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군을 부르라고?’김영영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들은 리아성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아서 물러섰는데 염구준은 오히려 강력하게 맞섰다.대단한 뒷배가 있거나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물러설 그녀가 아니었다.“알았어. 딱 기다려!”이젠 좋게 말로 끝낼 상황이 아니었다.김대석은 조바심이 났지만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혈압만 올라갔다.“걱정 마. 아무데도 가지 않을 테니까.”염구준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상대방의 지원군이 오길 기다렸다.김영영이 전화를 걸었다.“저 지금 청해에 있습니다. 지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와서 도와주세요.”그녀는 리아성전을 찾지 않고 강호 무술인을 찾았다.필경 성녀이니 자주 조직을 부른다면 실력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그녀가 강호에서 인연을 맺은 무술인들은 모두 그녀의 신분을 알고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알았어요. 성녀의 일은 우리의 일이죠.”상대방은 흔쾌히 대답하더니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그런데 상대방 이름이 뭡니까?”청해에서 대부분 무술인들은 딱 한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염구준이에요. 건방지기 짝이 없어요. 빨리 오세요.”김영영은 아주 의기양양하게 염구준을 노려봤다.그녀가 용하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신분을 알고 아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난 당신 같은 사람 몰라요. 잘 있어요. 다시는 보지 맙시다.”결국 지원군은 경악하면서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상대방이 염구준이라면 목숨이 백 개라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뚜뚜뚜…김영영은 끊어진 연결음 소리를 듣고도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는 다른 무술인에게 연락했지만 역시 염구준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절교하자는 대답만 들었다.“젠장! 다들 입에 바른 소리만 했던 거야?”탁!화난 김영영은 휴대폰을 바닥에 메치고 말았다.정말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강호의 무술인들이 그녀에게 아부한 것은 리아성전이라는 뒷배를 이용하려는 수작이지 그녀의 실력 때문
“당신 말대로라면 아내분이 다치지 않았다는 거죠?”라누엘이 상황을 따져 물었다.“당연한 거 아닙니까? 정말 아내가 다쳤다면 성녀는 진작에 죽어서 당신한테 전화도 할 수 없었겠죠.”염구준은 여전히 강세로 나오며 상대방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젠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협의하려면 성의를 보여줘야 했다.리아성전의 전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의 말투에서 엄청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하하. 그럼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어떻게 해결하고 싶습니까?”라누엘이 질문했다.김영영은 리아성전의 성녀이니 무조건 구하겠지만 멀리 있어서 당장은 도와줄 수 없었다.“한쪽 손을 절단하면 용서할게요.”염구준이 조건을 제시했다.그러자 주변에서 모두 그를 쳐다봤다.사과하러 왔으면서 건방지게 굴었으니 누구라도 화낼만했다.“할아버지.”이제야 겁을 먹은 김영영이 나지막하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김대석은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속이 문드러질 것 같았다.“염 선생님, 제가 200억으로 성녀의 한쪽 손을 바꾸면 안 되겠습니까?”라누엘이 돈으로 해결하려고 들었다.그러자 김대석이 기회를 잡고 이런 말을 했다.“제 두 다리로 손녀의 한쪽 손을 바꾸겠습니다.”그러자 염구준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돈으로 해결해도 좋아요. 200억.”솔직히 겁주는 데 이미 성공했다.한쪽 손을 절단하라는 것은 김영영에게 겁을 주려고 한 말이었다.그래야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거래합시다. 계좌를 불러주세요!”리아성전은 워낙 돈이 많아서 흥정하기도 귀찮았다.결국 돈으로 쌍방의 갈등을 해결했다.원래 진심으로 사과하면 넘어갈 일인데 김영영이 하도 억지를 부려서 염구준에게 돈을 주게 된 것이다.“가 봐. 앞으로 또 시비 걸고 싶으면 200억을 준비하고 와. 언제든지 환영해.”염구준은 더는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이런 인간들과 도리를 따지는 것이 머리가 아팠다.“감사합니다. 염 선생님.”김대석은
