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몰래 진행하더니 지금은 대놓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이대로 가만두면 용하의 국민들만 손해볼 것이다.“장모님, 불 좀 봐주세요. 전화 한 통하고 올게요.”염구준은 주걱을 내려놓고 행주에 손을 닦았다.일이 점점 커져서 용하의 근간을 흔들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가서 일 봐. 이젠 아침은 내가 할게.”진숙영이 주걱을 받아 들었다.그녀가 사위의 뒷모습을 힐끗 봤을 때 그날 신선과 싸우던 화인을 떠올렸다.‘보면 볼수록 닮았단 말이지.’염구준은 조용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이제마에게 연락했다.“아… 아침부터 자지 않고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그는 하품을 하며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염구준은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며칠 전에 신의 물 샘플을 보냈는데 성분이 뭔지 알아보셨어요?”중요한 일이라 이제마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엄숙하게 대답했다.“알아냈어요. 이거 참 맹독이 따로 없더라고요. 이걸 먹은 후 잃어버린 생명은 되찾을 수 없어요. 하지만 두통, 심란함, 발열 등 후유증은 완화할 수 있어요.”짧은 시간에 아무리 유명한 신의라도 다 알아낼 수 없었다.그래도 염구준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언제부터 해독약을 생산할 수 있어요?”삼선 클럽이 대규모로 신의 물을 풀어놓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복용할 것이니 그에 미리 대비해야 했다.모든 것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몇 가지 테스트만 끝내면 바로 생산에 투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생산 라인이 없어요.”이제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미 잠을 깨고 일어난 것 같았다.염구준이 급히 요구하니 잠을 적게 자더라도 하루 빨리 처방을 만들어야 했다.“연구 끝나면 바로 처방을 주세요. 부탁드립니다.”염구준이 엄숙하게 말했다.삼선 클럽의 손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전부 찾아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이미 많이 분포되었고 은밀하게 숨어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은 이미 죽을 각오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상관
“아니거든요. 저 말도 잘 듣고 성적도 전교 2등이라서 선생님이 항상 칭찬해 주거든요.”염희주는 부모에게 창피를 주지 않았다는 투로 자랑스럽게 말했다.“하하하. 그 부분은 아빠를 닮았어.”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었다.하지만 염희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평했다.“엄마를 닮아서 그렇죠.”부녀는 얘기를 나누면서 학교에 도착했다.어떤 학부모들은 벌써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주차하고 딸과 함께 그쪽으로 갔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어색하게 대했다.“이사님 오셨어요? 빨리 교장님한테 전달하세요.”사립학교는 염구준의 개인 재산으로 딸에게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산 것이다.학부모들도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다.“이사님 안녕하세요.”“이사님, 희주 학부모 회의를 주최하러 오셨어요?”염구준도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안녕하세요. 편하게 말씀하세요.”그는 오늘 학부모 입장으로 참석했다.이 초등학교는 조금 특별했다.교사들의 자질은 청해에서 손꼽힐 정도지만 대부분 가난한 집 자식들과 직원들 자식들이 학교에 다녔다.왜냐면 능력 있는 집 자식들은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 없지만 평범한 가정의 자식들은 그러지 못했다.염구준이 콧대를 쳐들지 않고 편하게 대한 덕분에 빠르게 학부모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이 직접 발탁한 교장이 도착했다.“염 선생님, 오셨습니까?”“교장님은 볼일 보세요. 오늘 학부모 회의를 하러 왔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그는 인사를 건네면서 시찰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학교에서 유일한 이사로서 모든 것을 감독할 권리가 있지만 지금 교장은 믿음직해서 모든 것을 맡겼다.“네, 그럼 얘기들 나누세요.”오늘 교장은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 정신이 없었다.원래 아무렇지 않은 장면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다들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내는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어머님, 아버님들. 순서대로 들
