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자가 그를 본 순간 외진 골목으로 도망쳤다.염구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여기까지 따라온 것을 보면 분명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보자마자 도망쳐버렸다.‘대체 목적이 뭐야?’염구준은 뒤따라 가다가 마주치게 되면 물어볼 생각이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뒤쫓다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그제야 미행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호찬이었다.“죽으러 왔어?”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염구준 씨, 저를 부하로 받아주세요.”호찬은 두 무릎을 꿇으며 간청했다.믿을만한 사람에게 의지하러 온 것이다.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니 염구준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간첩이야?”염구준은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섭게 쳐다보며 허점을 찾았다.“아닙니다. 주인이 죽었으니 갈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의지할 곳을 찾으러 온 겁니다.”호찬은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 삼선 클럽은 아직 존재하잖아. 굳이 날 찾아올 필요가 있을까?”염구준이 이어서 말했다.그는 한 지부만 제거했을 뿐, 용하에 수많은 지부가 존재하니 얼마든지 찾아가도 된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부하라도 반천인 고수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조직에서 저를 도명욱의 부하로 안배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아요.”호찬의 말투에 증오가 섞여 있었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상대방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삼선 클럽에 대해 아는 걸 전부 말해.”굴러서 들어온 소식이 진짜든 가짜든 일단 듣고 판단하기로 했다.호찬은 슬픈 눈을 하더니 돌이킬 수 없는 옛일을 회상하며 천천히 말했다.“삼선 클럽의 배후는 막강한 조직인 삼선도입니다. 도운홍 부자는 거기 출신이고 저는 고아였어요. 어려서부터 삼선도에 수용되어 용하에서 노예로 가혹한 환경에서 자랐어요.”“저와 함께 훈련을 받은 사람은 총 12명, 부하로서 실력은 강하지만 개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어요. 제가 아는 건 이게 다예요.”삼선도, 이것은 아주 중요한 단서다.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조직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지
레스토랑 안에서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건배하고 잔을 기울이며 정말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을 먹었다.그에 비해 소봉산에서 도망친 삼선 클럽의 회원들은 주인을 잃은 신세가 되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도련님, 앞에 길이 없습니다.”차가 멈추더니 운전 기사가 조수석에 앉은 도운홍에게 이렇게 말했다.도명욱이 전사한 장면을 본 순간, 그는 회원들을 이끌고 지하 도로로 도망쳤다.그가 불효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너무 아꼈던 것이다.헤드라이트를 통해 주변 환경을 살펴보았지만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아스팔트 도로가 사라진 것이 진짜 길을 잃은 것 같았다.도운홍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분명 웃음거리가 되고 폐물 도련님이라는 별명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도련님, 길 잃은 거 맞죠?”운전 기사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촤아악!도운홍은 버력 화를 내며 운전 기사의 얼굴을 후려쳤다.“미쳤어? 내가 안내한 길인데 잘못 갈 리가 없어. 내려서 길을 찾아.”일부러 약점을 들추어서 난처하게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얻어 맞은 기사는 감히 반격하지 못하고 무전기에 대고 화풀이했다.“뭐 하냐? 당장 내려서 길을 찾아!”어두컴컴한 곳에서 길을 찾으라니 다른 사람은 어처구니없었다.하지만 상사가 시킨 일을 거절할 수 없어 지시를 따라야 했다.부하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리고는 황폐한 외곽에서 길을 찾기 시작했다.“아아아악!”그때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자 부하들이 잔뜩 경계했다.소봉산에서 도망친 후, 이미 잔뜩 긴장되어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했다.“쫓아왔어?”겁을 먹은 도운홍은 그만 바지에 지리고 말았다.너무 놀라서 오줌을 싼 것이다.평소 집안에서만 행패를 부리고 강적 앞에서 감히 나대지 못했다.“삼선의 구역에서 관련 없는 자들은 속히 떠나라!”우렁찬 목소리에 도운홍은 그제야 안도했다.우왕좌왕하면서 도착한 곳이 그가 찾으려는 곳이 맞았다.“아저씨, 나 도운홍이에요.”흥분한 도운홍은 바로
