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전의 사람들은 곧 기지 안의 노인들을 구해냈는데, 위독한 사람들은 헬리콥터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고 나머지는 한쪽에서 차를 기다리게 했다. 도시로 실어간 뒤 그곳에서 다시 집까지 태워다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사람들의 모습은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구준이 너니?” 이때, 한 노인이 압축 비스킷을 뜯으며 염구준의 앞으로 걸어갔다. “당신은...”노인은 온몸이 지저분하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뒤엉켜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야.”이 말에 그는 수염을 다듬고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드러냈다.상대방을 알아본 염구준은 마음이 조금 복잡해져 얼굴이 굳어졌다.며칠 전, 상대방은 진숙영을 끌고 삼선 클럽의 다른 지부를 찾아가려고 했었고, 완곡하게 충고하는 진숙영을 향해 얼굴을 구기고는 악담을 퍼부었었다.“휴, 먼저 가서 쉬세요. 조금 있다가 차가 도착하면 집에 갈 수 있을 거예요.”염구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굳이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뭐라고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로 정신 차리고 앞으로 사기 당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그가 비록 용하국의 수호신이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구를 모두 옆에서 지킬 수는 없는 법이었다.“그래, 고마워.”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후회를 한 게 분명했다.다른 사람들의 상태로 볼 때, 모두 적지 않게 놀란 것 같아 보였다.‘어쩌면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악몽이 될 수도 있겠지.’하지만 모두 자신이 선택한 길이므로 이건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었다.앞에 있는 노인을 보면서 마음이 매우 불편했던 염구준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 휴대폰을 꺼내 손가을에게 사람들이 삼선 클럽을 믿지 않도록 이 일을 널리 퍼뜨려 달라고 메세지를 보냈다.[알겠어.]얼마 지나지 않아 손가을이 답장을 보내왔다.곧이어 버스와 대형 수송기가 도착했고, 사람들은 재빨리 이곳을 떠났다.쾅!큰 소리와 함께 기지 전체가 무너졌고, ‘
한편, 이 도시의 밝은 등불이 켜진 방 안에서 누군가 크게 화를 내고 있었다. 팍!“나쁜 새끼, 겨우 하나 밖에 없는 ‘신의 물’ 생산 기지를 박살내?”화를 내는 사람은 당연히 우대영이었다.만약 황지혁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벌써 뛰쳐나가서 염구준과 싸웠을 것이다.생산 기지가 박살난 것도 모자라 불리한 보도기사까지 퍼졌으니 삼선 클럽은 이번에 큰 일이 난 셈이었다. 그는 현재 심장까지 아팠다.“침착해. 우리 둘만으로는 그 놈의 적수가 아니니까.”황지혁은 그에 비해 매우 듬직했다.낮에 염구준이 한방으로 계찬의 진을 부순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서 그들에게 전해졌었는데, 당시 그들은 매우 크게 놀랐었다.“그럼 어떻게 할 건데?”우대영은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황지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신의 계획을 말해주었다.“우선 먼저 수중에 있는 ‘신의 물’ 을 처리하고 도망칠 준비를 하자.”“그리고나서 나머지 10여 명의 부하들더러 염구준을 죽이라고 하는 거야.”삼선 클럽의 명성은 이미 더럽혀져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건 도망가는 거잖아. 돌아가서 도주님한테는 어떻게 말 할 건데?”우대영은 지금 화가 난 상태라 상대방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남자라면 응당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염구준과 한 번 붙어보고 싶었다.황지욱은 더 이상 말리지 않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네 마음대로 해. 다만 갈 거면 너 혼자 가.”사람이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같은 계급의 사람이 자신을 막 대하니 그 역시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화내지 마. 형 말대로 하자.”우대영은 심호흡을 하고 결국 타협했다. 어쩔 수 없었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더 똑똑하니까 말이다.두 사람은 곧바로 염구준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제마는 배가 고팠지만 일부러 아닌 척 말했다.“겨우 아침 사준 걸로 제가 이 일을 그냥 넘어갈 거란 생각 하지 마세요.”이때 백학 건물은 비록 열지 않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라서 그런 이야기인 것으로 오해를 할 수도 있었으나 염구준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다름 아닌 두 사람 모두 강호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저를 보는 눈빛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한 눈 본 뒤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예민한 통찰력을 가졌네.’