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훌쩍 뛰어올라 검은 그림자를 쫓아갔다. 기술과 인기척이 왠지 아주 익숙했는데, 바로 이영이었다.“넌 어떻게 나온 거야?”염구준은 빠르게 이영의 길을 가로막고,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넌 안개가 자욱한 섬의 능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은세집안도 창용칠숙의 비밀에 대해 두 손 놓고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겠지.”이영은 요염하게 웃었다. 염구준은 청해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가 처리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목숨을 가져와!”청룡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날카로운 칼을 뽑아들고, 숨을 들이쉬고 이영을 향해 돌진했다.“시조새의 독소는 네 목숨을 앗아갈 거야!”이영이 콜록거리며 공격을 받아들었다. 염구준이 여기에 있으니 그녀는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었다.이영이 현무를 죽였으니, 청룡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염구준도 쉽게 끼어들 수 없어, 그저 돌아가 현무의 상태를 확인할 뿐이었다.현무의 피는 벌써 바닥을 빨갛게 물들였다. 목에 난 긴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다. 이미 가망이 없었다.“안개가 자욱한 섬의 암살자 실력은 겨우 이 정도야?”청룡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염구준은 소리를 따라가 보니, 이영은 이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청룡은 그녀를 죽이지 않았지만 손과 발의 힘줄을 모두 끊어버렸다.“날 죽여!”이영은 절망적인 얼굴로 소리쳤다. 청룡은 그런 그녀를 발로 걷어찼고, 얼굴에 칼을 몇 번 휘둘렀다.“현무야…”청룡은 이미 숨을 거둔 현무를 보며 웃음을 쥐어 짜내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저기, 너…”염구준은 청룡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녀의 입술은 검게 변해있었고, 몸에는 수많은 보랏빛 멍이 나타나 있었다. 독소가 퍼진 것이다.“말하지 마. 내가 독소 빼줄게!”염구준은 입을 열려던 청룡을 저지하고, 기를 모아 청룡의 몸 안으로 밀어넣었다.“괜히 힘 빼지마. 난 글렀어. 빌어먹을 괴물 자식!”청룡은 쓴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을 밀어내려
염구준은 흑풍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말은 반은 추측이었다. 하지만 직감 상 국주도 창용칠숙의 비밀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국주? 겨우 그 사람이 감히 은세집안에 대항하겠다고?”흑풍은 시큰둥하게 웃었다.“아!”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이미 숨통이 끊어진 현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시체가 벌떡 일어났어!”흑풍은 놀라서 뒤로 뛰어갔고, 현무는 숨을 몇 번 크게 쉬더니,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영에게 천천히 다가갔다.‘벌레잖아!’염구준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는 수많은 작은 벌레들이 지하의 균열에서 나와 현무의 몸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이영의 몸에도 똑같이 벌레들이 타고 올라갔는데, 그녀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염구준은 처음엔 피가 벌레들을 유인했다고 생각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 수많은 벌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흐흐흐.”방금 전까지만 해도 슬픔에 잠겨있던 이영도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일어설 수 없어, 지렁이처럼 기어다녔다.“염구준, 쟤들 머리를 날려버려! 좀비 바이러스야!”청룡도 애써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런 바이러스는 그녀가 흑주에 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괴담으로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그 벌레들 아니야?”염구준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흑풍도 이 벌레들을 발견하고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고래의 잔해를 먹이로 하는 심해 동물의 유충이야.”청룡은 말을 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바닥은 불꽃에 뒤덮여, 심해 동물의 유충에도 불이 붙었고 이어서 탄내가 났다.“빨리, 쟤들 머리를 베어버려. 좀비 바이러스는 주로 신경을 제어해.”청룡이 다시 재촉했다. 염구준이 갑자기 뛰어올랐다. 그러자 ‘쓱삭’ 소리가 두 번 들리더니 현무와 이영의 머리가 날아갔다.“너?”흑풍은 염구준이 갑자기 손을 쓰는 것을 보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내가 말했지, 여기가 너희들 무덤이라고!”염구준이