두 사람은 호찬이 전사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모르겠어요. 철수할 때도 보지 못했어요.”도운홍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병…”황지혁은 화를 내려다가 다시 삼켜버렸다.아무리 병신 같은 놈이라도 고인의 자식이니 자극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도운홍은 싸늘한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푹 숙였다.“됐다. 네가 데려온 사람들 집합시켜. 한마디 해야겠어.”황지혁은 다시 싸늘하게 말했다.“집합해. 당장 집합해.”도운홍은 감히 소홀히 대하지 못하니 바로 부하들을 독촉했다.그러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와 두 줄로 나란히 섰다.50명은 족히 넘었다.“충분합니까?”“충분해!”황지혁은 머릿수를 세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도운홍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한 명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처리하라!”죽이라는 명령에 부하들은 순식간에 뿔뿔이 도망쳤다.강력한 배후에 빌붙어 의지하려고 했는데 이번은 잘못 선택한 것이다.스스슥!황지혁 뒤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모두 강한 기운을 발산했다.전신지상의 고수들이었다.고수들은 일격에 치명상을 노려 스치는 곳마다 시체들이 쓰러졌다.50명이 넘는 부하들이 순식 간에 도륙을 당했다.“아저씨, 왜…”어렵게 데려온 부하들이 전부 살해되자 도운홍은 이해할 수 없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혼자 도망쳤을 것이다.“여긴 비밀 기지라 삼선도의 사람 외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이제 네 아빠가 없으니 내가 대신 너를 가르치겠다. 앞으로 모든 일에 조심해야 한다.”황지혁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살해한 부하들은 삼선 클럽 소속이지만 삼선도 출신이 아니기에 외부인이라고 한 것이다.“아… 알겠습니다.”도운홍은 잘하는 것이 없지만 잔꾀가 많아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다른 사람의 뒤를 따라 들어가 쉬었다.“형, 이제 어떡할 거야?”우대영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신의 물 판매량을 풀어서 빠른 시일 내에 돈을 더 모아야 해.”황지혁은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삼선 클럽에서 대규모로
예전에 몰래 진행하더니 지금은 대놓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이대로 가만두면 용하의 국민들만 손해볼 것이다.“장모님, 불 좀 봐주세요. 전화 한 통하고 올게요.”염구준은 주걱을 내려놓고 행주에 손을 닦았다.일이 점점 커져서 용하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가서 일 봐. 이젠 아침은 내가 할게.”진숙영이 주걱을 받아 들었다.그녀가 사위의 뒷모습을 힐끗 봤을 때 그날 신선과 싸우던 화인을 떠올렸다.‘보면 볼수록 닮았단 말이지.’염구준은 조용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이제마에게 연락했다.“아… 아침부터 자지 않고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그는 하품을 하며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염구준은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며칠 전에 신의 물 샘플을 보냈는데 성분이 뭔지 알아보셨어요?”중요한 일이라 이제마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엄숙하게 대답했다.“알아냈어요. 이거 참 맹독이 따로 없더라고요. 이걸 먹은 후 잃어버린 생명은 되찾을 수 없어요. 하지만 두통, 심란함, 발열 등 후유증은 완화할 수 있어요.”짧은 시간에 아무리 유명한 신의라도 다 알아낼 수 없었다.그래도 염구준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언제부터 해독약을 생산할 수 있어요?”삼선 클럽이 대규모로 신의 물을 풀어놓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복용할 것이니 그에 미리 대비해야 했다.모든 것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몇 가지 테스트만 끝내면 바로 생산에 투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생산 라인이 없어요.”이제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미 잠을 깨고 일어난 것 같았다.염구준이 급히 요구하니 잠을 적게 자더라도 하루 빨리 처방을 만들어야 했다.“연구 끝나면 바로 처방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염구준이 엄숙하게 말했다.삼선 클럽의 손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전부 찾아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이미 많이 분포되었고 은밀하게 숨어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은 이미 죽을 각오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상관
