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의 종업원들은 메뉴얼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이기 때문에 염구준도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왔는데, 아우라가 보통이 아닌 사람이 가장 앞에 있었고 그 뒤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있었는데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이때, 우두머리가 걸어와 비꼬듯이 말했다. “오, 윤 대사님 아닙니까? 왜 문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하시는 거죠?” 말투를 들어보면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윤대약은 비지니스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우 선생님, 제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괜찮으시면...”윤대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성재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고는 조롱하듯 말했다.“그건 안 될 것 같네요. 이번 활동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제약업계의 재벌가들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그의 행위는 일부러 태클을 거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염구준은 이번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미리 충분히 준비해뒀기 때문에 사람들의 정보를 다 기억하고 있었다.그의 앞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우성재로, 우씨 그룹의 회장이자 제약상회의 회장이며 이번 활동을 연 사람이었다.“말이 지나치시네요.”윤대약은 목소리를 굳히며 조금 화를 냈다.만약 염구준을 백학 건물에 들여보내야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요.”우성재는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생각해 겁이 없었다. 이때, 그의 뒤에 있던 경호대장이 염구준을 줄곧 쳐다보다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바로 저 사람이 저희를 때렸습니다.”염구준이 경호원들을 때린 행위는 단순히 그들을 때린 게 아니라 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개를 때리려 해도 주인이 누군지부터 봐야 하니까 말이다. 우성재는 눈을 굴리더니 곧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간사한 표정을 지었다.“들어갈 수야 있죠. 제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세 번 하면서 사과만 하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윤대약은 크게 화가 나 소리를 질렀다. “너무 지
‘여기서 더 나댔다간 죽을 게 분명해.’“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그쪽이 방금 전에 건 조건이 좋은 것 같으니 수량을 열 배로 올리죠. 다만 그쪽이 그쪽 경호원들한테 절을 해야 합니다.”염구준은 당연히 이 일을 좋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그건...”우성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염구준에게 절을 한다면 강자에게 한 것에 속하니 크게 부끄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기르는 개에게 절을 한다는 건 달랐다.“음?”염구준은 우성재가 질질 끄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이 눈빛에 우성재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쿵쿵.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얼른 절을 하기 시작했다. “다 했어. 이제 됐지?”절을 끝마친 우성재의 이마는 크게 부어올라있었는데, 조금씩 피가 흘러내리기도 했다.한편, 경호대장은 자신의 고용주의 큰절을 받고 놀라서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좋을대로 하세요.”염구준은 손을 저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상대방이 말을 먼저 심하게 했기에 조금 혼을 낸 것일 뿐, 정말로 말 한마디 했다고 죽일 생각은 없었다. “회장님!”경호대장은 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앞으로 뛰어가 우성재를 부축했다.짝!“저리 꺼져. 어떻게 강적들만 끌어올 수가 있어?”우성재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라서 바로 경호대장의 뺨을 때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하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태도를 보이다가 자신이 당하고 나서는 바로 바꾸는 걸 보면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괜히 화만 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 됩니다. 