“별일 다 보겠네. 사립학교에서 돈도 안 받고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도 주는데 뭐가 불만이야?”“우리 딸이 그랬는데, 지난주에 희주랑 같이 뒷줄에 앉았다고 했어요.”다들 염구준을 도와 말했다.비록 학력은 높지 않지만 시비도리는 따질 줄 알았다.“퉷! 가식적인 것들! 저 사람이 무슨 이득을 줘서 이렇게 나서는 거야?”여자는 혼자라도 굴복하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뭐가 불만인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은 것을 보아 시비를 걸려는 게 뻔했다.다들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그만하세요.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세요. 담임 선생님을 난처하게 하지 말고요.”여자는 이때다 싶어 간사하게 웃었다.“우리 애가 성적이 좋아서 계속 앞에 앉겠다네요.”전에 염희주를 내세워 트집을 잡은 것은 핑계였다.“안 됩니다. 학교에 매주 자리를 바꾸는 규칙이 있어요. 그러니 규칙대로 하셔야 합니다. 누구도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아요.”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본인 학교에서 딸도 특수 대우를 받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당신이 뭐라고 여기서 명령질이야? 교장도 아니잖아.”여자가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전 학교 이사장입니다. 제가 하는 말에 따르셔야 해요.”염구준은 생떼를 부리는 사람과 도리를 따지기도 싫었다.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니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이사장이라고 함부로 명령해도 된단 말이야? 억울해 죽겠어. 흑흑.”여자는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울고불고 소란을 피우는 꼴은 아무리 신이라도 두통이 아플 것이다.평화롭게 진행했던 학부모 회의에서 갑자기 이런 소란을 피워 담임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타일렀다.“어머니, 저희 대화로 해결하시죠. 아이들이 창밖에서 보고 있는데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 말에 여자가 더 화를 냈다.“보면 어때서요. 난 정당하게 요구한 것이니 창피한 일도 아니잖아요.”생떼가 따로 없었다.염구준은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
이번은 경고일 뿐, 진짜 따지기 시작한다면 청해는 물론 용하에서 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빨리 병원에 이송하세요!”그때 교장이 교실 입구에 들어서더니 경비원을 불렀다.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귀찮은 이들이 발생할 것이다.교장이 염구준에게 물었다.“이사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습니까?”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다.“전 전적으로 교장님을 믿으니까 교장님이 처리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다시 떠넘겼다.그 정도 머리로 신경전을 벌이다니, 어림도 없었다.모든 일을 맡긴 후, 염구준은 학교를 떠나고 담임은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여자가 깨어났을 때 교장은 좋게 얘기를 나누었지만 고집이 만만치 않았다.염구준이 말한 것처럼 소송까지 한다고 윽박질렀다.결국 교장은 다시 기회를 주면서 또 이런 소란을 피우면 당장 퇴학하라고 경고했다.깜짝 놀란 여자는 본전도 못 찾고 바로 사과했다.나중에 염구준을 찾아가 사과하려 했지만 꼴 좋게 거절당했다.어떤 사람은 용수철 같아서 상대방이 강하면 약해지고 상대방이 약하면 강력하게 나온다.심지어 아무 일도 없는데 꼭 일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물론 이것은 나중에 발생한 일이었다.학교에서 나온 염구준은 바로 손씨 그룹에 가서 이제마를 기다렸다.왠지 밀당하는 것 같았다.전화하지 않을 때 아무 소식이 없다가 아침에 전화했더니 오후에 처방약을 보냈다.염구준은 경비실에 들어가 호찬 대신 입사 절차를 도와줬다.그에게 창고를 지키는 임무를 맡겼을 때 손가을이 찾아왔다.말하지 않아도 학교 일 때문일 것이다.아이의 일이라면 부모 모두 긴장하기 때문이다.“오늘 학교에서 학부모랑 싸웠어?”손가을이 떠보았다.“에휴, 오늘 재수가 없는 날인가. 미친 년을 만났지 뭐야.”염구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언짢게 말했다.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하하하. 