“아니거든요. 저 말도 잘 듣고 성적도 전교 2등이라서 선생님이 항상 칭찬해 주거든요.”염희주는 부모에게 창피를 주지 않았다는 투로 자랑스럽게 말했다.“하하하. 그 부분은 아빠를 닮았어.”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었다.하지만 염희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평했다.“엄마를 닮아서 그렇죠.”부녀는 얘기를 나누면서 학교에 도착했다.어떤 학부모들은 벌써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주차하고 딸과 함께 그쪽으로 갔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어색하게 대했다.“이사님 오셨어요? 빨리 교장님한테 전달하세요.”사립학교는 염구준의 개인 재산으로 딸에게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산 것이다.학부모들도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다.“이사님 안녕하세요.”“이사님, 희주 학부모 회의를 주최하러 오셨어요?”염구준도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안녕하세요. 편하게 말씀하세요.”그는 오늘 학부모 입장으로 참석했다.이 초등학교는 조금 특별했다.교사들의 자질은 청해에서 손꼽힐 정도지만 대부분 가난한 집 자식들과 직원들 자식들이 학교에 다녔다.왜냐면 능력 있는 집 자식들은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 없지만 평범한 가정의 자식들은 그러지 못했다.염구준이 콧대를 쳐들지 않고 편하게 대한 덕분에 빠르게 학부모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이 직접 발탁한 교장이 도착했다.“염 선생님, 오셨습니까?”“교장님은 볼일 보세요. 오늘 학부모 회의를 하러 왔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그는 인사를 건네면서 시찰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학교에서 유일한 이사로서 모든 것을 감독할 권리가 있지만 지금 교장은 믿음직해서 모든 것을 맡겼다.“네, 그럼 얘기들 나누세요.”오늘 교장은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 정신이 없었다.원래 아무렇지 않은 장면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다들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내는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어머님, 아버님들. 순서대로 들
“별일 다 보겠네. 사립학교에서 돈도 안 받고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도 주는데 뭐가 불만이야?”“우리 딸이 그랬는데, 지난주에 희주랑 같이 뒷줄에 앉았다고 했어요.”다들 염구준을 도와 말했다.비록 학력은 높지 않지만 시비도리는 따질 줄 알았다.“퉷! 가식적인 것들! 저 사람이 무슨 이득을 줘서 이렇게 나서는 거야?”여자는 혼자라도 굴복하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뭐가 불만인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은 것을 보아 시비를 걸려는 게 뻔했다.다들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그만하세요.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세요. 담임 선생님을 난처하게 하지 말고요.”여자는 이때다 싶어 간사하게 웃었다.“우리 애가 성적이 좋아서 계속 앞에 앉겠다네요.”전에 염희주를 내세워 트집을 잡은 것은 핑계였다.“안 됩니다. 학교에 매주 자리를 바꾸는 규칙이 있어요. 그러니 규칙대로 하셔야 합니다. 누구도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아요.”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본인 학교에서 딸도 특수 대우를 받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당신이 뭐라고 여기서 명령질이야? 교장도 아니잖아.”여자가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전 학교 이사장입니다. 제가 하는 말에 따르셔야 해요.”염구준은 생떼를 부리는 사람과 도리를 따지기도 싫었다.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니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이사장이라고 함부로 명령해도 된단 말이야? 억울해 죽겠어. 흑흑.”여자는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울고불고 소란을 피우는 꼴은 아무리 신이라도 두통이 아플 것이다.평화롭게 진행했던 학부모 회의에서 갑자기 이런 소란을 피워 담임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타일렀다.“어머니, 저희 대화로 해결하시죠. 아이들이 창밖에서 보고 있는데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 말에 여자가 더 화를 냈다.“보면 어때서요. 난 정당하게 요구한 것이니 창피한 일도 아니잖아요.”생떼가 따로 없었다.염구준은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
