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곳에서 관신주는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창백한 얼굴로 관속에 있는 아빠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는 오빠를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아빠가 죽었다.아빠를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죽마고우인 구준 오빠였다. 아니다, 그가 아니라 아빠가 연혈비법을 사용하여 죽음을 자초한 것임이 틀림 없었다.“아가씨.”사당 밖에 상복을 입고 있는 관씨가문의 하녀가 관신주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울먹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가주님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사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헌데 지금은 밖에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주님을 조문하러 온 하객, 큰 어르신, 작은 어르신들께서 소란을 피우고 있사옵니다.”소란?그들이 소란을 피우는 이유는 관씨가문의 재산을 쟁탈하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관신주는 슬픈 표정으로 관원의 관 옆에 앉아서 불더미 속으로 종이돈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손으로 눈물을 닦은 후 결연한 눈빛을 보였다.아빠는 죽었지만, 오빠는 아직 살아있다.그리고 관신주도, 관씨가문의 적녀, 신주그룹의 주인 관신주도 아직 살아 있다.“오빠, 여기서 아빠랑 있어. 내가 한 번 나가 볼게.”이렇게 말하고 관신주는 천천히 몸을 돌려 하녀를 데리고 천천히 장원 앞마당으로 걸어갔다. 처음에는 몸을 약간 비틀거렸지만 몇 걸음 후 여윈 몸은 더 이상 비틀 거리지 않게 되었다. 이 순간만큼 관신주는 진정한 강자, 관씨가문의 희망을 짊어지는 사람으로 변했다.…한편, 관씨가문 자원 앞마당.웅성웅성!관씨가문은 북방에 기반을 두고 200년간 계속 발전하여 무려 천여 명의 친척과 지인들이 있다. 5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 모두 관씨가문의 분파였고 가문에서 무시할 수 없는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그들은 뜻밖에 사망한 관원을 ‘조문’하러 왔다고는 하지만 슬픈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웃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심지어 관씨가문의 재산 분배에 대해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권력자가 사망하면 지지자들과
“맞아! 우리 모두 다 관씨이고, 몸에서 흐르는 피도 관씨가문의 피야! 가문의 재산도 우리가 모두 협력해서 모은 거야. 우리가 관씨가문을 위해 헌신할 때 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내가 보이엔 네가 가업을 독차지하고 우리를 배제하려는 것 같은데, 관박은 지금 미친 사람처럼 하루 종일 관만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가주 자리를 관박에게 넘긴다고? 내가 제일 먼저 반대하네!”차갑고 날카로운 말들은 관신주의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관신주는 입술을 꽉 깨물고 뼈저리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관씨가문의 현재 상황이다. 평소에 만사에 순종하던 친척들은 관원이 죽자마자 바로 그들의 흉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의 무도종사라는 실력을 꺼려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이 사람들을 최후의 인정도 봐주지 않고 대놓고 강탈했을 지도 모른다. “신주야,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너도 더 이상 버티지 말렴.”사람들 속에서 지팡이를 짚고 있은 백발노인이 회색 양복을 입고 관신주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 한 마디 하마! 지금 신주 너의 위신으로 이 사람들을 설득하지는 못할 것이야. 지금 우리의 급선무는 덕망이 높은 사람을 추천하여 관씨가문의 흥망성쇠를 짊어지고 네 아빠의 상사를 처리하게 해야 해! 내 말이 맞지?”맞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관신주는 눈앞의 이 백발노인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큰아버님, 가주 자리는 선정할 필요 없습니다. 오라버니가 그 자리를 물려받으면 됩니다. 다른 일들은 의논해 볼 수도 있는데, 그 전에 저에게 불손한 말을 한 사람들을 당장 이 자리에서 떠나게 해야 하옵니다.”떠나야 한다고? 관신주가 지금 사람을 쫓아내려는 건가?“큰아버님, 관신주와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사옵니다! 가주 자리마저 공정하게 선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 모든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속셈일 겁니다.”“그래요! 왜 가주 자리를 관박에게 물려주라고 하옵니까? 관박이 무도종사라서
