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필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거리며 멋쩍게 웃었다.간호사도 혼란스러워서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부상을 당한 초상비는 지금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다.그는 몸놀림이 빠르지만 용필처럼 맷집이 없어서 싸울 때 힘들게 버텼다.“다들 괜찮아?”염구준이 병실에 들어오며 초상비에게 물었다.“찰과상이야. 괜찮아.”초상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이번 일에 실수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아… 여기 어디야?”세 사람이 모여서 얘기 나눌 때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청년이 갑자기 눈을 떴다.방금 싸울 때 충격을 받고 깨어난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누군지 알겠어?”“바다에서… 배에서 봤던 사람이요.”청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회상하더니 그래도 어렴풋이 기억난 모양이었다.그날 추격당하고 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중상을 입었고, 기절하기 전에 염구준 일행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사람이 자신을 구한 것이니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청년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너무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서 앉을 수도 없었다.“감사 인사는 됐어. 근데 내가 궁금한 게 있어.”염구준을 손을 흔들었다.그때 각 방면으로 생각해서 청년을 구한 것이지 은혜를 받으려고 구한 것은 아니었다.염구준은 청년을 조용한 병실로 옮기고 얘기하기 시작했다.“내 질문에 대답을 안 해도 되지만 거짓말을 하지 마.”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드릴게요.”“먼저 네 정체부터 말해.”염구준이 첫 질문을 던졌다.당일 적들의 정체를 통해 대충 신분을 알았지만 확실한 정보는 얻지 못했다.청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저는 황지천이라고 삼선도 봉래에서 왔어요. 저를 죽이려던 일행은 삼선도 사람들이에요. 우리 파벌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를 쫓아내려고 했어요.”청년의 대답에 염구준은 조금 놀랐다.전설속에서만 듣던 방장, 봉래, 영주 등 신
염구준은 속으로 욕했다.‘섬에 사는 사람들은 지리를 안 배우나?’혹은 섬의 통치자가 폭로되지 않기 위해 고위층만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염구준은 몇 가지 더 질문했다.황지천의 신분은 높지 않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알았어. 먼저 쉬고 있어.”얘기를 마친 염구준은 떠나려고 했다.‘황지영과 황지천은 일단 만나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혹시 섬에 가는 방식을 찾으면 저도 데려가 주실래요?황지천이 간청하며 물었다.“찾으면 그때 가서 얘기하자. 우선은 몸조리 잘해.”아직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했으니 대답할 리가 없었다.탁!염구준이 밖으로 나가자 입구에 두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치료하러 가지 않고 여기서 뭐 하세요?”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삼선도에 나도 가고 싶어.”방금 한 말을 몰래 엿들은 것이다.염구준은 활기찬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상처는 다 나았어요?”“당연하지.”두 사람은 대답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그럼 병원에서 황지천을 잘 지켜봐요. 차질이 있으면 책임을 물을 거예요.”염구준은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병원의 보안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호찬까지 불렀다.비록 황지천이 삼선도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날 섬에 도착하면 길을 안내할 사람이 필요했다.옥패에 관한 일이니 염구준은 절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병원을 떠난 그는 바로 도서관에 가서 오래된 서적을 뒤적이며 단서를 찾았다.이 방법은 바다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았다.한편, 염구준에게 당한 일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윗선에 보고했다.그들이 도망친 후, 누가 미행할까 봐 바로 숨어버렸다.“젠장! 또 염구준이야?”어느 별장에 숨어 있던 한 남자가 보고를 듣자마자 노발대발했다.옆에 있던 우대영과 황지혁은 그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염구준이 얼마나 까다로운 상대인지 그들도 당해봐서 알고 있었다.“도명환, 화를 낼 필요 없어. 이번에 황지웅 늙은이를