국주의 카리스마에 염구준도 경각심을 높였다.본인도 황가의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멍청한 놈!”흑풍이 냉소를 짓더니 시체 한 구를 던지고 순식간에 사라졌다.“이형환영!”염구준은 한참 뒤에야 만단의 준비가 없이 흑풍을 잡는 건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전력으로 수색하고 묘실의 사람들 전부 죽여라!”국주가 모조리 죽이라는 명을 내리자 4대 호위가 신속하게 명을 받들고 떠났다.“망했어. 암영당의 두 사람!”염구준은 갑자기 수상함을 감지했다.국주가 오면 은세집안도 왔을 텐데, 그러면 혼전이 벌어질 것이다.“염 전주님, 이분은 누구세요?”모두 떠난 뒤, 국주가 청룡을 유심히 쳐다보며 물었다.“제 친구입니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비록 국주는 위험한 인물이지만 전신전도 황가를 무서워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우리가 손을 잡아야 용국은 진정한 태평성세를 누릴 수 있어요.”국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자리에 앉으면 밑도 끝도 없는 고민들이 많아서 모든 세력을 적절히 조절해야 했다.“전신전의 사명은 용국을 지키는 겁니다.”염구준은 이 말만 남기고 청룡을 부축해 앞으로 걸어갔다.아직 체내의 독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으니 약점을 드러내면 안 되었다.“염 전주님, 이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국주는 아예 떠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염구준도 잘 알고 있었다. 국주의 무공도 약하지 않으니 안전을 위해서 곁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직감을 따라갈 뿐이죠.”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장 진실한 대답이었다.“창용대제의 전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국주는 그의 곁에 따라붙으며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용국 대륙의 창시자지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결국은 인간이죠.”이번에도 진실한 대답을 했다.“저와 창용대제를 비교하면 누가 더 훌륭합니까?”국주는 염구준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만 냈다.국주들만의 폐단으로 항상 최고의 호칭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이 시대에서 국주님은 최고십니다.”염구준은 담담하게 웃었
그 시체는 피부 전체가 시커멓게 부패되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시체독에 중독된 것 같았다.‘저건 뭐야?’염구준과 국주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여우가 왜 산송장을 끌고 다니는지 알 수 없었다.“이자가 창용대제야. 이미 영생을 얻었어.”두 사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여우가 의기양양한 말투도 설명했다.고대의 제왕을 잡았으니 얼마나 뿌듯하겠는가!“크아앙!”창용대제는 발버둥을 치다가 합금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야수 같은 울음소리를 질렀다.의식이 없이 영생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어엿한 제왕이 영생을 위해 자신을 인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것으로 만들다니, 무슨 고생인가.”국주는 당대 제왕으로서 알 수 없는 안타까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현생을 살아가면서 공적을 후대들에게 남기는 것이 추하고 부패한 껍데기만 남기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모르죠. 어떤 사람들은 천년만년이라도 귀신처럼 살고 싶나 보죠.”염구준은 상대방을 보며 조소했다.“그렇지, 여우?”비방하는 말을 듣자 여우의 안색이 싸늘하다 못해 얼음덩어리처럼 변했다.그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자신이 곧 천인경에 돌파하는데 염구준은 전혀 두려워하는 내색이 없었다.“이따가 너를 내 발아래에 짓밟으면 더는 날뛰지 못할 거야. 그리고 네 가족을 전부 죽이고 마지막에 너를 죽여서 절망이 뭔지 알려줄 거야.”여우는 말할수록 격분해서 눈알이 다 빨개졌다.염구준에 대한 원망은 이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하하, 누가 먼저 죽는지 두고 봐야 알지.”싸늘하게 말하는 염구준의 주변에 기운이 맴돌았다.당장이라도 공격할 것 기세로 말이다.감히 그의 가족들을 건드린다면 더는 상의할 여지도 없을 것이다.“이번에 제가 나설게요.”국주는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자신의 손으로 직접 반역자를 처단하고 싶었다.그는 지존 신용이자 용국의 수령이니 전투력이 상당했다.그동안 염구준이 전방에서 장애물을 제거해줬기 때문에 직접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알
