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네요. 이따가 옥패를 빼앗긴 후 울지 마세요.”이야기꾼은 천천히 일어나면서 기운을 내뿜었다.기세를 보아하니 염구준과 제대로 붙어볼 생각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행위를 보고 이해할 수가 없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영감이 자살하려는 건가?”“그러니까. 거의 저 세상 가실 정도로 나이도 드신 분이 젊은이와 싸운다고? 자살행위랑 다름이 없지.”그러나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수시로 공격할 수 있도록 계속 운기를 진행했다.쌍방 모두 상대방이 약하지 않다는 걸, 아니 심지어는 전체 반보천인 중에서도 실력이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슉.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는데, 염구준은 주먹을 날려 공격했고 노인은 손바닥을 내밀어 주먹을 막았다.구경꾼들은 보이지 않는 압력에 눌려서 움직일 수도, 제대로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쾅!주먹과 손바닥이 부딪치자 두 사람을 원심으로 한 기파가 원 모양으로 퍼졌다.이 일격은 서로의 실력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두 사람 모두 힘을 많이 쓰지 않았었다.그러나 구경꾼들은 버티지 못하고 기파에 휩쓸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잘 배웠습니다!”염구준은 주먹과 힘을 거둔 뒤 입꼬리를 올렸다.비록 비긴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그들은 서로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속으로 알고 있었다. “옥패 세 개를 차지한 사람답게 역시 강하네요. 제가 졌습니다.”이야기꾼은 자신이 상대방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공수하며 말했다. 비록 아직 그에게는 쓰지 않은 비장의 카드들이 있었지만 상대방도 그런 게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방금 전 일격에서는 정말로 졌기 때문이었다. 염구준은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이 틈을 타서 추궁했다.“옥패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이야기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여기는 보는 눈이 많으니 장소를 옮기죠.”“제가 할 일이 있어서 지금은 안 될 것 같고요, 주소 남겨주시면 후에 찾아뵙겠습니다.”시간이 벌써 11시반이었
입구의 종업원들은 메뉴얼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이기 때문에 염구준도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왔는데, 아우라가 보통이 아닌 사람이 가장 앞에 있었고 그 뒤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있었는데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이때, 우두머리가 걸어와 비꼬듯이 말했다. “오, 윤 대사님 아닙니까? 왜 문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하시는 거죠?” 말투를 들어보면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윤대약은 비지니스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우 선생님, 제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괜찮으시면...”윤대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성재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고는 조롱하듯 말했다.“그건 안 될 것 같네요. 이번 활동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제약업계의 재벌가들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그의 행위는 일부러 태클을 거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염구준은 이번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미리 충분히 준비해뒀기 때문에 사람들의 정보를 다 기억하고 있었다.그의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우성재로, 우씨 그룹의 회장이자 제약상회의 회장이며 이번 활동을 연 사람이었다.“말이 지나치시네요.”윤대약은 목소리를 굳히며 조금 화를 냈다.만약 염구준을 백학 건물에 들여보내야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요.”우성재는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생각해 겁이 없었다. 이때, 그의 뒤에 있던 경호대장이 염구준을 줄곧 쳐다보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바로 저 사람이 저희를 때렸습니다.”염구준이 경호원들을 때린 행위는 단순히 그들을 때린 게 아니라 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개를 때리려 해도 주인이 누군지부터 봐야 하니까 말이다. 우성재는 눈을 굴리더니 곧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간사한 표정을 지었다.“들어갈 수야 있죠. 제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세 번 하면서 사과만 하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윤대약은 크게 화가 나 소리를 질렀다. “너무 지
