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낙성용을 언급할 때 그녀의 눈가에 분노가 이글거렸다.“전신전은 용국의 내정에 간섭한 적이 없어. 너희들이 전신전을 건드리고 싶은 건 아니고?”염구준이 알기로 낙성용은 자본 통치자로 욕심을 부리면 부렸지 절대 먼저 은세집안은 건드릴 위인은 아니었다.“은세집안이 없었다면 쥐뿔도 없는 용국에서 뭘로 전신전을 키웠을까?”이영이 퉁명스럽게 되묻자 염구준이 웃음을 터트렸다.“너희들은 정말 오만하고 이기적인데다 멍청해! 전신전이 없었다면 너희들은 지금쯤 사쿠라국의 노예로 살았을 거야.”전신전의 전사들이 목숨으로 바꾼 평화가 자본의 눈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누가 장악하든 은세집안은 이 국가의 부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이영의 눈빛과 말투는 여우처럼 얄밉고 반감이 들었다.“그 해에 멧돼지 일족에게 서북나라 문을 열어준 것도 너희들이지? 잘 들어. 은세집안은 존재하지 말았어야 했어.”염구준이 싸늘하게 내뱉었다.기업에서 마땅히 이윤을 따져야 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싸움은 삼가해야 했다.“사기를 칠 줄 알아야 장사한다는 본의는 이젠 잊혔고 장사치는 모두 사기꾼이라는 오해만 남겼어.”염구준은 최근 백화점에서 겪은 일들을 회상했다.요즘 사람들은 모두 후자를 신조로 여겼다.“염구준, 전신전 능력으로 용국에서 홀로 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이영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겼다. 왜냐면 용국 국주는 전신전의 세력이 커지기 전에 반드시 은세집안과 손을 잡고 대항할 테니까.“만약 내가 전신전을 국주한테 넘긴다면? 상인들은 왜 타인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의 이익을 챙기는 각도로만 문제를 생각하지?”염구준은 이런 생각을 엄청 혐오했다. 용국은 염구준의 것도 심지어 국주의 것도 아니니 권력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흑풍에 대해 얘기해 봐. 그자는 무술을 어디서 배웠고, 너희들이 그 섬에서 가르침을 받는 목적이 뭐야?”염구준은 딴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오로지 창용칠숙과 흑풍의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내
이영은 마지막 생명줄이라도 잡은 듯 말하더니 이내 오만했던 표정으로 돌아갔다.“이영, 하찮은 것을 중히 여기지 마. 난 가문 간의 싸움에 관심이 없어. 거래할 수 있는지만 말해.”염구준은 국주가 일부러 난처하게 굴지 않으면 황가의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그도 결코 만만한 사람은 아니니, 전신으로도 이 세상의 상황을 뒤바꿀 수 있었다.“염 전주께서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시면 어르신을 청해에 모시고 올게.”조건을 내거는 이영의 말투에 염구준은 몹시 불쾌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정말 살아있는 거야? 지금쯤 여우가 너희 본거지를 습격했을 텐데.”하지만 그도 반격할 줄 알았다.손중천이 아무리 무술이 대단해도 인간이고 여우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죽어도 어르신은 아니야.”이영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손중천은 그녀에게 신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그분이 청해에 오시기 전에 낙 전주 사인을 확실하게 말해줘.”이것이 염구준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눈에 차지 않는 고용병사 트랑과 제니든, 여우든 모두 낙성용에 대해 언급했으니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어르신이 모든 걸 말씀하실 거야.”이영은 본인의 입으로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거나 숨기려는 의도가 뻔했다.“이영, 난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싫어. 너희 어르신을 찾는 것과 낙성용 전주의 사인을 알아내는 건 별개의 일이야.”염구준은 잡담을 나눌 인내심이 없었다.오로지 무슨 속셈으로 낙성용까지 끌어들였는지 알고 싶었다.“낙성용도 어르신의 제자지만 은세집안이나 황가의 사람이 아니야. 그냥 고아지.”낙성용 전주가 여우와 같은 동문이라니 염구준이 놀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하지만 어르신과 의견이 맞지 않았어. 낙성용은 국가를 지키려고 매의 둥지를 떠났거든.”이영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나머지 일은 염구준이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살해할 이유가 되지 않아. 만약 그것 때문에 너희들이 선배를 죽였다면 매의 둥지 놈
