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나가면 일이 바로 드러날 수도 있어요!""하지만 나가지 않으면, 이 물자들은 아마 또 버려야 하겠죠!"세 사람은 한참을 의논했지만,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들키지 않고 물자를 순조롭게 운송하려면 운전자의 운전 기술만으로는 절대 이루어낼 수 없다.앞에 있는 두 사람은 이미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준경이 몇 명을 향해 겨누고 있었고 더 이상 대책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순간 청용의 눈이 반짝거렸고 염구준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염구준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될까?""분명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이 방법으로 저를 괴롭히던 사람들을 상대했어요. 실패한 적 없습니다!""그래, 주작아. 만약 실패하면 우리 바로 뛰쳐나가자!"말하며 그들은 전투 상태에 돌입했다. 청용은 바닥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들고 그 사람을 향해 던졌다.돌은 공중에서 완벽한 곡선을 이루며 옆 각도에서 김이호의 머리를 맞혔다."아이고!""너 미쳤어?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소리는 왜 지르는 거야?"한일정의 표정은 안 좋았다. 이 소리가 기사를 놀라게 했는지 기사는 갑자기 속도를 냈다. 물자를 가득 싣고 있는 차는 순식간에 산 입구로 사라졌다.김이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한일정이 돌을 던지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생각했다.이런 상황에서 사나이라면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경고하는데 건방지게 행동하지 마. 내가 널 못 이겨서 양보하는 게 아니야. 화나면 널 죽일 수도 있어, 알아?""아이고, 무서워라. 이럴 줄 알았으면 셋째랑 왔지. 너처럼 한심한 놈이랑 함께 다니는 건 정말 나에 대한 모욕이야!"김이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이런 모욕을 듣고 그는 매우 손을 쓰고 싶었지만, 흑풍이 알게 되면 두 사람 모두 징벌을 받게 될 것이다."어때?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뭐라고? 이 자식이!"양보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염치를 모르고 다시 그를 모욕했다. 김이호는 결국 주먹을 휘둘렀다.두 사람
두 사람이 싸우는 동안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염구준은 한일정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빛이 제3 전장과 제4 전장이 폭파하여 죽을 때 뿜어낸 에너지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설마?"염구준은 저도 몰래 한마디 내뱉었고 청용이 그의 입을 막았다.방금 돌을 주운 손이라 흙투성이였는데 그대로 염구준의 입을 감싸, 염구준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쉿, 조용히 하세요. 방금 소리를 냈어요!"방금 자기 행동을 생각하니 염구준도 마음속의 분노를 가라앉혔다."저 제1 전장이 내뿜은 빛이 이전에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어?"주작도 발견했지만, 기억을 해내지 못했다."아, 알겠습니다. 제3 전장과 제4 전장이에요. 이것도 그럼 홍노가 아닙니까?""홍노는 짧은 시간 내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할 수 있고 공격력이 두 배로 증가해. 내가 보기엔 그들끼리 싸울때 전력을 다하지 않거나 아예 상대를 죽여 상대의 위치를 대체하려 할 거야!""그게 제일 좋겠네요. 두 사람이 서로 싸우면 우리는 마지막에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어요!"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날이 어두워졌고 사방이 고요해 제2 전장은 이미 그들의 말을 들었다!전투 중, 김이호는 필사적으로 한일정에게 눈치를 줬지만 반 홍노 상태의 약점은 바로 이런 세부 사항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는 눈앞의 짜증 나는 원숭이를 죽일 생각만 하고 있어 상대의 눈치를 볼 겨를이 없었다."정말 둔하기 짝이 없네!"김이호는 몸을 흔들며 한 손으로 상대의 옷깃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몸 전체가 순식간에 날아올랐고 한일정의 머리 위로 날아간 후 무슨 수를 썼는지 두 다리를 약간 벌리고 몸 전체를 빠르게 아래로 추락시켰다.그리고 마침 한일정의 목에 올라탔다.가벼워 보이는 이 행동에 한일정은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이 멍청이야, 졌지?""지긴 무슨, 내가 널 끝낼 거야!"커다란 손바닥이 몸을 타고 위로 올라가 김이호의 다리 옆으로 향했다. 그리고 상대의 다
