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침한 놈이, 평소대로 쥐새끼처럼 숨어있기나 할 것이지, 왜 나타났어?”염구준이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흑풍존주를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상대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이 와중에 허세는! 이제 날 건드리지도 못할 놈이!”흑풍준주가 조롱하며 마음껏 지금 상황을 즐겼다. 그는 이 순간을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번져갔다.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비행선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염구준 머리 위에 멈춰섰다. 막 업그레이드된, 7세대 전투 비행기였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기다리던 지원군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전투기였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기엔 아직 숙련도가 부족했지만, 멈추고 세우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외부 지원?”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흑풍존주가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중얼거렸다.염구준은 다리에 힘을 주며 높이 뛰어올라 순식간에 비행기 조종석에 자리 잡았다. 그러자 목표물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독충들이 일제히 비행기를 향해 돌진했다. ‘멍청한 벌레들!’비행기에서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발생하더니, 도무지 벌레로는 쫓아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내며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 여파로 공격하던 벌레들 모두 튕겨져나갔다.“존주님, 놈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흑풍존주의 부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흑풍존주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이 전투기에 탑승한 순간, 이미 도망친 것이다. 과연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전투기에 탑승한 염구준은 열감지 장치를 이용해 적을 감지한 뒤, 곧바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몇몇 사람들이 저세상으로 갔다. 이후, 염구준은 전투기를 조정해 달아나고 있는 흑풍존주를 추격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비행기 소리를 들으며 흑풍존주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어떻게든 염구준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눈앞이 흐
한 달 뒤, 5성급 호텔 최상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주인님, 찾으셨습니까?”선풍은 겉 보기에는 존경의 눈빛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사실 원망이 가득했다.“이제 돌아가셔야 합니다!”흑풍 존주는 그의 깍듯한 모습을 비웃듯 웃어 보였다. 그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 아는 듯하였다.그는 지난번 염구준에게 패한 이후 약 한 달간 훈련을 하며 마침내 부상에서 회복됐다.지금 흑풍 존주는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그의 목표는 엘 가문이었다!“내가 기필코 되돌려주마, 염구준은 손도 쓰지 못할 거야!”흑풍 존주는 입가에 냉소를 띄우며 선풍의 앞으로 서류를 던졌다. “네 다음 임무는 엘 가문을 공격하는 거다!”그 위에는 최근 엘 가문의 약점과 내부 스파이까지 적혀 있었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선풍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예!”선풍의 마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서류를 집어든 그는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겨 다음 단계에 착수했다. “주인님, 저 자를 믿으십니까?”옆에 서 있던 남자는 조금 놀라며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흑풍 존주는 차갑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뒤, 엘 가문이 파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주님, 이제 어떡하죠? 벌써 문 앞에 돈 내놓으라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저희의 최저 입찰가도 알려졌습니다!"임원들이 앨리스의 앞으로 달려와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앨리스는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두려움이 커져갔다.앨리스는 잠시 생각을 하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무슨 일이시죠?”염구준은 하품을 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피곤해했다.“염 선생,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엘 가문은 지난 이틀 동안 악의적인 공격을 받아 현재 파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두 개의 간단한 문장으로 현재 엘 가문의 모든 상황이 설명되었다. 염구준은 믿기 힘들다는 듯 눈을 크게 떴
그는 이 일을 무사히 넘긴다 하여도 자신에게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염구준이 직접 앨리스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무슨 일입니까?"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눈 밑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으며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일단 좀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앨리스는 맞은편에 앉아 그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인지 말하세요!”염구준은 그런 그의 걱정을 무시한 채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지금까지 주식시장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온 것 같습니다.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저희 입찰가도 함께 유출됐는데, 벌써 대금을 치른 사람들도 있습니다.”앨리스가 지금까지의 일들을 하나하나 염구준에게 말해주었다.“회장이라는 사람이 참 잘하고 계셨네요, 하!”얘기를 듣던 염구준은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기 사람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그는 말과 함께 청룡으로부터 서류를 건네 받아 앨리스의 앞에 던졌다. “주식을 판 이사입니다. 처음부터 주식을 하고 있던 모양인데 설마 취임하기 전에 확인하지 않으신 겁니까?”청룡이 어젯밤 밤새 조사하여 알아낸 내용이었다. 앨리스는 범인의 정체를 알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대금 관련해서도 초기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셨습니까? 계약서를 보지도 않은 거라면 도대체 언제부터 대금이 시작된 겁니까?"염구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저도 확인했습니다. 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술을 마시면서 계약서에 서명을 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앨리스는 누군가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누군가 그녀에게 계약서에 서명해 달라고 부탁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됐습니다.”그녀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조롱의 눈빛과 함께 차갑게 웃었다. "내일부터 엘 가문의 모든 활동은 물론 계
말을 마친 염구준은 주작이 엘 가문에 들어온 뒤 모든 행적들이 적힌 문서를 던졌다."이 문서에 따르면 주작을 일찍이 해외로 보내셨더군요."염구준은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맞습니다.”앨리스는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옷깃을 붙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도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제가 자리를 빼앗을까 봐 겁나십니까?”연속된 질문에 앨리스는 고개를 들기가 더욱 두려웠다. 그녀는 매우 불안했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아닙니다.”애써 내뱉은 네 글자에 염구준은 피식 웃으며 비서에게로 향했다."재무 부서 부장 불러오세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제가 당신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지 없을지 오늘 확인해 드리죠.”앨리스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재무부장은 회장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약간의 비웃음을 보였다."지금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말해 보세요."염구준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재무부장을 바라보았다. “백만 원가량 남아있습니다만 이 역시 유동자금입니다.”염구준은 보고서를 탁자 위에 올려두며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한번 보시죠. 고작 돈 몇 푼가지고 저를 속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그는 보고서를 앨리스 앞에 던졌고, 경멸적인 눈빛으로 앨리스에게 다가갔다. "직접 당신을 승진시켜줬는데 이렇게 내 앞길을 막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약간의 떨림이 있긴 했지만 염구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그렇다면 왜 주작을 보내 저를 감시하게 한 겁니까? 내가 당신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아닙니까!" 계속되는 질문에 앨리스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이내 옷깃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얼굴이 붉어져 마치 화를 참는 어린아이 같았다."난 당신을 가르치려고 그를 보낸 겁니다. 당신이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내