“그렇게 생각하면 너희들 더더욱 가만둘 수 없어! 구시대의 잔당은 용국을 나락으로 빠지게 할 테니까!”이영의 말에 염구준은 살의를 일으켰다.‘심성이 곱지 못한 것들은 역시 이기적이고 견식이 좁아.’그러다 보니 손중천에게도 흥미를 잃었다. 흑풍과 여우 같은 패륜아를 키웠으니 반역자로 엄벌을 내릴 것이다.“염구준, 낙성용도 당신과 똑같은 생각을 해서 은세집안의 손에 죽임을 당했어!”이영은 자신의 신념이 부정당하자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 은세집안은 너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내 손에 멸망한 거야!”코웃음을 치던 염구준은 부하에게 이영을 밀실에 가두라고 명했다.지금은 용국에 소란을 피우러 오는 여우를 죽여야 했다.“명을 받들라! 모든 장병들은 용국에서 은밀한 해역을 전력으로 수색하고 조립된 함정을 발견하는 즉시 보고하라!”그는 대략적으로 매의 둥지 위치를 추측했다.용국과 공해의 경계 지대에 일년 내내 안개가 짙고 아무도 살지 않는 섬들이 있다.만약 매의 둥지가 내해에 있다면 여우는 담이 백 개라도 함정을 타고 오지 못할 것이다.부하가 명을 받들고 나간 뒤, 염구준은 주작에게 연락해 흑풍을 수색하라 명을 내렸다.염희주가 옥패의 힘을 봉인하여 흑풍의 내공이 대폭 줄었기에 청해성에서 도망치는 건 무리었다. “전주님, 황가 위대가 청해성에 나타났습니다. 저들이 흑풍을 체포하는 임무를 인계받았습니다.”30분 뒤, 주작의 메시지를 받았다.국주가 직접 나섰으니 흑풍을 추적하기 어려워졌다. 국주가 협조하자고 부탁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전주님, 이거 함정입니다. 실은 국주도 전주님을 떠보고 계세요.”주작은 이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어쩌면 국주는 흑풍의 존재를 알지도 모른다.“전주님이 어떻게 하든 국회는 전주님을 공격할 이유가 많을 겁니다.”주작이 계속 분석하며 설명했다.염구준도 똑똑한 사람이니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었다.“혹시 흑풍이 국주를 지지하는 걸까, 아니면 측근으로 만들 생각일까?”지금은 진퇴양난이니 더 이상
염구준은 은세집안의 살수들을 키우는 매의 둥지가 여기에 있다고 확신했다.그때 안개 속에 흐릿한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그는 부하들에게 흩어지라 명하고 본인은 신속하게 섬으로 올라가 기척도 없이 몇몇 경호원을 해치웠다.그리고 소부대를 이끌고 저들의 은신처로 향했다.가는 길에 꽤 많은 보초병을 제거해서야 등대가 세워진 섬에 도착했다.“전주님, 누가 다녀갔어요.”한 병사가 바닥에 누운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그 시체는 용국인이었다.“대열을 유지하고 각자 행동한다!”지시를 받은 소부대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염구준은 단독으로 움직였다.100미터도 가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영감, 30년이 지났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았어!”여우와 노인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여우, 네놈의 가장 큰 약점은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거야. 너야말로 30년이 지났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았구나!”노인은 중상을 입었는지 가까스로 기침을 참으며 말했다.“옥패의 힘이 없고 원소화가 되지 않아도 영감을 죽일 수 있어.”여우가 음험하게 웃었다.저들은 저런 말투와 태도가 이미 습관이 된 모양이었다.“팔황옥의 힘이 폭발하면 천신이 탄생한다고 내가 그랬지.”노인의 말이 염구준의 주의를 끌었다.천신이란 그의 딸 염희주를 말하는 것 같았다.“천신은 이미 각성했어. 바로 전신전 염구준의 딸내미야. 세상 일이란 참 모를 일이야. 영감.”여우는 태연하게 말했다.하마터면 천신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여우, 내 평생 후회하는 일은 그때 네놈들을 놓아준 것이다.”“낙성용을 죽인 것을 후회해야지. 영감이 감정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우린 그자를 죽이지 못했어.”말을 마친 여우가 섬뜩하게 웃었다.낙성용을 제거하는 건 원래 계획 중의 일부분이었다.“낙성용이 죽지 않으면 천하는 세 갈래로 나뉘지 않고 오로지 용국만 성장했을 거다.”노인의 안타까운 말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금 그는 천하무적이지만 낙성용의 전성