그 후로 며칠은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 무술을 연습하고 업무를 도와주면서 안락하게 보냈다.그는 이런 생활을 즐겼다.계속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좋은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일주일이 되지 않았는데 청룡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주상님, 거록 존주의 행적을 찾았습니다. 전 세계가 다시 임시 작전팀을 조직하여 토벌하려고 합니다. 이번 작전 규모는 상당히 크고 반드시 죽일 거라고 기세를 몰고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또 유인 작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행적을 찾으면 바로 사람을 파견하면 그만이지, 굳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일 필요가 없었다.“청룡, 거록 존주의 위치를 알려줘.”그는 누구도 모르게 혼자 움직여서 상대를 살해하고 싶었다.어떤 일들은 바로 시행하면 그만이었다.“저희도 모릅니다. 정보는 성조국에 있어요. 말로는 내일 용하 만성시에 집결하는데 그때 알려준답니다. 국주님께서 주상께 전하시랍니다. 내일 팀을 이끌되 마음에 드는 팀원을 고르라고 하셨어요.”청룡은 단번에 소식을 전달하고 염구준의 명령을 기다렸다.이번 일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처음 임시 작전에 비해 음모의 냄새가 더 많이 풍겼다.그는 상황을 정리하면서 이해관계를 따져보았다.“나 혼자가면 돼. 용하에 더는 사람을 보낼 필요 없어. 이 일은 국주한테 보고하지 않아도 돼.”국주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염구준을 속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즉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니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국주도 음모를 느끼고 이런 대책을 내린 것 같았다.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알았습니다. 어떻게 할지 알겠습니다.”청룡은 무언가 포착하고 대답했다.성조국에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임시 작전팀을 구성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일을 크게 벌일 것이다.지난 작전에서 브레인이 쓸데없이 일을 벌이는 바람에 체면을 잃었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이 휴대폰을 챙겨 넣고 아내를 찾으러 갔다.“가을아, 나… 나 볼일이 있어서 며칠 들어오지 못할 거야.”“일찍
회의실에서 격렬한 토론이 시작되었다.하지만 듣고 보면 별로 논쟁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브레인 부전주님은 반보천인이자 리아성전 출신입니다. 이렇게 덕망 높은 분을 당연히 팀장으로 선발해야죠.”“저도 브레인 전주님을 선택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물러서세요.”“저도 찬성입니다. 현지 고수들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이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았다.먼저 말을 맞추고 연기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이미 팀장은 결정되었다.처음 작전에 참여한 팀원들이라면 브레인이 얼마나 무능한 지휘관인지 알 것이다.붉은 장미가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려 했지만 동행한 부대장이 그녀를 말렸다.“장미 대장,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위에서 무슨 일이 있든 브레인을 지지하라고 했습니다.”동양국에서 이득을 받은 대가로 상대방이 이런 요구를 제시했을 것이다.“에휴.”붉은 장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속이 답답한 것이 말이 아니었다.그녀는 일개 관리일 뿐, 동양국을 대표할 수 없으니 명령에 따라야 했다.회의실이 점차 조용해졌다.이번 회의에서 임시 작전팀 대장으로 브레인이 선출되었다.얼굴이 활짝 핀 브레인은 소감을 발표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여러분들이 믿어주셔서 감사…”쿵!말도 채 끝내지 못했는데 누가 회의실 문을 뻥차고 들어온 것이었다.염구준이 도착했다.주변을 둘러본 그는 대충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피식 웃었다.“고작 작전팀장을 선발하겠다고 6시간 전에 회의를 열었습니까? 참 애를 쓰는군요.”그의 추측을 증명한 셈이었다.성조국에서 정보를 장악했다는 것은 브레인이 염구준을 피해 권력을 손에 넣고 이번 작전의 인도자가 되려는 속셈이었다.그 이유를 말하자면 이랬다.지난 바위성 작전에서 염구준이 큰 공을 세워 용하의 위신을 올렸으니 성조국에서 불만을 품은 것이다.“하하하. 염구준, 늦었어. 지금 팀장은 나고 너는 내 부하야. 그러니까 내 명령을 따라야 해.”브레인은 미친듯이 웃었다.속으로 염구준에게 엿을 먹여
동시에 옆에 있던 두 반보천인 고수들도 각자 기운을 끌어올렸다.굳이 밝히지 않아도 브레인의 편이었다.“리아성전의 성녀라면 잘 교육하세요. 죽으면 성녀가 사라지잖아요.”염구준은 협박하면서 경고를 주었다.“무례하다!”좌석에서 참다못한 리아성전의 부하가 무기를 들고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멈춰라. 공격하면 안 돼!”브레인이 큰소리로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그도 염구준을 원망하고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공격하지 못했다.“푸압!”염구준이 검결을 휘두르며 공격하는 사람의 허리를 잘라버렸다.“살의를 품고 무기를 들었으면 죽을 각오도 했어야지!”가차없이 죽이는 것이 참 지독했다.그 장면을 본 무술인들은 또 한번 경악했다.브레인 앞에서 리아성전 부하를 죽이다니, 염구준이 이토록 강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겨우 정신을 차린 김영영은 속으로 깜작 놀랐다.