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거든요. 저 말도 잘 듣고 성적도 전교 2등이라서 선생님이 항상 칭찬해 주거든요.”염희주는 부모에게 창피를 주지 않았다는 투로 자랑스럽게 말했다.“하하하. 그 부분은 아빠를 닮았어.”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었다.하지만 염희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평했다.“엄마를 닮아서 그렇죠.”부녀는 얘기를 나누면서 학교에 도착했다.어떤 학부모들은 벌써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주차하고 딸과 함께 그쪽으로 갔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어색하게 대했다.“이사님 오셨어요? 빨리 교장님한테 전달하세요.”사립학교는 염구준의 개인 재산으로 딸에게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산 것이다.학부모들도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다.“이사님 안녕하세요.”“이사님, 희주 학부모 회의를 주최하러 오셨어요?”염구준도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안녕하세요. 편하게 말씀하세요.”그는 오늘 학부모 입장으로 참석했다.이 초등학교는 조금 특별했다.교사들의 자질은 청해에서 손꼽힐 정도지만 대부분 가난한 집 자식들과 직원들 자식들이 학교에 다녔다.왜냐면 능력 있는 집 자식들은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 없지만 평범한 가정의 자식들은 그러지 못했다.염구준이 콧대를 쳐들지 않고 편하게 대한 덕분에 빠르게 학부모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이 직접 발탁한 교장이 도착했다.“염 선생님, 오셨습니까?”“교장님은 볼일 보세요. 오늘 학부모 회의를 하러 왔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그는 인사를 건네면서 시찰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학교에서 유일한 이사로서 모든 것을 감독할 권리가 있지만 지금 교장은 믿음직해서 모든 것을 맡겼다.“네, 그럼 얘기들 나누세요.”오늘 교장은 처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아 정신이 없었다.원래 아무렇지 않은 장면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다들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내는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어머님, 아버님들. 순서대로 들
“별일 다 보겠네. 사립학교에서 돈도 안 받고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도 주는데 뭐가 불만이야?”“우리 딸이 그랬는데, 지난주에 희주랑 같이 뒷줄에 앉았다고 했어요.”다들 염구준을 도와 말했다.비록 학력은 높지 않지만 시비도리는 따질 줄 알았다.“퉷! 가식적인 것들! 저 사람이 무슨 이득을 줘서 이렇게 나서는 거야?”여자는 혼자라도 굴복하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뭐가 불만인지 확실하게 말하지 않은 것을 보아 시비를 걸려는 게 뻔했다.다들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그만하세요.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세요. 담임 선생님을 난처하게 하지 말고요.”여자는 이때다 싶어 간사하게 웃었다.“우리 애가 성적이 좋아서 계속 앞에 앉겠다네요.”전에 염희주를 내세워 트집을 잡은 것은 핑계였다.“안 됩니다. 학교에 매주 자리를 바꾸는 규칙이 있어요. 그러니 규칙대로 하셔야 합니다. 누구도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아요.”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본인 학교에서 딸도 특수 대우를 받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당신이 뭐라고 여기서 명령질이야? 교장도 아니잖아.”여자가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전 학교 이사장입니다. 제가 하는 말에 따르셔야 해요.”염구준은 생떼를 부리는 사람과 도리를 따지기도 싫었다.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니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이사장이라고 함부로 명령해도 된단 말이야? 억울해 죽겠어. 흑흑.”여자는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울고불고 소란을 피우는 꼴은 아무리 신이라도 두통이 아플 것이다.평화롭게 진행했던 학부모 회의에서 갑자기 이런 소란을 피워 담임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타일렀다.“어머니, 저희 대화로 해결하시죠. 아이들이 창밖에서 보고 있는데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 말에 여자가 더 화를 냈다.“보면 어때서요. 난 정당하게 요구한 것이니 창피한 일도 아니잖아요.”생떼가 따로 없었다.염구준은 그래도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