여우가 미친듯이 웃더니 변태처럼 혀로 손가락에 묻은 피를 핥았다.국주는 전혀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숨을 헐떡이며 흥분했다.“이것이 싸움이지. 이런 느낌 참 오랜만이야.”거의 천인경에 도달한 고수들 중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염구준은 옆에서 지켜볼 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아니, 참여하면 안 되었다.강자들의 싸움에 누가 간섭하는 것은 모욕이나 마찬가지니까.국주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예전의 지존 용신이 돌아온 것이 실감났다.“하!”국주는 다시 공격하며 힘차게 외쳤다.음파가 울리며 음속 장벽을 뚫었다.속도가 너무 빨랐다.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여우도 그림자가 스쳐간 흔적만 따라잡을 뿐이었다.‘방금 나한테 당했던 사람 맞아?’그 사이에 국주가 또 공격해왔다.여우는 강력한 힘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두 손에 혼신의 힘을 모아 막아냈다.쿵!두 손으로 가볍게 일장을 받아내자 거대한 에너지가 파동을 일으켰다.‘막았어.’여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다행이라 여겼다.곧이어 수상함을 느끼고 앞을 보자, 모래주머니만 한 주먹이 다가와 식겁했다.그런데 두 손은 쓸 수 없어 얼굴로 받아쳤다.퍽!얼굴을 커다란 주먹에 정통으로 맞았더니 반쪽 얼굴이 그을린 듯 시커멓게 되었다.웅웅!공포스러운 공격을 감지한 여우는 뇌액까지 터져 나올 것 같아 머릿속이 하얘졌다.몸뚱이는 이미 멀리 날아간 뒤였다.국주는 신속하게 따라가 전기가 감도는 주먹으로 맹렬하게 공격했다.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니 당연히 적에게 숨돌릴 기회를 주면 안 되었다.‘넌 끝이야.’염구준은 전투 상황을 보며 이번 공격이 끝나면 여우가 중상을 입을 거라 생각했다.국주는 여전히 지존의 용신으로서 그동안 실력이 전혀 줄지 않았다.쿵!국주가 거센 주먹을 날리자 천둥번개 소리가 울리면서 여우를 저 멀리 쓰러트렸다.“너무 약해서 진이 빠지네요.”국주는 염구준을 향해 시시하다는 투로 말했다.그 말 뜻을 알아차린 염구준은 받아 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난 국주와 대결하지 않아
이런 물건은 처음이라 부서질 때까지 계속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순식간에 수백 개 주먹을 날렸지만 빛이 조금 흐려질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소용없어요. 이미 늦었어요.”뒤에서 국주가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이건 뭡니까?”염구준이 공격을 멈추고 물었다.“창용칠숙입니다.”“좀 더 상세히 말씀해 주세요.”창용칠숙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했다.결계 안에서 여우가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은 걸 보고서야 국주가 오래된 전설에 대해 얘기했다.“‘칠숙이 반짝이면 창용이 나타나니, 인간계에 제왕이 탄생할 것이다.’ 예전에 이런 말이 널리 알려졌어요. 칠숙은 천추, 천기, 천선, 천권, 옥형, 개양, 욕광. 북두칠성을 가리키고 창용은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용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큰뱀이라 했어요. 근데 제 생각엔 신비한 힘인 것 같아요.”“창용대제는 칠성이 빛날 때 태어나 스스로 하늘에 선택받은 자라고 여겨서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거예요.”설명을 듣고서야 염구준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계속 질문했다.“그렇군요. 그럼 여우는 지금 무엇을 하는 거죠?”제단에서 여우는 무릎을 꿇다가 또 큰절을 올렸다가 반복하면서 입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전에 정상적으로 말하는 걸 보지 않았다면 모두 미친놈이라 여겼을 것이다.국주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특수한 방법으로 창용대제의 힘을 착취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같은데요.”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국주는 등골이 오싹했다.‘여우가 정말 천인경에 돌파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여 염구준을 재촉하듯 말했다.“빨리 용국으로 돌아가세요!”“혼자 감당하시게요? 웃기지 마세요.”염구준은 국주의 생각을 알아채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국주가 남아서 여우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염구준은 용국을 지키라는 뜻이다.서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 국주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좋습니다. 저놈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우리 같이 죽