슥, 슥.관씨가문 자제 두 명이 무도 호위 세 명을 데리고 앞으로 나와 재빨리 사당으로 뛰어들어가 넋이 나간 관박을 억지로 끌어냈다.“오빠!”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관신주는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 관박의 품에서 가냘프게 울었다. “오빠, 제발 정신 좀 차려! 이 사람들에게 아빠가 남긴 기업을 빼앗길 수는 없잖아! 오빠가 지금 연기하고 있다는 거 다 알아! 오빠 연기하고 있는 거잖아! 오빠가 이 정도의 좌절에 무너질 리가 없잖아! 오빠 빨리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없었다.관박은 땅바닥에 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바보같이 웃으며 계속 흐리멍덩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없어! 이제 아무것도 없어! 정말 다 없어졌어...”정말 큰 충격을 받아 멍청해진 것만 같았다.“아이고, 참 안타깝게 됐군!”안채 주좌에 앉아 있는 관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관박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훑어보았다. 눈에선 티 안 나는 음흉함이 스쳐 지나갔다. “박이의 이 모습은 무도를 수련하다가 착오가 생긴 거 같은데.. 이런 상황은 주화입마하기가 쉽다. 내가 이제 막 가주가 되었으니 박이를 구하지 않을 수가 없지! 조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하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거 같구나! 박이의 모든 경맥을 끊어버리면 주화입마만은 피할 수 있을 거야!”이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그림자가 되어 흐릿해지더니 安채의 주좌에 앉아 있던 관총은 바로 관박 앞으로 덮쳐왔다. 오른쪽 손은 짐승의 발 모양을 하고 관박의 아랫배에 향해 호되게 내리치려 하면서 관신주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신주야, 큰아버지가 못됐다고 탓하지 말거라. 너와 네 오빠는 나한테 위협이 되니 이 세상에 살아남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다 죽어야지. 하하하!”관총이 손을 뻗는 순간, 관신주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다 포기해버린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뼛속까지 파고드는 절망이 점점 가득차고 있었다.관신주는 비록 유구한 무학 전통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 아빠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남자, 어릴 때의 죽마고우, 하지만 커서는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된 남자인 구준이다.“내가 오지 말아야 할 때 온 거 같은데..?”착지한 염구준은 관신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빚을 독촉하러 온 거라면 때를 가릴 필요도 없겠지. 비록 관원은 죽었지만 내게는 아직 상환하지 못한 빚이 있다. 신주그룹의 40%의 지분을 지금 당장 내놓거라!”40%의 지분?관총은 염구준 손에 의해 날아가 겨우 비틀거리던 몸을 바로잡고 주위에 있는 관씨가문의 자제들과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상대방의 눈에서는 놀라운 기색을 발견할 수 있었다.그는 갑자기 나타난 이 낯선 청년이 누구인지 몰랐다.관총은 비록 가문의 직계는 아니였지만 관씨가문의 무학을 수련할 자격이 있었다. 자질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곧 종사경지에 이를 수준이었다. 그래서 강자라고도 할 수 있다.눈앞의 이 청년은 젊지만 무공이 매우 강했다. 한방에 관총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리고 분명 악의를 품고 왔다.“그쪽은 누구인가?”충격에서 벗어난 관총은 재빨리 마음을 안정시키고 염구준의 눈을 차갑게 쳐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관원은 이미 죽었고, 그에게 빚이 있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관씨가문이 얼마나 존귀한데! 신주그룹의 40%의 지분은 수십조 원의 가치가 있다. 네가 원한다고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게다가 관원이 너에게 빚을 졌다니! 차용증과 증거는? 네가 함부로 지껄이는 말을 믿을 것 같느냐!”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의 생각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염구준은 담담하게 관총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용증은 없고 내 말이 곧 증거다! 관원은 내 친구를 다치게 했고, 신주그룹의 40%의 주식은 그 배상이다! 비록 관원은 죽었지만 그의 빚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관씨가문에서 그 빚을 갚아야지!”차용증이 없다니?!관씨가문 자제들은 염구준의
존엄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 당당한 관씨가문의 신임 가주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듣보잡에게 뺨을 맞아 날아갔다. 만약 이 소식이 전해지면 관씨가문은 북방의 웃음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평생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너, 너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다니!”관총은 간신히 화원에서 발버둥 치며 일어섰다. 손으로 높게 부어오른 볼을 감싸고 염구준의 두 눈을 뚫어져라 주시면서 히스테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관씨가문이야! 누구도 여기서 행패를 부릴 수 없다! 새로운 가주인 내가 명령한다! 다 같이 덤벼 이 겁 없는 놈을 잡거라! 죽여도 상관없다!”그때, 관총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끊겼다.