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소녀를 안심시키려고 일단 대답했다.“좋아요. 거짓말하면 안 돼요.”황지영은 별수 없이 믿었다.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나쁜 놈과 같은 배를 탄대도 기꺼이 할 것이다.그 뒤로, 염구준은 저녁까지 기다렸지만 누구도 오지 않아 청해로 돌아갔다.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에 낯선 사람이 더 있었다.“자, 밥만 먹지 말고 반찬도 먹어.”손가을은 전복을 짚어 황지영의 그릇에 담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13, 14살 정도의 어린아이라 식구들은 편하게 대했다.“감사합니다. 언니도 어서 드세요.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해요.”황지영은 반찬으로 꽉 찬 그릇을 보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한 가족이 열정적으로 대하니 저도 모르게 어색해졌다.“하하하. 식사합시다.”염구준은 가족들과 눈빛을 마주치며 다정하게 말했다.식사를 마치고 손가을은 황지영을 데리고 밖에 나가 옷 몇 벌을 사주었다.염희주도 언니라고 친절하게 부르며 뒤를 따랐다.사건 경위에 대해 염구준이 미리 얘기했기에 손가을도 안심할 수 있었다.갑자기 외부인을 데려오면 가족들이 난처해할 것이다.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두 노인은 또 질문하기 시작했다.“구준아, 저 여자애는 어디서 데려왔어?”“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염구준은 사건 경과를 다시 한번 말했다.“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떠돌이 하면서 살았는데 지금 할아버지가 실종됐대요. 너무 안쓰럽네요.”“여기 있고 싶다면 우리 집에 있으라고 해. 희주도 친구 되고 좋잖아.”노인들은 워낙 눈물샘이 많아서 조금만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도 바로 눈물을 흘렸다.세상에 비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 전부 도와줄 수 없지만 한 명이라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두 노인은 염구준의 결정에 동의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집사람들이 동의하자 염구준도 안심했다.세 사람은 한참을 얘기하다가 염구준은 방에 돌아갔다.그리고 최근 발생한 사건을 연결하며 생각을 정리했다.삼선 클럽은 삼선도 소속이고, 삼선 클럽에서 신의 물을 판매하는
포위를 당한 초상비는 도움을 청하는 소리에 힐끔 쳐다볼 뿐 어쩔 방법이 없었다.“벽을 뚫고 벗어나!”용필은 힘이 세고 맷집이 좋지만 군체권밖에 할 줄 몰랐다.일 대 일 싸움은 괜찮은데 여러 명이 달려들면 꼼짝 못했다.“알았어!”용필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맹렬하게 벽을 향해 돌진했다.그러자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펑! 펑!상대방이 계속 따라오자 용필은 철거대처럼 계속 벽을 부수며 전진했다.깜짝 놀란 환자들은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용필의 몸뚱이는 끄떡없었지만 그의 몸에 매달린 사람들은 버티지 못했다.“철수한다!”한 사람이 외치자 다들 뿔뿔이 물러섰다.“인질을 데려갔어. 빨리 막아!”그때 한 사람이 의식을 잃은 청년을 업고 병실에서 나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거기 서!”용필은 외치면서 일행을 덮쳤다.하지만 아직 깁스를 하고 있어서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스스슥!방금 떨어진 일행이 다시 빠른 속도로 용필에게 들러붙었다.거머리 같은 놈들은 서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희한하게 작전을 진행할 때만 손발이 척척 맞았다.두 사람은 발목이 묶여 청년이 납치 당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쿵, 쿵!일행은 계단에서 날아오르더니 두 사람을 경계하며 쳐다봤다.이번 작전에 다들 고수들이 출동했다.계단 입구로 들어간 사람들 중에서 가장 약한 실력은 전신 경지에 도달했고, 그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상대방은 강력했다.“건방진 놈들. 자기 발로 걸어왔네.”그때 염구준의 목소리가 계단 쪽에서 들리더니 청년을 겨드랑이에 끼고 올라왔다.조금만 더 늦게 도착했더라면 청년을 빼앗겼을 것이다.“하하하, 매제. 이제야 왔어?”그를 보자 자신감을 되찾은 용필은 전투력이 급격히 상승했다.“염구준이다!”“철수하자!”염구준을 발견한 상대방은 즉시 결단을 내리고 싸움을 포기했다.모두 작전을 중단하고 뿔뿔이 창밖으로 뛰쳐나갔다.다행히 2층이라 살아남았다.만약 20층이라면 바로 떨어져 즉사했을 것이다.“소란을 피우고
