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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작가: 잔영
”최근 용하국에 들어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던데, 심지어 서북광업도 인수했다면서요?”

“저희도 가서 인사 좀 드리고 올까요? 언제 또 협력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손가을와 염구준이 연회장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1년 만에 손씨 그룹은 남들이 평생을 거쳐서도 이루지 못할 업적들을 이루었다.

특히 신주그룹을 인수한 뒤, 손씨 그룹은 빠르게 규모를 확장하며 의료 미용 업계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손가을의 명성도 빠르게 치솟았다. 모두 그녀의 미모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청해 제일 미녀라는 소문이 괜히 난 것이 아님을 오늘 증명되었다.

모두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손씨 그룹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연회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 어느새 8시 30분경이 되었다.

“진 도련님, 사람들 모두 도착했다고 합니다.”

진서호와 앨리스는 한참 따로 마련된 객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오정형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나타났다.

“손씨 그룹 손가을 대표님도 연회장으로 들어오셨답니다!”

청해 제일 미녀, 손가을!

진서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오정형에게 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앨리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앨리스 씨가 말씀하신 분도 도착한 모양이네요.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되네요. 앨리스 씨랑 견줄만한 미녀라, 우리도 이제 가볼까요?”

진서호가 앨리스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의 잔당에 맞춰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진서호와 함께 연회장에 나타나게 된다면, 공개적으로 둘이 한편임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앨리스의 목적은 진씨 가문의 몰락이었다. 오늘 진서호는 반드시 염구준의 미움을 사야 하는데,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뒤에 뵐게요.”

앨리스가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내려다 놓으며 진서호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먼저 가세요, 진서호 씨.”