염구준은 30미터 거리를 한걸음에 다가가 양손으로 좌우로 관총을 죽도록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총을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리고 고개를 돌려 주위에 있는 관씨가문의 자제들을 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누가 먼저 맞을래? 나와 보거라!”그러자 쥐 죽은 듯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그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떠들어대던 관씨가문 자제들은 전부 입을 다물고 전전긍긍하며 땅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고 있는 관청을 바라보았는데, 숨도 감히 크게 쉬지 못했다.그들은 정말 겁이 났다.그들은 관씨가문의 지맥으로서 평소에 가문의 관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저 매달 2000만 원의 생활비를 받고 호강을 누리며 가문의 무학마저 열심히 수련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가주” 관총은 관원이 죽은 혼란을 틈타 요행히 이 자리에 올랐을 뿐, 아무런 실질적인 권력마저도 없었다.관총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관총은 그럴 가치가 없다!“이 가주라고 하는 놈, 좀 유명무실한 거 같은데..?”염구준은 피 범벅된 관총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관씨가문이 내게 진 빚은 연체할 수 없다! 당장 내게 주식을 내놓지 못한다면, 목숨으로 받겠다! 전임 가주 관원은 이미 죽었으니, 관원이 진 빚은 신임 가주인 네가 목숨으로 갚으면 되겠군! 관총, 내 말 충분히 이해했지?
”아니야, 아마 관신주가 맞을 것이야. 관박의 꼴을 좀 보거라. 얼이 너무 빠져있지 않느냐! 게다가 그녀는 신주그룹의 전 키잡이였다!”“맞아, 관신주, 관신주가 맞다! 우린 모두 관신주를 새로운 가주로 추천했었다. 빚을 받으려면 그녀를 찾거라. 우리와는 상관이 없으니까......!”고함소리는 아주 요란했다. 관신주는 광박옆에 웅크려 앉아 있었는데, 예쁘장한 얼굴에는 미묘한 처량함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함이 얽혀있었다.‘구준 아저씨... 아저씨는 나더러 가주를 순조롭게 이어받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관씨 가문에 위세를 벌이러 온것인가요? 말끝마다 저의 구준 아저씨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분명히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어렸을 떄의 정, 어린 시절의 친구, 한때의 혼약… 아저씨는 잊지 않았어요. 분명이 잊지 않았어요!’관신주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관씨 아가씨.”지금 이 순간, 염구준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관신주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관원은 내가 직접 죽인 것이 아니다. 당연히 원래 죽어야 할 인간이였어!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신주그룹 지분 40%는 내가 꼭 얻어야겠다. 내 결심을 아마 너는 잘 알고 있을거야. 그럼, 이제 내놓거라!”지분...관신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염구준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말로 다 할수 없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었다.‘구준 아저씨, 이 40%의 지분은 왜 가져가려 하시죠? 정말 돈에 욕심이 생긴건가요?”그럴리 없어..! 아저씨는 알고 있잖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북방의 큰 세력들이 관씨 가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걸. 그리고 저는 지금 소용돌이 중심에 있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산산조각이 나게 될거라는 걸!신주그룹의 마지막 지분마저 가져가게 디면 관씨 가문은 빈 껍데기밖에 남지 않아요. 그 호문 세력들도 관씨가문을 노릴 이유가 없단 말이에요! 구준 아저씨,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한 일들은 다 묵묵히 저를 보호하는 것이었어요. 마
“신주야, 넌 아직 너무 어리석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관박의 두 눈을 지그시 주시했다. 여전히 응집되어 있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미친 척하고 바보인 척 하면 다른 사람을 속일수는 있겠지만, 내 앞에서도 과연 그게 통할까? 관원이 죽었다고 해서 그의 죄가 없어지진 않아. 여러차레 나와 적이 된건, ‘존주’의 이간질을 받았기 때문이야. 그야말로 진정한 장본인이라고! 당장 말해. 존주가 대체 누구지? 니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될 것이야. 흑풍의 존주라는 사람이야 말로 우리의 모두의 적이니까!”모두의 적이라니!관박은 그제서야 미친 짓을 멈추었다. 그리고 관신주와 관씨 가족의 자제들이 아연실색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염구준과 눈을 마주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한자 한자 내뱉었다.“존… 존주의 실체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도 의심만 하셨어…. 그러니 전씨 가문 출신일 수도 있다…”북방의 10대 일류가문의 우두머리, 3대 호문에 버금가는 전씨 가문?!