제2 전장은 후다닥 도망갔다.그리고 염구준은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전주님, 도망갔는데 쫓아갈까요?""쫓아!""안 돼요!"두 사람이 쫓아가려고 할 때 주작은 일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왜 자리에서 해결하지 않고 굳이 이곳을 떠나려 했을까? 이길 수 없어서 도망가려는 걸까?주작의 의심에 염구준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특히 김이호의 눈빛은 마치 자신의 존재를 본 것 같았다."함정이 있어도 우리는 가야 해. 그들이 가는 곳에는 반드시 흑풍이 있을 거야. 그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반드시 그들의 거점을 찾을 수 있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큰 힘을 들이지 않을 거야!""전신, 그들의 거처에 대해 익숙하지 않으니 먼저 한번 탐사를 해야지 않나요? 이렇게 경솔하게 찾아가면 손해를 볼 겁니다!"염구준은 씨익 웃으면서 청용의 어깨를 토닥였다. 신비로운 미소를 지은 뒤 그는 걸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미 안배해 놓았어!""안배했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그들은 두 전장을 바짝 따라갔다. 길에서 염구준은 상대가 그들이 따라가고 있는 것을 안다고 더 확신했다. 그래서 상대는 전력을 다해 거처로 향해갔다.그러나 뒤에 있는 제1 전장은 멍청하고 육중한 코뿔소처럼 끊임없이 목표물을 추격했다.반시간이 지났고 어둠 속에서 그들은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원래 자리에서 떠난 후 염구준은 줄곧 북쪽으로 추격했다.큰 산을 넘어 산꼭대기에 도착하자 눈앞의 장면에 그들은 놀라고 말았다."뭐예요? 영화도 아니고 벼랑 끝에 집을 짓다니, 무슨 뜻이죠?"앞을 바라보니 산꼭대기의 가장자리에 목재로 지은 집이 있었다. 집은 아주 컸고 2층 높이에 산의 뒤편에 있었다.이곳에 와서 집을 보는 순간 등에서 차가운 기운이 밀려와 등뼈가 몹시 아팠다."어휴, 외진 곳에 있는 걸 보니 별로 좋은 곳은 아니네요."두 전장은 서로 싸우면서 낡은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후 순식간에 인기척이 없었다.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염구준은 들어가 조사를 하려
"아!"염구준의 마음은 복잡했다. 다시 오두막집에 시선을 돌렸을 때 청용은 이미 사라졌고 그는 자꾸 청용에게 사고가 났다고 느꼈다."빨리 가자!"염구준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을 보고 주작도 온 힘을 다해 앞으로 향했다.드디어 두 사람은 산 뒤의 절벽에서 오두막집의 반대편으로 돌아왔다.그러나 그들이 반대편으로 온 후 눈앞의 장면을 보고 염구준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절벽 끝 오두막집 아래에 수십 명의 시체가 걸려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오래되어 시체들은 모두 풍화되어 미라와 같았다. 절벽 아래에는 붉은 빛이 감돌았는데 마치 시체에서 흘러내린 피처럼 보였다.메스꺼움을 참으며 두 사람은 바로 방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지붕 위로 올라왔다.청용은 방안에서 깨어났다. 방금 무언가에 맞았는지 순간 쓰러지고 말았다.그가 눈을 떴을 때, 해골과도 같은 얼굴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그 몸은 정말 너무 무서웠다.오랜 세월 전투를 해온 청용도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몇 발짝 물러섰다."당신 누구야?""뭐?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나한테 묻는 거야?"청용은 헤헤 웃어 보였다. 그가 어떻게 상대를 모를 리가 있을까?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빠져나갈 계획을 생각했다."그래, 미안해. 실례했으니 먼저 갈게."막 떠나려는데 손발이 쇠사슬에 묶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움직일 수 있지만 5미터를 벗어나지 못했다."당신, 대체 무슨 뜻이야?"바로 이때 다른 방의 문이 열렸고 안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두 사람은 바로 그들을 이곳까지 유인해 온 전장들이다."당신들이야?""그래, 우리야. 왜? 우리가 일부러 당신들을 유인한 걸 생각지도 못했지?"청용은 마음속으로 분노했다. 정말 염구준이 알아맞힌 것을 알고 흑풍과 시간을 끌며 다른 두 사람도 왔다는 것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하하. 확실히 생각지 못했어. 하지만 날 유인하기 위해 싸우기까지 하다니, 정말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네."제1 전장과 제2 전
그는 자신의 부하가 상대를 유인할 때 한 사람을 유인한 건지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을 유인했는지 알지 못했다.흑풍은 단번에 김이호의 목덜미를 잡았고 눈에 있던 핏발이 순간 굵어졌다."왜 세 명이 온 거야? 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김이호는 온 힘을 다해 겨우 몇 마디 대답했다."제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했습니다. 공을 세워 속죄할 기회를 주십시오!"염구준이 올 줄 흑풍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그래, 공을 세워 속죄할 기회를 줄게! 다 덤벼, 가서 저 사람들을 처리해. 너희들의 능력을 보여줘!"말이 끝나기도 전, 두 사람은 이미 출동했다. 그러나 그들과 맞붙은 사람은 염구준이 아니라 청용이었다.청용은 염구준의 앞을 가로막고 홀로 두 전장의 공격을 막았다.두 전장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흘러나왔다."실력이 왜 강해진 거야?""하하, 너희랑 맞붙을 때 어느 정도 숨기는 게 있어야지."교전 후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흑풍의 앞으로 달려갔다.순간 오두막집 안에서 감당하지 못할 소란이 일어났다.