그 말을 들은 진서호는 조금 실망했지만, 충분히 그녀의 입장을 이해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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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바로 염구준을 다른 여자한테 빼앗겼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남자가 임자가 있는 것도 모자라 아이까지 있을 수가 있지? 손가을을 떠올린 앨리스는 속에서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싶었다.염구준과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다면 오샤나지 그룹도 분명 엄청난 성장할 수 있을 텐데!한편, 진서호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화련상조회에 가입하려면 최소 몇십억 보증금과 수많은 서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최소 반년,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도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화련상조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진서호를 찾아 뇌물을 주곤 했다. 그런데 손씨 그룹은 보증금은 고사하고 오정형과 트러블까지 일으켰다. 아무리 오정형이 잘못했더라도 명색이 화련상조회의 관리자였다. 그런데 이런 면박을 주다니, 벌써 거기서부터 진서호는 손씨 그룹에 적대감을 품게 되었다. 거기에 앨리스의 물심양면 태도까지, 그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손씨 그룹이라…. 하!”진서호는 질투심과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빠르게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청해시의 최고 미녀라고 불리는 손씨 그룹의 대표 손가을에 대한 호기심도 일었다.하지만 그 누가 되었든, 그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화련상조회에 가입할 수 없을 것이다!그러는 사이, 연회장. 손가을은 수많은 유명인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는 이미 크고 작은 연회장들을 많이 참석해 봤기에 거침없이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하지만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틈틈이 염구준에게 시선을 보내며 애정을 드러냈다. 오늘날 그녀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모두 그의 덕분이었기 때문이다.염구준을 바라보는 손가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웠다. 염구준이 없었다면 손씨 그룹은 쉽사리 장애물들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한 번도 손가을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그의 힘이 없었다면 손씨 그룹은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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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을은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 대표님, 저분이 바로 진 도련님이십니다!”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손가을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게 속삭이며 친절하게 남자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진서호를 향해 공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덧붙였다.“진 도련님은 진씨 가문의 장자로서, 화련상조회의 핵심 원로 멤버이세요. 앞으로 해외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싶으면 무조건 이분과 좋은 관계를 맺으셔야 해요.”그 말을 들은 손가을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갈무리하고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진 도련님, 여기서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말씀하신 대로 제가 손가을이에요.”손가을의 공손한 태도에 진서호는 겉으로는 신사적인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감탄했다. 역시 청해 제일 미녀라는 호칭은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었다! 손가을의 미모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별말씀을요.”그 말과 동시에 진서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맺혔다. 그는 아주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성큼 손가을에게 다가가더니,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여기 사람도 많은데, 우리 따로 방에 가서 얘기 좀 나눌까요?”따로 방에 가서 얘기를 나누자니, 진서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건 누가 봐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손가을과 진서호를 번갈아 보며 아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그 유명한 진씨 집안의 장자, 또 한 명은 선녀같이 아름다운 손씨 그룹 대표, 남녀가 단 둘이 방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아는가?진서호는 역시나 진서호였다. 여자를 유혹하는 솜씨가 아주 하루이틀 해본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둘이 함께 방으로 향한다면,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진 도련님께서 하실 얘기가 있다면야, 저희가 비켜줘야지요. 두 분, 천천히 얘기 나누시고 저희는 다음날을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아유, 당연히 그래야 하지요. 진 도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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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구준이 고개를 숙이면 손씨 그룹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회원비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이익도 나눌 필요가 없다고?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다!“서호 씨.”그 시각 염구준에 이끌려 파티장을 벗어나려던 손가을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서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진심이야?”진서호의 눈이 반짝 빛났고 얼굴에는 거만함이 짙어졌다.손가을이 흔들리고 있다.손 씨 그룹과 같은 국제기업들의 순이익 10%는 천문 숫자였으니 30%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한마디로 이렇게 쉽게 그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다.쓸모없는 이 사위 놈이 무릎을 꿇으면 손씨 그룹은 엄청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방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이 거래는 보통 유리한 게 아니었다!“손 대표는 똑똑한 사람이잖아!”“그렇고 말고요. 우리 집 그 쓸모없는 사위 놈이 무릎을 꿇어 돈을 절약할 수만 있다면 나는 즉시 그자식더러 도련님께 그렇게 하라고 하겠어요.”“도련님, 우리 딸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짝을 찾아도 아직 늦지는 않겠죠? 무릎은 얼마든지 꿇을 수 있어요. 그럴 가치가 충분하죠...”주위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들었다. 그중에 두 사람을 대놓고 비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시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봐봐, 이것이야말로 전화위복, 곤경 끝에 행운이 온다는 말이지 않을까?’손 씨 그룹의 규모로 보면 해외기업인 그들은 매년 순이익이 2조에 도달할 것이다. 즉... 염구준이 머리를 한번 조아릴 때마다 손씨 그룹를 위해 2천 억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손가을은 남편더러 진서호에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않고 뭘 기다리고 있는 걸까?“난 욕을 입에 담지 않지만 오늘만은 예외야.”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다 진서호에게 시선을 돌렸다.“진서호, 구준 씨의 무릎을 꿇게 하려고? 꿈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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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 아, 아무도 없어요.”그 시각, 염구준은 손가을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오정형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진서호의 옆으로 다가갔다.“염구준이 너무 강하니 우리는 조금 참아야 할 것 같네요. 잘못 건드려서 더 큰 화를 부를까 두렵...”해외 진씨 가문이 뿌리가 깊고 화련상조회의 핵심 족장인데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진서호의 체면이 구겨져선 안되었다!“오정형!”진서호는 텅 빈 파티장 입구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잘 들어! 한 글자 한 글자 빠짐없이 똑똑히 들어!”“오늘 이 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든지 간에 반드시 손씨 그룹을 평정하고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본때를 보여줘! 오늘 그들이 한 짓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고 말 거야!”거칠게 포효하는 그는 마치 야수 같았다.“그게...”놀란 오정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눈알을 굴리더니 허리를 굽히고 진서호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저에게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금오타주의 왕종서가 염구준과 돈독한 사이라고 들었어요.”“만약 도련님이 동의한다면 한번...”불끈!그때 갑자기 주먹을 세게 쥔 진서호는 오정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방법이 있으면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움직여!”“그리고 명심해!”“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진서호가 오정형에 화를 내고 있는 동안 염구준과 손가을은 이미 호텔을 빠져나왔다.깍지를 끼고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은 파티에서 있은 일들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불쾌한 모양이군... 좋아.”동일한 호텔에서 앨리스가 창문 앞에 서서 익숙한 뒷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식 올라갔다.“진서호가 진짜 염 선생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군. 해외 진씨 가문. 허허. 그들은 아직 그 집 도련님이 어떤 무서운 존재를 건드렸는지 모르고 있겠지...”그녀의 뒤에 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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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 군신의 귀환   제2012화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 군신의 귀환   제2011화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 군신의 귀환   제2010화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 군신의 귀환   제2009화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 군신의 귀환   제2008화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 군신의 귀환   제2007화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 군신의 귀환   제2006화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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