용필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거리며 멋쩍게 웃었다.간호사도 혼란스러워서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부상을 당한 초상비는 지금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다.그는 몸놀림이 빠르지만 용필처럼 맷집이 없어서 싸울 때 힘들게 버텼다.“다들 괜찮아?”염구준이 병실에 들어오며 초상비에게 물었다.“찰과상이야. 괜찮아.”초상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이번 일에 실수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아… 여기 어디야?”세 사람이 모여서 얘기 나눌 때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청년이 갑자기 눈을 떴다.방금 싸울 때 충격을 받고 깨어난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누군지 알겠어?”“바다에서… 배에서 봤던 사람이요.”청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회상하더니 그래도 어렴풋이 기억난 모양이었다.그날 추격당하고 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중상을 입었고, 기절하기 전에 염구준 일행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사람이 자신을 구한 것이니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청년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서 앉을 수도 없었다.“감사 인사는 됐어. 근데 내가 궁금한 게 있어.”염구준을 손을 흔들었다.그때 각 방면으로 생각해서 청년을 구한 것이지 은혜를 받으려고 구한 것은 아니었다.염구준은 청년을 조용한 병실로 옮기고 얘기하기 시작했다.“내 질문에 대답을 안 해도 되지만 거짓말을 하지 마.”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드릴게요.”“먼저 네 정체부터 말해.”염구준이 첫 질문을 던졌다.당일 적들의 정체를 통해 대충 신분을 알았지만 확실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청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저는 황지천이라고 삼선도 봉래에서 왔어요. 저를 죽이려던 일행은 삼선도 사람들이에요. 우리 파벌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를 쫓아내려고 했어요.”청년의 대답에 염구준은 조금 놀랐다.전설속에서만 듣던 방장, 봉래, 영주 등 신
염구준은 속으로 욕했다.‘섬에 사는 사람들은 지리를 안 배우나?’혹은 섬의 통치자가 폭로되지 않기 위해 고위층만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염구준은 몇 가지 더 질문했다.황지천의 신분은 높지 않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알았어. 먼저 쉬고 있어.”얘기를 마친 염구준은 떠나려고 했다.‘황지영과 황지천은 일단 만나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혹시 섬에 가는 방식을 찾으면 저도 데려가 주실래요?황지천이 간청하며 물었다.“찾으면 그때 가서 얘기하자. 우선은 몸조리 잘해.”아직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했으니 대답할 리가 없었다.탁!염구준이 밖으로 나가자 입구에 두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치료하러 가지 않고 여기서 뭐 하세요?”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삼선도에 나도 가고 싶어.”방금 한 말을 몰래 엿들은 것이다.염구준은 활기찬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상처는 다 나았어요?”“당연하지.”두 사람은 대답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그럼 병원에서 황지천을 잘 지켜봐요. 차질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거예요.”염구준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병원의 보안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호찬까지 불렀다.비록 황지천이 삼선도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날 섬에 도착하면 길을 안내할 사람이 필요했다.옥패에 관한 일이니 염구준은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병원을 떠난 그는 바로 도서관에 가서 오래된 서적을 뒤적이며 단서를 찾았다.이 방법은 바다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았다.한편, 염구준에게 당한 일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윗선에 보고했다.그들이 도망친 후, 누가 미행할까 봐 바로 숨어버렸다.“젠장! 또 염구준이야?”어느 별장에 숨어 있던 한 남자가 보고를 듣자마자 노발대발했다.옆에 있던 우대영과 황지혁은 그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염구준이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지 그들도 당해봐서 알고 있었다.“도명환, 화를 낼 필요 없어. 이번에 황지웅 늙은이를