제게는 부모님도, 아이도 있어요. 온 가족이 제 돈으로 먹고 산다는 말입니다.”경호대장은 무릎을 꿇고 우성재의 허벅지를 안고는 울부짖었다.반평생을 고생하며 수단을 다 써서야 얻은 경호대장의 자리를 이대로 놓기 싫어서였다.“꺼져!”우성재는 상대방을 한쪽켠으로 걷어차고 백학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권력을 믿고 오만하게 굴던 경호대장이 이런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번에 여러분들을 초대한 이유는 저희 제약업계가 더 경쟁력이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직원이 일어나 자료를 나눠주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늙은 여우라서 자료를 보지 않아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는 통합을 하려는 속셈이었다. 또는 전체 제약업계의 사업들을 병합하려 한다고 할 수도 있었다.“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우선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이때, 누군가가 바로 거절했다.자신의 이익이 침범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하하, 먼저 자료를 보고 다시 이야기 하시죠.”우성재가 웃으면서 말했다.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계획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았다.‘신의 물?’몇 페이지를 넘겨본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우성재를 바라보았다. 자료 안에는 ‘신의 물’ 을 합작해서 만들자는 것과 만드는 방법이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생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름을 바꾸고 다시 계속 팔자고 적혀있기도 했다.“그 물건은 해로운 겁니다. 절대 안 돼요.”이에 윤대약이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 소리 질렀다.“그건 모두 헛소문입니다. 이 물건이 나오면 천 배의 이윤을 얻을 수 있어요.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죠.”우성재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이끄는 쪽으로 말을 돌렸다.천 배의 이윤이라면 양심을 버리고 돈을 벌기엔 충분했다.다른 사람들은 누군가 나서서 의의를 제출하는 걸 보고 전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았다.“진짜 멋대로 구는구나. 널 지금 당장 없애야겠어.”윤대약은 화를 내며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를 모욕해도 괜찮고, 평소에 방해를 해도 괜찮지만, 이 일은 상의할 필요도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제약업계에 종사했지만 대부분 상인들이지, 윤대약처럼 약품에 대한 열정이 너무 많지는 않았다.그들의 생각 속 약은 그저 사람을 구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윤대약이 무력을 행사하면 현
이건 미끼를 던지는 수작이다.하지만 제약 업계에서 알아주는 거물들은 모두 자신의 연구팀이 있기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처방을 살 리가 없었다.그들도 소리를 지르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압니까? 관문 앞에서 칼춤을 추는 격이라니 내 낯이 다 뜨겁네요.”“맞습니다. 선조의 처방을 팔아 사기치는 놈들은 많이 봤어요.”그 말들 듣던 이제마는 너무도 화가 나 몸을 벌벌 떨고 귀와 콧구멍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이 처방은 그가 직접 연구한 것으로 아주 귀하게 여기고 있었다.만약 염구준이 끝까지 조르지 않았다면 내놓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 쓰레기 취급을 받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저 사람들 무시하세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뭐가 최고 처방인지 몰라요.”염구준이 싸늘하게 비평하며 위로했다.“다 당신 때문이에요!”이제마는 결국 그에게 화풀이를 하고 말았다.그러자 앙숙인 윤대약은 웃는 걸 참느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염구준의 말에 다들 열받아 그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쓰레기 처방 갖고 어디서 잘난 척이야? 내가 버린 처방도 이것보다 나아!”“진짜 최고로 좋은 처방이라면 내가 강물에 뛰어들어 헤엄 치면서 흥을 돋아줄게!”“난 뒤집기 100개 하겠다!”그들은 하나같이 생색만 낼 뿐, 길거리에서 파는 처방은 쓰레기라고 단정했다.제약 업계의 지배자들 전부 이 자리에 있으니 모두가 염구준을 제압하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하다 생각했다.“어디가 특별한지 내가 한 번 볼게요.”그때 윤대약이 앞으로 나섰다.그는 살면서 그것도 자신의 앙숙을 위해 나설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이번에 이제마가 기뻐할 차례였다.처방을 보던 윤대약은 깜짝 놀라며 큰소리쳤다.“이거 엄청난 처방입니다. 약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한 대가로 만든 겁니다.”연기가 과장한 것 빼곤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말이었다.그는 평소 고지식해서 이런 연기가 어울리지 않지만 약을 제조하고 처방하는 연구에 누구도 과소평가하지 못