이번은 경고일 뿐, 진짜 따지기 시작한다면 청해는 물론 용하에서 발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빨리 병원에 이송하세요!”그때 교장이 교실 입구에 들어서더니 경비원을 불렀다.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귀찮은 이들이 발생할 것이다.교장이 염구준에게 물었다.“이사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습니까?”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다.“전 전적으로 교장님을 믿으니까 교장님이 처리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다시 떠넘겼다.그 정도 머리로 신경전을 벌이다니, 어림도 없었다.모든 일을 맡긴 후, 염구준은 학교를 떠나고 담임은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여자가 깨어났을 때 교장은 좋게 얘기를 나누었지만 고집이 만만치 않았다.염구준이 말한 것처럼 소송까지 한다고 윽박질렀다.결국 교장은 다시 기회를 주면서 또 이런 소란을 피우면 당장 퇴학하라고 경고했다.깜짝 놀란 여자는 본전도 못 찾고 바로 사과했다.나중에 염구준을 찾아가 사과하려 했지만 꼴 좋게 거절당했다.어떤 사람은 용수철 같아서 상대방이 강하면 약해지고 상대방이 약하면 강력하게 나온다.심지어 아무 일도 없는데 꼭 일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다.물론 이것은 나중에 발생한 일이었다.학교에서 나온 염구준은 바로 손씨 그룹에 가서 이제마를 기다렸다.왠지 밀당하는 것 같았다.전화하지 않을 때 아무 소식이 없다가 아침에 전화했더니 오후에 처방약을 보냈다.염구준은 경비실에 들어가 호찬 대신 입사 절차를 도와줬다.그에게 창고를 지키는 임무를 맡겼을 때 손가을이 찾아왔다.말하지 않아도 학교 일 때문일 것이다.아이의 일이라면 부모 모두 긴장하기 때문이다.“오늘 학교에서 학부모랑 싸웠어?”손가을이 떠보았다.“에휴, 오늘 재수가 없는 날인가. 미친 년을 만났지 뭐야.”염구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언짢게 말했다.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뿐인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하하하. 당하지 않았으면 됐어. 희주가 요새 학교에서 잘 지낸대?”역시 손가을의 최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그럼요. 하지만 생산 라인이 없어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어요.”이제마는 대답하면서 처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생산 라인이요?”손가을이 휴대폰을 들더니 보건품 생산 담당자를 불렀다.“손 대표님,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담장자는 2분만에 도착했다.“앉아서 이 처방을 보세요. 저희가 생산할 수 있을까요?”손가을은 처방을 건네며 물었다.담당자는 두 손으로 받아 자세히 읽어보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원료는 다 있습니다. 생산 라인만 조금 바꾸면 가능하지만 하루에 만 개만 생산할 수 있어요.”아쉽게도 수량이 너무 적었다.이제마의 처방에 따르면 매일 3번, 일주일을 먹어야 완전히 나을 수 있었다.삼선 클럽에서 미친듯이 신의 물을 시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은 해독약이 필요했다.“일단 가서 준비하세요.”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나으니 염구준은 담당자에게 지시했다.“생산 라인 하나로는 부족해요. 시간을 끌면 약을 먹어도 후유증이 남게 되죠.”이제마가 이해관계를 전부 털어놓았다.사태가 심각하여 두통이 밀려왔다.똑똑…염구준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했다.“내일 천약산시에 윤대약을 찾아갈게요.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윤씨네 제약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합한 생산 라인을 찾으면 문제없을 것이다.제약 방면에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일단 지인들부터 찾아야 했다.“그럴지도 모르죠. 비록 그 사람과 맞지 않지만 나라에 충성심이 강해서 어떻게 할지는 잘 알 거예요.”이제마도 이 방법에 동의했다.이유가 어찌 됐든 윤대약의 아들 윤성호가 염구준의 손에 죽었으니 단시간에 원한을 풀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그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이렇게 결정하죠. 일단 저랑 같이 식사하고 내일 출발할게요.”그런데 사태는 예상밖으로 더 악화되었다.저녁에 세상이 놀랄 만한 뉴스가 발표되었는데 전부 신의 물과
윤대약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얼굴을 찌푸리며 반격했다.두 사람의 기세를 보아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았다.중요한 순간에, 염구준이 나서서 중재를 섰다.“저희 들어가서 얘기하죠. 중요한 일이라 자세히 말씀드려야 합니다.”“알았다.”윤대약은 길을 안내하면서 이제마를 힐끗 노려봤다.이제마는 꼴 보기 싫은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세 사람이 정실에 도착하자마자 염구준이 여기로 찾아온 의도를 말하면서 처방약을 건넸다.윤대약이 처방약을 보더니 이제마의 걸작인 것을 알고 힐끗 쳐다봤다.“처방이 평범하네. 우리한테 생산 라인이 2개 있는데 매일 3만 정도 가능해. 하지만 원재료가 부족해서 3일 뒤부터 시작할 수 있다.”이제마의 처방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손씨 그룹의 설비와 악재 비축량이니 윤씨 가문에서 약재가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윤씨네 생산 라인도 별거 없네.”이제마가 타이밍을 잡고 신경을 긁었다.두 사람이 또 싸울 것 같아 염구준이 바로 말했다.