“젠장! 커억!”국주는 다시 싸우고 싶었지만 목을 타고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제가 싸울게요.”목소리는 그 자리에 났지만 사람은 진작에 사라진 뒤였다.염구준이 벌써 돌진했다.여우의 야심은 흑풍보다 커서 절대 살려두면 안 되었다.“잘 왔어. 네 놈의 사지를 잘라서 담가버릴 것이다.”여우는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워 기세 사납게 공격해왔다.‘놈이 온다!’염구준은 화염에 휩싸인 오른팔을 뒤로 가져가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고수들은 한 초식에 전력을 다하기 때문이다.여우는 공격 궤적을 예측하고 왼손으로 막고 오른손으로 심장을 향해 공격했다.퍽!그런데 손이 닿기 전에 복부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뒤로 날아가버렸다.손은 가짜 동작이고 발 공격이 진짜였다.안타깝게도 늦게 알아버려서 당하고 말았다.“쳇, 실력은 올랐는데 대가리는 여전히 둔하네.”염구준이 조소를 날리며 계속 쫓았다.“그 정도 힘으로 아직 부족해!”여우는 방어를 포기하고 기꺼이 맞으면서 큰 소리를 쳤다.시체화에 창용의 힘을 더하니 몸이 놀라울 정도로 튼튼해졌다. “계속 날뛰어!”염구준은 화가 치밀어 올라 모든 힘을 오른 주먹에 실어 여우의 가슴을 공격했다.‘젠장!’이 주먹은 여우를 두렵게 만들었다.하지만 전에 계속 비아냥거리느라 방어하지 않았으니 몸뚱이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퍽!주먹을 날리자 여우의 가슴이 움푹하게 패여 들어가더니 주먹만 한 구멍이 생겨버렸다.용국의 고대무학에서 칠상권의 오묘한 부분은 칠권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위력이 강한 반면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염구준의 입과 콧구멍에서 벌건 피가 흘렀다.여우는 뒤로 물러나다 멈췄을 뿐 쓰러지지는 않았다.시체화가 된 그는 더는 인간이 아니었다.몇 년만 더 지나면 창용대제처럼 의식을 잃고 걸어 다니는 산송장이 될 것이다.“내 몸을 망가트렸어? 제기랄!”여우가 격분하자 기운이 전보다 3할은 강해졌다.그는 손가락을 세워 또 공격했다.‘뭐야, 무기가 없잖아.’염구준은 뒤로 물러나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두 번 찔러서 여우의 절반 투력을 소모하여 역전승했다.“더 쑤셔줘?”염구준은 발로 툭 차버리면서 놀렸다.“그래서 뭐? 나 시체화가 되어서 죽이지 못해.”여우는 졌지만 굴복하지 않았다.분명 천인경에 접근했는데 어째서 이런 놈에게 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래?”염구준은 오른손으로 옥잠을 쥐고 왼손으로 결검을 꼬집었다.그러자 검의가 움직이면서 기운이 급속히 상승했다.무서운 위압감이 두 사람을 맴돌았다.“매화검법. 쇄산!”염구준은 힘을 축적하고 두 다리를 번적 뛰어 앞으로 돌진했다.쿵!검기가 기승을 부리며 다가오자 여우는 피할 겨를도 없이 몸 절반이 부서졌다.“더럽게 딱딱하네!”염구준이 마비된 팔을 흔들더니 손수건을 꺼내 옥잠을 닦았다.나중에 국주에게 돌려줘야 했다.“이… 이럴 리가.”여우는 더듬더듬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그가 죽었으니 모든 일은 끝났다.국주는 모든 사람을 이끌고 바다 위로 올라갔다.수많은 군함이 대기하고 있었다.국주가 후수를 남긴 모양이다.“출항! 집으로 돌아가자.”국주가 손을 흔들자 군함이 천천히 이동했다.햇빛은 화살 같고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염구준이 돌아온 지 벌써 2개월이 지났다.염희주의 8살 생일이 다가오면서 평범했던 삶이 파란만장해졌다.청해에서 가장 호화로운 6성급 호텔에서 손씨 그룹 공주님의 생일 잔치가 열렸다.손가을은 겸손하게 호텔 전체를 빌리지 않았다.입구에서 염구준의 가족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용 대표님, 안으로 드시죠.”익숙한 얼굴을 보자 염구준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바로 용준영이다.‘용 대표님?’그 호칭에 용준영은 몸을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용준영이라고 불러주세요.”염구준의 앞에서 그는 아무도 아니라는 눈치는 있었다.“다 손님이니 그런 말은 삼가세요.”염구준은 직접 나와서 손님을 맞이하는 이상 허세는 부리지 않기로 했다.오늘은 좋은 아빠가 되어서 딸의 생일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하하, 무
백호는 그의 모습만 봐도 강력한 초식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모든 사람들이 멀리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염구준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가만 있으니까 내가 우스워 보여? 타올라라!”체내의 기운을 빠르게 움직이자 온몸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이어서 강력한 권영을 번쩍이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극한철충을 죽이겠다고 반천인 경지의 실력을 사용한 것이다.지속적인 공격을 퍼붓자 주변 온도가 계속 상승했다.남극 빙원에서 생존하는 생물들은 워낙 고온을 좋아하지 않아 염구준의 화염 공격을 피해 바닥과 벽 사이를 뚫고 들어가버렸다.“좋은 냄새 나네.”공격을 거두자 맛있게 구운 고기 냄새가 풍겼다.하지만 극한철충은 징그럽게 생겨서 식욕을 돋우지 못했다.한바탕 공격을 퍼부었더니 바닥에 죽은 벌레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겨우 살아남은 철충들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그제야 염구준은 돌아서서 가운데 통로로 들어갔다.그 시각 얼음 인간은 그와 만나길 엄청 기대하고 있었다.먼저 간 일행은 한참을 달리다가 염구준이 오기를 기다렸다.뜨끈한 열기를 감지한 정영 팀은 그가 반천인 힘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았다.“저기요. 저기 있는 분은 어떤 사람이에요?”달무가 궁금해서 물었다.“당신이 알 바가 아니야.”백호는 체면도 주지 않고 싸늘하게 대답했다.비굴한 목숨을 살려줬는데 정체를 캐묻자 정영 팀은 매우 불쾌했다.게다가 상황이 불리하면 바로 돌아서는 인간은 염구준의 신분을 알 자격이 없다 여겼다.“아, 네. 제가 괜한 소리했네요.”달무가 멋쩍게 웃으면서 옆으로 물러섰다.“안 되겠어. 주상님을 도와주러 갈 거야.”한참을 기다려도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자 주작은 걱정되었다.“안 돼. 주상님의 명령대로 여기 있어야 해.”백호가 나서서 말렸다.그는 명령을 어기지 않고 지시한 때로 잘 따라서 염구준이 신뢰하는 부하였다.“비켜. 아니면 무력을 쓸 거야.”주작은 짜증이 났다.지금 그녀는 염구준에게 대한 걱정이 선을 넘어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주상