“게다가 출처 없는 처방은 부작용이 심합니다.”우성재는 방금 손해를 봐서 감히 정면으로 염구준과 대응하지 못하고 부드럽게 말했다.“개소리 지껄이지 마!”그때 참다 못한 이제마가 버럭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내 처방에 부작용이 심하다고? 그럼 네가 생산한 약은 독약이야!”이제마의 처방은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 연구한 것으로 절대 부작용 같은 건 나타나지 않았다.본인을 욕해도 좋지만 처방을 욕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이 신의 아닙니까?”그제야 얼굴을 알아본 대표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비록 이제마와 윤대약 모두 유명하지만 이제마의 약은 시장에 거의 유통되지 않아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으니 처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의 처방은 정말 귀하고 귀했다.“역시 동업자들끼리 말이 통하네요.”염구준이 가볍게 감탄했다.제약 업계에서 어떤 말을 늘어놓아도 이제마의 한마디와 비교할 수 없었다.오기 전에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이제마는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왜냐면 자신이 힘들게 연구한 처방이 다른 사람들에게 재물을 모으는 도구가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뜻밖의 상황에 자극을 받아 폭주한 것이다.이제마가 본인이 직접 연구한 처방이라도 하자 대표들은 더는 고려하지 않고 열광했다.“젊은이, 조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다 들어줄게요.”미끼를 던지자마자 거물들이 속속히 낚이기 시작했다.염구준은 눈치 빠르게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않도록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었다.이것으로 주도권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밝혔다.그는 뜸을 들이지 않고 조건을 제시했다.“저희를 도와 약을 생산해 주세요. 제가 그만 생산하라고 할 때까지요. 그러면 방금 보여준 처방을 두 손으로 바칠게요.”바로 거래였다.“어떤 약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봐도 되겠습니까?”경각심이 강한 대표가 떠보았다.처방을 내놓을 정도라면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았다.“바로 신의 물 해독약입니다. 총수량은 많지 않고 지속되는 시간도 길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염구준은 우성재의 멱살을 잡고 높이 쳐들었다.살기가 주변에 퍼지면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그 장면을 보던 대표들은 깜짝 놀랐지만 감히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아… 아직 생산하지 않았어요. 그냥 생각만 했을 뿐이에요.”우성재가 버벅거리며 말했다.염구준이 삼선 클럽도 두려워하지 않고 갑자기 돌변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오로지 이제마와 윤대약만 염구준이 돌변한 이유를 알고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타닥타닥!그때 멀리서 제복을 입을 무리가 들어왔다.어느 부대에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일을 통제하러 온 것 같았다.“여기 흉악범이 있어요. 빨리 구해주세요!”하지만 일행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염구준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주… 염 선생님도 여기 계셨군요.”우두머리는 백호였다.염구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삼선 클럽을 쫓지 않고 여기는 왜 왔어?”“전에 제거한 신의 물 소굴은 원래 우씨 그룹의 원재료 공장이어서 몇 가지 질문하러 왔습니다.”이 사실은 기밀이 아니어서 모두의 앞에서 보고했다.염구준은 앞뒤 상황을 종합해서 대략 추측했다.우성재와 삼선 클럽은 진작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지만 이번 일로 손실이 커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수작을 부린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우성재는 너무 대놓고 일을 벌였다.“데리고 가. 그리고 우씨 제약 공장을 폐쇄하고 낱낱이 조사해. 용하에 어떤 좀벌레도 용납할 수 없다!”염구준은 팔을 흔들어 우성재를 백호에게 던져주었다.“네. 명심하겠습니다.”백호는 처리할 일이 많아 우성재를 끌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우성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소리를 질러 댔다.“너희들 뭐야? 날 체포할 권리가 없어. 내가 누군지 알아?”탁!고함소리에 짜증난 백호가 손에 든 검으로 그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그제야 현장이 조용해졌다.우성재는 삼선 클럽과 결탁해 국민들을 해치는 신의 물을 생산하였으니 십중팔구 사형에 처할 것이다.꿀꺽!그 장면을 보던 대표들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혹시나 연루