“그럼 윤 선생님은 다른 제약회사를 알고 있습니까? 저한테 소개해 주세요.”3일을 기다려야 하다니 시간이 촉박했다.누군가 신의 물을 마시고 목숨이 위태해진 것만 상상해도 그는 마음이 불편했다.윤대약도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말했다.“이틀 뒤에 제약상회에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제약 업계 거물들이 대부분 참석하거든. 그때 나랑 같이 가자. 설득할 수 있을지는 네 능력에 달렸어.”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틀 뒤에 만나고 약 생산을 서둘러 주십시오.”염구준은 일어서서 떠났다.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일이라 전화상으로 충분히 상의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에게 부탁하려면 직접 찾아가야 성의를 보여줘야 했다.그의 뒷모습을 보던 윤대약은 입술을 오므리다가 결국 털어놓았다.“염구준, 지난번 대결 이후 윤씨 산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어. 네가 트럭에 돈을 보냈냐?”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통쾌하게 말했다.“사람이 좋은 것 같아서 지원한 거예요.
퍽, 퍽!“주상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전화를 받자마자 치고 박는 싸움 소리와 청룡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딱 봐도 버티지 못하고 지원 요청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너와 직선 거리로 50킬로미터도 안 돼.”염구준이 휴대폰 화면에서 위치를 확인했다.다른 사람들은 그를 추적할 수 없지만 그는 전신전의 모든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었다.“저희가 삼선 클럽의 거주지를 공격했는데 반천인 고수가 있어서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부디 지원해 주십시오.”생사가 갈리는 중요한 순간에 청룡은 체면 따위 뒤로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끝까지 버텨. 지금 바로 갈게.”염구준은 전화를 끊고 전방 고속도로로 빠져 청룡에게 달려갔다.4대 전존의 실력으로 평범한 반천인 고수를 만나도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수 있다.하지만 상대방에게 조력자가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안전벨트 꼭 매세요.”염구준은 이제마에게 주의를 주고 전속으로 달렸다.동시에 외딴 산골에 한 무리가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한 쪽은 4대 전존을 비롯한 전신전 부하들이고 다른 한 쪽은 삼선 클럽 직원들이었다.조용하던 산골은 이미 전쟁 여파로 초토화되었다.“다들 끝까지 버텨! 주상님이 곧 오신다!”통화를 마친 청룡은 큰소리로 말하며 기세를 북돋았다.단서에 신의 물을 제조하는 장소라고 적혀 있어서 찾아왔는데 반천인 고수들의 거주지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누가 와도 너희들은 다 죽을 것이다!”상대방 측에 몸이 마른 남자가 이상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남자의 이름은 계찬, 삼선도가 용하 기지에서 키운 12명 노예 중 한 명이었다.호찬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4대 전존은 그를 상대하기 버거워 가까스로 버텼다.자칫 잘못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전신지상과 반천인은 한 발 차이지만 기운에서 많이 딸렸다.“결계를 쳐라!”청룡은 목숨을 걸고 최후의 작전을 펼쳤다.고대의 전투 작전을 펼치면 네 사람의 위력이 급속이 상승하지만 기운은 빨리 소모되었다.일단 기운이 소
“빨리 진을 만들어!” 계찬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11명의 사람이 그에게로 달려갔는데, 제일 약한 사람도 무성의 경지에 이른 강자였다.곧이어 그들 역시 고전진을 이루었다.쾅쾅!상대방이 공격 해오자 계찬은 서슴없이 공포스러운 기운을 풀었고, 이에 네 명의 전존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몇 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졌다.계찬 등이 만든 고전진은 보통이 아니었다. 무려 네 명의 전존들이 만든 것과 막상막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덟 명이고 또 반보천인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이길 수가 없었다.“너희 따위가 감히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겠어?”우세를 차지한 계찬은 이미 이겼다고 생각해 오만하게 말했다. 휙.청룡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노려보며 손을 저어 강제로 진을 해제했다.지금의 형세를 아주 똑똑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저 녀석을 막고 있을 테니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해.”만약 사투를 벌인다면 다 죽을 게 뻔했다.“아니, 안 가.”하지만 다른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거절했다.만약 청룡이 우세를 차지했다면 갔을 테지만 지금 그들이 떠나면 청룡은 죽을 게 뻔하니 당연히 갈 생각이 없었다.전신전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맹세했었다. 