도명환이 물었다.계획이라면서 구체적인 절차를 말하지 않아서 왠지 속은 느낌이 들었다.“조급해하지 마. 정작 싸우게 되면 빠져나갈 구멍도 없게 만들 거야.”“구체적으로…”그가 관심을 보이자 황지혁은 환하게 웃으면서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염구준은 누군가 자신을 제거할 작전을 세우는지도 모른 채, 여전히 딸을 등교시키고 아내를 회사에 출근시켰다.집에서 혼자 심심한 황지영은 염희주를 따라 학교에 갔다.“오늘 특별히 할 일이 있어?”손씨 그룹 아래에 도착하자 손가을이 물었다.“어디도 안 가. 오늘은 당신이랑 있을게.”염구준은 시동을 끄고 아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어제 도서관에서 저녁까지 적지 않은 서적을 봤는데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어떤 일은 조급해해도 소용없으니 오늘은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알았어.”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각자 할 일들이 많아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회사 입구로 향했다.“거기 서세요. 어디서 오셨어요?”갑자기 경호원이 소리를 지르며 막대기를 들고 다가왔다.한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경호원을 밀치더니 염구준 부부를 향해 돌진했다.“뭐야?”수상한 기운을 느낀 염구준은 돌아서서 낯선 사람을 보았다.그런데 상대방이 자폭하려고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비켜!”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강력한 기운으로 상대방을 물리치자 남자는 더는 앞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펑!자폭했지만 작은 소리만 내고 몸은 바로 쓰러졌다.오직 단전만 폭발한 것이다.남자의 기운이 워낙 약해서 염구준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왜 저래?”손가을은 멍하니 서서 염구준을 쳐다봤다.“몰라. 취했나 보지.”염구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흥, 또 거짓말이지? 먼저 들어 갈게.”손가을은 콧방귀를 뀌더니 쓰러진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돌아서 가버렸다.무술인의 기운을 느낀 그녀는 강호 일이라는 것을 알고 개입하지 않은 것이다.누구나 비밀이 있기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염구준은 검을 들고 100km나 떨어진 오수 저수지에 대결하러 왔다.상대방이 어떤 수를 쓸지 몰라 방심하면 안 되었다.이곳에 사람 사는 흔적이 없고 외곽에 위치하여 싸우는 장소로 아주 적합했다.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에 그는 주변을 돌아보며 지형을 살펴보았다.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컨디션을 조절하기 시작했다.삼선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고대 무술학을 연마하여서 그 실력을 누구도 가늠하지 못했다.쿵쿵!그때 요란한 자동차 엔진 소리에 염구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지프차 두 대가 멀리서 멈추더니 네 명의 젊은 남녀가 차에서 내렸다.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였다.“휴.”염구준은 자신이 기다리는 상대가 아니어서 다시 눈을 감았다.젊은이들이 이렇게 외진 곳에 뭐 하러 왔는지 모르지만 그가 알 바는 아니었다.그를 발견한 일행 중 요염하게 차려 입은 여자가 분노했다.“재호 오빠, 여기 사람 없다고 했잖아.”김재호는 음탕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뭐가 무서워? 더 자극적이지 않아?”“변태야. 난 싫어!”여자는 거절했다.타인이 보는 앞에서 생방으로 그 짓을 하라니 자존심이 상했다.“알았어. 내가 쫓아보낼게. 그럼 되지?”김재호는 말하면서 염구준에게 다가왔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유별나게 노네.’“이봐, 우리 할 일이 있어. 20만 원 줄 테니까 여기서 떠나.”남자는 5만 원짜리 현금 네 장을 건네며 말했다.20만 원을 주면서 자리를 비켜달라면 누구라도 흔쾌히 대답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눈을 뜨기도 귀찮았다.“여기 있으면 안 돼. 죽기 싫으면 빨리 가.”김재호는 여자 앞에서 체면이 깎이자 자존심이 상했다.“미친 놈, 주먹 맛을 봐야 말을 듣겠어?”그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앞으로 다가왔다.어려서부터 태권도를 배운 그는 보통 사람들을 우습게 보았다.펑!그런데 염구준을 공격하지도 못하고 기운에 튕겨서 나가떨어졌다.만약 염구준이 진짜 실력으로 공격했