팍!노인은 준비를 마친 후에 책상을 두드리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오늘 할 이야기는 인류 동맹군의 분기와 사방으로 흩어진 팔옥패에 관한 것이야.”“당시를 회상해보면...”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흥미진진하게 들었지만, 염구준은 다른 생각에 빠졌다.‘팔옥패가 나한테 있는 옥패와 연관이 있을까?’그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열심히 들었지만 첫 마디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날조한 것처럼 신빙성이 높지 않았다.‘하긴, 옥패와 연루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멋대로 떠들고 다닐 리가.’그러나 그는 여전히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노인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여겨졌다.사람들이 한참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을 때,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와 좋지 않은 말투로 얘기했다.“여기서 길 막지 말고 다 꺼져.”이에 옆에 있던 소녀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미 관광지 노점비까지 줬는데, 댁이 뭐가 돼서 우리 보고 가라 마라예요?”강호의 사람이 겨우 경호원 몇 명을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야, 오늘 제약상회에서 행사를 거행하니까 여기서 길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말 안 들으면 그 결과는 혼자 감당해.”경호대장의 말에는 협박이 가득했다.소녀는 계속 말대꾸를 하려고 했으나 노인이 그녀를 불러세웠다.“너는 사람이야. 사람이 개랑 어떻게 제대로 소통을 할 수 있겠어?”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만, 그것도 자칫하면 맞을 수도 있는 말만 골라서 한 걸 보면 그가 조금 개구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어이, 노인네, 죽고 싶어?”이에 경호대장은 버럭
“죄송하지만 백학 건물이 아직 오픈 전이라서요. 12시에 다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문 앞에 서 있던 손님을 맞이하는 종업원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 제약업계의 거물들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염구준도 조급해하지 않고 이제마를 바라보았다.“가서 먼저 뭐 좀 먹죠. 제가 살게요.”“꺼져, 그렇지 않으면 너까지 때릴 거야!”경호대장은 자신의 앞을 막는 상대방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이 안 통하면 주먹을 쓸 수밖에.’이에 염구준은 조소했다.“그것도 그럴 능력이 있어야지.”비록 사실이긴 했으나 상대방의 귀에는 그가 지금 시비를 거는 것처럼 들렸다.“봐주지 말고 때려!”경호대장은 명령을 내린 뒤 뒤에 있는 고무막대기를 꺼내 염구준에게로 돌진했다.‘드디어 싸우는 건가?’구경꾼들은 흥미가 돋아 볼만한 장면이라도 놓칠 새라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퍽퍽!그러나 누군가가 경호원들 사이를 누비더니 곧 그들을 날려버렸다.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끝나버린 거다.‘내 눈이 잘못된 건가?’구경꾼들은 제대로 보지 못해서 눈을 비볐지만 이건 정말 실제 상황이었다.다만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반인의 육안으로는 전혀 포착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반보천인이구나!”이 모습을 본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염구준은 청력이 좋았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당연히 다 들을 수 있었다.‘내 생각이 맞았어.’“안녕하세요, 어르신.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여쭈어 보아도 될까요?”눈앞의 노인도 마찬가지로 반보천인이고 또 실력도 보기 드물 정도로 강한 것 같기 때문에 염구준은 예의를 차리고 물었다.“하하, 난감했는데 도와줘서 고마워요. 전 그냥 이야기꾼에 불과하답니다.”노인은 명랑하게 웃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다.전에 염구준 또한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중요한 건 팔옥패에 관한 정보였다.염구준은 이야기꾼에 대해 더 이상 추측하지 않고
“오만하네요. 이따가 옥패를 빼앗긴 후 울지 마세요.”이야기꾼은 천천히 일어나면서 기운을 내뿜었다.기세를 보아하니 염구준과 제대로 붙어볼 생각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행위를 보고 이해할 수가 없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영감이 자살하려는 건가?”“그러니까. 거의 저 세상 가실 정도로 나이도 드신 분이 젊은이와 싸운다고? 자살행위랑 다름이 없지.”그러나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수시로 공격할 수 있도록 계속 운기를 진행했다.쌍방 모두 상대방이 약하지 않다는 걸, 아니 심지어는 전체 반보천인 중에서도 실력이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슉.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는데, 염구준은 주먹을 날려 공격했고 노인은 손바닥을 내밀어 주먹을 막았다.