죽더라도 함께 죽기로 말이다.이건 결코 농담으로 했던 말이 아니었다.“아무도 갈 생각 하지마.”상대방의 생각을 알아차린 계찬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과감하게 공격했다.이곳의 기지는 노출돼선 안 되기 때문에 그는 누구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절대 못 가지.’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그들은 적절한 기회를 놓쳐버렸다.“목숨을 걸고 싸워라!”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청룡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돌진했다.죽는 건 두렵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전신전의 체면을 깎은 것만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죽어라! 다음 생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은 건드리지 마.”계찬은 흉악한 얼굴을 하고서 진의 위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고 4대 전존의 코앞까지 달려갔다.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 혹여나 일
네 사람은 일제히 대답하고 다른 전역을 향해 달려갔다. 비록 상태가 좋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오합지졸을 상대하기엔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들과 한패였구나?” 계찬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염구준은 도명욱을 죽이고 호찬을 거둬들인 탓에 삼선 클럽의 위험인물로 찍혀 사람들의 수중에 그의 사진이 있었다.“오, 날 알면 얘기가 쉬워지겠네. 이러면 너도 눈 감고 죽을 수 있겠어.”염구준은 대답을 하고 나서 바로 기운을 내뿜었다.삼선 클럽 사람들과 딱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 그저 삼선 클럽을 뿌리째 뽑고 싶기만 했다.“오만하기는. 내가 만든 진은...”계찬이 계속 떠들어댈 때, 염구준은 바로 돌진했다.모래주머니만한 크기의 주먹에는 기운이 모여있었고, 권봉도 솟아올라 있어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주었다.“힘 아끼지 말고 전력을 다해서 막아!”이 기세를 본 계찬은 무서워서 사람들을 얼른 재촉했다.이렇게 강한 기운을 처음 느껴보기 때문에 자신이 없어서였다.“하앗!”전진 중의 12명은 크게 소리치며 진기를 극대치로 끌어올리고 함께 단단한 방어막을 만들었다. 계찬은 이렇게 강대한 방어막이 있는 이상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펑!그러나 염구준의 한방에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던 방어막은 부숴져 자그마한 진기로 변한 뒤 공기중에 흩어졌다.일격도 당해 내지 못 한 것이다.“전진은 괜찮았지만 실력이 좀 약해. 만약 12명의 반보천인이 만든 거였다면 터무니없이 강했을 텐데.”염구준은 담담하게 평가했다.물론 이건 그도 한 번 말해본 것에 불과했다. 반보천인이 그렇게 흔한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커헉!”유일하게 살아남은 계찬은 겨우 일어서서 피를 토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분명했다.그의 얼굴에는 현재 충격 받은 표정만 어려있었다.“삼선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염구준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삼선이 정말로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호찬이 했던 말
거록 전주의 몸은 전보다 더 커졌는데, 근육이 전부 밖으로 드러났고, 외형 뿐만 아니라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전보다 더욱 강했다.“사술로 생명력을 끌어올린 걸 보면 목숨을 걸겠다는 건가?”상대방의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검을 다시 한 번 휘둘렀다.지금 이 수단까지 쓴 이상, 거록 전주는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쾅!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붙은 결과, 염구준이 뒤로 밀려났다. 기술이 아닌 순수히 힘에서 밀린 거였다.염구준의 신체 능력도 강하긴 하지만, 지금의 거록 존주는 그보다 더 강했다.‘육신이 반보천인의 극한까지 된 건가?’염구준은 속으로 의혹스러워했다.쾅! 쾅!거록 존주는 쉼 없이 강력한 두 주먹을 빠르게 날렸고, 두 발 역시 쉬지 않고 염구준의 중요부위를 걷어찼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거록 존주가 이미 완전히 우세를 차지했으며 승부가 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들 중 누군가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누군가는 또 기뻐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브레인이었다.그는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더 싸워라. 둘다 죽어버리면 더 좋고!”그러나 이때, 염구준이 화를 내면서 상황도 역전하기 시작했다.“오? 날 때리는게 재밌나 봐?”이윽고 그는 옅은 금빛 기운을 내뿜으며 두 검의를 함께 써 거록 존주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거록 존주는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염구준은 정밀한 내공과 초보적으로 형성된 검의, 그리고 각종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두 사람의 싸움은 다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이런 싸움에서는 강한 필살기가 없으면 쉽게 결판을 내기 어려웠다.검일참공은 이미 사용했으나 부상을 입히기에 성공했을 뿐, 그를 죽이지는 못했으니 새로운 검식을 사용해야 했다.염구준은 계속 검술을 갈고 닦군 했는데, 최근 또 다른 깨달음을 얻어 그걸 파고들던 참이었다.비록 완전히 익히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초