이번은 경고일 뿐, 진짜 따지기 시작한다면 청해는 물론 용하에서 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빨리 병원에 이송하세요!”그때 교장이 교실 입구에 들어서더니 경비원을 불렀다.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귀찮은 이들이 발생할 것이다.교장이 염구준에게 물었다.“이사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습니까?”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다.“전 전적으로 교장님을 믿으니까 교장님이 처리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다시 떠넘겼다.그 정도 머리로 신경전을 벌이다니, 어림도 없었다.모든 일을 맡긴 후, 염구준은 학교를 떠나고 담임은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여자가 깨어났을 때 교장은 좋게 얘기를 나누었지만 고집이 만만치 않았다.염구준이 말한 것처럼 소송까지 한다고 윽박질렀다.결국 교장은 다시 기회를 주면서 또 이런 소란을 피우면 당장 퇴학하라고 경고했다.깜짝 놀란 여자는 본전도 못 찾고 바로 사과했다.나중에 염구준을 찾아가 사과하려 했지만 꼴 좋게 거절당했다.어떤 사람은 용수철 같아서 상대방이 강하면 약해지고 상대방이 약하면 강력하게 나온다.심지어 아무 일도 없는데 꼭 일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물론 이것은 나중에 발생한 일이었다.학교에서 나온 염구준은 바로 손씨 그룹에 가서 이제마를 기다렸다.왠지 밀당하는 것 같았다.전화하지 않을 때 아무 소식이 없다가 아침에 전화했더니 오후에 처방약을 보냈다.염구준은 경비실에 들어가 호찬 대신 입사 절차를 도와줬다.그에게 창고를 지키는 임무를 맡겼을 때 손가을이 찾아왔다.말하지 않아도 학교 일 때문일 것이다.아이의 일이라면 부모 모두 긴장하기 때문이다.“오늘 학교에서 학부모랑 싸웠어?”손가을이 떠보았다.“에휴, 오늘 재수가 없는 날인가. 미친 년을 만났지 뭐야.”염구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언짢게 말했다.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하하하. 당하지 않았으면 됐어. 희주가 요새 학교에서 잘 지낸대?”역시 손가을의 최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그럼요. 하지만 생산 라인이 없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어요.”이제마는 대답하면서 처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생산 라인이요?”손가을이 휴대폰을 들더니 보건품 생산 담당자를 불렀다.“손 대표님,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담장자는 2분만에 도착했다.“앉아서 이 처방을 보세요. 저희가 생산할 수 있을까요?”손가을은 처방을 건네며 물었다.담당자는 두 손으로 받아 자세히 읽어보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원료는 다 있습니다. 생산 라인만 조금 바꾸면 가능하지만 하루에 만 개만 생산할 수 있어요.”아쉽게도 수량이 너무 적었다.이제마의 처방에 따르면 매일 3번, 일주일을 먹어야 완전히 나을 수 있었다.삼선 클럽에서 미친듯이 신의 물을 시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은 해독약이 필요했다.“일단 가서 준비하세요.”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나으니 염구준은 담당자에게 지시했다.“생산 라인 하나로는 부족해요. 시간을 끌면 약을 먹어도 후유증이 남게 되죠.”이제마가 이해관계를 전부 털어놓았다.사태가 심각하여 두통이 밀려왔다.똑똑…염구준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했다.“내일 천약산시에 윤대약을 찾아갈게요.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윤씨네 제약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합한 생산 라인을 찾으면 문제없을 것이다.제약 방면에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일단 지인들부터 찾아야 했다.“그럴지도 모르죠. 비록 그 사람과 맞지 않지만 나라에 충성심이 강해서 어떻게 할지는 잘 알 거예요.”이제마도 이 방법에 동의했다.이유가 어찌 됐든 윤대약의 아들 윤성호가 염구준의 손에 죽었으니 단시간에 원한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그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이렇게 결정하죠. 일단 저랑 같이 식사하고 내일 출발할게요.”그런데 사태는 예상밖으로 더 악화되었다.저녁에 세상이 놀랄 만한 뉴스가 발표되었는데 전부 신의 물과
”흑흑,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 모두 죽었어요.”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염구준이 물었다.“여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이미 거록 존주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지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남자아이는 공포스러운 저녁을 회상하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3일 전에 마을에서 잔치를 벌였어요. 모두 한 곳에 모여서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고 있었어요. 그때 붉은 눈을 가진 요괴가 나타나서 닥치는 대로 다 죽였어요. 저는 물독에 숨어서 찾지 못한 거예요.”여기서 염구준에게 유용한 정보는 붉은 눈밖에 없었다.사술을 연마하고 과도하게 기운을 폭증시킨 상황에서 두 눈은 충혈된다.“다른 것은 또 없어?”염구준이 계속 물었다.“없어요. 그때 물독에서 호스로 숨을 쉬었어요. 