염구준이 경계하면서 주변을 살폈다.하지만 정예 팀 외에는 누구도 말을 듣지 않았다.“아아아악!”그때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달무의 팔에 젓가락만큼 굵고 길이가 1 미터인 벌레가 기어 다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팔을 갉아먹었다.벌레를 발견한 다른 사람은 바로 검으로 잘라버렸다.“도망쳐! 벌레 엄청 강력해!”모두 공포에 질려 보물을 담은 가방을 내팽개치고 염구준에게 달려갔다.사람의 욕심은 끝니 없어서 죽어도 불쌍하지 않았다.“극한철충이예요. 이 벌레는 남극 빙원에서 보기 드물지만 나타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생존할 확률이 극히 적어요.”설구가 벌레를 알아보고 겁에 질려 덜덜 떨었다.그 사이 빨리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은 이미 갈갈이 뜯겨 먹혔다.쿵!염구준은 기운으로 다가오는 극한철충을 토막냈지만 그래도 계속 공격했다.완강한 생명력은 바퀴벌레와 비슷했다.“전력으로 싸워서 바로 폭발시켜!”그가 주변 사람에게 지시했다.탐색하면서 공격한 결과 극한철충은 화연 종사에 도달하기만 해도 쉽게 죽일 수 있었다.그런데 벌레가 밑도 끝도 없이 기어 나왔다.퍽! 퍽!정영 팀은 협공으로 극한철충을 폭발시켰다.아무리 생명력이 완강해도 불에 탄 벌레는 살덩어리가 되어 움직이지 못했다.“뭐야, 벌레집을 건드렸나? 왜 더 많아진 거 같지?”미친듯이 기어 나오는 벌레를 보자 백호는 등골이 오싹했다.사람의 체력은 한계가 있어 모두 소진할 때까지 싸워도 벌레를 죽일 것 같지 않았다.“장로님이 말씀하신 얼음 인간은 어디 있어요?”염구준이 엄숙하게 물었다.지금 눈앞에 세 갈래 길이 보이는데 거기서 한 통로는 틀림없이 얼음 인간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여기 벌레들을 전부 폭발시키려면 적어도 땅을 10 미터 파서 둥지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 그럴 시간이 없었다.“근데 여기 보물은 어떡해요?”설구는 보물들을 챙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돈이 중요해요 목숨이 중요해요?”염구준은 벌레를 폭발시키며 말했다.이 순간에도 미련을 못 버리고 꾸물거려
저항력이 약한 악어의 배에 구멍이 뚫리더니 빨간 속살이 드러났다.아직 내장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니 살이 꽤 두터운 것 같았다.“크앙!”악어는 아팠는지 꼬리를 홱 휘두르며 호수에 들어갔다.도망친 것이다.염구준은 깊은 원한도 없으니 뒤쫓지 않고 돌아서서 일행을 따라갔다.통로를 따라 걷다가 먼저 들어온 일행을 발견했다.염구준이 나타나자 그들은 대단한 사람을 본 것처럼 모두 멍하니 쳐다봤다.“황금산을 찾았어요? 왜 움직이지 않아요?”염구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진짜 황금산이에요.”그때 주작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세상 곳곳을 다니면서 별의별 희한한 일을 겪어본 주작마저도 이런 장면은 처음이었다.염구준은 무슨 물건인지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진짜 황금산이었다.반짝이는 황금과 많은 보석들이 한 곳에 쌓여 있는데 대충 보아도 10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이것을 전부 팔아버리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다.“하하하. 봤지? 나 거짓말하지 않았지?”달무가 정신을 차리더니 미친듯이 웃었다.“그럼. 우린 형님을 의심한 적이 없었어.”달무의 부하 두 명은 서둘러 가방에 값나가는 보석들을 담기 시작했다.전에 언급했던 황금은 이미 물러갔으니 이거라도 챙겨야 했다.이 순간 가방이 너무 작은 것이 원망스러웠다.그 모습을 본 설씨 가족들이 나서서 제지했다.“이 보물들은 우리가 먼저 발견했으니까 모두 우리 몫이에요.”조금만 챙겨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고 몰락한 설씨 가문을 재기하려면 자금이 필요했다.“우리 같이 들어왔는데 너희가 먼저 발견했다고? 웃기지 마.”인성이 나쁜 달무의 부하들은 손에 든 무기를 휘두르면서 말했다.그러다 싸움 실력이 엄청난 염구준을 생각하고 다시 내려놓았다.이 자리에서 무기를 휘두른다면 바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달무가 멋쩍게 웃으면서 중재했다.“하하하. 보물들이 많은데 싸울 필요가 있어요? 사이 좋게 나누면 되잖아요. 저기 선생님이 절반을 챙기고 나머지 절반은 나랑