‘청해에서 아내 때문에 봐준 건가?’그런 생각에 왠지 소름이 돋았다.타악!브레인이 찻잔을 바닥에 던지면서 기운을 난폭하게 끌어올렸다.나머지 리아성전의 부하들도 싸울 자세를 취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반보천인이 고작 세 명밖에 없으면서 뭘 그렇게 나대?”염구준은 검갑에서 구자검을 꺼내면서 기세 당당하게 말했다.지금 상황에서 누가 공격하든 전부 이 검으로 잘라버릴 것이다.“휴.”브레인은 여기가 용하라는 것을 깨닫고 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그가 팔을 휘두르며 부하들에게 물러가라는 눈빛을 보냈다.“염구준, 임시 작전팀의 팀장은 나야. 지금 그게 무슨 태도야?”상대방이 겁에 질리자 염구준은 검을 거두며 대답했다.“팀장하고 싶으면 하세요. 난 그 따위 팀장 자리를 빼앗지 않아요. 거록의 행적을 알려주면 바로 갈게요. 당신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어요.”한 무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발목을 잡는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움직이기 쉬웠다.“용하의 국경을 넘어서 북쪽으로 가.”브레인이 명쾌하게 말했다.거록 존주의 행적은 그만 알고 있으니 아무 말로 둘러댄 것이었다.“알았어
“아닙니다. 본론만 얘기하세요.”염구준은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방금 붉은 장미는 상황 때문에 말하기 불편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털어놓을 생각이었다.“염 선생님, 이번 작전 보기보다 위험해요. 조심하세요. 그리고 방금 브레인이 말했는데 지금 거록 존주의 실력이 급증해서 엄청 강해졌대요.”유용한 정보는 이것뿐이고 나머지는 쓸데없는 말들이었다.“고마워요. 브레인과 움직일 때 조심하세요. 뭐든 따라서 하지 말고요.”답례로 염구준이 주의를 주었다.브레인의 실력은 강하지만 부하들 지휘하는 것이 형편없어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네. 알아서 할게요.”붉은 장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간단하게 얘기한 후 통화를 끊어버렸다.서로 다른 팀이니 염구준은 그들이 방해할까 봐 걱정되었다.앞으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푹 자서 살 것 같았다.이튿날 아침, 그는 짐들을 챙기고 로비로 내려왔다.경호원에게서 브레인 일행이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확실히 깨달았다.그는 SUV차량을 대여하고 브레인이 알려준 곳으로 달렸다.한편, 호텔 어느 창가에서 누군가 커튼을 열고 염구준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멍청한 놈, 바로 믿네. 일행에게 통지해. 신속히 장비를 준비하고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브레인은 염구준에게 엿을 먹인 것이 너무 상쾌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실은 염구준은 국경을 넘은 뒤, 호텔이 보이지 않자 바로 방향을 돌아서 남쪽으로 달렸다.뼈저리게 미워하는 사람에게 고민도 하지 않고 북쪽이라고 말했으니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확했다.가는 동안 붉은 장미에게 여러 번이나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도 브레인이 미리 차단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황폐한 사막에서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바로 거록 존주를 찾아가는 것은 왠지 비현실적이었다.황사가 날리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환경에서 염구준은 몇 시간 만에 한 마을에 도착했다.마을 옆에 주차하고 전방을
”흑흑,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누나 모두 죽었어요.”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염구준이 물었다.“여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이미 거록 존주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지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남자아이는 공포스러운 저녁을 회상하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3일 전에 마을에서 잔치를 벌였어요. 모두 한 곳에 모여서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고 있었어요. 그때 붉은 눈을 가진 요괴가 나타나서 닥치는 대로 다 죽였어요. 저는 물독에 숨어서 찾지 못한 거예요.”여기서 염구준에게 유용한 정보는 붉은 눈밖에 없었다.사술을 연마하고 과도하게 기운을 폭증시킨 상황에서 두 눈은 충혈된다.“다른 것은 또 없어?”염구준이 계속 물었다.“없어요. 그때 물독에서 호스로 숨을 쉬었어요. 그래서 밖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남자아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털어놓았다.“나랑 같이 가자. 너 혼자 여기서 살 수 없어.”염구준은 마을 입구에 주차한 차를 가리켰다.마을 주변은 황폐하여 황사 외에 황사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남자아이는 촉촉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한참이나 그를 보며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알겠어요. 