전정해는 절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몇 년 동안 은신해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큰 사건을 벌이고 감쪽같이 사라지다니. 다시 생각해 봐도 보통은 아닌 사람이었다.세훈은 제 동생이 다시 전씨 가문 사람들과 엮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전서안은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고, 세훈은 발작해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날뛰는 서안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세상 누가 제 동생을 그런 사람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세훈은 강연이 서안에서 멀리 떨어져 평생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기를 바랐다.두 오빠의 표정이 어두워진 걸 본 강연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었다.“어... 어떻게 됐어요...”낮은 목소리와 웅웅거리는 발음, 사실 거의 울부짐에 가까운 소리였다.그러자 세훈과 세윤이 다급하게 말했다.“괜찮아! 그 아이는 멀쩡해! 그러니까 진정해.”“송이야, 오빠 봐봐.”세훈이 강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네 감정을 잘 돌보는 거야. 현재 실어증 증세가 나타났지만, 심각한 편은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다고 해. 하지만 계속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어.”“형!”세윤이 큰 소리로 세훈을 불렀다.“그런 걸 왜 말해주는 거야?”세훈은 세윤의 말을 못 들은 척 강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너는 강한 아이라 당연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오빠는 네가 감정을 잘 추스르고 네 몸부터 챙겼으면 좋겠어. 오빠들이 걱정하지 않게, 그래, 줄 수 있어?”강연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입
세훈은 집사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들을 지켜보았던 집사 할아버지가 마음 아파하는 건 당연했다.이에 세훈은 말없이 집사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은 늘 말하신 대로 하는 분이니 당연히 그렇게 하실 거라고 믿어요.”“네.”강연의 일을 처리하고 세훈은 서재로 향했다.얼마 뒤 세윤이 몰래 서재로 들어왔다.“큼, 형...”세훈은 갑작스러운 세윤의 등장에도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형이 아까 직접 전씨 가문이랑 연락해서 전서안 상황을 물어본다고 했잖아. 그리고 전정해를 잡는 일에 힘을 보탠다고 한 것도 다 진심이야?”“네가 알아서 뭐하게.”“헤헤, 나는 그냥 궁금해서.”세윤이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솔직히 형은 전씨 가문 싫어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먼저 소식을 알아보고 돕기까지 한다는 거야? 우리 강씨 가문은 절대로 다른 가문의 가정사에 끼어든 적이 없었잖아.”“전서안의 상황을 모른다면 송이가 안심할 수 있겠어?”세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녀석이 얼마나 다쳤는지는 상관이 없어. 고생이나 더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야.”‘감히 내 동생을 꼬셔서 이렇게 다치게 만들다니. 병상에 누워있는 녀석을 때리고 싶다고.’하지만 강연을 위해서 세훈은 서안을 “걱정”하고 상황을 물어봐야만 했다. 아니면 강연이 절대 안심을 하지 못할 테니.“나는 솔직히 가정사와 정신적 질병을 제외하고 전서안 그 녀석이 마음에 들어.”세윤이 낮은 소리로 혼잣말했다.그동안 서안과 몇 번의 만남을 이어가며 세윤은 서안을 어느 정도 알고 지냈다.서안은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주관이 뚜렷했고 총명하기로 강씨 가문 형제들도 속아 넘어간 전적이 있었다.그리고 아까 호텔에서 혼자 그 모든 걸 감당하는 모습이 퍽 책임감 있어 보였다.정신이 흐릿한 와중에도 서안은 목숨을 걸고 강연을 구했다.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강연은 밤새 제대로 잠에 들 수 없었다.전서안이 추락하는 장면이 몇 번이고 머릿속에 재생되어 강연의 신경을 자극했다.