“각 구역에 통로가 있으면 입구에 동그라미 그리고 없으면 엑스 표시하세요.”염구준이 현장에서 지휘하기 시작했다.그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설씨 가문은 그의 말을 의심치 않았다.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다.달무와 그의 부하들은 궁전의 서랍들을 뒤지며 보물을 찾았다.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주먹만 한 황금을 찾지 않는다면 큰 손해라고 여겼다.“아씨, 개뿔도 없잖아.”인내심이 바닥난 누군가 불평하기 시작했다.여기에 어마어마한 황금이 있다했는데 정작 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달무, 황금은 어디 있어?”부하는 ‘형님’이라고도 부르지 않았다.그들 모두 이기적인 인간들이라 눈앞에 이익이 있으면 형님이라 빌붙고 얻을 것이 없으면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달무는 화내지 않고 웃으면서 대답했다.“하하. 이봐. 내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어. 계속 찾아.”풍덩!부하 한 명이 괜한 돌멩이를 던지며 화풀이했다.“젠장, 여기 호수만 뒤지지 않았는데 설마 밑에 있는 거 아니겠지?”돌 하나가 큰 파도를 일으킨다고 그때 호수면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돌을 던진 남자는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엄청난 기운이야.’염구준은 수상함을 느끼고 다급하게 말했다.“호수 아래에 뭐가 있어요. 거기서 떨어져요!”푸우욱!갑자기 물보라가 사방에 튕기면서 호수에서 거대한 머리가 나타나 돌을 던진 남자를 통째로 삼켜버렸다.돌을 던진 대가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악어?’남극 빙원에 악어가 있다니 참 신기했다.보통 사람들의 인식을 뛰어넘는 동물이 여기 있다니, 이런 냉혈 동물들은 극한 지역에서 살면 안 되었다.“크앙!”거대한 악어가 포효하며 궁전으로 올라왔다.“극한빙악입니다!”설구가 소리를 질렀다.실체를 본 적이 없지만 광산에서 화석을 판 적이 있었다.멸종된 동물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니 정말 놀라웠다.스으윽!악어가 꼬리를 흔들더니 달무의 부하를 쳐서 핏덩이로 만들어버렸다.일격의 파워만 봐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
"끄아악!"브루언은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서 뒹굴며 겁에 질린 채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야.""퉤,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백호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브루언을 채 해결하기도 전에 동굴에서는 또다시 욕설이 들려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달무 일행이었다."X발, 브루언 그 새끼가 사람이야?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이에 배신을 때려?""그 새끼가 계획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진짜 내 눈에 들키지만 마라. 보는 즉시 갈기갈기 찢어죽여버릴 테니까."말만 들어서는 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이윽고 달무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멀리서 서 있는 염구준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지금 달무 쪽 일행은 총 여섯으로, 손실이 매우 막심했다. "살려줘!"그들의 모습을 본 브루언은 바닥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아주 작은 소리로 도움을 구했다.'뻔뻔하면 무적이라더니.'탕!달무는 앞으로 걸어가 일격으로 그를 죽인 뒤 웃으면서 염구준 등을 바라보았다."저희 대신 배신자를 처리해주신 거, 감사합니다."그는 전에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은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감사인사를 했다.상대방이 손을 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염구준은 그를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백호, 네 일이나 잘해. "이 말을 들은 백호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문에 대고 팔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었다."하압!"이 거대한 힘에 문 위에 있던 얼음은 전부 갈라져 땅에 떨어졌고 얼음이 없어지자 두꺼운 대문 역시 반응을 보였다.끼익.대문은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양쪽으로 움직였다.이 두 문은 가볍지 않았다. 백호조차도 이마에서 땀이 나올 정도로 힘이 들었으니까 말이다."후!"문이 완전히 열리자 백호는 힘을 거두고 탁한 기운을 토해냈다.안에는 약간의 빛이 있었는데, 내부 장식은 고대의 궁전처럼 보였다. 비록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장소지만 이곳은 사람들에게 위엄있