그런데 가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묻어주면 안 될까요?”“그렇게 해.”염구준은 흔쾌히 허락하고는 주먹으로 바닥에 무찔러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을 전부 구덩이에 넣고 묻어버렸다.그리고 염구준은 남자아이를 데리고 계속 남쪽으로 달렸다.“여기 근처에 또 마을이 있어?”염구준이 물었다.이곳은 지형이 복잡하고 황사가 깔려 있어서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저쪽에 있긴 한데 엄청 멀어요.”남자아이는 이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그가 가리킨 곳은 서남방향이었다.“안전벨트 잘하고 있어.”염구준은 주의를 주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광활한 사막에 사람과 차들이 없어서 과속해도 경찰에게 추적당할 걱정이 없었다.두 사람은 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남자
“은인님, 돈은 많지 않지만 작은 성의이니 부디 받아주세요.”“정말 괜찮습니다. 그냥 몇 가지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노인의 손을 밀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남자아이를 구할 때도 보답을 바라지 않았었다.“그럼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셋째 할아버지도 강요하지 않았다.남자아이의 가족들이 전부 죽었으니 앞으로 부양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방금 말했던 붉은 눈 악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염구준은 알고 싶었다.그 말에 노인의 눈가에 두려움이 스쳤다.최근 본 것과 들은 것을 종합한 후 설명하기 시작했다.“그 악마가 나타난 것은 3개월 전이었어요. 처음에 우리 지역에 한 마을이 도륙당했는데 붉은 눈의 악마 짓이라고 했어요. 그 뒤로 마을이 참살당하는 비극은 끊기지 않았죠. 운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말하길 전부 붉은 눈을 가진 악마라고 했어요.”“나중에 실력이 강한 사냥꾼들이 팀을 이루어서 그 악마를 잡으러 갔는데 한 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할 수 없었어요.”노인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을 이어갔다.스스로 지킬 능력도 없고 주변에 그들을 지켜줄 고수들도 없었다.“슬퍼하지 마세요. 그럼 악마의 행적은 알고 있습니까?”염구준은 더는 위로하지 않고 계속 질문했다.“은인님께서 악마를 잡으러 가시려고요?”말이 이상했는지 노인이 바로 되물었다.“맞습니다. 이번에 온 것도 그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서 왔어요.”염구준은 인정하면서 눈에서 살기를 뿜었다.노인의 설명과 전에 들었던 것을 종합하면 거록 존주는 이미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안 됩니다. 은인님, 그놈은 너무 사악해서 찾아가면 바로 목숨을 잃을 겁니다.”노인이 한사코 설득했다.“이미 패배한 놈입니다. 위치만 알려주세요. 제가 바로 가서 멸망시키겠습니다.”염구준의 언행을 보아 붉은 눈의 악마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솔직히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놈의 행적만 알았
거록 전주의 몸은 전보다 더 커졌는데, 근육이 전부 밖으로 드러났고, 외형 뿐만 아니라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전보다 더욱 강했다.“사술로 생명력을 끌어올린 걸 보면 목숨을 걸겠다는 건가?”상대방의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검을 다시 한 번 휘둘렀다.지금 이 수단까지 쓴 이상, 거록 전주는 싸움에서 이기든 지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쾅!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붙은 결과, 염구준이 뒤로 밀려났다. 기술이 아닌 순수히 힘에서 밀린 거였다.염구준의 신체 능력도 강하긴 하지만, 지금의 거록 존주는 그보다 더 강했다.‘육신이 반보천인의 극한까지 된 건가?’염구준은 속으로 의혹스러워했다.쾅! 쾅!거록 존주는 쉼 없이 강력한 두 주먹을 빠르게 날렸고, 두 발 역시 쉬지 않고 염구준의 중요부위를 걷어찼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거록 존주가 이미 완전히 우세를 차지했으며 승부가 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들 중 누군가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고, 누군가는 또 기뻐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브레인이었다.그는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더 싸워라. 둘다 죽어버리면 더 좋고!”그러나 이때, 염구준이 화를 내면서 상황도 역전하기 시작했다.“오? 날 때리는게 재밌나 봐?”이윽고 그는 옅은 금빛 기운을 내뿜으며 두 검의를 함께 써 거록 존주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거록 존주는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염구준은 정밀한 내공과 초보적으로 형성된 검의, 그리고 각종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두 사람의 싸움은 다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이런 싸움에서는 강한 필살기가 없으면 쉽게 결판을 내기 어려웠다.검일참공은 이미 사용했으나 부상을 입히기에 성공했을 뿐, 그를 죽이지는 못했으니 새로운 검식을 사용해야 했다.염구준은 계속 검술을 갈고 닦군 했는데, 최근 또 다른 깨달음을 얻어 그걸 파고들던 참이었다.비록 완전히 익히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초