‘여기서 더 나댔다간 죽을 게 분명해.’“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쪽이 방금 전에 건 조건이 좋은 것 같으니 수량을 열 배로 올리죠. 다만 그쪽이 그쪽 경호원들한테 절을 해야 합니다.”염구준은 당연히 이 일을 좋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그건...”우성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염구준에게 절을 한다면 강자에게 한 것에 속하니 크게 부끄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기르는 개에게 절을 한다는 건 달랐다.“음?”염구준은 우성재가 질질 끄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이 눈빛에 우성재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쿵쿵.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얼른 절을 하기 시작했다. “다 했어. 이제 됐지?”절을 끝마친 우성재의 이마는 크게 부어올라있었는데, 조금씩 피가 흘러내리기도 했다.한편, 경호대장은 자신의 고용주의 큰절을 받고 놀라서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좋을대로 하세요.”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상대방이 말을 먼저 심하게 했기에 조금 혼을 낸 것일 뿐, 정말로 말 한마디 했다고 죽일 생각은 없었다. “회장님!”경호대장은 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앞으로 뛰어가 우성재를 부축했다.짝!“저리 꺼져. 어떻게 강적들만 끌어올 수가 있어?”우성재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라서 바로 경호대장의 뺨을 때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하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태도를 보이다가 자신이 당하고 나서는 바로 바꾸는 걸 보면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괜히 화만 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 됩니다. 제게는 부모님도, 아이도 있어요. 온 가족이 제 돈으로 먹고 산다는 말입니다.”경호대장은 무릎을 꿇고 우성재의 허벅지를 안고는 울부짖었다.반평생을 고생하며 수단을 다 써서야 얻은 경호대장의 자리를 이대로 놓기 싫어서였다.“꺼져!”우성재는 상대방을 한쪽켠으로 걷어차고 백학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권력을 믿고 오만하게 굴던 경호대장이 이런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번에 여러분들을 초대한 이유는 저희 제약업계가 더 경쟁력이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직원이 일어나 자료를 나눠주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늙은 여우라서 자료를 보지 않아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는 통합을 하려는 속셈이었다. 또는 전체 제약업계의 사업들을 병합하려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우선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이때, 누군가가 바로 거절했다.자신의 이익이 침범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하하, 먼저 자료를 보고 다시 이야기 하시죠.”우성재가 웃으면서 말했다.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계획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았다.‘신의 물?’몇 페이지를 넘겨본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우성재를 바라보았다. 자료 안에는 ‘신의 물’ 을 합작해서 만들자는 것과 만드는 방법이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생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름을 바꾸고 다시 계속 팔자고 적혀있기도 했다.“그 물건은 해로운 겁니다. 절대 안 돼요.”이에 윤대약이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 소리 질렀다.“그건 모두 헛소문입니다. 이 물건이 나오면 천 배의 이윤을 얻을 수 있어요.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죠.”우성재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이끄는 쪽으로 말을 돌렸다.천 배의 이윤이라면 양심을 버리고 돈을 벌기엔 충분했다.다른 사람들은 누군가 나서서 의의를 제출하는 걸 보고 전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았다.“진짜 멋대로 구는구나. 널 지금 당장 없애야겠어.”윤대약은 화를 내며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를 모욕해도 괜찮고, 평소에 방해를 해도 괜찮지만, 이 일은 상의할 필요도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제약업계에 종사했지만 대부분 상인들이지, 윤대약처럼 약품에 대한 열정이 너무 많지는 않았다.그들의 생각 속 약은 그저 사람을 구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윤대약이 무력을 행사하면 현