가족들은 모두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염구준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였다.이에 염구준은 속으로 감탄했다. '비록 행복하긴 하지만 이건 모두 환상이야. 그림의 떡과도 같은 거지. 현실이 잔혹하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살아가야 해.'무척 뛰어난 환각술이고 모두 그가 바라던 모습이긴 했지만 마음이 굳건한 사람만이 반보천인이 될 수 있던 탓인지 그는 환각술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깨져라."염구준이 작게 읊조리자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오며 눈앞의 화면을 지웠다."구준아, 꼭 앞을 보며 달려야 한다."고유연은 점차 사라지면서 웃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그는 텅 빈 대문을 향해 대답했다.비록 환각술 때문에 마음속의 상처가 더 깊어지긴 했지만 오래된 바람을 이루었으니 그다지 나쁘지도 않았다.그러나 그와는 달리 나머지 사람들은 확고한 마음이 없어 전부 혼잣말을 하며 동굴 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제발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제발요.""아, 계속 채굴할 테니까 때리지 마세요.""전주님, 영원히 당신을 따를 테니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이렇게 보니 염구준의 환각술만 아름다운 화면이고 나머지는 모두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계속 이대로 내버려두면 큰 일 나겠네.'"깨어나!"염구준이 크게 소리 지르자 체내의 진기들이 사람들을 뒤덮었고, 이에 사람들은 몸을 떨다가 곧바로 눈이 맑아졌다. 그들은 전부 망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대단한 환각술이야."백호는 조금 두려워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 전신 위 경지의 자신도 버티지 못한 걸 보아 방금 전의 환각술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작은 방금 전에 한 말들이 생각 나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전주께서 분명 다 들으셨을 거야. 아, 창피해.'"다들 빛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어져서 환각술에 걸린 걸 거예요."염구준은 이렇게 설명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 빛은 커녕 그저 얼어버린 굳게 닫힌 문 밖에 보지 못했었다. 동굴 안에 들어온
'도안?'설씨 가문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똑바로 뜨고 다시 벽을 쳐다보았고 곧 정말로 얼음층 뒤의 돌멩이에 아주 옅은 색으로 새겨져 있는 도안을 발견했다.도안이 양 끝으로 뻗어진 걸 보면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 들어올 때부터 옆에 있었던 것 같았다."뭐야?"도안을 보면 볼 수록 낯이 익어 염구준은 끊임없이 회상하기 시작했다.'옥패!'이 도안들은 전에 복제판 옥패에서 본 것과 매우 비슷했다.이곳에 정말 옥패의 단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염구준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한참 동안 들여다 보아도 무언가 확실한 걸 보아낼 수가 없어 그는 결국 안에 더 깊이 들어가 탐색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가죠. 이건 이따가 다시 나와서 보고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전부 뒤를 따랐고 또 한참을 앞으로 걸어가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았다."다왔어요, 바로 앞에 있습니다!" 설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염구준 등은 크게 기뻐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바로 빛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바로 이때, 공간이 갑자기 변하더니 주위의 환경도 변했고, 같이 온 사람들도 전부 모습을 감추었다. '염씨 가문의 저택?'염구준은 주위의 환경을 보면서 곧바로 이곳이 그가 어릴 때 생활했던 곳이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까지는 그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그의 어머니도 살아계셨다."구준아, 빨리 들어와서 밥 먹지 않고 뭘 멍 때리는 거니?"이때, 고유연이 안에서 나오며 자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엄마?"이에 염구준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목이 멘 채로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왜 갑자기 말도 제대로 못해?"고유연은 관심 어린 어투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가 그의 손에 든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염구준은 그제야 반응이 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을 쳐다보았다. 그는 가격이 만만치 않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염호 그룹 회장이라고 적혀 있