염구준은 두 다리에 힘을 모아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한 뒤, 전장 한가운데로 착지했다.그는 이미 충분히 기회를 주었다. 잡지 않는 건 그들이니 그를 탓할 수 없다는 거다.“염, 으워!”염구준을 본 순간, 거록 존주는 포효하며 눈이 더욱 짙게 붉어졌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이윽고 그는 야수가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듯이 손발을 모두 바닥에 놓고 힘껏 도약해 덤벼들었다.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우웅.검명과 함께 염구준 역시 검을 뽑아 들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록 존주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쾅!거록 존주는 두 팔을 교차해 몸으로 검을 막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두 팔에는 겨우 얕은 상처 밖에 남지 않았다. ‘저렇게 강한 육신이라니.’이걸 본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하며 즉시 검을 거두고 연속으로 공격을 이어갔으나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도 거록 존주는 겉만 살짝씩 다칠 뿐, 중상을 입지 않았다.‘몸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지?’더 이상 공격을 퍼부어도 크게 쓸모가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결정적인 일격을 날리기 위해 검기를 모았다. “저게 진짜 실력이었어?”브레인은 얼굴을 떨며 두근대는 심장을 붙잡고 전장을 바라보았다.‘전에 싸우지 않기를 잘했어.’쿵!그 순간 거록 존주가 갑자기 허공에 내뿜은 핏빛의 기운이 주위 사람들을 공격하며 무력이 약한 일부 무인들을 순식간에 죽였다.강자들의 싸움들은 아무나 지켜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모두 뒤로 물러나!”각 세력의 대표들은 즉시 자신들의 부하들을 불러 멀리 후퇴하도록 지시했다.이제야 그들은 거록 존주가 지금껏 자신들과 싸우면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팀장님, 저희도 나서죠?”붉은 장미가 앞으로 가서 지시를 기다렸으나 브레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답했다.“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세요. 제가 염구준을 돕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상대방의 단호한 태도에 붉은 장미는 더 이상
‘말려도 듣질 않네.’상대방에게 아무리 충고해도 쓸모 없다는 걸 깨달은 염구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책상 위의 문서를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정보 고마워요.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말을 마친 뒤, 그는 노교수 일행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바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평소에 사냥을 나서던 거록 존주조차도 모습을 감춘 이날 밤, 석굴암 유적지는 매우 고요했다. 그가 평소와는 달리 사냥에 나서지 않은 건 염구준의 존재가 위압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한편, 염구준은 방으로 돌아가 석굴암 유적지의 지도를 펼친 후, 붉은 장미가 제공한 거록 존주의 이동 경로를 참고하며 표식을 남기기 시작했다.유적지가 좀 넓기 때문에 무작정 찾는다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도를 보는 중간에 노교수가 찾아오긴 했으나, 염구준은 그를 무시했다.이른 아침,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무렵에 염구준은 떠날 준비를 마쳤다.1층으로 내려서자마자 그는 떠날 준비를 마친 노교수 일행을 마주쳤는데, 이제껏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일행에는 어제 붉은 장미에게 두들겨 맞았던 수호도 있었는데, 그녀의 주먹이 무서웠던 모양인지 전처럼 멋대로 떠들지 않았다.“그 붉은 눈을 가진 야수를 찾으러 가시는 거 맞죠? 그럼 가는 동안 서로 의지도 할겸, 같이 가시죠.”노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동행을 제안했으나 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계속 걸어갔다.“필요 없습니다. 전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서요.”그러자 노교수 일행의 여성 조수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사고뭉치도 아니고, 그냥 동행하자는 것 뿐인데요.”솔직히 말하면, 염구준의 눈에 그들은 정말 사고뭉치와 다를 게 없었다.“남의 심기를 쓸데없이 건드리지 말고 그쯤하시죠.”말을 마친 후, 그는 빠르게 나가며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뭐가 이렇게 빨라?’이 모습을 본 일행이 넋이 나가있을 무렵,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노교수가 급하게 재촉했다.“어