구경꾼들은 보이지 않는 압력에 눌려서 움직일 수도, 제대로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쾅!주먹과 손바닥이 부딪치자 두 사람을 원심으로 한 기파가 원 모양으로 퍼졌다.이 일격은 서로의 실력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두 사람 모두 힘을 많이 쓰지 않았었다.그러나 구경꾼들은 버티지 못하고 기파에 휩쓸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잘 배웠습니다!”염구준은 주먹과 힘을 거둔 뒤 입꼬리를 올렸다.비록 비긴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그들은 서로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속으로 알고 있었다. “옥패 세 개를 차지한 사람답게 역시 강하네요. 제가 졌습니다.”이야기꾼은 자신이 상대방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공수하며 말했다. 비록 아직 그에게는 쓰지 않은 비장의 카드들이 있었지만 상대방도 그런 게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방금 전 일격에서는 정말로 졌기 때문이었다. 염구준은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이 틈을 타서 추궁했다.“옥패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이야기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여기는 보는 눈이 많으니 장소를 옮기죠.”“제가 할 일이 있어서 지금은 안 될 것 같고요, 주소 남겨주시면 후에 찾아뵙겠습니다.”시간이 벌써 11시반이었
입구의 종업원들은 메뉴얼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이기 때문에 염구준도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왔는데, 아우라가 보통이 아닌 사람이 가장 앞에 있었고 그 뒤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있었는데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이때, 우두머리가 걸어와 비꼬듯이 말했다. “오, 윤 대사님 아닙니까? 왜 문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하시는 거죠?” 말투를 들어보면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윤대약은 비지니스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우 선생님, 제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괜찮으시면...”윤대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성재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고는 조롱하듯 말했다.“그건 안 될 것 같네요. 이번 활동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제약업계의 재벌가들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그의 행위는 일부러 태클을 거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염구준은 이번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미리 충분히 준비해뒀기 때문에 사람들의 정보를 다 기억하고 있었다.그의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우성재로, 우씨 그룹의 회장이자 제약상회의 회장이며 이번 활동을 연 사람이었다.“말이 지나치시네요.”윤대약은 목소리를 굳히며 조금 화를 냈다.만약 염구준을 백학 건물에 들여보내야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요.”우성재는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생각해 겁이 없었다. 이때, 그의 뒤에 있던 경호대장이 염구준을 줄곧 쳐다보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바로 저 사람이 저희를 때렸습니다.”염구준이 경호원들을 때린 행위는 단순히 그들을 때린 게 아니라 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개를 때리려 해도 주인이 누군지부터 봐야 하니까 말이다. 우성재는 눈을 굴리더니 곧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간사한 표정을 지었다.“들어갈 수야 있죠. 제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세 번 하면서 사과만 하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윤대약은 크게 화가 나 소리를 질렀다. “너무 지
‘여기서 더 나댔다간 죽을 게 분명해.’“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쪽이 방금 전에 건 조건이 좋은 것 같으니 수량을 열 배로 올리죠. 다만 그쪽이 그쪽 경호원들한테 절을 해야 합니다.”염구준은 당연히 이 일을 좋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그건...”우성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염구준에게 절을 한다면 강자에게 한 것에 속하니 크게 부끄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기르는 개에게 절을 한다는 건 달랐다.“음?”염구준은 우성재가 질질 끄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이 눈빛에 우성재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쿵쿵.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얼른 절을 하기 시작했다. “다 했어. 