“내가 절충안을 제기할게. 우리 손을 잡고 돈을 벌면 절반을 나눠줄게. 네 생각은 어때?”황지혁은 바로 싸우지 않고 유혹적인 제안을 했다.강력한 동맹은 강력한 적보다 훨씬 나았다.그러면 전에 쌓았던 원한은 이익 앞에서 언급할 가치도 없게 된다.“난 흡혈귀 같은 놈들과 손을 잡지 않아. 개소리 그만하고 빨리 공격해.”염구준은 비아냥거렸다.그의 몸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고 어느 정도 화염도 섞여 있었다.반천인 실력을 낱낱이 드러낸 것이다.황지혁은 말이 안 통하자 일행에게 명령을 내렸다.“12상천 진법. 시작하라!”스스슥!일행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지정된 자리에 섰다.선두에 나선 세 사람은 반천인 실력을 갖춘 고수들이었다.그때는 상대가 너무 빨리 패배한 바람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공격하라!”황지혁이 명령을 내리자 12 명이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다.그러자 무형의 기운이 모두 그에게 쏠리며 어마어마한 파워를 형성하였다.염구준은 구자검을 들고 공격을 시도했다.펑! 펑!앞장선 세 명의 고수는 무기로 쉽게 막아냈다.그들 모두 물 원소의 힘을 연마하였다.그들이 공격할 때 염구준이 실마리를 잡아낸 것이다.뒤에 고수 9명이 앞에 세 명에게 기운을 몰아주고 있었다.진법이 형성되면 12명은 일체가 되어 공격과 수비를 겸하게 된다.순식간에 적이 앞으로 다가오자 염구준은 검을 휘두르며 맞섰다.그는 일격으로 상대방이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촤아아악!구자검은 서늘한 빛을 발사하며 중간에 있는 황지혁을 베었다.‘검의?’삼선도 출신 황지혁은 수많은 서적을 보아서 한 눈에 터득하기 어려운 검의라는 것을 알아챘다.바로 공격을 수비로 돌려 무기를 들어 염구준의 공격을 막았다.양쪽에 있던 도명환과 우대영도 무기를 들고 황지혁에게 다가가 협공했다.쿵!구자검을 내리치자, 세 사람은 엄청 무거운 물건을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팔이 저리고 기혈이 솟구쳤다.순간 간담이 서늘했다.만약 일 대 일로 싸운다면 진법을 사용하기 전에
일장은 바로 칠권합일에서 가장 강한 초식이었다.우르릉 쾅!거대한 소리와 함께 염구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며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그때 우대영과 도명환이 양쪽에서 여세를 몰아 공격했다.“어디로 숨을지 보자.”황지혁은 상대방의 발목을 잡았으니 나머지 두 사람이 마음대로 공격하면 바로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숨는다고?”염구준이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은 그만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은 왼쪽 팔을 흔들면서 2차 공격으로 쇠망치를 튕겨버렸다.기회를 잡은 그는 옆으로 몸을 피해 위에서 떨어지는 쇠망치를 피하고 세 사람 뒤에 불쑥 나타났다.양쪽에서 공격하는 속도가 조금 늦어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이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발생하였다.그 의도를 파악한 황지혁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혔다.“막아. 어서!”황지혁이 소리치자 세 사람은 바로 돌아서 추격했다.염구준의 공격 목표는 뒤에 있는 9명이라는 것을 생각도 못했다.하지만 이미 한 발 늦어서 따라잡지 못했다.방어선을 뚫은 염구준은 가장 가까운 전신지상 고수부터 처리하려고 맹렬하게 공격했다.9명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어서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방어막을 지키려고 8명이 한 고수에게 기운을 전달했다.하지만 전신지상 고수는 다른 고수들의 기운을 흡수했지만 몸과 정신력이 버티지 못했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기운을 소화하지 못해 반천인 지경에 도달하지 못했다.탕! 탕!쇳덩어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며 염구준은 일검으로 무기를, 이검으로 방어 기운을, 삼검으로 상대방을 살해했다.상대방은 이제 막 반천인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 힘을 통제하지 못했다.한 사람이 죽었으니 진법은 영향을 받아 불안정해졌다.그때 3대 주력이 염구준을 포위하고 단번에 죽이려고 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기회를 주지 않고 세 사람의 발이 닿기 전에 방어 구역에서 뛰쳐나가 또 한 명의 전신지상 고수를 살해했다.“협공하여 적을 물리치자!”염구준의 공격 속도가 너무 빨라, 황지혁은 속에서 열불이 솟구쳤다. 방금 장면을
“그 방법을 쓰자. 저놈을 제거하지 않으면 앞으로 섬의 적이 될 거야.”황지혁이 두 사람을 보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동의해.”“그 방법밖에 없겠어.”우대영과 도명환은 몸에서 막강한 기운을 상승시켰다.광기가 세 사람을 감싼 것을 보니 목숨을 걸고 싸울 의지를 보여줬다.스스슥!염구준은 손을 들어 검기 두 갈래를 공격했지만 모두 제압당했다.보통 검술로는 먹히지 않았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검을 두 손으로 잡고 검의를 끌어올렸다. 지면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거렸다.그래도 본인이 창조한 초식을 선택하여 싸우는 과정에서 완성시키려고 마음먹었다.촤아아악!한편, 저 멀리 오수 저수지에서 물보라가 일어나더니 대량의 물 원소의 힘이 세 사람에게 모여들어 기운을 폭증시켰다.“죽여라!”황지혁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대살수를 가동했다.세 사람이 동시에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염구준에게 접근했다.윙!검에서 검명이 울리자, 염구준은 두 발에 힘을 주며 화살처럼 튕겨 하늘을 날아올랐다.쿵!쌍방의 공격이 부딪쳤다.염구준의 검이 관통력이 강하여 몸으로 물보라를 뚫으며 공격을 파괴했다.