염구준은 두 다리에 힘을 모아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뒤, 전장 한가운데로 착지했다.그는 이미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 잡지 않는 건 그들이니 그를 탓할 수 없다는 거다.“염, 으워!”염구준을 본 순간, 거록 존주는 포효하며 눈이 더욱 짙게 붉어졌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이윽고 그는 야수가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듯이 손발을 모두 바닥에 놓고 힘껏 도약해 덤벼들었다.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우웅.검명과 함께 염구준 역시 검을 뽑아 들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록 존주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쾅!거록 존주는 두 팔을 교차해 몸으로 검을 막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두 팔에는 겨우 얕은 상처 밖에 남지 않았다. ‘저렇게 강한 육신이라니.’이걸 본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하며 즉시 검을 거두고 연속으로 공격을 이어갔으나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도 거록 존주는 겉만 살짝씩 다칠 뿐, 중상을 입지 않았다.‘몸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지?’더 이상 공격을 퍼부어도 크게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결정적인 일격을 날리기 위해 검기를 모았다. “저게 진짜 실력이었어?”브레인은 얼굴을 떨며 두근대는 심장을 붙잡고 전장을 바라보았다.‘전에 싸우지 않기를 잘했어.’쿵!그 순간 거록 존주가 갑자기 허공에 내뿜은 핏빛의 기운이 주위 사람들을 공격하며 무력이 약한 일부 무인들을 순식간에 죽였다.강자들의 싸움들은 아무나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모두 뒤로 물러나!”각 세력의 대표들은 즉시 자신들의 부하들을 불러 멀리 후퇴하도록 지시했다.이제야 그들은 거록 존주가 지금껏 자신들과 싸우면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팀장님, 저희도 나서죠?”붉은 장미가 앞으로 가서 지시를 기다렸으나 브레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답했다.“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세요. 제가 염구준을 돕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상대방의 단호한 태도에 붉은 장미는 더 이상
‘말려도 듣질 않네.’상대방에게 아무리 충고해도 쓸모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책상 위의 문서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정보 고마워요.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말을 마친 뒤, 그는 노교수 일행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바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평소에 사냥을 나서던 거록 존주조차도 모습을 감춘 이날 밤, 석굴암 유적지는 매우 고요했다. 그가 평소와는 달리 사냥에 나서지 않은 건 염구준의 존재가 위압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한편, 염구준은 방으로 돌아가 석굴암 유적지의 지도를 펼친 후, 붉은 장미가 제공한 거록 존주의 이동 경로를 참고하며 표식을 남기기 시작했다.유적지가 좀 넓기 때문에 무작정 찾는다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도를 보는 중간에 노교수가 찾아오긴 했으나, 염구준은 그를 무시했다.이른 아침,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에 염구준은 떠날 준비를 마쳤다.1층으로 내려서자마자 그는 떠날 준비를 마친 노교수 일행을 마주쳤는데, 이제껏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일행에는 어제 붉은 장미에게 두들겨 맞았던 수호도 있었는데, 그녀의 주먹이 무서웠던 모양인지 전처럼 멋대로 떠들지 않았다.“그 붉은 눈을 가진 야수를 찾으러 가시는 거 맞죠? 그럼 가는 동안 서로 의지도 할겸, 같이 가시죠.”노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동행을 제안했으나 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계속 걸어갔다.“필요 없습니다. 전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서요.”그러자 노교수 일행의 여성 조수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사고뭉치도 아니고, 그냥 동행하자는 것 뿐인데요.”솔직히 말하면, 염구준의 눈에 그들은 정말 사고뭉치와 다를 게 없었다.“남의 심기를 쓸데없이 건드리지 말고 그쯤하시죠.”말을 마친 후, 그는 빠르게 나가며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뭐가 이렇게 빨라?’이 모습을 본 일행이 넋이 나가있을 무렵,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노교수가 급하게 재촉했다.“어