끼익!수호가 또 한마디 하려던 찰나, 민박집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너무 예쁘잖아?’이에 두 청년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 꽂혔다. 그들은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그녀를 주시했다.“저기, 여기 빈자리 있어요.”수호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으나 여성은 그를 보지도 않고 곧장 염구준의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염 선생님, 타겟과 관련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그녀는 다름 아닌 붉은 장미였다.완전히 무시당한 수호는 체면이 구겨진 것만 같아 수치심과 질투심에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퉷, 세컨드였잖아. 더러운 년.”그의 입은 정말 더러웠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쾅!가만히 있다가 모욕을 당한 붉은 장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한 손으로 빠르게 그의 목을 움켜쥐고 벽에 눌러버렸다. “입을 다물지 못하겠으면 내가 네 혀를 뽑아줄게.”“그 손 놔!”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청년이 흥분하며 소리치면서 이 틈을 타 그녀에게 손을 대기 위해 달려들었다. 짝!그러나 뺨 맞는 소리와 함께 그는 바로 거꾸로 날아갔다.“아가씨, 제발 멈춰주세요. 저희는 악의가 없었습니다.”이에 노교수가 급히 일어나 말렸고, 나머지 두 여성은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쾅!“한 번만 더 그러면 다음번엔 네 혀를 잘라버리겠어.”상대방이 용하국인임을 보아낸 그녀는 말을 하며 수호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이 강력한 충격에 그는 바로 의식을 잃어 말을 하지 못했다.이 모든 걸 마친 후, 붉은 장미는 자리에 돌아가 앉았으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염 선생님, 거록 존주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방금 전 전투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타깃이 사라졌다는 건 일이 더 귀찮게 꼬였음을 의미했다.“외곽에서 망을 보던 사람들 중에 거록 존주가 석굴암을 떠나는 걸 본 사람은 없었나요?”염구준은 이 중요한 사실만을 확인하고 싶었다.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석굴암 유적지 안에 숨어 있는
“나 쳐다보지 말고 전장 정리나 해!”브레인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것이 화가 나고 수치스러워 주위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했고, 이에 사람들은 묵묵히 시선을 돌리고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염구준처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와 맞설 용기가 없어서였다.한편,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염구준은 거록 존주가 남긴 혈흔을 따라 추적하기 시작했다.그러나 혈흔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마지막엔 발자국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날이 어두워지고, 흔적도 없어진 탓에 그는 거록 존주가 석굴암에 있다는 걸 알아도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누군가 있어.’이때, 염구준은 뒤쪽에 멀리 떨어진 낮은 벽 뒤에 두 명의 그림자가 숨어있는 것을 감지하고는 고개를 저었다.“에휴. 날 그렇게 싫어하면서 굳이 따라오다니. 자존심도 없나.”그러나 그는 숨어있는 이들을 굳이 신경 쓰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몇 킬로미터 떨어진 불빛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곳은 작은 마을로,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마을 사람들도 작게 장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탓에 장사가 크게 번창하지는 않았다.염구준은 곧 마을의 한 민박집에 주차했다.“손님, 돌아오셨군요. 뭐 좀 드실래요?”이때, 염구준의 모습을 본 식당 주인이 직접 나와서 그를 맞이하며 물었다.“차 한 주전자에 양 한 마리 통구이, 그리고 반찬 몇 가지 알아서 준비해 주세요.”염구준은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돈뭉치를 꺼내 식당 주인의 손에 쥐여 주었다.그러나 식당 주인은 돈을 몇 장 센 뒤, 나머지를 돌려주며 말했다.“손님, 이 정도까진 필요 없습니다.”이 지역에는 비록 나쁜 사람들도 존재하긴 했지만 순박한 성품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랬기에 브레인이 이들을 미끼로 쓰겠다고 했을 때, 염구준이 그렇게 화를 낸 거였다. ‘짐승보다 못한 새끼지.’“나머지는 팁이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받으세요. 