그래서 밖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남자아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털어놓았다.“나랑 같이 가자. 너 혼자 여기서 살 수 없어.”염구준은 마을 입구에 주차한 차를 가리켰다.마을 주변은 황폐하여 황사 외에 황사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남자아이는 촉촉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한참이나 그를 보며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알겠어요. 그런데 가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묻어주면 안 될까요?”“그렇게 해.”염구준은 흔쾌히 허락하고는 주먹으로 바닥에 무찔러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을 전부 구덩이에 넣고 묻어버렸다.그리고 염구준은 남자아이를 데리고 계속 남쪽으로 달렸다.“여기 근처에 또 마을이 있어?”염구준이 물었다.이곳은 지형이 복잡하고 황사가 깔려 있어서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저쪽에 있긴 한데 엄청 멀어요.”남자아이는 이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가 가리킨 곳은 서남방향이었다.“안전벨트 잘하고 있어.”염구준은 주의를 주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광활한 사막에 사람과 차들이 없어서 과속해도 경찰에게 추적당할 걱정이 없었다.두 사람은 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남자
“아닙니다. 본론만 얘기하세요.”염구준은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방금 붉은 장미는 상황 때문에 말하기 불편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털어놓을 생각이었다.“염 선생님, 이번 작전 보기보다 위험해요. 조심하세요. 그리고 방금 브레인이 말했는데 지금 거록 존주의 실력이 급증해서 엄청 강해졌대요.”유용한 정보는 이것뿐이고 나머지는 쓸데없는 말들이었다.“고마워요. 브레인과 움직일 때 조심하세요. 뭐든 따라서 하지 말고요.”답례로 염구준이 주의를 주었다.브레인의 실력은 강하지만 부하들 지휘하는 것이 형편없어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네. 알아서 할게요.”붉은 장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간단하게 얘기한 후 통화를 끊어버렸다.서로 다른 팀이니 염구준은 그들이 방해할까 봐 걱정되었다.앞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푹 자서 살 것 같았다.이튿날 아침, 그는 짐들을 챙기고 로비로 내려왔다.경호원에게서 브레인 일행이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확실히 깨달았다.그는 SUV차량을 대여하고 브레인이 알려준 곳으로 달렸다.한편, 호텔 어느 창가에서 누군가 커튼을 열고 염구준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멍청한 놈, 바로 믿네. 일행에게 통지해. 신속히 장비를 준비하고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브레인은 염구준에게 엿을 먹인 것이 너무 상쾌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실은 염구준은 국경을 넘은 뒤, 호텔이 보이지 않자 바로 방향을 돌아서 남쪽으로 달렸다.뼈저리게 미워하는 사람에게 고민도 하지 않고 북쪽이라고 말했으니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확했다.가는 동안 붉은 장미에게 여러 번이나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도 브레인이 미리 차단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황폐한 사막에서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바로 거록 존주를 찾아가는 것은 왠지 비현실적이었다.황사가 날리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환경에서 염구준은 몇 시간 만에 한 마을에 도착했다.마을 옆에 주차하고 전방을
동시에 옆에 있던 두 반보천인 고수들도 각자 기운을 끌어올렸다.굳이 밝히지 않아도 브레인의 편이었다.“리아성전의 성녀라면 잘 교육하세요. 죽으면 성녀가 사라지잖아요.”염구준은 협박하면서 경고를 주었다.“무례하다!”좌석에서 참다못한 리아성전의 부하가 무기를 들고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멈춰라. 공격하면 안 돼!”브레인이 큰소리로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그도 염구준을 원망하고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공격하지 못했다.“푸압!”염구준이 검결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사람의 허리를 잘라버렸다.“살의를 품고 무기를 들었으면 죽을 각오도 했어야지!”가차없이 죽이는 것이 참 지독했다.그 장면을 본 무술인들은 또 한번 경악했다.브레인 앞에서 리아성전 부하를 죽이다니, 염구준이 이토록 강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겨우 정신을 차린 김영영은 속으로 깜작 놀랐다.‘청해에서 아내 때문에 봐준 건가?’그런 생각에 왠지 소름이 돋았다.타악!브레인이 찻잔을 바닥에 던지면서 기운을 난폭하게 끌어올렸다.