하지만 물보라에 접촉하는 순간 물 원소의 힘이 그의 몸을 스치며 상처를 냈다.순간 화염이 일어났다.그의 공격을 누구도 막아내지 못했다.“파괴!”황지혁이 포효하며 물보라를 폭발시키자 거대한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반식을 받은 세 사람은 입에서 피를 뿜었다.“푸어억!”바로 그때 검광이 번쩍이더니 염구준이 물보라를 뚫고 나와 단검에 우대영의 가슴을 찔렀다.“재미있네. 마지막에 절반 기운으로 방어하지 않았다면 너희들 전략에 말려들었어.”염구준은 태연하게 말하며 황지혁에게 다가갔다.“넌 날 죽일 수 없어. 아니면 네 가족들도 죽게 될 테니까.”황지혁은 끝까지 몸부림쳤다.“하. 전화해서 물어봐. 청해에 파견된 네 부하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염구준은 바닥에 누워있는 황지혁을 내려보며 경멸하듯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거짓말이야!”당
멀리 있어도 전화를 통해 국주가 기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염구준은 한숨을 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에휴, 하지만 안타깝게도 삼선도 위치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아니면 근원부터 해결했을 텐데. 지금 그들 기세를 보아 다시 나타날 것 같습니다.”그가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장악한 자료를 보면 삼선도에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전화 너머로 국주가 한참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일단 제경으로 돌아오세요. 내가 삼선도 위치를 대략 아는데 만나서 얘기할게요.”“알겠습니다.”염구준은 정보가 비밀이라는 것을 알고 바로 동의했다.황실에서 수많은 비밀을 알고 있지만 특수한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청해를 습격하던 삼선도 부하들은 전부 전신전에 가두었다.그들도 삼선도의 위치를 말하지 않고 입을 꾹 닫고 있었다.염구준이 제경으로 간다고 하니 염희주도 따라가겠다고 졸라서 세 식구가 여행 삼아 함께 길을 떠났다.제경 공항.자가용 헬기가 착륙하자 염구준 일행이 헬기 문을 열고 나왔다.“와!”제경 행차가 처음이 아닌데도 염희주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 마냥 감탄했다.“구준 씨, 전우를 만나러 온다고 했지?”손가을이 염희주의 손을 잡고 물었다.“응. 전우이자 상사이기도 해.”염구준은 웃으면서 고개를 기웃거렸다.몇 년 전, 지금처럼 강하지 않을 때 용하는 사방에 적들이 득실거렸다.국주는 그와 연합하여 적을 무찌르고 정복시킨 것이다.“그렇구나.”손가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주 남편을 도와주던 전우라고 추측하며, 만나면 무조건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그때 검정 옷을 입은 일행이 염구준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염구준 씨, 저희가 특별히 모시러 왔습니다. 차는 저쪽에 있습니다.”“네, 가시죠.”염구준은 가족을 데리고 차가 세워진 곳으로 향했다.차에 타고 시동을 걸 때가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하지만 누구는 가만 있지 못했다.염구준이 국주의 전용차에 앉은 순간부터 제경의 모든 세력가들에게
우르릉쾅!한창 격전을 치를 때, 지하가 심하게 진동하면서 위에서 자갈과 모래들이 떨어졌다.지하가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다.이곳은 지면과 거리가 있어서 묻히게 되면 아무도 살아서 도망칠 수 없다.“도망쳐! 지진이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양쪽 세력은 싸움을 멈추고 지하 입구로 도망쳤다.그들은 내려올 때, 나중에 올라가기 쉽게 밧줄을 묶어 사다리처럼 연결해 놓았다.이미 지하 입구 아래에 도착한 염구준은 사다리를 잡고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임시 작전팀에서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지하를 나가면 바로 석굴암이었다.평소 풀도 자라지 않고 한산하기 그지없던 곳에 오늘따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딱 봐도 7인조 패거리는 보통 무술인 같지 않았다.“미카엘, 실은 자폭 기관을 가동할 필요 없어. 내려가서 저놈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한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조심해야 해. 저들 중에 고수들이 있다고 들었어.”미카엘이라는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엄숙하게 말했다.그런데 불복하는 일행이 나서서 반격했다.“뭐가 무서워? 우리 7명이 모이면 저놈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 감히 조상들의 물건에 눈독을 들여?”“맞아. 난 수년 전에 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해서 아무도 안 무서워.”미카엘이 다시 나서서 말렸다.“큰소리하지 마. 기관이 작동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어. 일단 보초군부터 해결하자.”“나 혼자면 충분해!”한 그림자가 브레인이 지시한 부하들에게 돌진했다.“너희들 누구야?”반보천인 고수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리아성전의 부하들은 반격할 기회도 없이 참살당했다.이어서 남자는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며 지하로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려고 했다.스스슥!그때 마침 염구준이 지하에서 올라오며 남자의 얼굴을 향해 발을 힘껏 날렸다.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남자는 두 팔로 얼굴을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강하다!’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했지만 상대의 발차기에 팔이 저리고 아팠다.“당신은 현지 무술인입니까?”염구준이 두 사람을 내려