이건 미끼를 던지는 수작이다.하지만 제약 업계에서 알아주는 거물들은 모두 자신의 연구팀이 있기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처방을 살 리가 없었다.그들도 소리를 지르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압니까? 관문 앞에서 칼춤을 추는 격이라니 내 낯이 다 뜨겁네요.”“맞습니다. 선조의 처방을 팔아 사기치는 놈들은 많이 봤어요.”그 말들 듣던 이제마는 너무도 화가 나 몸을 벌벌 떨고 귀와 콧구멍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이 처방은 그가 직접 연구한 것으로 아주 귀하게 여기고 있었다.만약 염구준이 끝까지 조르지 않았다면 내놓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 쓰레기 취급을 받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저 사람들 무시하세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뭐가 최고 처방인지 몰라요.”염구준이 싸늘하게 비평하며 위로했다.“다 당신 때문이에요!”이제마는 결국 그에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다.그러자 앙숙인 윤대약은 웃는 걸 참느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염구준의 말에 다들 열받아 그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쓰레기 처방 갖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 내가 버린 처방도 이것보다 나아!”“진짜 최고로 좋은 처방이라면 내가 강물에 뛰어들어 헤엄 치면서 흥을 돋아줄게!”“난 뒤집기 100개 하겠다!”그들은 하나같이 생색만 낼 뿐, 길거리에서 파는 처방은 쓰레기라고 단정했다.제약 업계의 지배자들 전부 이 자리에 있으니 모두가 염구준을 제압하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 생각했다.“어디가 특별한지 내가 한 번 볼게요.”그때 윤대약이 앞으로 나섰다.그는 살면서 그것도 자신의 앙숙을 위해 나설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이번에 이제마가 기뻐할 차례였다.처방을 보던 윤대약은 깜짝 놀라며 큰소리쳤다.“이거 엄청난 처방입니다. 약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한 대가로 만든 겁니다.”연기가 과장한 것 빼곤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말이었다.그는 평소 고지식해서 이런 연기가 어울리지 않지만 약을 제조하고 처방하는 연구에 누구도 과소평가하지 못
“게다가 출처 없는 처방은 부작용이 심합니다.”우성재는 방금 손해를 봐서 감히 정면으로 염구준과 대응하지 못하고 부드럽게 말했다.“개소리 지껄이지 마!”그때 참다 못한 이제마가 버럭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내 처방에 부작용이 심하다고? 그럼 네가 생산한 약은 독약이야!”이제마의 처방은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 연구한 것으로 절대 부작용 같은 건 나타나지 않았다.본인을 욕해도 좋지만 처방을 욕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이 신의 아닙니까?”그제야 얼굴을 알아본 대표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비록 이제마와 윤대약 모두 유명하지만 이제마의 약은 시장에 거의 유통되지 않아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으니 처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의 처방은 정말 귀하고 귀했다.“역시 동업자들끼리 말이 통하네요.”염구준이 가볍게 감탄했다.제약 업계에서 어떤 말을 늘어놓아도 이제마의 한마디와 비교할 수 없었다.오기 전에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이제마는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왜냐면 자신이 힘들게 연구한 처방이 다른 사람들에게 재물을 모으는 도구가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뜻밖의 상황에 자극을 받아 폭주한 것이다.이제마가 본인이 직접 연구한 처방이라도 하자 대표들은 더는 고려하지 않고 열광했다.“젊은이, 조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다 들어줄게요.”미끼를 던지자마자 거물들이 속속히 낚이기 시작했다.염구준은 눈치 빠르게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않도록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었다.이것으로 주도권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밝혔다.그는 뜸을 들이지 않고 조건을 제시했다.“저희를 도와 약을 생산해 주세요. 제가 그만 생산하라고 할 때까지요. 그러면 방금 보여준 처방을 두 손으로 바칠게요.”바로 거래였다.“어떤 약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봐도 되겠습니까?”경각심이 강한 대표가 떠보았다.