도명환이 물었다.계획이라면서 구체적인 절차를 말하지 않아서 왠지 속은 느낌이 들었다.“조급해하지 마. 정작 싸우게 되면 빠져나갈 구멍도 없게 만들 거야.”“구체적으로…”그가 관심을 보이자 황지혁은 환하게 웃으면서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염구준은 누군가 자신을 제거할 작전을 세우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딸을 등교시키고 아내를 회사에 출근시켰다.집에서 혼자 심심한 황지영은 염희주를 따라 학교에 갔다.“오늘 특별히 할 일이 있어?”손씨 그룹 아래에 도착하자 손가을이 물었다.“어디도 안 가. 오늘은 당신이랑 있을게.”염구준은 시동을 끄고 아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어제 도서관에서 저녁까지 적지 않은 서적을 봤는데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어떤 일은 조급해해도 소용없으니 오늘은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알았어.”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각자 할 일들이 많아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회사 입구로 향했다.“거기 서세요. 어디서 오셨어요?”갑자기 경호원이 소리를 지르며 막대기를 들고 다가왔다.한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경호원을 밀치더니 염구준 부부를 향해 돌진했다.“뭐야?”수상한 기운을 느낀 염구준은 돌아서서 낯선 사람을 보았다.그런데 상대방이 자폭하려고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비켜!”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강력한 기운으로 상대방을 물리치자 남자는 더는 앞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펑!자폭했지만 작은 소리만 내고 몸은 바로 쓰러졌다.오직 단전만 폭발한 것이다.남자의 기운이 워낙 약해서 염구준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왜 저래?”손가을은 멍하니 서서 염구준을 쳐다봤다.“몰라. 취했나 보지.”염구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흥, 또 거짓말이지? 먼저 들어 갈게.”손가을은 콧방귀를 뀌더니 쓰러진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돌아서 가버렸다.무술인의 기운을 느낀 그녀는 강호 일이라는 것을 알고 개입하지 않은 것이다.누구나 비밀이 있기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지금… 뭐 하자는 거야?”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말해! 왜 나를 속였어?”“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다 알고 왔어?”알고 왔다니?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역시 그런 거였어!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혜린아.”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
도명환이 물었다.계획이라면서 구체적인 절차를 말하지 않아서 왠지 속은 느낌이 들었다.“조급해하지 마. 정작 싸우게 되면 빠져나갈 구멍도 없게 만들 거야.”“구체적으로…”그가 관심을 보이자 황지혁은 환하게 웃으면서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염구준은 누군가 자신을 제거할 작전을 세우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딸을 등교시키고 아내를 회사에 출근시켰다.집에서 혼자 심심한 황지영은 염희주를 따라 학교에 갔다.“오늘 특별히 할 일이 있어?”손씨 그룹 아래에 도착하자 손가을이 물었다.“어디도 안 가. 오늘은 당신이랑 있을게.”염구준은 시동을 끄고 아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어제 도서관에서 저녁까지 적지 않은 서적을 봤는데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어떤 일은 조급해해도 소용없으니 오늘은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알았어.”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각자 할 일들이 많아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회사 입구로 향했다.“거기 서세요. 어디서 오셨어요?”갑자기 경호원이 소리를 지르며 막대기를 들고 다가왔다.한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경호원을 밀치더니 염구준 부부를 향해 돌진했다.“뭐야?”수상한 기운을 느낀 염구준은 돌아서서 낯선 사람을 보았다.그런데 상대방이 자폭하려고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비켜!”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강력한 기운으로 상대방을 물리치자 남자는 더는 앞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펑!자폭했지만 작은 소리만 내고 몸은 바로 쓰러졌다.오직 단전만 폭발한 것이다.남자의 기운이 워낙 약해서 염구준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왜 저래?”손가을은 멍하니 서서 염구준을 쳐다봤다.“몰라. 취했나 보지.”염구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흥, 또 거짓말이지? 먼저 들어 갈게.”손가을은 콧방귀를 뀌더니 쓰러진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돌아서 가버렸다.무술인의 기운을 느낀 그녀는 강호 일이라는 것을 알고 개입하지 않은 것이다.누구나 비밀이 있기