나머지 리아성전의 부하들도 싸울 자세를 취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반보천인이 고작 세 명밖에 없으면서 뭘 그렇게 나대?”염구준은 검갑에서 구자검을 꺼내면서 기세 당당하게 말했다.지금 상황에서 누가 공격하든 전부 이 검으로 잘라버릴 것이다.“휴.”브레인은 여기가 용하라는 것을 깨닫고 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그가 팔을 휘두르며 부하들에게 물러가라는 눈빛을 보냈다.“염구준, 임시 작전팀의 팀장은 나야. 지금 그게 무슨 태도야?”상대방이 겁에 질리자 염구준은 검을 거두며 대답했다.“팀장하고 싶으면 하세요. 난 그 따위 팀장 자리를 빼앗지 않아요. 거록의 행적을 알려주면 바로 갈게요.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어요.”한 무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발목을 잡는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움직이기 쉬웠다.“용하의 국경을 넘어서 북쪽으로 가.”브레인이 명쾌하게 말했다.거록 존주의 행적은 그만 알고 있으니 아무 말로 둘러댄 것이었다.“알았어
회의실에서 격렬한 토론이 시작되었다.하지만 듣고 보면 별로 논쟁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브레인 부전주님은 반보천인이자 리아성전 출신입니다. 이렇게 덕망 높은 분을 당연히 팀장으로 선발해야죠.”“저도 브레인 전주님을 선택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물러서세요.”“저도 찬성입니다. 현지 고수들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이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았다.먼저 말을 맞추고 연기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이미 팀장은 결정되었다.처음 작전에 참여한 팀원들이라면 브레인이 얼마나 무능한 지휘관인지 알 것이다.붉은 장미가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려 했지만 동행한 부대장이 그녀를 말렸다.“장미 대장,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위에서 무슨 일이 있든 브레인을 지지하라고 했습니다.”동양국에서 이득을 받은 대가로 상대방이 이런 요구를 제시했을 것이다.“에휴.”붉은 장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속이 답답한 것이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일개 관리일 뿐, 동양국을 대표할 수 없으니 명령에 따라야 했다.회의실이 점차 조용해졌다.이번 회의에서 임시 작전팀 대장으로 브레인이 선출되었다.얼굴이 활짝 핀 브레인은 소감을 발표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여러분들이 믿어주셔서 감사…”쿵!말도 채 끝내지 못했는데 누가 회의실 문을 뻥차고 들어온 것이었다.염구준이 도착했다.주변을 둘러본 그는 대충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피식 웃었다.“고작 작전팀장을 선발하겠다고 6시간 전에 회의를 열었습니까? 참 애를 쓰는군요.”그의 추측을 증명한 셈이었다.성조국에서 정보를 장악했다는 것은 브레인이 염구준을 피해 권력을 손에 넣고 이번 작전의 인도자가 되려는 속셈이었다.그 이유를 말하자면 이랬다.지난 바위성 작전에서 염구준이 큰 공을 세워 용하의 위신을 올렸으니 성조국에서 불만을 품은 것이다.“하하하. 염구준, 늦었어. 지금 팀장은 나고 너는 내 부하야. 그러니까 내 명령을 따라야 해.”브레인은 미친듯이 웃었다.속으로 염구준에게 엿을 먹여
그 후로 며칠은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 무술을 연습하고 업무를 도와주면서 안락하게 보냈다.그는 이런 생활을 즐겼다.계속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좋은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일주일이 되지 않았는데 청룡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주상님, 거록 존주의 행적을 찾았습니다. 전 세계가 다시 임시 작전팀을 조직하여 토벌하려고 합니다. 이번 작전 규모는 상당히 크고 반드시 죽일 거라고 기세를 몰고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또 유인 작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행적을 찾으면 바로 사람을 파견하면 그만이지, 굳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일 필요가 없었다.“청룡, 거록 존주의 위치를 알려줘.”그는 누구도 모르게 혼자 움직여서 상대를 살해하고 싶었다.어떤 일들은 바로 시행하면 그만이었다.“저희도 모릅니다. 정보는 성조국에 있어요. 말로는 내일 용하 만성시에 집결하는데 그때 알려준답니다. 국주님께서 주상께 전하시랍니다. 내일 팀을 이끌되 마음에 드는 팀원을 고르라고 하셨어요.”청룡은 단번에 소식을 전달하고 염구준의 명령을 기다렸다.이번 일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처음 임시 작전에 비해 음모의 냄새가 더 많이 풍겼다.그는 상황을 정리하면서 이해관계를 따져보았다.“나 혼자가면 돼. 용하에 더는 사람을 보낼 필요 없어. 이 일은 국주한테 보고하지 않아도 돼.”국주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염구준을 속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즉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니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국주도 음모를 느끼고 이런 대책을 내린 것 같았다.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알았습니다. 어떻게 할지 알겠습니다.”청룡은 무언가 포착하고 대답했다.성조국에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임시 작전팀을 구성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일을 크게 벌일 것이다.지난 작전에서 브레인이 쓸데없이 일을 벌이는 바람에 체면을 잃었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이 휴대폰을 챙겨 넣고 아내를 찾으러 갔다.“가을아, 나… 나 볼일이 있어서 며칠 들어오지 못할 거야.”“일찍