이제 됐지?”절을 끝마친 우성재의 이마는 크게 부어올라있었는데, 조금씩 피가 흘러내리기도 했다.한편, 경호대장은 자신의 고용주의 큰절을 받고 놀라서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좋을대로 하세요.”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상대방이 말을 먼저 심하게 했기에 조금 혼을 낸 것일 뿐, 정말로 말 한마디 했다고 죽일 생각은 없었다. “회장님!”경호대장은 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앞으로 뛰어가 우성재를 부축했다.짝!“저리 꺼져. 어떻게 강적들만 끌어올 수가 있어?”우성재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라서 바로 경호대장의 뺨을 때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하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태도를 보이다가 자신이 당하고 나서는 바로 바꾸는 걸 보면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괜히 화만 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 됩니다. 제게는 부모님도, 아이도 있어요. 온 가족이 제 돈으로 먹고 산다는 말입니다.”경호대장은 무릎을 꿇고 우성재의 허벅지를 안고는 울부짖었다.반평생을 고생하며 수단을 다 써서야 얻은 경호대장의 자리를 이대로 놓기 싫어서였다.“꺼져!”우성재는 상대방을 한쪽켠으로 걷어차고 백학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권력을 믿고 오만하게 굴던 경호대장이 이런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번에 여러분들을 초대한 이유는 저희 제약업계가 더 경쟁력이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직원이 일어나 자료를 나눠주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늙은 여우라서 자료를 보지 않아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는 통합을 하려는 속셈이었다. 또는 전체 제약업계의 사업들을 병합하려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우선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이때, 누군가가 바로 거절했다.자신의 이익이 침범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하하, 먼저 자료를 보고 다시 이야기 하시죠.”우성재가 웃으면서 말했다.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계획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았다.‘신의 물?’몇 페이지를 넘겨본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우성재를 바라보았다. 자료 안에는 ‘신의 물’ 을 합작해서 만들자는 것과 만드는 방법이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생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름을 바꾸고 다시 계속 팔자고 적혀있기도 했다.“그 물건은 해로운 겁니다. 절대 안 돼요.”이에 윤대약이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 소리 질렀다.“그건 모두 헛소문입니다. 이 물건이 나오면 천 배의 이윤을 얻을 수 있어요.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죠.”우성재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이끄는 쪽으로 말을 돌렸다.천 배의 이윤이라면 양심을 버리고 돈을 벌기엔 충분했다.다른 사람들은 누군가 나서서 의의를 제출하는 걸 보고 전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았다.“진짜 멋대로 구는구나. 널 지금 당장 없애야겠어.”윤대약은 화를 내며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를 모욕해도 괜찮고, 평소에 방해를 해도 괜찮지만, 이 일은 상의할 필요도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제약업계에 종사했지만 대부분 상인들이지, 윤대약처럼 약품에 대한 열정이 너무 많지는 않았다.그들의 생각 속 약은 그저 사람을 구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윤대약이 무력을 행사하면 현
그때 여광으로 벽에 커다란 도안이 들어왔다.옥패였다.염구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바닥의 화염을 더 밝게 비추었다.그러다 거대한 옥패 도안의 가운데 작은 홈이 있는 걸 발견했다.이 홈은 보면 볼수록 눈에 익었다.그는 안쪽 호주머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그 홈에 끼워 넣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다.여기 있는 옥패를 누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고대 나라가 하룻밤 사이에 전멸한 것은 어쩌면 옥패를 두고 전쟁을 벌이다 이 지경이 된 것 같았다. 예로부터 옥패 쟁탈전은 멈춘 적이 없었다.그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주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른다.“선생님, 그 물건을 빼내세요.”바로 그때 노교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제 거예요.”