염구준은 잠간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 없이 모든 사람을 무시한체 관신주에게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큰 보폭으로 자리를 떠났다.흑풍 존주는 정말 전씨 가문 사람일까?지금 바로 조사를 시작하자!......한편, 염씨가문.관원의 죽음으로 인해 북방에서의 관씨 가문의 지위는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완전히 일류 가문으로 전락하였다. 한편 진정한 톱클래스 가문은 역사가 유구한 염씨 가문을 제외하면 한씨 가문만이 남게 되었다. “고모부.”염씨 가문 마을의 정당, 한씨 가문의 적장자 “한룡”은 손에 아기자기한 옥 비휴를 들고 미소를 띈 채 염진에게 전해줬다. “고모부, 고모부가 골동품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고 조카가 사람을 부탁해서 비싼 돈을 주고 이 옥 비휴룰 샀사옵니다. 고모부께서 받아주시옵소서!”염진은 옥 비휴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살짝 웃었다.니가 괜히 찾아오지는 않겠지!염씨 가문과 한씨 가문은 비록 인척이지만 사
”제 사촌 형이 아니라면 일이 더 쉬워지겠군요!”한룡은 염진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하하 웃었다. “고모부, 제가 지금 사람을 데리고 신주그룹에 다녀오겠습니다. 많진 않지만 한씨 가문도 신주그룹에 투자를 좀 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쉽게 염구준 손에 들어가게 할순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염진에게 인사를 한 한룡은 몸을 돌려 떠났다!“정말 다사다난하군. 한씨 그룹도 신주그룹에서 한몫 챙기려 하는구나.”염진은 한룡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이 살짝 반짝였고 미간은 서서히 찌푸려졌다.만약 북방의 다른 가문이 나선다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한씨 가문은 정말 최고의 명문가이고 오래된 가주 “한양”은 더더욱 이름 있는 강호이다. 이런 실력을 가져다면 구준도 쉽게 건들지는 못할것이다.….북방, 신주그룹 공업원구.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신주는 약속대로 그룹의 변호인 단체와 함께 양도 계약을 직접 채결하였다. 기업 전체가 손씨 그룹한테 철저히 장악되었다.“구준 아저씨..... 아니, 염선생님.”공업원구의 최상층 회장 사무실에 있는 관신주의 얼굴을 처량해 보였고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저는 기꺼이 신주그룹을 드리겠사옵니다. 아버지의 죽음도 결코 선생님을 탓했던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건 선생님의 마음속에는 손가을만 있었나요? 제 자리는 정말 조금도 없었던 것인가요?”염구준은 탁자 뒤의 회전 의자에 앉아 관신주를 조용히 바라봤다.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완전히 없었던건 아닐 것이다. 그건 정말 불가능하잖아!“너에 대한 나의 감정은 그저 15년전에 머물러 있을 뿐이야.”그의 아득한 눈빛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당시의 풋풋한 소년소녀를 바라보고 있는것 같았다. “너는 내 어렷을적 친구이자 친한 동생이였어. 이건 부정하지 않을게. 하지만, 그냥 동생일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였어.”그러자 관신주의 가녀린 몸이 살짝 흔들렸다. 마음속에는 조금의 기대마저 사라졌고 눈에는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그가 인정했어, 직접 인정했다고…!이번
‘아버지를 찾는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우길은 바로 멍해졌다.‘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목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데리고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니야?’“왜, 싫어?”염구준은 상대방이 망설이는 걸 보자 한 발자국 걸어가 다시 때리려고 했다.우길 같은 쫄보들은 몇 대 맞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거래소에 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우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팔아넘기는 그는 정말 ‘효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고 신호를 주었다.이제는 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와 정식으로 붙게될 테니까 말이다.한편, 양마을의 가축 거래소에는 정수리에 탈모가 온 기름진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두꺼운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띄었다.어울려서가 아니라 개목걸이를 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이때, 늙은 집사가 우호의 앞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그러나 우호는 상대방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태연하게 손을 휘저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길이가 장난꾸러기인 걸 어쩌겠어. 그냥 놔둬.”사실, 우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은 전적으로 그가 우쭈쭈하면서 길러낸 결과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냐오냐하면서 기른 아이일 수록 제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러니 제 아들에게 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었다.집사는 물러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번에 도련님이 건드린 외부인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흥, 됐어. 양마을에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놈이 어디있겠어?”그러나 우호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와인도 홀짝였다.그는 겉으로는 가축