끼익!수호가 또 한마디 하려던 찰나, 민박집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너무 예쁘잖아?’이에 두 청년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 꽂혔다. 그들은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그녀를 주시했다.“저기, 여기 빈자리 있어요.”수호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으나 여성은 그를 보지도 않고 곧장 염구준의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염 선생님, 타겟과 관련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그녀는 다름 아닌 붉은 장미였다.완전히 무시당한 수호는 체면이 구겨진 것만 같아 수치심과 질투심에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퉷, 세컨드였잖아. 더러운 년.”그의 입은 정말 더러웠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쾅!가만히 있다가 모욕을 당한 붉은 장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한 손으로 빠르게 그의 목을 움켜쥐고 벽에 눌러버렸다. “입을 다물지 못하겠으면 내가 네 혀를 뽑아줄게.”“그 손 놔!”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청년이 흥분하며 소리치면서 이 틈을 타 그녀에게 손을 대기 위해 달려들었다. 짝!그러나 뺨 맞는 소리와 함께 그는 바로 거꾸로 날아갔다.“아가씨, 제발 멈춰주세요. 저희는 악의가 없었습니다.”이에 노교수가 급히 일어나 말렸고, 나머지 두 여성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쾅!“한 번만 더 그러면 다음번엔 네 혀를 잘라버리겠어.”상대방이 용하국인임을 보아낸 그녀는 말을 하며 수호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이 강력한 충격에 그는 바로 의식을 잃어 말을 하지 못했다.이 모든 걸 마친 후, 붉은 장미는 자리에 돌아가 앉았으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염 선생님, 거록 존주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방금 전 전투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타깃이 사라졌다는 건 일이 더 귀찮게 꼬였음을 의미했다.“외곽에서 망을 보던 사람들 중에 거록 존주가 석굴암을 떠나는 걸 본 사람은 없었나요?”염구준은 이 중요한 사실만을 확인하고 싶었다.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석굴암 유적지 안에 숨어 있는
“나 쳐다보지 말고 전장 정리나 해!”브레인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것이 화가 나고 수치스러워 주위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했고, 이에 사람들은 묵묵히 시선을 돌리고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염구준처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와 맞설 용기가 없어서였다.한편,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염구준은 거록 존주가 남긴 혈흔을 따라 추적하기 시작했다.그러나 혈흔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마지막엔 발자국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날이 어두워지고, 흔적도 없어진 탓에 그는 거록 존주가 석굴암에 있다는 걸 알아도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누군가 있어.’이때, 염구준은 뒤쪽에 멀리 떨어진 낮은 벽 뒤에 두 명의 그림자가 숨어있는 것을 감지하고는 고개를 저었다.“에휴. 날 그렇게 싫어하면서 굳이 따라오다니. 자존심도 없나.”그러나 그는 숨어있는 이들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몇 킬로미터 떨어진 불빛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곳은 작은 마을로,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마을 사람들도 작게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탓에 장사가 크게 번창하지는 않았다.염구준은 곧 마을의 한 민박집에 주차했다.“손님, 돌아오셨군요. 뭐 좀 드실래요?”이때, 염구준의 모습을 본 식당 주인이 직접 나와서 그를 맞이하며 물었다.“차 한 주전자에 양 한 마리 통구이, 그리고 반찬 몇 가지 알아서 준비해 주세요.”염구준은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돈뭉치를 꺼내 식당 주인의 손에 쥐여 주었다.그러나 식당 주인은 돈을 몇 장 센 뒤, 나머지를 돌려주며 말했다.“손님, 이 정도까진 필요 없습니다.”이 지역에는 비록 나쁜 사람들도 존재하긴 했지만 순박한 성품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랬기에 브레인이 이들을 미끼로 쓰겠다고 했을 때, 염구준이 그렇게 화를 낸 거였다. ‘짐승보다 못한 새끼지.’