브레인이 말을 번복하니 여러 세력들은 불만을 품고 논쟁을 벌이다 결국 싸움이 일어났다.손전등이 비추는 곳 외에 어두워서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누가 죽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임시 작전팀의 철석 같은 동맹이 며칠 사이에 원수가 되어버렸다.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함께 공격하라! 브레인을 죽여라. 리아성전의 횡포가 하늘을 찌른다!”“맞아. 저 영감을 죽여야 해.”“감히 리아성전의 위엄에 도전하다니 죽고 싶어?”브레인이 모두의 분노를 사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이젠 리아성전에 반보천인 고수 2명이 있어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구석에서 몇몇 사람들은 혼전에 참가하지 않았다.“장미 대장, 정말 도와주지 않을 겁니까?”호전적인 누군가는 벌써 손이 근질근질했다.“죽고 싶으면 막지 않을게.”붉은 장미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한 켠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여기 시끌벅적하네.”바로 염구준이었다.그 목소리를 들은 임시 작전팀은 바로 동작을 멈추고 물러섰다.변수가 나타났으니 계속 싸운다면 오히려 남에게 좋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형님 맞습니까?”그때 어느 바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약하게 들렸다.염구준의 기억이 맞다면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 노교수의 제자 광휘일 것이다.그가 재빨리 다가가자 피바다에 쓰러진 노교수가 보였다.호흡이 미약하게 들리는 것이 이미 가망이 없었다.그리고 수호와 채나는 보이지 않고 다른 여제자도 죽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염구준이 광휘의 상처를 살펴보며 물었다.“수호와 채나가 돈에 눈이 멀어서 우리를 음해하고 보물을 챙기고 도망갔어요.”온몸이 피투성이인 광휘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노교수의 팀은 설립된 지 오래되어서 다들 정이 깊었다.그런데 재물 앞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에휴, 내… 내가 어리석었어.”노교수가 가까스로 말을 하면서 자신을 책망했다.염구준은 두 사람의 상처를 살펴봤다.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광휘는 앞으로 휠체어에 앉아
한 차례 격전은 30분 정도 지속되어서야 끝났다.반보천인 고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전부 이곳에서 구렁이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전신 경지 이하는 빨리 열매를 따고 나머지는 구렁이가 나타나는 것을 대비해 방어한다.”브레인은 또다시 변고가 생길까 봐 인상을 찌푸리며 현장을 지휘했다.방금 거대 구렁이의 방어력이 엄청나서 속으로 꽤 놀았었다.윙!그때 갑자기 이명소리가 들리더니 검 하나가 구석에서 날아와 석벽에 꽂혔다.“혈자보제는 내 거야. 너희들은 꺼져.”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염구준이었다.그는 모습을 드러내며 구자검을 회수했다.염구준을 본 브레인은 안색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염구준, 덩굴에 열매가 빈 것을 보아 네가 많이 딴 모양이구나. 그것으로 만족해!”이런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섭섭하게 무슨 말씀이세요. 혈자보제는 기이한 열매라 아무리 많아도 성이 차지 않네요.”염구준이 석벽으로 걸어가더니 열매를 따기 시작했다.리아성전의 부하들은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눈길을 브레인에게 돌렸다.그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전에 싸우면서 염구준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전투력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절반씩 나누자. 나도 많이 양보했어.”브레인은 어쩔 수 없이 양보하기로 했다.“벌써 귀가 먹었어요? 꺼지라고 했잖아!”염구준은 브레인을 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예로부터 보물은 능력이 있는 자만이 차지했으니 브레인은 공유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염구준, 말이 너무 심하네. 우리 리아성전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브레인이 뒷배를 내세웠다.“잔말 말고 물건은 여기 있으니까 능력이 있으면 빼앗아 보시든지.”염구준은 말하면서도 계속 열매를 따고 있었다.그 태도를 보아 브레인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끄드득!열받은 브레인은 손가락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다.“염구준, 너 몇 시간 전에 결투를 벌였으면서 나를 상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거다.”이번에 다른 반보천인