“괜찮아.”염구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 잠시만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요.”이에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아섰다.“하하, 다치지 않았으니까 보상금은 필요 없어.”사타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아량 넓게 말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염구준의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서였다.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년은 오히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헤헤, 안 다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제 소를 죽인 건 배상해줘야죠?”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짜 뻔뻔한 족속이었다. 소가 날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정작 죽으니까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디있나?더 황당한 건, 방금 전에 미친 소 때문에 다친 사람들 모두 지금 감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젊은 청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보아 그의 신분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면 되는데? 금액을 말해.”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2천만원이요! 그렇게 비싸진 않죠?”청년은 교활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면서 금액을 불렀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신의 간계가 먹힌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악행에 이미 불만이 쌓인 시장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양반 또 돈 뜯어내려고 하네. 돈 다 썼나 봐.”“그러니까. 그냥 돈 뜯어내는 거면 모르겠는데, 일부러 미친 소를 풀어놓고 돈 뜯는 건 너무하잖아.”“목소리 낮춰. 우길이 저 녀석, 순하게만 생겼지, 하나도 안 착하니까.”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돈 주고 가자.”이에 사타가 돈을 건넸으나 청년은 돈을 받지 않고 되려 태연하게 값을 올렸다.“아, 제가 잘못 말했어요. 1억 주셔야 할 것 같은데.”염구준이 돈을 쉽게 주는 걸 보고는 그가 돈이 많은 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저 둘은 뭐야?”검문하러 온 사람들은 빠르게 확인을 마치고는, 염구준과 기절해 있는 제이든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이들은 사냥감입니다. 저희가 압송해서 넘기려던 중이었어요.”이 말에 사타가 웃으며 다가가서 담배를 건넸다.팍.하지만 평범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의 담배를 단숨에 쳐내며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이런 짓 하지마. 규칙은 규칙이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사냥감은 반드시 기절 상태여야 해.”그들이 이토록 거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뒤에 있는 게 만능 전당포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강한 세력을 믿고 설치는 자들이었다.만약 여기가 바깥세상이었다면, 사타는 벌써 그를 없애버렸을 것이다.“이거...”사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좀 편의를 봐주시죠. 기절시키나 안 시키나 같으니까요. 전 도망칠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넉넉한 돈뭉치를 건넸다.상대방은 받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해버렸다.“대단한데? 넌 내가 본 사냥감들 중에서 제일 건방진 놈이야. 숨만 붙여놔.”그는 인정은 없고 돈만 보는 자였다. 태도가 바로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손을 대려고 하자, 사타 일행은 염구준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속으로 이 무례한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쾅!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의 한 방에 상대방은 전부 뒤로 날아간 다음 그대로 기절했다.“좋게 말하면 들을 것이지, 꼭 움직이게 만든다니까. 바보 아니야?”이럴 땐 역시 무력만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그 후, 그는 사타 등에게 사람들을 전부 묶어놓은 후, 입을 막아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양마을 안으로 진입했다.가축 시장을 지나갈 때, 주위에서 썩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서 정말로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이 거래되고 있어서였다.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목민으로, 전부 일