“나머지는 팁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받으세요. 제가 앞으로 얼마나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고, 신세도 질 수 있으니까요.”“대신 빨리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데 정신이 팔려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푹!이에 화가 난 브레인은 가까이 있던 사람 중 한 명을 베어버렸고, 놀란 사람들은 그제야 싸움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내분으로 죽은 사람들과 거록 존주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을 합치면 이미 40명은 족히 넘었고, 부상자는 백 명에 가까웠다. ‘피해가 너무 커.’브레인이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검집을 등에 메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들어온 염구준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상황이 웃기다는 듯 미소 지었다.과거 만성에서 수많은 세력이 브레인을 지지했던 결과가 바로 이따위니까 말이다. ‘자업자득이지.’“염구준, 거기서 비웃고만 있지 마. 방금 전엔 왜 도와주지 않은 거야?”브레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염구준을 노려보며 따지듯이 물었다.“제가 나서든 말든은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닐 텐데요.”그러나 그의 공격적인 말투가 마음에 안 든 염구준은 차갑게 대답했다. 사실은 방금 막 도착해서 도와주지 못 한 거였지만 변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염구준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염 선생님!”과거 바위성 작전에 참여했던 무인 몇 명이 공손히 인사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바위성 작전 때는 거의 힘을 쓰지 않고도 일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피해만 크게 입고 아무런 성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비교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 그들도 이처럼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잘 회복하고 몸조심해.”염구준은 대답하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 거록 존주가 도망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석굴암은 무너진 건축물이 많아 시야가 제한적이라, 사람을 찾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염 선생님, 저희도 데리고... 아니, 저희와 함께 하시죠. 그 자는 너무 강합니다.”이때, 누군가 참지 못하고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설득했다.이대로라면 브레인의 무리한 작전에 모두가 죽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전 한 번 내린 결정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들
“공격해!”붉은 장미는 힘차게 외치며 무기를 꺼내 돌진하려 했으나 브레인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으면서 미소를 지었다.“여러분들은 굳이 나설 필요 없습니다. 이건 저희 리아 성전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뒤에서 지원만 해주시면 돼요.”말투는 공손했지만, 결국엔 공을 독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다른 세력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한 발 물러나며 행동으로 그의 말을 따랐다.말을 마친 뒤, 브레인은 또 다른 반보천인과 함께 거록 존주에게로 돌진했다. 한편, 남은 한 명의 반보천인은 그들과 같은 편이 아니었기에 뒤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만 죽어라, 거록 존주!”브레인은 복잡한 전략적 기교 없이 정면으로 장풍을 날렸다.쾅!이에 거록 존주 역시 주먹을 날렸고, 붉은 혈기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순식간에 폭발적인 힘을 냈다.둘이 정면으로 맞붙은 결과, 실력이 한 수 아래인 브레인이 뒤로 몇 발자국이나 밀려나갔다.다른 반보천인은 거록 존주에게 붙잡혀 그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만 몰두하느라 반격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지금의 거록 존주는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내가 너무 큰소리친 것 같네.’슉!브레인은 생각을 마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기운을 끌어올려 공격에 나섰다. 이기지 못할 걸 알면서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은 건, 이미 허세를 부린 이상 끝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체면이 깎이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렇게 싸움은 계속됐고, 브레인과 그의 동료는 협력하며 거록 존주와 대치했다.