실력을 숨긴 청용은 시간이 지나자, 호흡이 잘 맞는 두 전장을 당해낼 수 없었다.이때 주작이 창밖에서 창문을 부수고 들어왔고 번개처럼 단검 한 자루가 단번에 김이호의 가슴을 찔렀다."아!""이호야!"깜짝 놀란 말투의 한일정은 마침내 분노했다. 그리고 몸 안의 진기를 움직여 체내의 모든 세포가 홍노 상태에 들어갔다.김이호는 비교적 여위고 약했다. 날렵한 공격이 그의 장점이었지만 아쉽게도 청용과 싸울 때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주작에게 찔린 뒤 죽지 않자 그녀는 단검을 모두 밀어 넣었다.이번에는 염라대왕이 그를 원하지 않더라고 죽을 수밖에 없다!전장을 죽이자, 흑풍의 눈빛이 반짝였다.자리에 남은 한일정은 비교적 육중해 청용과 주작의 상대가 아니었다.몇 라운드가 지나자 한일정은 살점이 꽤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력은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순간 한일정은 몸을 웅크렸고
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한쪽의 기둥을 부러뜨렸다. 연기 속에서 염구준은 단번에 달려나왔고 공격하려는 그 손가락이 천군만마와도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그는 바로 한일정을 향해 돌진했다.이미 의식을 잃은 한일정은 어찌 된 일인지 염구준이 오는 것을 알고 몸을 돌려막으려 팔을 뻗었다.염구준은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고작 두 손으로 나의 공격을 막으려 해? 헛된 망상이야!’그의 손가락은 상대방의 팔을 뚫고 미간을 찔렀다."뚫어!"염구준의 손가락은 마치 금강석으로 만들어진 드릴처럼 상대방의 머리뼈를 뚫었다. 순간 땅이 갈라지듯이 한일정의 몸이 폭발했다.펑!자홍색의 기체가 분사되었다. 그러나 이번 폭발로 인한 충격은 제3 전장과 제4 전장보다 약해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다행이야. 청용과 주작이 몸에 있는 살점을 많이 깎아내 체내의 압력이 낮아졌어. 아니면 나도 중상을 입었을 거야!"전장을 죽이고 다시 흑풍을 바라보자, 흑풍은 이미 행방을 알 수 없었다.갑자기 오두막집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순간 모든 기둥이 부러졌다!"조심해!"오두막집이 무너져 그들은 집 아래에 깔렸다.모든 사람이 폐허에서 나올 때 눈앞에 붉은빛이 나타났다. 마치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인 것 같았다."뭐야, 장난해?"벼랑 끝에 흑풍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흑풍은 공중에 떠 있있고, 붉은빛이 절벽 아래에서 전해져 흑풍의 몸으로 바로 들어갔다.그리고 매 순간마다 흑풍의 카리스마와 실력이 끊임없이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뭘 흡수하고 있지?"청용이 먼저 달려들었다. 무엇을 흡수하든 말려야 한다!말을 마치고 청용은 달려 나가 점프를 해 흑풍에게 주먹을 세게 날렸다.흑풍은 흡수를 하고 있어 청용의 공격을 막을 겨를이 없었다. 결국 몸 전체를 맞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하하,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아주 산산조각 날 거야!"염구준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강자로서 그는 여전히 흑풍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실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이때 뒤
금빛을 뿜어내자, 흑풍은 전력을 다해 막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일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붉은빛은 천천히 금빛에 삼켜졌고, 사람마저도 삼켜졌다."격파!"흑풍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르며 둘러싸인 금빛을 끊었고 순조롭게 착지했다.몇 차례의 교전 끝에 흑풍은 마침내 모든 실력을 드러냈다.염구준은 눈을 살짝 흘겼다.몇 미터 뒤로 물러난 후, 염구준은 소리를 질렀다. 오른손 손목을 돌리고 앞으로 내던졌다.그리고 목표는 바로 흑풍의 머리였다!진기의 움직임에 따라 방금 그 수는 폭발적인 기세를 뿜어냈고 흑풍을 도망갈 곳이 없게 했다.흑풍도 똑똑해서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예 도망가지 않았다.검은 망토를 앞으로 뒤집더니 몸 전체를 덮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대한 위압은 정말 대단했고 염구준도 숨겨진 모든 실력을 발휘했다.순간, 흑풍은 몸 전체가 뚫리는 것 같았다!염구준의 일격에 맞은 순간 그의 얼굴에는 의문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뭐? 설마 네 실력이 이미 반보 천인의 정점에 이르렀단 말이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흑풍은 몸 전체가 순식간에 저항력을 잃었고 강력한 힘에 의해 절벽에서 밀려나 바로 추락했다.염구준이 절벽 옆에 와서 검사할 때, 절벽 아래에는 많은 시체가 있었지만, 흑풍의 시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비록 이해되지 않았지만, 염구준은 바로 알아차렸다. 뒤에서 구토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서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상대의 미간에 떨어뜨렸다."뭐예요? 내가 왜 이러죠?""너희들은 흑풍의 환상에 걸려들었어!"바닥이 엉망진창인 것을 보고 흑풍의 행방을 묻자, 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순간 염구준은 무언가 생각난 듯 서둘러 사람들에게 무너진 오두막에서 무엇을 찾아보라고 명령했다.보름이 지난 후 엘 가문은 완전히 통일되었고 각 부문도 이미 과거의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이와 동시에 염구준은 집에 돌아가 새로운 위기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손씨 그룹의 사업은 비록 갈수록 커지고 있