염구준은 속으로 욕했다.‘섬에 사는 사람들은 지리를 안 배우나?’혹은 섬의 통치자가 폭로되지 않기 위해 고위층만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염구준은 몇 가지 더 질문했다.황지천의 신분은 높지 않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알았어. 먼저 쉬고 있어.”얘기를 마친 염구준은 떠나려고 했다.‘황지영과 황지천은 일단 만나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혹시 섬에 가는 방식을 찾으면 저도 데려가 주실래요?황지천이 간청하며 물었다.“찾으면 그때 가서 얘기하자. 우선은 몸조리 잘해.”아직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했으니 대답할 리가 없었다.탁!염구준이 밖으로 나가자 입구에 두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치료하러 가지 않고 여기서 뭐 하세요?”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삼선도에 나도 가고 싶어.”방금 한 말을 몰래 엿들은 것이다.염구준은 활기찬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상처는 다 나았어요?”“당연하지.”두 사람은 대답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그럼 병원에서 황지천을 잘 지켜봐요. 차질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거예요.”염구준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병원의 보안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호찬까지 불렀다.비록 황지천이 삼선도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날 섬에 도착하면 길을 안내할 사람이 필요했다.옥패에 관한 일이니 염구준은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병원을 떠난 그는 바로 도서관에 가서 오래된 서적을 뒤적이며 단서를 찾았다.이 방법은 바다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았다.한편, 염구준에게 당한 일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윗선에 보고했다.그들이 도망친 후, 누가 미행할까 봐 바로 숨어버렸다.“젠장! 또 염구준이야?”어느 별장에 숨어 있던 한 남자가 보고를 듣자마자 노발대발했다.옆에 있던 우대영과 황지혁은 그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염구준이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지 그들도 당해봐서 알고 있었다.“도명환, 화를 낼 필요 없어. 이번에 황지웅 늙은이를
용필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거리며 멋쩍게 웃었다.간호사도 혼란스러워서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부상을 당한 초상비는 지금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다.그는 몸놀림이 빠르지만 용필처럼 맷집이 없어서 싸울 때 힘들게 버텼다.“다들 괜찮아?”염구준이 병실에 들어오며 초상비에게 물었다.“찰과상이야. 괜찮아.”초상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이번 일에 실수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아… 여기 어디야?”세 사람이 모여서 얘기 나눌 때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청년이 갑자기 눈을 떴다.방금 싸울 때 충격을 받고 깨어난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누군지 알겠어?”“바다에서… 배에서 봤던 사람이요.”청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회상하더니 그래도 어렴풋이 기억난 모양이었다.그날 추격당하고 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중상을 입었고, 기절하기 전에 염구준 일행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사람이 자신을 구한 것이니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청년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서 앉을 수도 없었다.“감사 인사는 됐어. 근데 내가 궁금한 게 있어.”염구준을 손을 흔들었다.그때 각 방면으로 생각해서 청년을 구한 것이지 은혜를 받으려고 구한 것은 아니었다.염구준은 청년을 조용한 병실로 옮기고 얘기하기 시작했다.“내 질문에 대답을 안 해도 되지만 거짓말을 하지 마.”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드릴게요.”“먼저 네 정체부터 말해.”염구준이 첫 질문을 던졌다.당일 적들의 정체를 통해 대충 신분을 알았지만 확실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청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저는 황지천이라고 삼선도 봉래에서 왔어요. 저를 죽이려던 일행은 삼선도 사람들이에요. 우리 파벌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를 쫓아내려고 했어요.”청년의 대답에 염구준은 조금 놀랐다.전설속에서만 듣던 방장, 봉래, 영주 등 신