혈자보제는 아주 귀한 보물이다.하지만 보관하기 어려워서 열매를 딴 후 바로 복용해야 했다.아니면 약효야 떨어지고 며칠 뒤에 아예 썩어버린다.모든 약효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염구준은 제자리에 앉아 꼼작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는지, 통로에서 다시 인기척이 전해지면서 일행의 말소리가 들렸다.“대장, 밖에 보물 정말 챙기지 않을 겁니까?”“이 바보야, 그렇게 무거운 걸 얼마나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그보다 더 가치가 있고 가벼운 것을 챙겨야지.”“역시 대장은 똑똑해요.”두 남자의 대화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다.염구준은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혈자보제를 흡수하고 있기에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잠시 후, 두 사람은 혈자보제가 자란 곳까지 다가왔다.그들 반응도 염구준과 똑같았다.“대장, 여기 방울토마토 있어요.”대장은 얼떨떨했다. 햇빛도 없는 곳에 어떻게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 말이다.퍽!“이 무식한 자식아, 방울토마토가 이렇게 생겼어?”대장은 부하의 뒤통수를 갈기며 물었다.“그럼 이건 뭡니까?”부하는 맞은 곳을 슥슥 문지르며 물었다.“이것은…”한참을 살피던 대장도 무엇인지 몰라 대답하지 못했다.이런 식물은 본 적도 없었지만 동글동글한 것이 참 탐스럽게 생겼다.“혈자보제다. 하하하.”바로 그때 다른 통로에서 브레인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강력한 고수들은 더 귀한 물건을 원했기에 금은보화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브레인 팀장님도 여기에 오셨군요.”대장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로 짜증을 냈다.한 사람이 더 나타나면 어떤 귀한 물건이라도 모두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특히 브레인 같은 고수와 동행하면 국물도 얻어먹지 못할 것이다.“그래. 너희들 모두 나가. 여기는 리아성전의 귀속이고 밖에 재물들이나 가져.”브레인은 혈자보제를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브레인 전주님, 그건 아니죠. 혈자보제는 돈으로
“교수님, 이거 과학적이라 생각하십니까?”광휘가 옆에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염구준은 수많은 화살 공격을 받아도 전혀 다치지 않았다.만약 그들이었다면 진작에 피바다에 쓰러져 죽었을 것이다.“물어보지 마!”노교수는 안색을 굳히며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오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그때 염구준을 곱게 안 보던 수호가 또 궁시렁거렸다.“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그럼 방해하지 않을 텐데.”쿵!화살이 멈출 기미가 보지이지 않자 염구준은 더는 방어하지 않고 검기로 석벽을 무너트렸다.그러자 자갈들이 우르르 떨어지면서 노궁 기관을 파괴했다.드디어 화살 공격이 멈추었다.맹렬한 공격 끝에 주변의 청석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전방 왼쪽에 50센치는 되는 구멍이 생겼다.얼떨결에 고대 궁전의 비밀을 찾은 셈이었다.염구준은 구멍으로 다가가 탐색했다.대부분 숨긴 것들은 보물이니 여기 안에 있는 물건이 더 큰 서프라이즈를 주길 바랐다.“선생님,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노교수도 궁금했지만 염구준은 그보다 더 궁금했다.“따라오지 마세요. 안에 어떤 위험이 존재할지 모릅니다. 난 교수님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노교수가 또 잔소리할까 봐 아예 겁을 주었다.스으윽!말이 끝나기 바쁘게, 구멍에서 기척이 들렸다.지름길이가 1미터는 되는 구렁이가 기어서 나오더니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며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윙!염구준은 검을 번쩍 들어 구렁이의 하부를 잘라 두 동강을 냈다.속으로 조금은 놀랐다.이 구렁이의 육체는 보통 구렁이보다 더 단단했다.그는 검을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무려 다섯 번이나 공격해서야 구렁이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그가 추측한 것과 같이 구멍 안은 확실히 위험했다.노교수 일행은 위험을 감지하고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그럼 선생님이 가세요.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염구준은 서슴없이 구멍으로 들어갔다.그가 몸으로 불빛을 발사하자 전방의 상황이 또렷이 보였다.구멍