손가을은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렇게 큰일이니, 그녀는 피해 갈 수 없었다.사무실의 문이 열렸고 염구준이 마치 신처럼 문 앞에 나타났다. 손가을은 순간 마음이 놓였다."청해 상회의 회장은 용성우 아닌가요? 언제부터 흑풍이라는 사람이 생긴 거죠?"염구준은 두 사람의 의아한 눈빛 속에, 그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두 사람의 기운은 아주 이상했고 절대 일반적인 상회 직원이 아니다."구준 씨!"손가을은 놀란 아이처럼 염구준의 품에 안겼다."큰일이다 보니 상황을 봐서 이해해 주세요."직원은 몸을 곧게 세우고 고집 있게 말했다."조사라니요? 작은 상회에서 무슨 권리로 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죠?"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매서운 눈빛을 뿜었다. 청해 상회뿐만 아니라 국주가 사람을 파겮도 손가을을 데려갈 수 없다."당신도 손씨 그룹 사람이에요?"손씨 그룹은 손가의 기업인데 왜 갑자기 살기등등한 사람이 나타난 건지 두 사람은 아리송했다."용성우 씨? 청해 상회 대체 무슨 상황이죠? 흑풍은 또 뭐죠?"염구준은 직접 용성우에게 연락했고, 상대는 우물쭈물했다."주군, 은둔 세가에서 청해를 인수하려 합니다. 용국의 경제적 지주인 것을 아시잖아요?"용성우가 난처하게 답했다. 그는 양쪽 모두 미움을 살 수 없었다."은둔 세가요?"염구준은 무언가 깨달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용국의 일곱 가문에 대해 다른 사람은 잘 모르지만, 그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국주는 몇 가문의 세력이 곳곳에 집중되어 있어 늘 제거하려 했다."내가 알아볼 테니 끼어들지 말아요!"염구준도 예의를 차리지 않고 바로 그들을 내쫓았다."흑풍 회장께서는...""꺼져요!"염구준은 더 이상 참지 않았고 강한 억압에 두 사람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구준 씨, 무슨 일이야?"손가을은 풀이 죽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걱정하지 마. 청해 부두에 가볼 테니 내 소식 기다려."염구준은 손가을의 이마에 진하게 키스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
“아씨, 저 새끼가 내 물건을 훔쳤어. 다음에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목소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하윤나의 부모님은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용필이 들어올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당당한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은가?“네.”오백하는 한 글자로 답하고 당연하듯이 주석에 앉아 거만하게 행동했다.그리고 눈에 불을 켜고 용필과 하윤나를 노려보았다.염구준 부부도 봤지만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도련님, 무슨 일로 늦게 오셨어요?”하동철이 차를 따르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말도 마세요. 오는 길에 미친놈을 만났는데 내가 윤나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도둑맞았어요. 차로 뒤쫓아도 잡지 못했어요.”오백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초상비.’염구준과 용필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챘다.‘의리 있는 사람이네. 앞으로 잘 지내야겠어.’용필 입장에서 초상비가 오백하를 죽이지 않고 그냥 방해한 것만으로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분명 비싼 물건이겠죠.”하동철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었다.“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2억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요.”오백하가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어쨌든 물건을 찾아오지 못했으니 가격을 20억, 200억을 불러도 누구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아쉽게 됐네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까요?”하동철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됐어요. 이따가 가서 다시 살게요.”오백하는 손을 들어 하동철을 제지시켰다.그는 허풍이 들통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솔직히 하윤나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할 리가 없었다.“됐어요. 허풍은 그만 떨고 본론으로 갑시다.”염구준은 귀가 썩을 것 같아서 대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텐데 체면을 줄 필요도 없었다.