노인이 도망치려 하자 여우가 불렀다.“한 놈도 도망칠 생각하지 마!”워낙 염구준에 비해 실력이 나약한데 그가 공격 속도를 가하니 여우는 힘이 달렸다.“어르신, 몇 가지 질문만 대답해 주시면 한 번에 보내드리죠.”염구준은 한 발로 여우의 무릎을 차고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 틈을 타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여우를 가볍게 쓰러트린 염구준이 빠른 걸음으로 노인에게 다가가 앞길을 막았다.비록 노인도 전신 이상의 고수지만 염구준은 어르신을 공격하는 습관이 없었다.“어르신, 이영은 내 손에 있어요. 진실을 말해준다면 살길을 드릴 수 있어요.”노인에 대한 말투는 훨씬 부드러웠다.지금은 진실만 알고 싶지 죽인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염구준, 넌 이미 은퇴해서 황가와 은세집안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게 좋아.”노인은 의미심장하게 말할 뿐 전혀 피할 마음이 없었다.“낙성용을 죽인 이유만 알고 싶어요. 그 외에 창용칠숙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주시면 됩니다.”염구준이 솔직하게 말했다.비록 원한이 깊지 않지만 낙성용은 아무런 죄명이 없이 죽어서는 안되었다.“염구준, 보잘것없는 가문 출신인 녀석이 그 비밀을 알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여우가 냉소를 짓더니 말을 끝내자마자 피를 토하며 바닥에 엎어졌다.“하긴, 그때 은세집안에서 전신전을 끌어들여 해영국의 환심을 사려할 때, 성용 그 녀석은 애국심이 강해서 은세집안을 간첩이라…”낙성용을 언급하니 노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난 황가 제일 대가의 호위로서 흑풍과 운명이 비슷하여 가문에서 추방당했다.”“그래도 계속 은세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따르지 않았습니까?”염구준은 노인의 말에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했다.가문에서 추방당했는데 은세집안을 위해 살수를 키워줄 이유가 무엇인가?“황가와 적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 가문은 없다. 추방은 그저 속임수에 불과하지. 근데 흑풍은…”말끝을 흐린 노인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흑풍은 은세집안의 살수가 되라는 제안을 거부했을 것이다.
염구준이 공격하려던 찰나, 인기척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그림자가 안개 속에서 뛰쳐나와 그를 막았다.“암영당 4대 전신 늦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네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그들은 얼굴색만 다를 뿐, 갑옷은 전신전의 4대 지존의 모습과 똑같았다.“흥, 짝퉁 전신전도 있었냐? 너희들 찾아갈 시간을 절약했구나.”염구준은 도적놈들이 전신이라 자칭하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이것은 전신전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모욕이었다.“하하하. 영감은 살려두고 염구준은 죽여!”암영당 4대 전신이 나타나자 여우에게 역전승할 기회가 생겼다.“몇몇 애송이들이 나를 죽이겠다고?”염구준은 바로 암영당의 청룡과 백호를 쓰러트렸다.남은 두 전신은 노인을 잡으러 갔다.암영 전신도 전신 이상이라 실력을 따지면 흑풍보다 강할 뿐만 아니라 전신전의 4대 지존보다 한 단계 높았다.저들의 수법은 여우와 비슷하여 매우 민첩하기 때문에 염구준이 혼자서 두 전신을 상대하자니 조금 신중해졌다. 얼마 안 되어 노인이 잡혔다.여우는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바로 노인의 견갑골을 찔렀다.두 전신이 돌아와 염구준과 싸우는 데 합류했다.전신 4명을 상대하자니 염구준은 너무나 버거웠다.“영감, 나랑 흑주에 가자. 가서 창용칠숙의 비밀이 뭔지 천천히 얘기해 보자고!”섬뜩한 미소를 짓던 여우는 바닥난 체력으로 노인을 끌고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사상진법?”염구준은 그제야 4대 전신이 사용한 사상진법은 최고 고수한테만 적용하는 진법이라는 걸 깨달았다.“염구준, 너도 그때 사용한 적이 있었지!”암영청룡이 복화술로 말했다.왠지 염구준의 과거를 잘 아는 것 같았다.“여우, 네가 아는 비밀이 나보다 더 많을까?”염구준이 물어보려고 할 때 안개 속에서 허스키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영감, 허세 부리지 마. 최후의 발악에 불과해.”여우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이미 폐인이 된 노인은 비밀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네 마리 짐승을 제물로 바치오니, 진정한 용을