그때 여광으로 벽에 커다란 도안이 들어왔다.옥패였다.염구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바닥의 화염을 더 밝게 비추었다.그러다 거대한 옥패 도안의 가운데 작은 홈이 있는 걸 발견했다.이 홈은 보면 볼수록 눈에 익었다.그는 안쪽 호주머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그 홈에 끼워 넣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다.여기 있는 옥패를 누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고대 나라가 하룻밤 사이에 전멸한 것은 어쩌면 옥패를 두고 전쟁을 벌이다 이 지경이 된 것 같았다. 예로부터 옥패 쟁탈전은 멈춘 적이 없었다.그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주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른다.“선생님, 그 물건을 빼내세요.”바로 그때 노교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제 거예요.”노교수의 눈썰미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불빛이 희미한데도 보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염구준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바로 옥패를 빼서 챙겨 넣었다.“선생님, 그러면 안 됩니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세요.”노교수가 달려와 인내심 있게 설득했다.“정말 제 거예요. 보세요. 모두 4개.”염구준은 다른 손을 꺼내 옥패를 전부 보여주었다.옥패에 새겨진 무늬가 약간 다를 뿐, 외형은 모두 똑같았다.“세상에, 내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네 개나 챙겼어요?”노교수의 언성이 높아졌다.상대방이 여기서 가졌다고 확신한 이상 무엇을 말해도 소용없었다.그 바람에 노교수의 제자까지 우르르 몰려들었다.채나가 나지막한 소리로 궁시렁댔다.“우리 보고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더니 혼자서 할 건 다 하네.”“당신들이 무엇을 갖든 나랑 상관없거든요. 기관을 건드리면 난 해결할 수 있지만 그쪽은 해결할 수 있어요? 이건 원래 내 거예요.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막아봐요. 그럴 능력이 없으면 잔말 마세요.”불쾌한 염구준은 더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떴다.그가 화를 내자 아무도 찍소리를 못했다.염구준은 그들이 계속 따라와서 귀찮게 굴까 봐 계속 앞으로 걸었다.여기 지하는 생각보다 크지
‘저 자식이 든다고?’일행은 염구준이 기관을 찾았다고 추측했다.그런데 그가 단룡석 앞에 서더니 두 손으로 바위 밑을 잡는 것이었다.순간 그의 근육이 팽팽해지면서 주변에 기운이 감돌았다.“헐! 맨손으로 들려고?”누군가 경악하면서 소리를 질렀다.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렇게 큰 바위는 사람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전에 염구준과 시비가 붙었던 수호와 채나는 속으로 저주했다.“나대기를 참 좋아하네. 그냥 콱 깔려서 죽어라!”“아니야. 저 자식 들 수 없어. 그냥 근육이 부풀었을 뿐이야.”두 사람은 못마땅해하며 염구준이 개망신당하길 기다렸다.“일어나!”그때 염구준이 갑자기 힘을 끌어올리더니 단룡석이 점점 바닥에서 떨어졌다.그리고 머리 위에 번쩍 들어올렸다.“뭐 하는 겁니까? 지나가려면 빨리 가세요!”독촉하는 소리에 그제야 일행은 정신을 차렸다.“빨… 빨리 지나가자.”노교수가 외치자 일행은 바닥의 가방들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속으로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이토록 무지막지한 힘은 리프트잭보다 백 배는 강해서 인간 리프트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쿵!모두 지나간 다음, 염구준은 단룡석을 제자리에 놓았다.바닥에 떨어질 때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선생님, 이게…”놀라움을 금치 못한 노교수는 묻고 싶었지만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맨손으로 무게가 엄청난 단룡석을 거뜬하게 들다니 이런 충격적인 장면은 마치 귀신을 본 것과 흡사했다.수호와 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염구준이 방금 했던 말을 듣고 따지고 들까 봐 무서웠다.“저 원래 힘이 타고 났어요.”염구준이 태연하게 설명했다.“이건 과학적이지 못해요. 몇 백 키로나 되는 무게는 들어올려도 이것은 단룡석이란 말입니다.”노교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왠지 염구준을 연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들 눈에는 모두 환상적인 힘이었다.“그만하시고 안에 들어가 보시죠.”염구준은 더는 설명하기가 귀찮아 혼자 저벅저벅 앞