포위를 당한 초상비는 도움을 청하는 소리에 힐끔 쳐다볼 뿐 어쩔 방법이 없었다.“벽을 뚫고 벗어나!”용필은 힘이 세고 맷집이 좋지만 군체권밖에 할 줄 몰랐다.일 대 일 싸움은 괜찮은데 여러 명이 달려들면 꼼짝 못했다.“알았어!”용필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맹렬하게 벽을 향해 돌진했다.그러자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펑! 펑!상대방이 계속 따라오자 용필은 철거대처럼 계속 벽을 부수며 전진했다.깜짝 놀란 환자들은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용필의 몸뚱이는 끄떡없었지만 그의 몸에 매달린 사람들은 버티지 못했다.“철수한다!”한 사람이 외치자 다들 뿔뿔이 물러섰다.“인질을 데려갔어. 빨리 막아!”그때 한 사람이 의식을 잃은 청년을 업고 병실에서 나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거기 서!”용필은 외치면서 일행을 덮쳤다.하지만 아직 깁스를 하고 있어서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스스슥!방금 떨어진 일행이 다시 빠른 속도로 용필에게 들러붙었다.거머리 같은 놈들은 서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희한하게 작전을 진행할 때만 손발이 척척 맞았다.두 사람은 발목이 묶여 청년이 납치 당하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쿵, 쿵!일행은 계단에서 날아오르더니 두 사람을 경계하며 쳐다봤다.이번 작전에 다들 고수들이 출동했다.계단 입구로 들어간 사람들 중에서 가장 약한 실력은 전신 경지에 도달했고, 그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상대방은 강력했다.“건방진 놈들. 자기 발로 걸어왔네.”그때 염구준의 목소리가 계단 쪽에서 들리더니 청년을 겨드랑이에 끼고 올라왔다.조금만 더 늦게 도착했더라면 청년을 빼앗겼을 것이다.“하하하, 매제. 이제야 왔어?”그를 보자 자신감을 되찾은 용필은 전투력이 급격히 상승했다.“염구준이다!”“철수하자!”염구준을 발견한 상대방은 즉시 결단을 내리고 싸움을 포기했다.모두 작전을 중단하고 뿔뿔이 창밖으로 뛰쳐나갔다.다행히 2층이라 살아남았다.만약 20층이라면 바로 떨어져 즉사했을 것이다.“소란을 피우고
염구준은 소녀를 안심시키려고 일단 대답했다.“좋아요. 거짓말하면 안 돼요.”황지영은 별수 없이 믿었다.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나쁜 놈과 같은 배를 탄대도 기꺼이 할 것이다.그 뒤로, 염구준은 저녁까지 기다렸지만 누구도 오지 않아 청해로 돌아갔다.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에 낯선 사람이 더 있었다.“자, 밥만 먹지 말고 반찬도 먹어.”손가을은 전복을 짚어 황지영의 그릇에 담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13, 14살 정도의 어린아이라 식구들은 편하게 대했다.“감사합니다. 언니도 어서 드세요.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해요.”황지영은 반찬으로 꽉 찬 그릇을 보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한 가족이 열정적으로 대하니 저도 모르게 어색해졌다.“하하하. 식사합시다.”염구준은 가족들과 눈빛을 마주치며 다정하게 말했다.식사를 마치고 손가을은 황지영을 데리고 밖에 나가 옷 몇 벌을 사주었다.염희주도 언니라고 친절하게 부르며 뒤를 따랐다.사건 경위에 대해 염구준이 미리 얘기했기에 손가을도 안심할 수 있었다.갑자기 외부인을 데려오면 가족들이 난처해할 것이다.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두 노인은 또 질문하기 시작했다.“구준아, 저 여자애는 어디서 데려왔어?”“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염구준은 사건 경과를 다시 한번 말했다.“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떠돌이 하면서 살았는데 지금 할아버지가 실종됐대요. 너무 안쓰럽네요.”“여기 있고 싶다면 우리 집에 있으라고 해. 희주도 친구 되고 좋잖아.”노인들은 워낙 눈물샘이 많아서 조금만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도 바로 눈물을 흘렸다.세상에 비참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 전부 도와줄 수 없지만 한 명이라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두 노인은 염구준의 결정에 동의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집사람들이 동의하자 염구준도 안심했다.세 사람은 한참을 얘기하다가 염구준은 방에 돌아갔다.그리고 최근 발생한 사건을 연결하며 생각을 정리했다.삼선 클럽은 삼선도 소속이고, 삼선 클럽에서 신의 물을 판매하는