당하지 않았으면 됐어. 희주가 요새 학교에서 잘 지낸대?”역시 손가을의 최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그럼요. 하지만 생산 라인이 없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어요.”이제마는 대답하면서 처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생산 라인이요?”손가을이 휴대폰을 들더니 보건품 생산 담당자를 불렀다.“손 대표님,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담장자는 2분만에 도착했다.“앉아서 이 처방을 보세요. 저희가 생산할 수 있을까요?”손가을은 처방을 건네며 물었다.담당자는 두 손으로 받아 자세히 읽어보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원료는 다 있습니다. 생산 라인만 조금 바꾸면 가능하지만 하루에 만 개만 생산할 수 있어요.”아쉽게도 수량이 너무 적었다.이제마의 처방에 따르면 매일 3번, 일주일을 먹어야 완전히 나을 수 있었다.삼선 클럽에서 미친듯이 신의 물을 시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은 해독약이 필요했다.“일단 가서 준비하세요.”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나으니 염구준은 담당자에게 지시했다.“생산 라인 하나로는 부족해요. 시간을 끌면 약을 먹어도 후유증이 남게 되죠.”이제마가 이해관계를 전부 털어놓았다.사태가 심각하여 두통이 밀려왔다.똑똑…염구준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했다.“내일 천약산시에 윤대약을 찾아갈게요.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윤씨네 제약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합한 생산 라인을 찾으면 문제없을 것이다.제약 방면에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일단 지인들부터 찾아야 했다.“그럴지도 모르죠. 비록 그 사람과 맞지 않지만 나라에 충성심이 강해서 어떻게 할지는 잘 알 거예요.”이제마도 이 방법에 동의했다.이유가 어찌 됐든 윤대약의 아들 윤성호가 염구준의 손에 죽었으니 단시간에 원한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그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이렇게 결정하죠. 일단 저랑 같이 식사하고 내일 출발할게요.”그런데 사태는 예상밖으로 더 악화되었다.저녁에 세상이 놀랄 만한 뉴스가 발표되었는데 전부 신의 물과
윤대약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얼굴을 찌푸리며 반격했다.두 사람의 기세를 보아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았다.중요한 순간에, 염구준이 나서서 중재를 섰다.“저희 들어가서 얘기하죠. 중요한 일이라 자세히 말씀드려야 합니다.”“알았다.”윤대약은 길을 안내하면서 이제마를 힐끗 노려봤다.이제마는 꼴 보기 싫은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세 사람이 정실에 도착하자마자 염구준이 여기로 찾아온 의도를 말하면서 처방약을 건넸다.윤대약이 처방약을 보더니 이제마의 걸작인 것을 알고 힐끗 쳐다봤다.“처방이 평범하네. 우리한테 생산 라인이 2개 있는데 매일 3만 정도 가능해. 하지만 원재료가 부족해서 3일 뒤부터 시작할 수 있다.”이제마의 처방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손씨 그룹의 설비와 악재 비축량이니 윤씨 가문에서 약재가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윤씨네 생산 라인도 별거 없네.”이제마가 타이밍을 잡고 신경을 긁었다.두 사람이 또 싸울 것 같아 염구준이 바로 말했다.“그럼 윤 선생님은 다른 제약회사를 알고 있습니까? 저한테 소개해 주세요.”3일을 기다려야 하다니 시간이 촉박했다.누군가 신의 물을 마시고 목숨이 위태해진 것만 상상해도 그는 마음이 불편했다.윤대약도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말했다.“이틀 뒤에 제약상회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제약 업계 거물들이 대부분 참석하거든. 그때 나랑 같이 가자. 설득할 수 있을지는 네 능력에 달렸어.”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틀 뒤에 만나고 약 생산을 서둘러 주십시오.”염구준은 일어서서 떠났다.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일이라 전화상으로 충분히 상의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에게 부탁하려면 직접 찾아가야 성의를 보여줘야 했다.그의 뒷모습을 보던 윤대약은 입술을 오므리다가 결국 털어놓았다.“염구준, 지난번 대결 이후 윤씨 산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어. 네가 트럭에 돈을 보냈냐?”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통쾌하게 말했다.“사람이 좋은 것 같아서 지원한 거예요.