처방을 내놓을 정도라면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았다.“바로 신의 물 해독약입니다. 총수량은 많지 않고 지속되는 시간도 길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염구준은 우성재의 멱살을 잡고 높이 쳐들었다.살기가 주변에 퍼지면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그 장면을 보던 대표들은 깜짝 놀랐지만 감히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아… 아직 생산하지 않았어요. 그냥 생각만 했을 뿐이에요.”우성재가 버벅거리며 말했다.염구준이 삼선 클럽도 두려워하지 않고 갑자기 돌변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오로지 이제마와 윤대약만 염구준이 돌변한 이유를 알고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타닥타닥!그때 멀리서 제복을 입을 무리가 들어왔다.어느 부대에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일을 통제하러 온 것 같았다.“여기 흉악범이 있어요. 빨리 구해주세요!”하지만 일행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염구준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주… 염 선생님도 여기 계셨군요.”우두머리는 백호였다.염구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삼선 클럽을 쫓지 않고 여기는 왜 왔어?”“전에 제거한 신의 물 소굴은 원래 우씨 그룹의 원재료 공장이어서 몇 가지 질문하러 왔습니다.”이 사실은 기밀이 아니어서 모두의 앞에서 보고했다.염구준은 앞뒤 상황을 종합해서 대략 추측했다.우성재와 삼선 클럽은 진작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지만 이번 일로 손실이 커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수작을 부린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우성재는 너무 대놓고 일을 벌였다.“데리고 가. 그리고 우씨 제약 공장을 폐쇄하고 낱낱이 조사해. 용하에 어떤 좀벌레도 용납할 수 없다!”염구준은 팔을 흔들어 우성재를 백호에게 던져주었다.“네. 명심하겠습니다.”백호는 처리할 일이 많아 우성재를 끌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우성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소리를 질러 댔다.“너희들 뭐야? 날 체포할 권리가 없어. 내가 누군지 알아?”탁!고함소리에 짜증난 백호가 손에 든 검으로 그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그제야 현장이 조용해졌다.우성재는 삼선 클럽과 결탁해 국민들을 해치는 신의 물을 생산하였으니 십중팔구 사형에 처할 것이다.꿀꺽!그 장면을 보던 대표들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혹시나 연루
전체 골목에 인기척도 없고 대문은 꾹 닫혀 있었다.‘살기다.’점집 입구에 다가간 염구준은 예민한 통찰력으로 수상함을 눈치챘다.시체 산을 걸어온 사람만이 이런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들어가서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염구준은 옆을 보며 이제마에게 신신당부했다.“알았어요.”이제마도 사태 심각성을 알고 괜한 시비를 걸지 않았다.끼익!대문을 천천히 열고 염구준이 앞장서고 이제마가 바짝 뒤를 따랐다.순간 피 비린 내가 코를 찔렀다.바닥에 흥건하게 흐른 피 외에도 다툰 흔적이 곳곳에 보였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염구준은 아무도 없는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그의 실력으로 이 정도 위장술은 바로 알 수 있었다.30분이 지났지만 방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끼익!하지만 염구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그가 어둠속으로 기운을 발사하자 누가 밖으로 도망치는 기척이 들렸다.스스슥!공격이 멈추자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방금 그들을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일개 전신 경지가 부하들을 이끌고 오다니, 실력이 있나 봐.”염구준은 일행의 기운을 감지하고 실력을 판단했다.“넌 누구냐? 왜 여기 왔어? 황지혁과 무슨 사이야?”전신 경지인 우두머리가 경계하며 물었다.방금 공격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질문이 많네. 난 아직 묻지도 않았어.”염구준이 대답하지 않았다.“체포해!”말이 끝나자마자 일행이 무기를 들고 염구준에게 돌진했다.그들은 여기서 한동안 매복하고 있었지만 목표물은 나타나지 않고 낯선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쿵쿵!염구준은 공격 자세를 취하더니 일격으로 돌진하는 일행을 물리쳤다.겨우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은 전신 지경에 이른 한 사람밖에 없었다.그가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염구준이 시탐하려고 그런 것이다.“죽여라!”우두머리는 비틀거리며 고함을 질렀다.상대방을 이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그는