이미 상대방을 속이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야 했기에 제이든은 여전히 포획된 만능 전당포의 타겟 역할을 맡아야 했다.한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서서 염구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지금 현재 자신의 목숨이 염구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멋대로 행동할 담이 없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염구준은 음양쌍살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예! 그곳은 길이 험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남자는 즉시 길을 안내하며 말을 덧붙였다.결국, 음양쌍살, 사타, 사타의 부하들과 함께 염구준은 양마을의 가축 시장으로 향했다.‘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가 가축 시장에 숨어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조심스럽긴.’염구준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가축 시장으로 가는 동안,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염구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했고, 다른 이들은 괜히 입을 놀렸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그들도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 칠 수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염구준 앞에서는 용이든 호랑이든 모두 굽히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시간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넌 끝에 그들은 마침내 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시장을 볼 수 있었다.드디어 양마을에 도착한 것이다.멀리서 보기엔 평범한 장터처럼 보였는데, 이건 그만큼 완벽하게 존재를 잘 숨겼다는 걸 설명했다.이때, 음양쌍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염 선생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그들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이든, 만능 전당포든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반면 눈치가 빠른 사타는 말을 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했다.남자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럼 걸어서 양마을까지 갈지, 아니면 뒹굴어서 이 산을 내려갈지 선택해.”그의 말뜻은 명확했다. 양마을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죽음
반면, 사타는 침을 꿀꺽 삼켰다.이곳은 청해시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그는 염구준을 잘 알고있었다. 더군다나 강호인으로서 소봉산 전투를 직접 목격했기에 그는 상대방을 더욱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낮에 납치나 하는 주제에 당당하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염구준은 화를 내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며 비꼬았다.“흥! 내 돈줄을 빼앗으려 하다니, 네놈부터 죽여주마!”남자는 포효하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이 모습에 사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전신경 따위가 감히 염구준에게 덤벼드니까 말이다.쾅!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달려들자마자 다시 뒤로 튕겨져 바닥에 처박힌 채 피를 토했다.단 한 방도 버티지 못한 거다.“반보천인이었어?”이 광경을 본 여자는 얼굴이 새파래진채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염 선생님, 전 사타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러나 그녀와는 달리 사타는 눈치 빠르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너희 모두 만능 전당포 소속이야?”염구준은 그의 아부를 신경도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저희는 고급 사냥꾼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당포의 정식 멤버는 아닙니다. 그저 돈을 받고 일하는 처지일 뿐이죠.”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한 사타는 재빨리 만능 전당포와 선을 그었으나 그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어 표정이 심각해졌다.“그렇다면, 네놈들이 잡은 이 타겟은 어디로 넘길 참이었지?”사타는 빙긋 웃으며, 시선을 음양쌍살에게 돌렸다.“그건 제 임무가 아니라서 저도 모릅니다. 돈이 된다기에 저도 방금 전에 물어보고 있었어요.”음양쌍살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반보천인의 눈빛에 식은땀을 흘렸다. “말해. 반항은 쓸모 없으니 할 생각 하지 말고.”염구준은 손을 뻗어 땅에 깊은 구멍을 내며 말했다. “양마을의 가축 거래 시장입니다!”이를 본 음양쌍살의 남성은 망설임없이 거래 장소를 얘기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반항해도 쓸모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염구준은