노교수의 눈썰미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불빛이 희미한데도 보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염구준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바로 옥패를 빼서 챙겨 넣었다.“선생님, 그러면 안 됩니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세요.”노교수가 달려와 인내심 있게 설득했다.“정말 제 거예요. 보세요. 모두 4개.”염구준은 다른 손을 꺼내 옥패를 전부 보여주었다.옥패에 새겨진 무늬가 약간 다를 뿐, 외형은 모두 똑같았다.“세상에, 내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네 개나 챙겼어요?”노교수의 언성이 높아졌다.상대방이 여기서 가졌다고 확신한 이상 무엇을 말해도 소용없었다.그 바람에 노교수의 제자까지 우르르 몰려들었다.채나가 나지막한 소리로 궁시렁댔다.“우리 보고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더니 혼자서 할 건 다 하네.”“당신들이 무엇을 갖든 나랑 상관없거든요. 기관을 건드리면 난 해결할 수 있지만 그쪽은 해결할 수 있어요? 이건 원래 내 거예요.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막아봐요. 그럴 능력이 없으면 잔말 마세요.”불쾌한 염구준은 더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떴다.그가 화를 내자 아무도 찍소리를 못했다.염구준은 그들이 계속 따라와서 귀찮게 굴까 봐 계속 앞으로 걸었다.여기 지하는 생각보다 크지
‘저 자식이 든다고?’일행은 염구준이 기관을 찾았다고 추측했다.그런데 그가 단룡석 앞에 서더니 두 손으로 바위 밑을 잡는 것이었다.순간 그의 근육이 팽팽해지면서 주변에 기운이 감돌았다.“헐! 맨손으로 들려고?”누군가 경악하면서 소리를 질렀다.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렇게 큰 바위는 사람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전에 염구준과 시비가 붙었던 수호와 채나는 속으로 저주했다.“나대기를 참 좋아하네. 그냥 콱 깔려서 죽어라!”“아니야. 저 자식 들 수 없어. 그냥 근육이 부풀었을 뿐이야.”두 사람은 못마땅해하며 염구준이 개망신당하길 기다렸다.“일어나!”그때 염구준이 갑자기 힘을 끌어올리더니 단룡석이 점점 바닥에서 떨어졌다.그리고 머리 위에 번쩍 들어올렸다.“뭐 하는 겁니까? 지나가려면 빨리 가세요!”독촉하는 소리에 그제야 일행은 정신을 차렸다.“빨… 빨리 지나가자.”노교수가 외치자 일행은 바닥의 가방들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속으로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이토록 무지막지한 힘은 리프트잭보다 백 배는 강해서 인간 리프트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쿵!모두 지나간 다음, 염구준은 단룡석을 제자리에 놓았다.바닥에 떨어질 때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선생님, 이게…”놀라움을 금치 못한 노교수는 묻고 싶었지만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맨손으로 무게가 엄청난 단룡석을 거뜬하게 들다니 이런 충격적인 장면은 마치 귀신을 본 것과 흡사했다.수호와 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염구준이 방금 했던 말을 듣고 따지고 들까 봐 무서웠다.“저 원래 힘이 타고 났어요.”염구준이 태연하게 설명했다.“이건 과학적이지 못해요. 몇 백 키로나 되는 무게는 들어올려도 이것은 단룡석이란 말입니다.”노교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왠지 염구준을 연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들 눈에는 모두 환상적인 힘이었다.“그만하시고 안에 들어가 보시죠.”염구준은 더는 설명하기가 귀찮아 혼자 저벅저벅 앞
“괜찮습니다. 전 필요 없어요.”염구준은 거절하고 마음만 받았다.이 노인은 사람은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았다.그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만졌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채나는 시선을 피하며 벗어나려고 했다.“저기요, 할 말 있으면 좋게 하시죠.”동행이 그 모습을 보더니 나서서 말렸다.채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그러죠. 방금 만진 물건에 독이 있어요. 손바닥을 보세요. 검은 기운이 어깨까지 올라가면 신선이라도 구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채나의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그럼 죽는 건가?’당황한 채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울먹거렸다.“잘못했어요.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줍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그녀는 말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주먹만한 큰 루비를 꺼냈다.이 보석 겉면에 독약이 남아 있었다.“방금 독약은 다 제거했어요. 손바닥이 독가스에 화상을 입었지만 며칠 뒤면 괜찮아질 겁니다.”염구준은 그저 경고를 주며 노교수를 쳐다봤다.“제자들을 잘 지켜보세요. 고대 궁전에 기관이 많고 함정도 많아서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전 괜찮지만 손해보는 건 결국 당신들이에요.”이미 주의를 줬으니 듣든 말든 더는 상관하지 않았다.노교수는 난감했다.염구준에게 한바탕 뭐라고 했는데 결국은 본인 제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니.“채나야, 어리석게 왜 그랬어? 우리 고고학자들은 유혹에 부딪쳐도 절대 넘어가면 안 돼.”…교수의 설교를 들으면서 일행은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방금 채나의 손바닥을 보고 다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그로 인해 염구준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왠지 보통 사람 같지 않았다.앞으로 가는 길에 석상과 벽화 등이 눈에 보였다.염구준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나가자 일행도 바로 뒤를 따랐다.노교수는 멈춰서 연구하고 싶었지만 이곳에 워낙 기관들이 많아 제자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길이 끊겼네.”손전등을 흔들어보나 앞에는 검정색 벽만 있고 양측에