윙!염구준은 잠시 공격을 멈추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검의로 상대방을 찔렀다.“젠장.”그 장면을 본 세 사람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달았다.염구준은 우대구를 공격하는 척하면서 닌자가 다가오길 기다린 것이다.물론 이것은 네 명의 주관적인 생각이었다.솔직히 염구준은 우대구를 살해하려 했는데 중간에 닌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계획을 바꾼 것이다.“푸욱!”검광이 떨어지자 닌자는 황급히 방어하는 바람에 검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찔린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자 닌자는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다.그는 뒤로 물러나며 염구준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그때 우대구는 방어를 포기하고 도와주려고 나섰다.“안 돼!”서양인이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쳤다.이렇게 된 이상 두 사람이 달려가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오히려 죽음을 자초하는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살려줘!”1 대 1 싸움에서 우대구는 상대방을 이길 자신이 없어 목소리까지 떨었다.염구준의 공세는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매번 공격할 때마다 수십 개의 검법으로 상대방을 살해했다.그렇게 3명의 도주 중에서 2명이 죽었다.“계속 공격해. 아직 두 명 살아있잖아.”염구준이 도발했다.방금 공격이 너무 빨라서 나머지 두 사람은 막는 것조차 버거웠다.반보천인 네 명이 공격하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손실이 참담했다.옆에서 지켜보던 백호 일행이 안도의 숨을 쉬면서 큰소리로 응원했다.“주상님 멋집니다!”“저 잡놈들이 나대지 않게 죽여주세요!”“방금 엄청 으스대더니 계속 지껄여봐.”이제 승부는 결정되었다.남은 반보천인 고수는 염구준과 맞설 실력이 안 되었다.“물건은 포기하겠다. 여기서 그만두는 게 어때”서양인이 다른 대안을 제기했다.그는 의기소침해하며 방금처럼 날카롭게 대응하지 않았다.“전에는 날 죽이려고 했잖아. 죽이지 못하니까 이제 화해하자는 건가?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어?”염구준은 검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무뚝뚝하게 말했다.상대방이 살의를 품
모두의 이익을 연관시키는 것이 동맹이 아닌가.쿵!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검기를 네 사람에게 발사하며 무자비한 공격을 가했다.닌자는 갑자기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주변 환경을 이용해 뒤에서 습격했다.서양인과 혼혈인은 정면으로 맞서고 부상을 입은 우대구는 옆에서 공격했다.서로 잘 모르는 네 사람이 이렇게 호흡이 척척 잘 맞다니 정말 놀라웠다.염구준이 나타나기 전에 몰래 작전을 상의한 것이 티가 났다.쿵!그래도 염구준의 공격이 더 빨랐다.그는 순식간에 두 검을 휘둘러 정면으로 다가오는 두 명을 무찔렀다.너무나 강했다.두 사람은 버티다 못해 각자 뒤로 물러섰다.염구준은 그 틈을 타서 왼쪽 주먹으로 칠권합일을 사용해 우대구를 공격했다.그때 닌자가 갑자기 뒤에 나타나 한 쌍의 비수로 염구준의 허리를 찌르려고 했다.정말 찔린다면 그의 좋은 결혼생활은 끝날 것이니 참말로 음흉한 수법이었다.펑!염구준은 다리에 힘을 주어 위로 번쩍 뛰었다.허공을 찌른 닌자도 같이 점프하면서 다시 공격할 기회를 노렸다.그런데 그 사이에 염구준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어서 오히려 당하고 말았다.서늘한 빛이 감도는 검기가 공격하는 바람에 닌자는 다시 바닥으로 돌아왔다.염구준도 착지하면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네 사람이 임시로 결정한 포위 작전이 실패해버렸다.실천해 보지 않고 입으로만 맞추어서 가능성이 부족했던 것이다.“고작 이 정도야?”염구준은 네 사람을 보면서 비아냥거렸다.그들 실력은 반보천인 중에서도 평범하여 전력을 폭발시킨 도명현에 비하면 실력이 한참이나 떨어졌다.우대구는 세 사람에 비해 조금은 강하지만 먼저 부상을 입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우쭐대지 마. 방금은 그냥 시험한 거야.”서양인은 그래도 고집을 피웠다.실은 속으로 엄청 두려웠다.염구준이 이토록 실전 경험이 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방금 협공은 실패했지만 보통 무술인들은 쉽게 막아낼 수 없는 작전이었다.“그럼 진짜 실력을 보여줘.”염구준이 도발했다.방금은 시험이 아니라 최후의
검의 주인은 염구준이었다.우대구는 이 검의가 염구준의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쿵!검이 우대구의 손을 찌르고 잠시 대치해 있다가 구자검은 튕겨 나갔다.그래도 절반 넘는 위력을 감소시켰다.염구준이 멀리서 검을 던졌기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공격을 막는 작용만 했다.“공격이다!”백호는 고함을 지르며 방패막을 들고 앞으로 돌진했다.이번 기회를 아주 잘 포착한 것이다.“제기랄!”낭패를 본 우대구는 방금 염구준의 검에 찔린 탓에 장력이 7할 힘을 잃고 일행의 협공을 감당할 수 없었다.쿵!방패막이 손바닥에 부딪치자 우대구는 뒤로 물러섰다.몸속에서 기혈이 소용돌이 치더니 입가에 붉은 피가 주르륵 흘렀다.숨을 돌릴 시간도 없고 아직 제대로 서지 못한 상황에서 염구준이 고탑에서 나와 구자검을 손에 쥐고 공격한 것이었다.