퍽, 퍽!“주상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전화를 받자마자 치고 박는 싸움 소리와 청룡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딱 봐도 버티지 못하고 지원 요청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너와 직선 거리로 50킬로미터도 안 돼.”염구준이 휴대폰 화면에서 위치를 확인했다.다른 사람들은 그를 추적할 수 없지만 그는 전신전의 모든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었다.“저희가 삼선 클럽의 거주지를 공격했는데 반천인 고수가 있어서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부디 지원해 주십시오.”생사가 갈리는 중요한 순간에 청룡은 체면 따위 뒤로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끝까지 버텨. 지금 바로 갈게.”염구준은 전화를 끊고 전방 고속도로로 빠져 청룡에게 달려갔다.4대 전존의 실력으로 평범한 반천인 고수를 만나도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수 있다.하지만 상대방에게 조력자가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안전벨트 꼭 매세요.”염구준은 이제마에게 주의를 주고 전속으로 달렸다.동시에 외딴 산골에 한 무리가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한 쪽은 4대 전존을 비롯한 전신전 부하들이고 다른 한 쪽은 삼선 클럽 직원들이었다.조용하던 산골은 이미 전쟁 여파로 초토화되었다.“다들 끝까지 버텨! 주상님이 곧 오신다!”통화를 마친 청룡은 큰소리로 말하며 기세를 북돋았다.단서에 신의 물을 제조하는 장소라고 적혀 있어서 찾아왔는데 반천인 고수들의 거주지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누가 와도 너희들은 다 죽을 것이다!”상대방 측에 몸이 마른 남자가 이상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남자의 이름은 계찬, 삼선도가 용하 기지에서 키운 12명 노예 중 한 명이었다.호찬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4대 전존은 그를 상대하기 버거워 가까스로 버텼다.자칫 잘못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전신지상과 반천인은 한 발 차이지만 기운에서 많이 딸렸다.“결계를 쳐라!”청룡은 목숨을 걸고 최후의 작전을 펼쳤다.고대의 전투 작전을 펼치면 네 사람의 위력이 급속이 상승하지만 기운은 빨리 소모되었다.일단 기운이 소
“빨리 진을 만들어!” 계찬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11명의 사람이 그에게로 달려갔는데, 제일 약한 사람도 무성의 경지에 이른 강자였다.곧이어 그들 역시 고전진을 이루었다.쾅쾅!상대방이 공격 해오자 계찬은 서슴없이 공포스러운 기운을 풀었고, 이에 네 명의 전존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몇 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졌다.계찬 등이 만든 고전진은 보통이 아니었다. 무려 네 명의 전존들이 만든 것과 막상막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덟 명이고 또 반보천인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이길 수가 없었다.“너희 따위가 감히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겠어?”우세를 차지한 계찬은 이미 이겼다고 생각해 오만하게 말했다. 휙.청룡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노려보며 손을 저어 강제로 진을 해제했다.지금의 형세를 아주 똑똑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저 녀석을 막고 있을 테니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해.”만약 사투를 벌인다면 다 죽을 게 뻔했다.“아니, 안 가.”하지만 다른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거절했다.만약 청룡이 우세를 차지했다면 갔을 테지만 지금 그들이 떠나면 청룡은 죽을 게 뻔하니 당연히 갈 생각이 없었다.전신전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맹세했었다. 죽더라도 함께 죽기로 말이다.이건 결코 농담으로 했던 말이 아니었다.“아무도 갈 생각 하지마.”상대방의 생각을 알아차린 계찬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과감하게 공격했다.이곳의 기지는 노출돼선 안 되기 때문에 그는 누구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절대 못 가지.’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그들은 적절한 기회를 놓쳐버렸다.“목숨을 걸고 싸워라!”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청룡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돌진했다.죽는 건 두렵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전신전의 체면을 깎은 것만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죽어라! 다음 생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은 건드리지 마.”계찬은 흉악한 얼굴을 하고서 진의 위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고 4대 전존의 코앞까지 달려갔다.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 혹여나 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