“당신 말대로라면 아내분이 다치지 않았다는 거죠?”라누엘이 상황을 따져 물었다.“당연한 거 아닙니까? 정말 아내가 다쳤다면 성녀는 진작에 죽어서 당신한테 전화도 할 수 없었겠죠.”염구준은 여전히 강세로 나오며 상대방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젠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협의하려면 성의를 보여줘야 했다.리아성전의 전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의 말투에서 엄청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하하. 그럼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어떻게 해결하고 싶습니까?”라누엘이 질문했다.김영영은 리아성전의 성녀이니 무조건 구하겠지만 멀리 있어서 당장은 도와줄 수 없었다.“한쪽 손을 절단하면 용서할게요.”염구준이 조건을 제시했다.그러자 주변에서 모두 그를 쳐다봤다.사과하러 왔으면서 건방지게 굴었으니 누구라도 화낼만했다.“할아버지.”이제야 겁을 먹은 김영영이 나지막하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김대석은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속이 문드러질 것 같았다.“염 선생님, 제가 200억으로 성녀의 한쪽 손을 바꾸면 안 되겠습니까?”라누엘이 돈으로 해결하려고 들었다.그러자 김대석이 기회를 잡고 이런 말을 했다.“제 두 다리로 손녀의 한쪽 손을 바꾸겠습니다.”그러자 염구준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돈으로 해결해도 좋아요. 200억.”솔직히 겁주는 데 이미 성공했다.한쪽 손을 절단하라는 것은 김영영에게 겁을 주려고 한 말이었다.그래야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거래합시다. 계좌를 불러주세요!”리아성전은 워낙 돈이 많아서 흥정하기도 귀찮았다.결국 돈으로 쌍방의 갈등을 해결했다.원래 진심으로 사과하면 넘어갈 일인데 김영영이 하도 억지를 부려서 염구준에게 돈을 주게 된 것이다.“가 봐. 앞으로 또 시비 걸고 싶으면 200억을 준비하고 와. 언제든지 환영해.”염구준은 더는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이런 인간들과 도리를 따지는 것이 머리가 아팠다.“감사합니다. 염 선생님.”김대석은
‘지원군을 부르라고?’김영영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들은 리아성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아서 물러섰는데 염구준은 오히려 강력하게 맞섰다.대단한 뒷배가 있거나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물러설 그녀가 아니었다.“알았어. 딱 기다려!”이젠 좋게 말로 끝낼 상황이 아니었다.김대석은 조바심이 났지만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혈압만 올라갔다.“걱정 마. 아무데도 가지 않을 테니까.”염구준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상대방의 지원군이 오길 기다렸다.김영영이 전화를 걸었다.“저 지금 청해에 있습니다. 지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와서 도와주세요.”그녀는 리아성전을 찾지 않고 강호 무술인을 찾았다.필경 성녀이니 자주 조직을 부른다면 실력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그녀가 강호에서 인연을 맺은 무술인들은 모두 그녀의 신분을 알고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알았어요. 성녀의 일은 우리의 일이죠.”상대방은 흔쾌히 대답하더니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그런데 상대방 이름이 뭡니까?”청해에서 대부분 무술인들은 딱 한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염구준이에요. 건방지기 짝이 없어요. 빨리 오세요.”김영영은 아주 의기양양하게 염구준을 노려봤다.그녀가 용하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신분을 알고 아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난 당신 같은 사람 몰라요. 잘 있어요. 다시는 보지 맙시다.”결국 지원군은 경악하면서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상대방이 염구준이라면 목숨이 백 개라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뚜뚜뚜…김영영은 끊어진 연결음 소리를 듣고도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는 다른 무술인에게 연락했지만 역시 염구준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절교하자는 대답만 들었다.“젠장! 다들 입에 바른 소리만 했던 거야?”탁!화난 김영영은 휴대폰을 바닥에 메치고 말았다.정말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강호의 무술인들이 그녀에게 아부한 것은 리아성전이라는 뒷배를 이용하려는 수작이지 그녀의 실력 때문