촤아악!그때 세 그림자가 염구준의 앞에 나서며 우대구를 도와 공격을 막았다.상대방의 공포스러운 힘을 느낀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그들의 공동의 적은 염구준이니 사람이 많을수록 승산이 높아졌다.“염구준, 우리가 무엇을 했다고 이렇게 화가 났어?”서양인이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늦게 왔다면 부하들은 너희 손에 죽었겠지. 내가 바보인 줄 아나?”1 대 4라도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하하하, 무슨 소리야. 5층에 뭐가 있었는지 말할 수 있어?”서양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하, 네가 뭐라고 내가 대답해야지?’염구준은 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비록 쓸모없는 정보지만 말하면 귀찮게 될 것이다.“거기에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보네. 꺼내 봐.”서양인이 제멋대로 추측했다.대놓고 떠보면서 정보를 캐내려는 짓이었다.하지만 그런 잔꾀에 넘어갈 염구준이 아니었다.“아직 거기 있어. 능력이 있으면 직접 가서 봐.”본전도 못 찾은 서양인이 싸늘하게 말했다.“이봐, 오해하지 마. 그냥 꺼내서 보여주면 서로에게 좋잖아.”물건은 이미 타서 재가 되었으니 있을 리가 없었다.혹시나 있다고 해도
염구준은 심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시켰다.이렇게 된 이상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양가죽 고대 서적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천인 경지에 도달하고 싶으면 옥패 8개를 모아라.”이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 처음부터 여기에 올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고대 서적에 어떤 단서가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모든 것이 또 옥패를 가리키고 있다.염구준은 마음을 추스르고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6층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탁!그때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한 계단만 올랐을 뿐인데 주변에 무형의 압력이 휩싸이면서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그는 애써 버티며 또 계단 하나를 올라갔다.그러자 압력이 더 증가하여 몸이 천근이나 되는 것처럼 무거워서 발을 들 수가 없었다.‘돌아가자.’염구준은 결단력 있게 5층으로 돌아왔다.그제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온몸이 홀가분했다.6층은 억지로 올라가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이번 행차 목적은 천인을 돌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비록 만족스러운 단서를 찾아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완성한 셈이었다.염구준은 돌아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계단에 있던 반보천인 일행은 이미 떠났는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괴뢰만 어슬렁거렸다.한편, 황지열 외에 네 명의 반보천인 고수가 있었다.그들은 염구준이 5층에 올라오자 잠시 손을 잡으려고 결정했다.“알아서 물건을 내놔. 그러면 덜 고통스러울 거야.”먼저 우대구가 백호 일행을 노려보며 시비를 걸었다.그는 이 사람들이 염구준이라 생각하고 복수하고 괴롭히고 싶었다.“능력이 있으면 어디 한번 가져가.”백호가 싸늘하게 대꾸했다.진짜 싸우면 승산은 없지만 그렇다고 두렵지 않았다.그때 주작이 옆으로 보며 조소를 날렸다.“붉은 장미, 상대방이 고향 지인인데 사정이라도 해 봐. 그러면 살려줄 수 있잖아.”주작은 동양 닌자를 가리켰다.“흥, 내가 너처럼 죽는 걸 두려워할 줄 알아?”그 말에 불쾌한 붉은 장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솔직
그들을 힐끗 보던 염구준이 걸음을 멈추었다.“참, 황지열은 왜 안 보여?”기억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이 바로 황지열이다.‘설마 5층으로 올라갔나?’“몰라. 들어올 때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졌어.”닌자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염구준은 시선을 우대구에게 돌려 뚫어지게 쳐다봤다.“나도 몰라. 여기 일은 우리한테 말하지도 않았어.”그는 염구준이 폭주할까 봐 두려워서 바로 대답했다.“됐어. 이따가 너한테 따질 게 있어.”염구준은 갑자기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계단으로 올라갔다.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몇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뒷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졌다.“이게 아닌데?”뒤에 있던 우대구 일행은 충격을 받았다.방금 그들은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설마 상황이 변했나?”서양인은 의심하면서 5층으로 돌진하려고 올라갔다.나머지 사람들도 뒤처지는 게 싫어서 바짝 뒤를 따랐다.