“잠시만요!”노교수는 염구준이 저만치 앞서가자 말을 끊고 서둘러 뒤쫓았다.왠지 모르게 그를 따라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여기는 왜 오신 겁니까?”노교수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일단은 그냥 둘러보려고요.”“그리고 나서는요?”“괜찮은 게 있으면 빌릴 생각입니다.”“그건 도둑질이에요!”“여긴 용하국도 아니고,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궁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요. 그러니 엄연히 말해서 도둑질은 아니죠.”두 사람은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으나 서로를 설득하지는 못했다.하지만 사실상 염구준이 탐낼 만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쉿.”이때, 걷다가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이 걸음을 멈추고 일행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노교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따지고 들었다.“말 돌릴 생각 하지 마세요. 이건 중요한 얘기니까요.”하지만 곧 염구준의 한마디에 모두가 등골이 오싹해졌다.“저희, 한 명이 줄어든 것 같아요.”밀폐된 공간, 빛 한 점 없는 지하에서 이런 말은 너무나 섬뜩했다.방금 전에 오줌을 싸지 않았다면 이 말을 들은 뒤 다들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게 뻔했다.“장난치지 마세요.”한 여성 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그녀가 말하자마자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 찬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뒤에 있어요!”염구준은 장난치려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악!”그의 말에 뒤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성을 보고 놀라서 소리 질렀다.옷차림으로부터 그녀가 노교수 일행 중 다른 한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휘익.그녀는 말없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채 가장 가까운 대원에게 달려들었다.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염구준이 그녀보다 더 빨리 그녀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가볍게 들어올렸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염구준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불가능
이 강한 일격에 거록 존주는 결국 치명상을 입었다.“컥, 커헉!”염구준이 다가가자, 거록 존주는 심하게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냈다.기운이 불안정한 걸 보아 그가 살 가능성이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이때, 핏빛이 감돌던 기운이 서서히 사그라들었고, 붉게 물들었던 눈동자도 본래의 색을 되찾아가면서 눈에 빛이 살짝 감돌았다.“염구준, 결국 네 손에 죽게 될 줄이야.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가.”염구준은 급하게 검을 뽑지 않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어차피 죽을 텐데 이젠 흑풍 존주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도 되지 않아?”“하하, 그건 나도 몰라, 우린 보통 휴대폰으로 연락하거든. 실제로는 만난 적이 별로 없어.”거록 존주는 고개를 저으며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운이 얼마 남지 않아서였다.죽기 전에는 모두 좋게 말하는 편이니 그의 말엔 거짓이 섞여있을 리가 없었다.“그냥 이렇게 죽는 게 다행인 줄 알아.”염구준이 말을 하면서 검을 뽑자, 거록 존주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고, 그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솔직히 말해서 그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잔인한 수단까지 쓰는 사람은 죽어도 쌌다.염구준은 검을 쥐고 불꽃을 만들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곳이 궁전같음을 발견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석굴암 유적지는 왕국이 존재했던 곳이었다. 지금 현재 모래 아래에 묻혀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사악하게 된 거록이 안 간 이유는 이곳에 이끌렸거나 혹은 여기에 있는 무언가에 이끌려서겠지.”염구준은 전에 알고 있던 정보를 회상하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큰 궁전을 찾아보려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하지만 위를 올려다본 결과, 윗 공간의 거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올라가기 힘들 것 같아 그는 바로 포기했다. ‘아래에서 돌아보는 수밖에.’‘사람?’그러나 한참 생각을 하던 중, 그는 익숙하고도 큰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교수님, 기어코 이 동굴이 그 고대 생물체가 뚫은 거라고 하시