만능 전당포의 두 사자는 삼도 일행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한번 더 신중하게 살핀 후에야 제이든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이 옷들을 입혀.”남자가 몇 벌의 옷을 꺼내 바닥에 던지면서 말했다. “또 나야? 맨날 나만 이런 허드렛일 한다니까.”여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댔다.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소한 갈등들이 많기 쉽상이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달래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말했다.“이건 복덩이야. 상부에 넘기기만 하면 최소 천억은 챙길 수 있다고.”이번 거래로 그들은 순수하게 600억을 벌 수 있었다.“알겠어, 바로 갈아입힐게!”이 말을 들은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난 듯 움직였다.돈의 힘이란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여자는 얼마 걸리지 않아 의식이 없는 제이든의 옷을 다 갈아입혔고, 두 사람은 그렇게 제이든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조심스럽긴한데 방법이 틀렸어.”염구준이 동굴 밖에 나와 밖이 어두운 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따라가기 시작했다.그들이 방금 전에 옷을 갈아입힌 이유는 제이든이 원래 입고있던 옷에 추적 장치나 도청기가 있을까 봐여서였다.그들이 괜한 걱정을 한 건 아니었다. 염구준이 확실히 제이든에게 추적 장치를 숨겨놨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옷에 숨겨놓지 않고 캡슐에 넣은 다음 제이든이 섭취하도록 했다.추적 장치 덕분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염구준은 더이상 그들을 놓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동했고, 염구준 역시 멈추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라 30분 남짓을 거쳐 청해시의 지계를 벗어났다.두 사람은 이동중에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추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곤 했으나 염구준이 몇 킬로미터 떨어져 따라가기도 했고, 거의 진기를 쓰지 않았기도 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해가 뜨기 직전에 두 사람은 걸음을 늦추고 한 모래 벌판에 들어섰다.‘혹시 여기가 만능 전당포 본거지인가?’염구준은 확신이 서지 않아 장애물
염구준은 그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웃으면서 물었다.그의 새계획에 눈앞의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강호에선 저를 삼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저를 삼이거나 도라고 부르시면 돼요.”삼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아무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삼도야, 내가 지금 네 도움이 좀 필요해.”“일이 끝나면 돈을 넉넉히 챙겨 줄 테니까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자.”염구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는데,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져 진짜로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이 말을 들은 삼도는 마치 폭풍이 지난 후 무지개를 보는 듯한,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곧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았다.“염 선생님... 반보천인들의 싸움에 제가 감히 어떻게 끼어들겠습니까?”삼도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다는 거야?”그의 대답에 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되물으며 기운을 다시 내뿜었다.이에 삼도는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염 선생님께서 하시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희 남산사괴가 의리 하나는 알아주거든요.”“그래. 그럼 지금 타겟을 이미 포획했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연락해.”염구준은 이미 마음속으로 대충 전략을 세운 상태였다.‘지금 당장 못 찾는다면 직접 오게하면 되지.’삼도는 염구준의 지시에 따라 즉시 연락을 취했고, 곧 답장이 왔다.[오늘 밤 자정, 소봉산에서 거래. 늦지 않길 바람.]염구준은 답장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좋아, 가서 기다리자.”“네!”삼도는 대답을 하며 그의 뒤를 따랐으나 속으로는 재수 없다며 한바탕 욕을 했다.