쿵!머리가 5층 바닥과 부딪혔을 때 무엇이 계단 아래로 날아왔다.아무리 반보천인 고수라도 이런 충격에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길 것이다.정말 아팠다.나머지 사람들도 멈추지 않고 올라가더니 똑같이 부딪치고 말았다.5층에 무형의 힘이 그들을 막고 있었다.어떻게 보면 실력이 부족해서 염구준처럼 올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같은 반보천인인데도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했다.5층에 도착한 염구준은 가운데 석대에 시선을 끌렸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석대 위에 있는 누런 양가죽으로 만든 고대 서적이였다.5층에서 이 물건만 중요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주변을 살폈다.석대 주변에 대형 괴뢰 4마리 있고 황지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이 늙은 여우는 마치 공기처럼 사라진 것 같았다.“몰라. 먼저 서적부터 챙기고 보자.”결심한 그는 몸을 번쩍 들어 대형 괴뢰에게 돌진했다.고대 서적을 얻으려면 이것들부터 처리해야 했다.탁, 탁!인기척을 느낀 괴뢰가 움직이면서 공격을 퍼부었다.염구준은 옆으로 피하면서 그들 공격 속도가 청궐검을 지키던 괴뢰와 실력이 같
염구준이 좋은 검을 얻자, 다들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누구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검은 그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갖고 싶으면 얼마든지 덤벼.”염구준은 반보천인 실력으로 그들을 도발하는 것 같지만 실은 겁을 주었다.“…”그들은 상대방이 불쾌한 심정을 알고 시선을 돌려 금은보화를 계속 챙겼다.죽으면 아무리 좋은 무기도 소용없지 않은가.이어서 염구준은 계단 입구에 도착해 일행을 기다렸다.한참 뒤에 백호는 무기를 빼앗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가왔다.“주상님, 이 검을 보세요. 제가 사용하는 검보다 더 좋습니다.”“제 것도 좋아요. 정말 힘들게 손에 넣었어요.”세 사람은 무기가 마음에 드는지 손을 떼지 못했다.고대의 제련 기술은 현대와 다르다.무기 제련에 대해서 그래도 고대 기술이 더 대단했다.붉은 장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평범한 무기를 얻어서 꺼내기 민망했다.“다들 잘했어. 3층으로 올라가자.”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계단에 올랐다.2층보다 몸을 누르는 압력이 더 강력해졌다.이 고탑은 누가 설계했는지 참 기괴했다.일행이 3층에 도착했을 때, 전신지상의 고수들이 그곳에 있었다.3층의 압박감은 전신 경지가 감당하지 못했다.그들은 고대 용하 문자가 새겨진 금속판을 빼앗고 있었다.고대 무학 같았다.“백호, 여기는 너한테 맡길게. 최대한 많이 챙겨. 용하 조상들이 남긴 물건이야.”염구준이 지시했다.1층, 2층의 물건들은 필요 없어서 남들이 가져도 아깝지 않았다.하지만 무학 서적은 용하의 조상들이 남긴 지혜의 결정체다.“주상님, 걱정 마세요. 절대 손도 대지 못하게 할 겁니다.”백호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촤아악!염구준은 백호 일행이 대응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앞으로 돌진해 한 사람을 죽이고 두 사람에게 중상을 입히고 4층으로 올라갔다.부하들을 데리고 온 이상 어떤 일은 직접 고생하지 않고 부하들이 실천을 통해 수련할 수 있게 기회를 양보했다.4층의 압박감은 반보천인 실력인 고수
위층의 압력은 약하지 않지만 염구준 일행이 올라가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촤아악!그들이 2층에 올라가자마자 한 괴뢰가 검을 휘두르며 공격했다.예민한 염구준은 바로 검을 들어 번쩍이는 검기를 발사했다.쿵!검과 괴뢰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이쪽 괴뢰의 힘이 강해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2층에 존재하는 무형의 압박감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야 감당할 수 있었다.무술인의 실력이 강해서 괴뢰 수량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오히려 싸우기 수월해졌다.2층에는 방이 없고 한눈에 벽을 볼 수 있었다.“무기다.”먼저 들어온 반보천인 고수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선반에 각종 무기가 나열된 것이 보였다.“10분 내에 마음에 드는 무기를 찾아.”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한 무기가 무술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얼마나 유혹적인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네.”일행은 대답하고 마음에 드는 무기 쪽으로 달려갔다.“저 검은 뭐지?”염구준이 검을 훑어보다가 시선이 구석에 있는 한 검에게 멈추었다.다른 무기는 다들 다투면서 빼앗으려고 하는데 유독 이 검 주변에 시체와 키가 엄청난 괴뢰가 있었다.그 검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괴뢰를 이기지 못해서 죽거나 포기한 것이다.“바로 너다!”염구준은 중얼거리며 맹렬하게 괴뢰에게 돌진했다.그 사이 작은 괴뢰들이 방해했지만 종이처럼 염구준의 검에 잘려 나갔다.손가을이 무술을 배우겠다고 결심했으니 적당한 무기가 필요했다.그는 이 검을 아내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다.“저기 봐. 저 사람이 검을 가지러 갔어.”혼잡한 전투 속에서 그 장면을 본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다들 좋은 검이란 걸 알고 있지만 괴뢰가 끈질기게 지키고 있어서 다들 포기한 것이다.탁, 탁!괴뢰가 기척을 느끼고 갑자기 검을 들어 염구준을 공격했다.큰 키에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보아 반보천인 실력과 맞먹는 거 같았다.쿵!염구준은 검을 들어 공격을 막고는 팔을 흔들어 괴뢰를 뒤로 물리쳤다.그리고 빠른 속도로 돌진해 검끝으로 괴뢰 몸뚱이를 찔렀