“아닙니다. 저희는 서서 말할게요.”염구준에게 사과하러 왔으니 당연히 성의껏 태도를 보여야 했다.그 모습을 본 리아성전의 성녀 김영영은 참지 못하고 불쾌함을 토로했다.“할아버지, 이 사람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이 세상에서 저희 성전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거든요.”“이 녀석아, 넌 닥치고 있어.”김대석은 속으로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리아성전이고 뭐고 그가 알바가 아니었지만 손씨 그룹은 용하에서 얼마나 큰 세력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정말 상대방에게 밉보인다면 김씨 가문의 작은 사업은 파산하고도 남을 것이다.“사실인데. 고작 청해 무술인이 얼마나 강하다고.”김영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들의 말다툼을 들어줄 인내심이 없었다.“그딴 말을 하러 왔으면 가세요. 듣기도 싫습니다.”본래 큰일도 아니어서 상대방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받아주려 했다.그런데 이런 태도라니 정말 오지 않는 것보다 더 역겨웠다.“선배님, 저는 진심으로 사과하러 왔어요.”쿵!전삼권은 말을 하면서 아들을 발로 차서 두 무릎을 꿇렸다.사과하는 방법이 김대석보다 훨씬 단호했다.“염… 염 선생님. 죄송합니다.”전기룡은 사과하고 있지만 목소리가 딱딱한 것이 아직도 불만이 차 있었다.“억지로 사과할 필요 없어. 네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서 참은 거야. 아니면 네가 소란을 피우러 왔을 때마다 죽지 않았으면 병신이 되었어.”염구준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리고 전삼권에게 아들을 부축하라 하고 더는 따지지 않았다.전기룡은 이런 경험이 많았다.신위무관에서 소란을 피우고 돌아갔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상처가 나으면 또 잊어버렸다.솔직히 전기룡의 의도는 신위무관에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아버지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전삼권은 공수하면서도 아들을 일으키지 않았다.눈앞에서 전삼권 부자가 쉽게 모순을 해결하자 김대석은 마음이 조급했다.그도 쿵하고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염 선생님, 제가 손녀 대신 사
‘엄청 날카로운 검이잖아.’검술에 능한 전문가들은 손가을의 검이 비범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흥.”그래도 김영영은 불복하지 않았다.그녀는 부러진 검을 홱하고 바닥에 던지고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기회를 노렸다.리아성전에서 키운 성녀도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그녀가 빙빙 돌자 손가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김영영은 그 기회를 노리고 공격했다쿵!하지만 손가을은 멀쩡하고 김영영이 공격을 받아 뒤로 튕겼다.그때 손가을의 손목에 있던 옥 팔찌가 반짝거렸다.두 차례 공격에서 김영영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왠지 평범한 사람이 신에게 대항하는 느낌이었다.관전하던 염구준은 손에 식은 땀을 쥐고 있었다.방금 김영영이 공격했을 때 하마터면 나서서 죽일 뻔했다.“흥, 재미없어. 잔꾀만 부리잖아!”김영영은 흔히 보는 부잣집 아가씨처럼 씩씩거리면서 입구로 걸어갔다.상대방이 무장한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리아성전은 워낙 궁핍해서 남을 탓할 것도 없지.”염구준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김영영은 화가 났다.수중에 있는 무기는 상대방에게 불쏘시개처럼 무력하게 부러져서 반박할 힘마저 없었다.원래 손가을을 이겨서 체면을 찾으려고 했는데 아예 다가가지도 못했다.아내가 무사하자 염구준도 나서지 않았다.주변에서 관전하던 무술인들은 지루한지 하나둘씩 흩어졌다.솔직히 하나도 재미없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다.“이렇게 이겼어?”손가을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검만 뽑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귀한 무기 덕분이었다.“가을아, 승전을 축하해. 우리 가서 축하주라도 마시자.”염구준은 크게 칭찬했다.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조금만 더 훈련할까?”손가을이 씨익 웃으면서 의견을 물었다.그녀는 본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만약 무장하지 않았다면 싸울 상대도 되지 않았다.“알았어. 조금만 훈련하자.”염구준은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그저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았다.부부는 무관에서 오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