거록 전주의 몸은 전보다 더 커졌는데, 근육이 전부 밖으로 드러났고, 외형 뿐만 아니라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전보다 더욱 강했다.“사술로 생명력을 끌어올린 걸 보면 목숨을 걸겠다는 건가?”상대방의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검을 다시 한 번 휘둘렀다.지금 이 수단까지 쓴 이상, 거록 전주는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쾅!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붙은 결과, 염구준이 뒤로 밀려났다. 기술이 아닌 순수히 힘에서 밀린 거였다.염구준의 신체 능력도 강하긴 하지만, 지금의 거록 존주는 그보다 더 강했다.‘육신이 반보천인의 극한까지 된 건가?’염구준은 속으로 의혹스러워했다.쾅! 쾅!거록 존주는 쉼 없이 강력한 두 주먹을 빠르게 날렸고, 두 발 역시 쉬지 않고 염구준의 중요부위를 걷어찼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거록 존주가 이미 완전히 우세를 차지했으며 승부가 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들 중 누군가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누군가는 또 기뻐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브레인이었다.그는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더 싸워라. 둘다 죽어버리면 더 좋고!”그러나 이때, 염구준이 화를 내면서 상황도 역전하기 시작했다.“오? 날 때리는게 재밌나 봐?”이윽고 그는 옅은 금빛 기운을 내뿜으며 두 검의를 함께 써 거록 존주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거록 존주는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염구준은 정밀한 내공과 초보적으로 형성된 검의, 그리고 각종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두 사람의 싸움은 다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이런 싸움에서는 강한 필살기가 없으면 쉽게 결판을 내기 어려웠다.검일참공은 이미 사용했으나 부상을 입히기에 성공했을 뿐, 그를 죽이지는 못했으니 새로운 검식을 사용해야 했다.염구준은 계속 검술을 갈고 닦군 했는데, 최근 또 다른 깨달음을 얻어 그걸 파고들던 참이었다.비록 완전히 익히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초
염구준은 두 다리에 힘을 모아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뒤, 전장 한가운데로 착지했다.그는 이미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 잡지 않는 건 그들이니 그를 탓할 수 없다는 거다.“염, 으워!”염구준을 본 순간, 거록 존주는 포효하며 눈이 더욱 짙게 붉어졌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이윽고 그는 야수가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듯이 손발을 모두 바닥에 놓고 힘껏 도약해 덤벼들었다.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우웅.검명과 함께 염구준 역시 검을 뽑아 들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록 존주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쾅!거록 존주는 두 팔을 교차해 몸으로 검을 막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두 팔에는 겨우 얕은 상처 밖에 남지 않았다. ‘저렇게 강한 육신이라니.’이걸 본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하며 즉시 검을 거두고 연속으로 공격을 이어갔으나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도 거록 존주는 겉만 살짝씩 다칠 뿐, 중상을 입지 않았다.‘몸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지?’더 이상 공격을 퍼부어도 크게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결정적인 일격을 날리기 위해 검기를 모았다. “저게 진짜 실력이었어?”브레인은 얼굴을 떨며 두근대는 심장을 붙잡고 전장을 바라보았다.‘전에 싸우지 않기를 잘했어.’쿵!그 순간 거록 존주가 갑자기 허공에 내뿜은 핏빛의 기운이 주위 사람들을 공격하며 무력이 약한 일부 무인들을 순식간에 죽였다.강자들의 싸움들은 아무나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모두 뒤로 물러나!”각 세력의 대표들은 즉시 자신들의 부하들을 불러 멀리 후퇴하도록 지시했다.이제야 그들은 거록 존주가 지금껏 자신들과 싸우면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팀장님, 저희도 나서죠?”붉은 장미가 앞으로 가서 지시를 기다렸으나 브레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답했다.“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세요. 제가 염구준을 돕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상대방의 단호한 태도에 붉은 장미는 더 이상