브레인이 나서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도를 모르는 어떤 사람들은 해바리기씨를 까먹으면서 유유히 구경했다.한편, 브레인과 그의 동료는 합이 매우 잘 맞았는데, 브레인이 공격을 하고 그의 동료는 옆에서 서포트를 하며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이렇게 시간을 끌면 반드시 이길 수 있어.’상황이 어느 정도 분명해지자 마음을 놓은 브레인은 다시 득의양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감히 저 어르신과 아이를 괴롭히는 놈 있으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알아서 해.”“네, 네,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습니다!”사람들은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염구준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쁜놈이 사라진 것을 기뻐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심지어 원한이 깊은 몇몇은 죽은 이의 시체를 향해 발길질을 하며 분을 풀기도 했다.염구준은 차에 올라타면서 어린 소년에게 웃으며 말했다.“앞만 보고 살아. 네 셋째 할아버지 잘 보살펴 드리고.”“네!”“저는 강민우라고 하는데,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이 은혜는 제가 커서 꼭 갚을게요.”어린 나이임에도 철이 든 소년은 염구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말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말을 마친 뒤, 염구준은 차를 몰고 남쪽의 석굴암 유적지를 향해 떠났다.어떤 사람들은 그저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기 때문에 염구준은 이 일을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다만 수년 후, 국외에 강민우라는 이름을 가진 강자가 나타났고, 그도 염구준이라는 이름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게 되었다.하지만 이는 모두 나중의 이야기므로 우선 미뤄 두기로 하자.염구준은 남쪽으로 향하는 길 내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달렸다.‘이 속도라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석굴암에 도착할 수 있겠네.’‘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브레인 일행은 어느 정도까지 움직였을까?’석굴암 유적지는 과거에 한 고대 왕국이 자리 잡고 있던 곳으로, 어찌 된 일인지 하루아침에 왕국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황폐해진 곳이었다.이것에 관해 수많은 소문들이 도는 탓에, 이곳에 와서 유적을 조사하고 발굴하는 사람들과 탐험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오늘은 특히 북적거렸다.브레인이 거록 존주를 처단하기 위해서 200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왔기
“내려오세요. 지금 가야 합니다.”염구준은 차 앞에 다가와 좋게 말했다.옆에서 그 장면을 보던 노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었다.“차키 남기고 가. 차는 우리 거야!”그때 차에 올라간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염구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리 대놓고 약탈해도 염구준의 차를 탐내다니 정말 배짱에 탄복했다.“철구야, 이분은 내 은인이야. 얌전히 내려와!”노인은 용기를 내서 부탁했다.철구는 마을에서 소문난 깡패였다. 자주 약한 사람들을 괴롭혀서 마을 사람들은 피해서 다녔다.“꺼져! 누가 내 돈줄을 막으면 바로 죽일 거야!”철구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염구준이 만성시에서 대여한 SUV는 꽤 가격이 나가서 철구의 눈에 금덩어리처럼 보였다.그때 철구의 쫄따구가 염구준의 신발을 보더니 눈빛을 반짝거렸다.“대장, 저놈 신발 멋진데요. 저한테 주면 안 돼요?”그러자 철구가 염구준을 노려보면서 당당하게 말했다.“들었어? 신발 벗어. 그냥 옷도 벗고 팬티만 입고 가.”“하하하.”그 말에 옆에 쫄따구들이 깔깔 소리내면서 웃었다.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려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몸에서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당장 내 차에서 내려. 한번만 경고한다!”“어허, 건방지네. 본때를 보여줘야겠네.”철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부하에게 지시했다.오늘 부하들이 많으니 그들 앞에서 위세를 부리기 딱 좋았다.그들은 염구준의 정체도 모르고 비수를 꺼내 혀로 쓱 핥더니 재빠르게 공격하기 시작했다.“죽어도 싼 놈들!”염구준은 사나운 기운을 폭발시키며 가운데를 향해 돌진했다.그렇게 일격으로 모든 깡패들을 전부 쓰러트렸다.옆에서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충격을 먹고 입을 떡 벌렸다.스스슥!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을 뿌려 차 위에 있는 철구를 날려버렸다.그리고 말없이 차문을 열었다.행패를 부리고 다니던 철구는 이번에 큰 망신을 당하자 여기서 가만있지 않았다.“개 자식, 무슨 요상한 술법을 쓴 거야. 널 가만두지 않겠다!”철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