“나오세요! 밖에 매복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어요.”방안에는 일행과 한 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네가 왜 여기 있어?”잠시 후, 그 사람이 방에서 나왔다.바로 점쟁이 노인 옆에 있었던 소녀였다.“대체 무슨 일이야?”염구준이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는데요.”소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거짓말을 했다.하지만 방금 발생한 장면을 보았는지 말소리에 힘이 없었다.“선생님, 우리 가시죠.”염구준은 소녀와 실랑이할 시간이 없어 바로 돌아섰다.“잠깐만요. 할아버지를 찾아줄 수 있어요? 지금 나쁜 놈들이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해요.”소녀가 다급하게 말했다.할아버지의 안위가 걱정되었지만 그럴 실력이 없어서 염구준에게 부탁한 것이다.“마지막 기회야. 너와 할아버지 정체를 말해.”염구준은 돌아서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했다.“휴.”어쩔 수 없는 소녀는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저는 황지영이고 할아버지는 황지웅이에요. 우린 삼선도에서 왔어요.”“제가 어릴 때 삼선도가 급변하여 할아버지는 저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여기로 도망쳤어요. 하지만 삼선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우리를 찾아다녔어요. 방금 죽은 일행이 우리를 찾아낸 거예요. 할아버지는 저를 이곳에 숨기고 적을 유인하러 나가셨어요.”그 말을 듣던 염구준은 안색을 굳혔다.실력이 강한 반천인 고수를 뒤쫓을 정도라면 상대방의 실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하지만 삼선도에서 왜 두 사람을 끈질기게 찾아다녔을까?“저를 도와줄 수 있어요? 그동안 저축한 돈을 전부 드릴게요.”염구준이 한참이나 말하지 않자 황지영은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하지만 소녀는 염구준이 돈에 관심이 없다는 걸 몰랐다.“난 돈에 관심이 없어. 삼선도에 대해 얘기해 봐. 그러면 도와줄게.”염구준은 희망을 찾았다.삼선도의 정보는 너무 중요했다.필경 삼선 클럽은 표면적인 세력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신의 물을 확실히 제거하려면 근원부터 착수해
전체 골목에 인기척도 없고 대문은 꾹 닫혀 있었다.‘살기다.’점집 입구에 다가간 염구준은 예민한 통찰력으로 수상함을 눈치챘다.시체 산을 걸어온 사람만이 이런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들어가서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염구준은 옆을 보며 이제마에게 신신당부했다.“알았어요.”이제마도 사태 심각성을 알고 괜한 시비를 걸지 않았다.끼익!대문을 천천히 열고 염구준이 앞장서고 이제마가 바짝 뒤를 따랐다.순간 피 비린 내가 코를 찔렀다.바닥에 흥건하게 흐른 피 외에도 다툰 흔적이 곳곳에 보였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염구준은 아무도 없는 어둠을 향해 소리쳤다.그의 실력으로 이 정도 위장술은 바로 알 수 있었다.30분이 지났지만 방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끼익!하지만 염구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그가 어둠속으로 기운을 발사하자 누가 밖으로 도망치는 기척이 들렸다.스스슥!공격이 멈추자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방금 그들을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다.“일개 전신 경지가 부하들을 이끌고 오다니, 실력이 있나 봐.”염구준은 일행의 기운을 감지하고 실력을 판단했다.“넌 누구냐? 왜 여기 왔어? 황지혁과 무슨 사이야?”전신 경지인 우두머리가 경계하며 물었다.방금 공격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질문이 많네. 난 아직 묻지도 않았어.”염구준이 대답하지 않았다.“체포해!”말이 끝나자마자 일행이 무기를 들고 염구준에게 돌진했다.그들은 여기서 한동안 매복하고 있었지만 목표물은 나타나지 않고 낯선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쿵쿵!염구준은 공격 자세를 취하더니 일격으로 돌진하는 일행을 물리쳤다.겨우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은 전신 지경에 이른 한 사람밖에 없었다.그가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염구준이 시탐하려고 그런 것이다.“죽여라!”우두머리는 비틀거리며 고함을 질렀다.상대방을 이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었다.그는