사실 제이든과 염구준이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그는 멀리하려고 했었다.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 잠깐 망설인 게 화근이 돼서 지금 도망도 못 치잖아.’소봉산은 여전히 음산하고 황량해 모험을 즐기는 이들도 기피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흉지일지 몰라도, 염구준에게 있어서 이곳은 길지였다.이곳에서는 그가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사실 전 어제 장필립을 말렸었습니다. 그 놈이 제 말을 듣지 않고 간 거예요. 그러니 이 일은 저희랑 아무 상관 없습니다.”무리의 우두머리가 연신 빌면서 엮이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염구준이 정말로 화가 나면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게 뻔하니까 말이다.“장필립은 이미 죽었어. 그리고 일어나서 말해.”그의 말을 듣고난 뒤,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장필립이 같은 목표를 가진 다른 조직이라는 걸 눈치채서였다.‘이쪽이 그나마 이성적인 건 다행이지만.’“저... 그냥 무릎 꿇고 있겠습니다. 다리가 너무 떨려서 못 일어나겠어요.”우두머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딱 한 가지만 물을게. 누가 너희를 보냈지?”염구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어보는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풀어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그건...”이 말을 듣고난 후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할지 말지를 망설였다.쾅!그러나 염구준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기운을 더욱 강하게 풀어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람들을 짓눌렀다.“염 선생님, 말할 테니 제발 멈춰주세요!”이에 우두머리가 겁에 질려 외쳤다. 그는 지금 뭘 더 숨길 마음이 없었다. 더 이상 말을 안 하면 죽을 게 뻔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 난 인내심이 많지 않으니까. 아, 그리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장필립도 도망가려다 죽었거든.”염구준은 사람들에게 경고하며 그들에게서 쓸모있는 정보를 들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아...”우두머리는 한숨을 쉰 뒤, 업계의 도덕성 문제를 뒤로 하고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다. “저희는 만능 전당포에서 임무를 받았습니다.”“임무 내용은 제이든을 반드시 생포해서 데리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현상금으로는 600억을 내걸었고요.”‘만능 전당포?’염구준은 생소한 이름에 흥미를 느꼈다.‘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조직인데, 어디서 굴러온 놈들이지?’그는 고개를 돌려 제이든을 쳐다보았
“그걸 어떻게 알아요?”제이든이 궁금해서 물었다.“거기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염구준은 설명하지 않았다.대답하면 또 새로운 질문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 뻔했다.차는 질주하여 바로 부두에 도착했다.거기서 일군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차에서 내리더니 제이든을 데리고 이동 만두 포차에 갔다.아침에 밥을 먹고 왔는데 여기는 왜 왔는지 제이든은 이해되지 않았다.“사장님, 장사 잘 되네요.”염구준은 만두는 사지 않고 먼저 말을 건넸다.“작은 장사라 많이 벌지 못해요. 대표님 덕에 먹고 살 수 있어요.”사장님은 염구준을 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마중 나왔다.딱 봐도 손이 큰 손님이 온 것을 눈치챘다.염구준이 봉투를 건네며 나지막하게 물었다.“하룻밤을 지켜봤는데 뭐라도 나왔어요?”사장님은 웃으면서 봉투를 받고는 안에 얼마 들어있는지 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저놈들의 활동 기록입니다. 30분 전에 목표 인물 한 명이 저한테서 만두 한 박스를 사갔어요.”염구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고생하셨어요.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서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가 직접 나서야 했다.그 모습을 본 제이든은 입을 떡 벌였다.“삼촌의 정보통이 만두 가게 사장이었네요.”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네가 정보통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사장님이 신분을 잘 감췄다는 걸 설명해.”청해에서 그의 정보통은 수없이도 많았다.대부분 각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파트타임으로 정보를 제공했다.“하긴 그렇네요.”제이든은 머리를 긁적거렸다.두 사람은 일군들의 거처로 향해 갔다.거처는 이동식 마루방이었다.염구준은 정보에 따라 곧바로 목표를 찾았다.상대방 숙소 앞에 도착한 그는 제이든에게 말했다.“넌 멀리 떨어져 있어. 아니면 다쳐.”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대방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끼익!제이든이 멀리 가자 염구준이 문을 슬며시 밀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