"미친."염구준은 감탄하고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펭귄들을 막으면서 제때에 도와주기 위해 대오 쪽으로 붙었다.'여기가 펭귄 집이야 뭐야. 끝도 없네. 무엇보다 이 펭귄들 너무 괴상해. 피냄새만 맡으면 포악해지면서 미친듯이 달려들잖아.'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그는 바닥에 뿌려진 피들이 피안개로 변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안에 대단한 게 있는 게 분명해.'염구준은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없어 사람들을 지키면서 달려오는 펭귄들을 물리쳤다."아악, 난 죽고 싶지 않아!"그러나 이때 설씨 가문의 사람 중 한 명이 겁에 질려 갑자기 진형 밖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싸우고 있었던 터라 막지도 못하고 그저 그 사람이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X발, 괜히 말썽만 피우기는." 백호는 욕을 읊조리고는 도망친 사람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내가 갈 테니까 진형을 유지해."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앞으로 돌진해 방금 뛰쳐나간 사람을 공격하는 펭귄들을 물리쳤다.겨우 잠깐 사이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걸 보면 펭귄들의 공격력이 매우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가!"염구준은 뛰쳐나간 사람의 옷깃을 잡고는 팔을 휘둘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동굴 입구에 던졌다.'이상해. 이 펭귄들 피냄새를 맡고 동굴 입구까지 쫓아갔으면서 정작 도착한 뒤에는 한 눈 보고 다시 돌아가잖아. 안에 있는 걸 이 펭귄들이 꺼리는 건가 보군.'염구준은 사람을 구하고 나서 다시 대오의 앞부분으로 돌아간 후 길을 열어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동굴 입구쪽에 도착하게 도와주었다.동굴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그들은 안전한 셈이었다."너 이 자식, 네가 무모하게 뛰어다닌 바람에 하마터면 진형이 무너질 뻔 했잖아. 진형이 무너지면 다들 죽을 수도 있었어!"설구는 방금 전에 도망친 사람을 보자마자 발로 차버렸다.이미 오기 전부터 그는 말을 했었었다. 죽어도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도망친 사람
펭귄의 몸에 있는 문양이 좀 익숙하긴 했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럼 계속 가나요?"설씨 가문의 사람들이 물었다.달무 등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매우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들은 달무 일행처럼 펭귄에게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에 설구는 매우 난감해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방법이 없어 강자인 주작과 백호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염구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이 명령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이정도면 됐어."염구준은 달무 등이 포악한 펭귄들의 시선을 대부분 잡아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한 뒤 주변의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내가 길을 열 테니까 백호가 뒤를 끊고 현무는 왼쪽을 책임지고 주작은 오른쪽을 책임져. 너희 셋은 설웅 일행을 지켜.""알겠어?""네!"정예 부대의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자, 그럼 움직이자!"염구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은 진형을 바꾸어 설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운데에 에워쌌다.설구는 이제서야 염구준이야말로 이 무리의 핵심이라는 것과 설웅이 그들과 이미 아는 사이라는 것을 눈치챘지만 상대방이 지금 신분을 숨긴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자신들을 도와주기만 하면 상관없었다.전부 진형대로 선 뒤, 그들은 동굴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다들 조심해요. 이 펭귄들은 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이지 말고 그냥 쫓아내요."염구준은 주위를 떠도는 펭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앞에서 지금 겨우 저 펭귄들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데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지.'"대장, 저 녀석들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브루언은 바쁜 상황에서도 주변의 상황을 한 눈 보았다.지금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앞길을 터준 셈이었다. 달무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과 완전히 반대라는 말이다."화기를 써!"달무는 끝내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가방에서 새 총을 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