번개 한 줄기가 전광석화 같이 전체 섬을 비추자 등나무 덤불이 미친듯이 자라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천둥소리와 함께 섬이 다시 어두워졌다.수많은 이들의 울음 소리와 비명 소리가 지옥에 빠진 것처럼 소름 끼치게 들렸다.갑자기 염구준의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온 힘을 다해 평형을 찾았지만 힘을 지탱할 곳이 없었다.또 자색의 번개가 쳤다.그제야 암영 4대 전신과, 여우, 노인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윽!”염구준은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세게 떨어졌다.이어서 암영 4대 전신이 착지했다.염구준이 일어서자 사방에 불꽃이 피어나며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여긴 어디야?”암영 전신과 염구준이 동시에 경악했다.석벽에 달린 초가 밝게 빛나자 발밑에 쫙 깔린 백골들이 눈에 띄었다.“상어 기름 촛불?”암영청룡이 복화술로 말하는 동시에 코와 입을 막았다.“용국 고대의 매장술인 상어 기름은 환각을 유발하지!”암영청룡이 설명했다.그 사람 외에 누구도 상어 기름의 작용을 모르는 것 같았다.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서로 싸울 겨를이 없었다.“청룡, 날 죽여! 방금 덤불에 독이 있었어!”맥없이 주저앉은 암영백호는 일어날 힘마저 없었다.염구준은 그의 얼굴에 핏발이 서고 콧구멍에서 검정색 피가 흘러나오는 걸 봤다.“우리 넷은 같이 죽고 같이 살아야 해!”암영청룡이 백호를 부축하며 출구를 찾으러 전방으로 갔다.주작과 현무도 각자 다른 방향으로 출구를 모색했다.“청룡, 이 독은 내 심지를 갉아먹고 있어. 더는 통제하지 못하겠어.”암영백호가 청룡을 밀치더니 검을 뽑아 자신의 목을 베려고 했다.그때 염구준이 신속하게 다가와 검을 차버리고 백호의 등에 점혈을 찍었다.그러자 백호가 비틀거리더니 이내 검정색 피를 토해냈다.“아주 흔한 시체독이야. 마음 단단히 먹어!”말을 마친 염구준은 백호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뒷걸음을 치던 백호가 또 피를 흥건하게 토했다.혈액 색상이 벌건 색으로 돌아왔다.“염구준, 왜 우리를 돕는 것이냐?”남은 세 사람은 검
“강자의 힘이 서로 부딪히고 창용의 별자리가 안개가 자욱한 섬 위에 나타났을 때…”여우는 큰 소리로 웃으며 품 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입으로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흑주 사람의 주문!”염구준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여우가 흑주 상왕묘를 찾았으니, 이런 주문을 외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주문을 외우자, 염구준은 자신의 몸속에서 어떤 힘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이 힘은 염희주한테 봉인 당한 줄 알았는데…”염구준은 몸속의 힘이 거대한 고래가 남긴 힘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상왕묘에서 얻은 힘도 깨어날 기미가 보였다.“고래 한 마리가 죽으면 만물이 살 수 있다!”염구준은 갑자기 이 말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 힘의 이끌림 하에, 그도 흑인이 남긴 주문을 외웠다.어둠 지존이 두 주문 사이에 끼어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 여우의 몸에는 검은 기운이 감돌았고, 염구준의 몸에서는 초록색 불빛이 나오기 시작했다.“위대한 이상을 위해, 너희들의 죽음은 가치가 있다!”여우는 점점 더 흥분했다. 어둠의 등나무는 주문에 이끌려 돌 벽의 촛불을 피해 아래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염구준의 몸 안에서 방출된 초록색 불빛은 서서히 공간 전체를 채워, 4대 지존도 초록색 불빛에 둘러싸였다. 그들을 향해 뻗어나가다가 초록색 불빛에 닿자, 감전된 것처럼 움츠러들었다.“윽!”여우도 끙끙거리며 몸을 떨었다. 분명 염구준의 초록색 불빛에 되려 당한 것이다.“생명의 빛!”그림자 용과 여우는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여우는 마치 이 힘이 아주 두려운 듯 뒤돌아 도망가려 했다.“죽어. 흐흐…”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어두운 곳에서 튀어나와 짧은 칼로 여우의 가슴을 찔렀다.“늙은이, 당신…”여우는 깜짝 놀라 커진 두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가슴에 있는 칼을 보고는 다시 늙은이를 보았다.“이게 어떻게?”염구준도 믿을 수 없었다. 날개뼈를 관통 당한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여우, 내가 너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너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