전체 골목에 인기척도 없고 대문은 꾹 닫혀 있었다.‘살기다.’점집 입구에 다가간 염구준은 예민한 통찰력으로 수상함을 눈치챘다.시체 산을 걸어온 사람만이 이런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들어가서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염구준은 옆을 보며 이제마에게 신신당부했다.“알았어요.”이제마도 사태 심각성을 알고 괜한 시비를 걸지 않았다.끼익!대문을 천천히 열고 염구준이 앞장서고 이제마가 바짝 뒤를 따랐다.순간 피 비린 내가 코를 찔렀다.바닥에 흥건하게 흐른 피 외에도 다툰 흔적이 곳곳에 보였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염구준은 아무도 없는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그의 실력으로 이 정도 위장술은 바로 알 수 있었다.30분이 지났지만 방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끼익!하지만 염구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그가 어둠속으로 기운을 발사하자 누가 밖으로 도망치는 기척이 들렸다.스스슥!공격이 멈추자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방금 그들을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일개 전신 경지가 부하들을 이끌고 오다니, 실력이 있나 봐.”염구준은 일행의 기운을 감지하고 실력을 판단했다.“넌 누구냐? 왜 여기 왔어? 황지혁과 무슨 사이야?”전신 경지인 우두머리가 경계하며 물었다.방금 공격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질문이 많네. 난 아직 묻지도 않았어.”염구준이 대답하지 않았다.“체포해!”말이 끝나자마자 일행이 무기를 들고 염구준에게 돌진했다.그들은 여기서 한동안 매복하고 있었지만 목표물은 나타나지 않고 낯선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쿵쿵!염구준은 공격 자세를 취하더니 일격으로 돌진하는 일행을 물리쳤다.겨우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은 전신 지경에 이른 한 사람밖에 없었다.그가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염구준이 시탐하려고 그런 것이다.“죽여라!”우두머리는 비틀거리며 고함을 질렀다.상대방을 이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그는
“나오세요! 밖에 매복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어요.”방안에는 일행과 한 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잠시 후, 그 사람이 방에서 나왔다.바로 점쟁이 노인 옆에 있었던 소녀였다.“대체 무슨 일이야?”염구준이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는데요.”소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거짓말을 했다.하지만 방금 발생한 장면을 보았는지 말소리에 힘이 없었다.“선생님, 우리 가시죠.”염구준은 소녀와 실랑이할 시간이 없어 바로 돌아섰다.“잠깐만요. 할아버지를 찾아줄 수 있어요? 지금 나쁜 놈들이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해요.”소녀가 다급하게 말했다.할아버지의 안위가 걱정되었지만 그럴 실력이 없어서 염구준에게 부탁한 것이다.“마지막 기회야. 너와 할아버지 정체를 말해.”염구준은 돌아서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했다.“휴.”어쩔 수 없는 소녀는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저는 황지영이고 할아버지는 황지웅이에요. 우린 삼선도에서 왔어요.”“제가 어릴 때 삼선도가 급변하여 할아버지는 저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여기로 도망쳤어요. 하지만 삼선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우리를 찾아다녔어요. 방금 죽은 일행이 우리를 찾아낸 거예요. 할아버지는 저를 이곳에 숨기고 적을 유인하러 나가셨어요.”그 말을 듣던 염구준은 안색을 굳혔다.실력이 강한 반천인 고수를 뒤쫓을 정도라면 상대방의 실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하지만 삼선도에서 왜 두 사람을 끈질기게 찾아다녔을까?“저를 도와줄 수 있어요? 그동안 저축한 돈을 전부 드릴게요.”염구준이 한참이나 말하지 않자 황지영은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하지만 소녀는 염구준이 돈에 관심이 없다는 걸 몰랐다.“난 돈에 관심이 없어. 삼선도에 대해 얘기해 봐. 그러면 도와줄게.”염구준은 희망을 찾았다.삼선도의 정보는 너무 중요했다.필경 삼선 클럽은 표면적인 세력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신의 물을 확실히 제거하려면 근원부터 착수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