그리고 어렴풋이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장면을 봤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의 강연은 아직 어렸으니 자세한 장면보다는 흐릿한 한 장면만 기억이 났다.어린 소년이 수많은 사람에게 쫓기는 장면.둘은 자주 베란다에서 만났고 빼빼 마른 소년은 나무를 잘 탔었다. 말하는 걸 싫어하는것 같았으나 소년은 강연을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강연의 웃음소리를 듣는 걸 좋아했다.기억이 너무 흐릿했던 탓에 꿈에서 같은 장면을 봤다고 한들 꿈에서 깨면 다시 기억나지 않았다.눈을 번쩍 뜬 강연이 침대 벽을 따라 몸을 일으키고 큰 숨을 헐떡였다.“송이야 깼어?”강연이 고개를 돌리자, 세훈이 침대 옆에서 이불을 여며주고 있었다.“오빠...”강연이 낮은 소리로 말하자 세훈이 빠르게 강연의 입을 틀어막았다.“말하지 말고 물부터 마셔.”세훈은 보온병에 담은 미지근한 물에 빨대를 꽂아 강연에게 건넸다.강연도 마침 목이 말랐던 차에 고민도 없이 빨대로 물을 꿀떡꿀떡 삼켰다.미지근한 물에 마치 약이라도 탄 듯 입안이 달콤해졌다. 목 넘김에 따라 목 안쪽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방금까지 조급하고 불안하던 마음이 가라앉혀졌다.강연은 물은 한참이나 마시고 고개를 들었다.세훈이 보온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아직도 등에 난 상처가 아픈 거야? 밤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약을 두 번이나 갈아줬는데 좀 나은 것 같아?”강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등에 난 상처는 이제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새벽 5시가 좀 넘어가고 있었다.강연이 타자를 해 세훈에게 물었다.[오빠는 왜 쉬지 않고 여기 있어요?]세훈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탓에 눈에 실핏줄이 잔뜩 생겼다.“난 괜찮아. 네가 걱정이 되어서 잠이 안 와서 왔어.”강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음 아파하는 눈빛으로 세훈을 바라보았다.“오빠 걱정은 하지 마.”세훈이 손을 뻗어
세훈은 아무 말없이 입술을 매만지며 쓰린 속을 달랬다.보배 같은 동생이 다른 남자만 걱정하고 있는데 세훈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세훈은 바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조금 더 잘래? 제훈이랑 수아도 아마 곧 집에 도착할 거야. 도착하면 깨울 테니까 조금 더 눈 붙여.”[제훈 오빠랑 수아 언니가 온다고요?]강연이 깜짝 놀라며 타자를 했다.[제훈 오빠도 이 일을 아나요?]“다른 사람을 다 속여도 제훈이를 어떻게 속여? 제훈이는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어. 아까 떠났다고 했으니까 이제 거의 도착했을 거야.”제훈의 카톡 번호를 연회에서 만난 여배우에게 건네고 여배우는 기쁜 마음에 몇 번이고 친구 추가를 보냈으나 답장이 없었다.그러다가 이를 악문 여배우가 요청 메시지를 이렇게 보냈다.[안녕하세요, 강세윤 씨. 강연 씨가 추가하라고 전해줬어요.]그러자 빠르게 수락이 되었다.그러나 그녀가 알지 못했던 건 문자를 보내기도 전에 핸드폰이 해킹당했다는 것이었다.비밀 기지에 숨어있던 사람은 빠른 시간 안에 여배우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냈다.그리고 이어 강연과 세윤이 연회에 참석한 소식을 알게 되었고, 둘의 일은 탈탈 털려버렸다.이런 사건은 물론 전서안도, 그전에 세 사람이 함께 벌인 사건들마저 제훈에게 샅샅이 털려졌다.제훈은 바로 호텔의 카메라를 해킹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으나 우연히 베란다에서 벌어진 일까지 목격했다.제훈은 아무 말없이 연차를 내고 개인 헬기를 타고 빠르게 귀국했다.연차 신청에 검토가 필요해 조금 지체하지 않았다면 제훈은 세윤이 가법을 받던 그 시간에 이미 도착했을 것이다.세훈은 자신을 반성하고 마음이 약해지기도 할 테지만 제훈은 절대 그러는 법이 없었다.강연이 사고를 당한 상황을 목격한 순간부터 제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 분노 케이지는 3년 전 강연의 사고 때와 비슷했다.제훈의 등장에 세윤은 당연하고, 세훈마저 잠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어쨌든 몸부터 잘 추스르고 있어. 제훈이는 세윤이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