“주상님, 조각상의 눈의 움직이는 거 같아요.”만사에 세심한 주작이 이상함을 눈치챘다.“허허, 꼬맹이 아가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하지 마.”붉은 장미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시비를 걸었다.두 사람은 서로 맞지 않아 오는 동안 기회만 생기면 서로 트집을 잡았다.“흥, 분명 움직였거든. 그리고 꼬맹이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다시 말하면 얘들 시켜서 혼낼 줄 알아.”주작은 화내며 콧방귀를 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백호와 현무가 나서서 주작의 편을 들어주었다.4대 전존은 생사를 함께하니 다른 사람이 시비 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알았어. 너희들 사람이 많다 치자.”붉은 장미는 더는 도발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탁!염구준은 그들이 싸우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았다.“뒤로 물러서!”말하는 동시에 구자검을 휘둘러 가장 가까이 있는 두 조각상을 부숴버렸다.조각상이 정말 움직였다.탁, 탁, 탁!”탁탁 소리가 계속 들리더니 조각상이 손에 든 검을 휘둘렀다.청석 바닥에 균열이 생긴 것을 보아 위력이 약하지 않았다.만약 무방비 상태라면 전신지상이라도 죽지 않으면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스스슥! 쿵!염구준이 주의를 준 덕분에 백호 일행은 미리 준비하고 피하거나 조각상을 공격해 부상을 입지 않았다.미친듯이 금은보석을 챙기던 일행은 반응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핏덩어리가 되어버렸다.탐욕에 눈이 멀어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탁, 탁!조각상이 공격한 후 금속 마찰음을 내며 움직였다.“저건 뭐예요?”붉은 장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괴뢰예요. 누가 기관을 건드린 거 같아요.”염구준은 검을 휘두르며 몇몇 괴뢰를 물리쳤다.이 괴뢰들은 위협은 되지 않지만 통로를 빼곡히 막고 있어 계단을 올라가려면 전부 제거해야 했다.“모두 내 뒤를 따라와.”염구준은 명령하며 검기로 그들 주변을 보호했다.백호 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돌진한다!”염구준은 한마디만
“진작에 그랬어야지. 사람은 잔꾀를 부리면 오래 못살아.”염구준의 말투가 진지해졌다.어엿한 삼선도 둘째 도주가 그 정도 실력밖에 안 된다고 믿지 않았던 것이다.전력을 사용한 도명현은 투력이 강해졌지만 여전히 열세를 차지했다.싸우면 싸울수록 그가 아무리 강해져도 눈앞의 남자는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정말 자신이 1도 없었다.“싸울 의지는 불 같은데 실력이 많이 부족하네.”염구준은 아주 여유 있게 대응했다.싸움이 길어지면서 도명현의 몸에 상처만 낼 뿐 전력으로 싸우지 않았다.옆에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 비장의 카드를 꺼내면 안 되었다.도명현은 온몸에 상처를 입어서 이젠 말할 힘조차 없었다.드르릉!바로 그때 7층 고탑의 문이 서서히 열렸다.오래된 기운이 탑 안에서 흘러나와 모두를 덮치고 빠른 속도로 먼 곳까지 확산되었다.드디어 탑이 열렸다.그곳에는 수많은 무술인들이 꿈에 그리던 물건이 있다.스스슥!몇몇 반보천인 고수들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들 일행도 다른 사람이 먼저 찾아낼까 봐 뒤를 바짝 따랐다.어떤 사람은 반보천인 고수와 싸워도 승산이 없으니 아무 물건이나 얻어도 낭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염구준, 탑이 열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보물을 빼앗겨.”도명현은 살 희망을 찾고 그의 집중력을 다른 곳으로 유인했다.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기회인데 염구준이 물러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급하지 않아. 널 죽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니까.”염구준은 공격 속도를 올렸다.도명현의 대검은 이미 흠집이 나서 언제든지 부러질 수 있었다.“젠장!”근거리 싸움에서 필살기를 사용할 기회마저 없이 방어만 하느라 지칠 대로 지쳤다.윙!염구준은 상대방이 한계라는 것을 눈치채고 갑자기 검을 휘둘러 단번에 살해했다.정말 꼴 사납게 죽어버렸다.마치 뜨거운 물에 청개구리를 생으로 삶아서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도명현은 그렇게 황천길로 내려갔다.“우리도 가자.”염구준은 검을 거두도 고탑 입구로 향했다.“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