‘말려도 듣질 않네.’상대방에게 아무리 충고해도 쓸모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책상 위의 문서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정보 고마워요.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말을 마친 뒤, 그는 노교수 일행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바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평소에 사냥을 나서던 거록 존주조차도 모습을 감춘 이날 밤, 석굴암 유적지는 매우 고요했다. 그가 평소와는 달리 사냥에 나서지 않은 건 염구준의 존재가 위압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한편, 염구준은 방으로 돌아가 석굴암 유적지의 지도를 펼친 후, 붉은 장미가 제공한 거록 존주의 이동 경로를 참고하며 표식을 남기기 시작했다.유적지가 좀 넓기 때문에 무작정 찾는다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도를 보는 중간에 노교수가 찾아오긴 했으나, 염구준은 그를 무시했다.이른 아침,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에 염구준은 떠날 준비를 마쳤다.1층으로 내려서자마자 그는 떠날 준비를 마친 노교수 일행을 마주쳤는데, 이제껏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일행에는 어제 붉은 장미에게 두들겨 맞았던 수호도 있었는데, 그녀의 주먹이 무서웠던 모양인지 전처럼 멋대로 떠들지 않았다.“그 붉은 눈을 가진 야수를 찾으러 가시는 거 맞죠? 그럼 가는 동안 서로 의지도 할겸, 같이 가시죠.”노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동행을 제안했으나 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계속 걸어갔다.“필요 없습니다. 전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서요.”그러자 노교수 일행의 여성 조수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사고뭉치도 아니고, 그냥 동행하자는 것 뿐인데요.”솔직히 말하면, 염구준의 눈에 그들은 정말 사고뭉치와 다를 게 없었다.“남의 심기를 쓸데없이 건드리지 말고 그쯤하시죠.”말을 마친 후, 그는 빠르게 나가며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뭐가 이렇게 빨라?’이 모습을 본 일행이 넋이 나가있을 무렵,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노교수가 급하게 재촉했다.“어
끼익!수호가 또 한마디 하려던 찰나, 민박집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너무 예쁘잖아?’이에 두 청년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 꽂혔다. 그들은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그녀를 주시했다.“저기, 여기 빈자리 있어요.”수호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으나 여성은 그를 보지도 않고 곧장 염구준의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염 선생님, 타겟과 관련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그녀는 다름 아닌 붉은 장미였다.완전히 무시당한 수호는 체면이 구겨진 것만 같아 수치심과 질투심에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퉷, 세컨드였잖아. 더러운 년.”그의 입은 정말 더러웠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쾅!가만히 있다가 모욕을 당한 붉은 장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한 손으로 빠르게 그의 목을 움켜쥐고 벽에 눌러버렸다. “입을 다물지 못하겠으면 내가 네 혀를 뽑아줄게.”“그 손 놔!”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청년이 흥분하며 소리치면서 이 틈을 타 그녀에게 손을 대기 위해 달려들었다. 짝!그러나 뺨 맞는 소리와 함께 그는 바로 거꾸로 날아갔다.“아가씨, 제발 멈춰주세요. 저희는 악의가 없었습니다.”이에 노교수가 급히 일어나 말렸고, 나머지 두 여성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쾅!“한 번만 더 그러면 다음번엔 네 혀를 잘라버리겠어.”상대방이 용하국인임을 보아낸 그녀는 말을 하며 수호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이 강력한 충격에 그는 바로 의식을 잃어 말을 하지 못했다.이 모든 걸 마친 후, 붉은 장미는 자리에 돌아가 앉았으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염 선생님, 거록 존주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방금 전 전투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타깃이 사라졌다는 건 일이 더 귀찮게 꼬였음을 의미했다.“외곽에서 망을 보던 사람들 중에 거록 존주가 석굴암을 떠나는 걸 본 사람은 없었나요?”염구준은 이 중요한 사실만을 확인하고 싶었다.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석굴암 유적지 안에 숨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