염구준은 우성재의 멱살을 잡고 높이 쳐들었다.살기가 주변에 퍼지면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그 장면을 보던 대표들은 깜짝 놀랐지만 감히 발걸음을 움직이지 못했다.“아… 아직 생산하지 않았어요. 그냥 생각만 했을 뿐이에요.”우성재가 버벅거리며 말했다.염구준이 삼선 클럽도 두려워하지 않고 갑자기 돌변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오로지 이제마와 윤대약만 염구준이 돌변한 이유를 알고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타닥타닥!그때 멀리서 제복을 입을 무리가 들어왔다.어느 부대에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일을 통제하러 온 것 같았다.“여기 흉악범이 있어요. 빨리 구해주세요!”하지만 일행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염구준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주… 염 선생님도 여기 계셨군요.”우두머리는 백호였다.염구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삼선 클럽을 쫓지 않고 여기는 왜 왔어?”“전에 제거한 신의 물 소굴은 원래 우씨 그룹의 원재료 공장이어서 몇 가지 질문하러 왔습니다.”이 사실은 기밀이 아니어서 모두의 앞에서 보고했다.염구준은 앞뒤 상황을 종합해서 대략 추측했다.우성재와 삼선 클럽은 진작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지만 이번 일로 손실이 커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수작을 부린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우성재는 너무 대놓고 일을 벌였다.“데리고 가. 그리고 우씨 제약 공장을 폐쇄하고 낱낱이 조사해. 용하에 어떤 좀벌레도 용납할 수 없다!”염구준은 팔을 흔들어 우성재를 백호에게 던져주었다.“네. 명심하겠습니다.”백호는 처리할 일이 많아 우성재를 끌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우성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소리를 질러 댔다.“너희들 뭐야? 날 체포할 권리가 없어. 내가 누군지 알아?”탁!고함소리에 짜증난 백호가 손에 든 검으로 그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그제야 현장이 조용해졌다.우성재는 삼선 클럽과 결탁해 국민들을 해치는 신의 물을 생산하였으니 십중팔구 사형에 처할 것이다.꿀꺽!그 장면을 보던 대표들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혹시나 연루
“게다가 출처 없는 처방은 부작용이 심합니다.”우성재는 방금 손해를 봐서 감히 정면으로 염구준과 대응하지 못하고 부드럽게 말했다.“개소리 지껄이지 마!”그때 참다 못한 이제마가 버럭 화를 내며 욕을 퍼부었다.“내 처방에 부작용이 심하다고? 그럼 네가 생산한 약은 독약이야!”이제마의 처방은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 연구한 것으로 절대 부작용 같은 건 나타나지 않았다.본인을 욕해도 좋지만 처방을 욕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이 신의 아닙니까?”그제야 얼굴을 알아본 대표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비록 이제마와 윤대약 모두 유명하지만 이제마의 약은 시장에 거의 유통되지 않아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으니 처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의 처방은 정말 귀하고 귀했다.“역시 동업자들끼리 말이 통하네요.”염구준이 가볍게 감탄했다.제약 업계에서 어떤 말을 늘어놓아도 이제마의 한마디와 비교할 수 없었다.오기 전에 중요한 순간이 아니면 이제마는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왜냐면 자신이 힘들게 연구한 처방이 다른 사람들에게 재물을 모으는 도구가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뜻밖의 상황에 자극을 받아 폭주한 것이다.이제마가 본인이 직접 연구한 처방이라도 하자 대표들은 더는 고려하지 않고 열광했다.“젊은이, 조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다 들어줄게요.”미끼를 던지자마자 거물들이 속속히 낚이기 시작했다.염구준은 눈치 빠르게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않도록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었다.이것으로 주도권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밝혔다.그는 뜸을 들이지 않고 조건을 제시했다.“저희를 도와 약을 생산해 주세요. 제가 그만 생산하라고 할 때까지요. 그러면 방금 보여준 처방을 두 손으로 바칠게요.”바로 거래였다.“어떤 약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봐도 되겠습니까?”경각심이 강한 대표가 떠보았다.처방을 내놓을 정도라면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았다.“바로 신의 물 해독약입니다. 총수량은 많지 않고 지속되는 시간도 길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