제가 앞으로 얼마나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고, 신세도 질 수 있으니까요.”“대신 빨리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데 정신이 팔려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푹!이에 화가 난 브레인은 가까이 있던 사람 중 한 명을 베어버렸고, 놀란 사람들은 그제야 싸움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내분으로 죽은 사람들과 거록 존주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을 합치면 이미 40명은 족히 넘었고, 부상자는 백 명에 가까웠다. ‘피해가 너무 커.’브레인이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검집을 등에 메고 사람들 사이로 걸어들어온 염구준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상황이 웃기다는 듯 미소 지었다.과거 만성에서 수많은 세력이 브레인을 지지했던 결과가 바로 이따위니까 말이다. ‘자업자득이지.’“염구준, 거기서 비웃고만 있지 마. 방금 전엔 왜 도와주지 않은 거야?”브레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염구준을 노려보며 따지듯이 물었다.“제가 나서든 말든은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닐 텐데요.”그러나 그의 공격적인 말투가 마음에 안 든 염구준은 차갑게 대답했다. 사실은 방금 막 도착해서 도와주지 못 한 거였지만 변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염구준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염 선생님!”과거 바위성 작전에 참여했던 무인 몇 명이 공손히 인사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바위성 작전 때는 거의 힘을 쓰지 않고도 일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피해만 크게 입고 아무런 성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비교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 그들도 이처럼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잘 회복하고 몸조심해.”염구준은 대답하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 거록 존주가 도망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석굴암은 무너진 건축물이 많아 시야가 제한적이라, 사람을 찾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염 선생님, 저희도 데리고... 아니, 저희와 함께 하시죠. 그 자는 너무 강합니다.”이때, 누군가 참지 못하고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설득했다.이대로라면 브레인의 무리한 작전에 모두가 죽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전 한 번 내린 결정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들
“공격해!”붉은 장미는 힘차게 외치며 무기를 꺼내 돌진하려 했으나 브레인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으면서 미소를 지었다.“여러분들은 굳이 나설 필요 없습니다. 이건 저희 리아 성전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뒤에서 지원만 해주시면 돼요.”말투는 공손했지만, 결국엔 공을 독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다른 세력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한 발 물러나며 행동으로 그의 말을 따랐다.말을 마친 뒤, 브레인은 또 다른 반보천인과 함께 거록 존주에게로 돌진했다. 한편, 남은 한 명의 반보천인은 그들과 같은 편이 아니었기에 뒤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만 죽어라, 거록 존주!”브레인은 복잡한 전략적 기교 없이 정면으로 장풍을 날렸다.쾅!이에 거록 존주 역시 주먹을 날렸고, 붉은 혈기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순식간에 폭발적인 힘을 냈다.둘이 정면으로 맞붙은 결과, 실력이 한 수 아래인 브레인이 뒤로 몇 발자국이나 밀려나갔다.다른 반보천인은 거록 존주에게 붙잡혀 그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만 몰두하느라 반격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지금의 거록 존주는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내가 너무 큰소리친 것 같네.’슉!브레인은 생각을 마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기운을 끌어올려 공격에 나섰다. 이기지 못할 걸 알면서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은 건, 이미 허세를 부린 이상 끝까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체면이 깎이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렇게 싸움은 계속됐고, 브레인과 그의 동료는 협력하며 거록 존주와 대치했다.브레인이 나서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도를 모르는 어떤 사람들은 해바리기씨를 까먹으면서 유유히 구경했다.