하윤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들에게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부모님들이 눈치를 챘는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이다.보다 못한 김연주가 나서서 말렸다.“됐어. 그만 싸워. 이따가 두 사람 다 오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듣기에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오백하를 두둔하고 있었다.용필의 상황으로는 경쟁할 가치도 없고 그냥 망신만 주려고 생각한 것이다.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 일행이 들어왔다.방금 세 식구가 한 말을 밖에서 다 들은 것이다.용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들어오세요.”하동철이 이내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이했다.지금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백하라면 추태를 보여주지 않았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끼익!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용필이 들어오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그를 본 하동철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어져버졌다.“앉아.”모든 말이 얼굴에 써져 있었다.“오빠, 이쪽으로 와서 앉아.”하윤나는 앞으로 다가가 용필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두 사람은 깨알이 쏟아질 정도로 다정했다.그 장면을 본 하동철은 혈압이 슬슬 올라왔다.“형님, 안목이 있네요.”염구준이 장난을 치며 손가을과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봤더니 하윤나의 외모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어머, 손 대표님, 염 선생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서 앉으세요.”하동철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했다.얼굴 표정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되지 않았다.“편하게 말씀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용필의 옆자리에 앉았다.세력과 재부에 눈이 멀어 아부하는 소인배를 용필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하하.”하동철은 뻘쭘해서 헛웃음을 지었다.돈만 준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세 사람이
“지금 윤나 부모님들도 이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근데 나 돈이 없잖아. 어르신이 오후에 글로리 호텔에서 만나면 답변을 준댔어. 말로는 오백하도 온대.”용필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감히 어머니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건장한 몸으로 반보천인 고수와 싸울 수 있지만 돈 앞에서 한결 작아졌다.하지만 돈은 확실히 만능인 물건이었다.“간단해. 내가 가서 오백하 놈을 죽여버릴게. 그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초상비가 화끈한 제안을 했다.그는 강호에서 여러 해를 굴러먹어서인지 겁이 없고 수법이 거칠었다.“안 돼. 윤나가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랬어.”용필은 고개를 저으며 입구를 막았다.혹시나 방심한 사이에 초상비가 뛰쳐나갈까 봐 미리 방지한 것이다.보안실 경호원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초상비도 정신지상 실력이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염구준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계속 물었다.“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요?”용필은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을 찾으래.”지금 그는 매달 월급 300만으로 청해시에서 수입이 중상 레벨이지만 부잣집 자식들과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죠.”염구준이 일어나더니 용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고를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면 앞으로 용필만 힘들게 될 것이다.“무슨 뜻이야?”돈이 없는 용필은 어리둥절했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낼게요. 호텔에 나와 가을도 함께 갈게요.”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이야?”갑작스러운 행복에 용필은 어쩔 줄 몰랐다.“정말이죠. 거짓이겠어요?”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글로리 호텔 입구에 핑크색 포르쉐가 멈추더니 염구준 일행이 내렸다.“손 대표님, 저한테 맡기세요. 안전하게 주차하겠습니다.”입구에 있던 종업원은 거물이 오자 바로 달려왔다.“수고하세요.”손가을은 한마디하면서 팁으로 현금까지 쥐어 주었다.그리고 세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용필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