“괜찮습니다. 전 필요 없어요.”염구준은 거절하고 마음만 받았다.이 노인은 사람은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았다.그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만졌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채나는 시선을 피하며 벗어나려고 했다.“저기요, 할 말 있으면 좋게 하시죠.”동행이 그 모습을 보더니 나서서 말렸다.채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그러죠. 방금 만진 물건에 독이 있어요. 손바닥을 보세요. 검은 기운이 어깨까지 올라가면 신선이라도 구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채나의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그럼 죽는 건가?’당황한 채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울먹거렸다.“잘못했어요.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줍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그녀는 말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주먹만한 큰 루비를 꺼냈다.이 보석 겉면에 독약이 남아 있었다.“방금 독약은 다 제거했어요. 손바닥이 독가스에 화상을 입었지만 며칠 뒤면 괜찮아질 겁니다.”염구준은 그저 경고를 주며 노교수를 쳐다봤다.“제자들을 잘 지켜보세요. 고대 궁전에 기관이 많고 함정도 많아서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전 괜찮지만 손해보는 건 결국 당신들이에요.”이미 주의를 줬으니 듣든 말든 더는 상관하지 않았다.노교수는 난감했다.염구준에게 한바탕 뭐라고 했는데 결국은 본인 제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니.“채나야, 어리석게 왜 그랬어? 우리 고고학자들은 유혹에 부딪쳐도 절대 넘어가면 안 돼.”…교수의 설교를 들으면서 일행은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방금 채나의 손바닥을 보고 다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그로 인해 염구준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왠지 보통 사람 같지 않았다.앞으로 가는 길에 석상과 벽화 등이 눈에 보였다.염구준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나가자 일행도 바로 뒤를 따랐다.노교수는 멈춰서 연구하고 싶었지만 이곳에 워낙 기관들이 많아 제자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길이 끊겼네.”손전등을 흔들어보나 앞에는 검정색 벽만 있고 양측에
“잠시만요!”노교수는 염구준이 저만치 앞서가자 말을 끊고 서둘러 뒤쫓았다.왠지 모르게 그를 따라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여기는 왜 오신 겁니까?”노교수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일단은 그냥 둘러보려고요.”“그리고 나서는요?”“괜찮은 게 있으면 빌릴 생각입니다.”“그건 도둑질이에요!”“여긴 용하국도 아니고,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궁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요. 그러니 엄연히 말해서 도둑질은 아니죠.”두 사람은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으나 서로를 설득하지는 못했다.하지만 사실상 염구준이 탐낼 만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쉿.”이때, 걷다가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이 걸음을 멈추고 일행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노교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따지고 들었다.“말 돌릴 생각 하지 마세요. 이건 중요한 얘기니까요.”하지만 곧 염구준의 한마디에 모두가 등골이 오싹해졌다.“저희, 한 명이 줄어든 것 같아요.”밀폐된 공간, 빛 한 점 없는 지하에서 이런 말은 너무나 섬뜩했다.방금 전에 오줌을 싸지 않았다면 이 말을 들은 뒤 다들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게 뻔했다.“장난치지 마세요.”한 여성 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그녀가 말하자마자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 찬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뒤에 있어요!”염구준은 장난치려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악!”그의 말에 뒤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성을 보고 놀라서 소리 질렀다.옷차림으로부터 그녀가 노교수 일행 중 다른 한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휘익.그녀는 말없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채 가장 가까운 대원에게 달려들었다.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염구준이 그녀보다 더 빨리 그녀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가볍게 들어올렸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염구준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