한편, 브레인과 그의 동료는 합이 매우 잘 맞았는데, 브레인이 공격을 하고 그의 동료는 옆에서 서포트를 하며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이렇게 시간을 끌면 반드시 이길 수 있어.’상황이 어느 정도 분명해지자 마음을 놓은 브레인은 다시 득의양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감히 저 어르신과 아이를 괴롭히는 놈 있으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알아서 해.”“네, 네,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습니다!”사람들은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염구준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쁜놈이 사라진 것을 기뻐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심지어 원한이 깊은 몇몇은 죽은 이의 시체를 향해 발길질을 하며 분을 풀기도 했다.염구준은 차에 올라타면서 어린 소년에게 웃으며 말했다.“앞만 보고 살아. 네 셋째 할아버지 잘 보살펴 드리고.”“네!”“저는 강민우라고 하는데,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이 은혜는 제가 커서 꼭 갚을게요.”어린 나이임에도 철이 든 소년은 염구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말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인연이 있다면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말을 마친 뒤, 염구준은 차를 몰고 남쪽의 석굴암 유적지를 향해 떠났다.어떤 사람들은 그저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기 때문에 염구준은 이 일을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다만 수년 후, 국외에 강민우라는 이름을 가진 강자가 나타났고, 그도 염구준이라는 이름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알게 되었다.하지만 이는 모두 나중의 이야기므로 우선 미뤄 두기로 하자.염구준은 남쪽으로 향하는 길 내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달렸다.‘이 속도라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석굴암에 도착할 수 있겠네.’‘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브레인 일행은 어느 정도까지 움직였을까?’석굴암 유적지는 과거에 한 고대 왕국이 자리 잡고 있던 곳으로, 어찌 된 일인지 하루아침에 왕국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황폐해진 곳이었다.이것에 관해 수많은 소문들이 도는 탓에, 이곳에 와서 유적을 조사하고 발굴하는 사람들과 탐험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오늘은 특히 북적거렸다.브레인이 거록 존주를 처단하기 위해서 200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왔기
“내려오세요. 지금 가야 합니다.”염구준은 차 앞에 다가와 좋게 말했다.옆에서 그 장면을 보던 노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었다.“차키 남기고 가. 차는 우리 거야!”그때 차에 올라간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염구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리 대놓고 약탈해도 염구준의 차를 탐내다니 정말 배짱에 탄복했다.“철구야, 이분은 내 은인이야. 얌전히 내려와!”노인은 용기를 내서 부탁했다.철구는 마을에서 소문난 깡패였다. 자주 약한 사람들을 괴롭혀서 마을 사람들은 피해서 다녔다.“꺼져! 누가 내 돈줄을 막으면 바로 죽일 거야!”철구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염구준이 만성시에서 대여한 SUV는 꽤 가격이 나가서 철구의 눈에 금덩어리처럼 보였다.그때 철구의 쫄따구가 염구준의 신발을 보더니 눈빛을 반짝거렸다.“대장, 저놈 신발 멋진데요. 저한테 주면 안 돼요?”그러자 철구가 염구준을 노려보면서 당당하게 말했다.“들었어? 신발 벗어. 그냥 옷도 벗고 팬티만 입고 가.”“하하하.”그 말에 옆에 쫄따구들이 깔깔 소리내면서 웃었다.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려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의 몸에서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당장 내 차에서 내려. 한번만 경고한다!”“어허, 건방지네. 본때를 보여줘야겠네.”철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부하에게 지시했다.오늘 부하들이 많으니 그들 앞에서 위세를 부리기 딱 좋았다.그들은 염구준의 정체도 모르고 비수를 꺼내 혀로 쓱 핥더니 재빠르게 공격하기 시작했다.“죽어도 싼 놈들!”염구준은 사나운 기운을 폭발시키며 가운데를 향해 돌진했다.그렇게 일격으로 모든 깡패들을 전부 쓰러트렸다.옆에서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충격을 먹고 입을 떡 벌렸다.스스슥!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을 뿌려 차 위에 있는 철구를 날려버렸다.그리고 말없이 차문을 열었다.행패를 부리고 다니던 철구는 이번에 큰 망신을 당하자 여기서 가만있지 않았다.“개 자식, 무슨 요상한 술법을 쓴 거야. 널 가만두지 않겠다!”철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