자신의 실체가 공개되었음에도 재무 부장은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았다.오히려 그는 당당함과 도발 섞인 표정으로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당신의 꼴을 보세요. CEO로서 당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까?""당신은 그저 껍데기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죠."그의 눈빛에는 조롱이 담겨 있었다. 그는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앨리스를 바라보았다. 퍽!앨리스는 단 한 번의 펀치로 그를 땅에 쓰러뜨렸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내일부터 나올 필요 없어."그를 때린 뒤 앨리스는 조금 진정하고 바닥에 누워 있는 재무 부장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업계에서 쫓아 낼 거야. 당신이 어디서 일하든 당신을 고용할 회사는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 앨리스는 재무 부장의 멱살을 잡고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앨리스는 입꼬리를 올린 채 거의 미친 사람처럼 말했다. “좋습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내버려 두세요.”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는 염구준의 목소리에 앨리스는 손을 놓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제가 왜 주작을 보냈는지 아시겠습니까? 당신 주변에는 쓸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염구준은 손을 닦은 후 앨리스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닦으세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화를 낼 가치도 없습니다."앨리스는 염구준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끼고 이전 일에 대해 더욱 죄책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염구준을 바라보는 앨리스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 저를 억울하게 탓하지만 마세요."농담을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염구준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잠시 뒤 대금을 지불하라고 독촉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갈 겁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요."염구준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 그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들고 앨리스의 옆 자리에 앉았다. “염 대표님, 대금을 요구하는 사장님께서 오늘 오후 1시에 만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지금 출발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비서가 정장을
“가주님이 이곳에 나타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앨리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앨리스는 이전에 가주가 도망갔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었다."세상 일은 예측할 수 없는 거죠. 저도 이렇게 빨리 여러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앨리스의 말에 가주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염구준을 바라봤다. “전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화제는 그에게로 돌아갔고 염구준은 몇차례 손을 흔들었다."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가주님 같은 재능을 가진 분이라면 분명 필요한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상대가 패를 다 보여주지 않았으니 염구준은 섣불리 말하기 어려웠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여러분은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이신 겁니다."그 역시 더 이상 염구준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가주는 표정을 바꿔 진지하게 말했다. "저 역시 계약서가 어떻게 체결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상대가 솔직하게 나오는 것을 본 염구준 역시 본심을 숨기지 않고 다리를 꼰 채 굵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알아보실 수 있으실 텐데요. 오늘 제가 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계시지 않으셨습니까?”염구준에게 질문하는 가주의 눈에는 냉소와 원한이 가득했다.“이 모든 게 가주께서 놓은 덫 아닙니까. 오늘 일은 그저 제가 추측한 것뿐입니다.”두 사람은 몇 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앨리스는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염구준을 유심히 바라보며 뭔가를 배워가려 하였다. “그럼 맞게 추측하셨군요. 다만 이것은 효력이 있는 계약입니다. 앨리스께서 직접 서명하셨으니 제가 속인 것도 아니지요.”그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곳에는 앨리스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그 모습을 본 앨리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분노와 욕설이 섞인 말과 함께 가주를 가리켰다. "정말이지 뻔뻔하네요! 나를 속여 이 계약서에 서명하게 해놓고 지금도 이 계약서를 이용해 나를 속이려고 하는군요!"앨리스는 와인잔을 들어 그를 향해 흩뿌렸다. 가주의 옷
뒤를 따라오던 앨리스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급하게 물었다."별거 아닙니다. 돌아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염구준는 이제서야 단서를 찾은 것 같았다. 나흐 가문 가주가 흑풍 존주를 끌어들인 것이다.회사로 돌아온 염구준은 깊은 생각에 빠져 말 없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선생, 말씀해 주시죠. 지금 무척 불안합니다.”염구준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앨리스는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불안해했다. “흑풍 존주를 아십니까?”이 말에 앨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유명 가문의 사람입니까?"앨리스가 조금 당황한 듯 말했다. "아니요, 외국 용병단의 리더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용병이었죠."염구준은 순간 자신이 흑풍 존주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벼렸다."그야 정말 대단하지만 그 사람은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앨리스는 그의 능력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흐 가문 가주의 배후가 그 사람입니다.”모든 것을 파악한 염구준은 냉소를 보이며 상대에 대한 경멸감을 느꼈다.“흑풍 존주는 평생동안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제가 포위 제압에 나선 뒤 심각한 부상을 입고 다리를 잃었죠."“이에 원한을 품고 나흐 가문 가주와 손을 잡아 나를 치려고 하는 겁니다.”오늘의 대화로 염구준이 갖고 있던 모든 의문은 해소되었다. 한편으로는 세상이 참 좁게 느껴졌다.“육원에게 전화해 여기로 오라고 하세요.”앨리스의 눈빛을 보아하니 아직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염구준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 쉬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히 나를 부른거죠?"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있었고 심지어는 염구준이 돌아왔음에도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이 섞여 있었다.“부친께서 뒤에 거물까지 둔 채로 돌아오셨습니다.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
“부친은 상대하기 쉽지만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다루기가 어렵습니다."염구준은 한참 고민하다가 그에게 이 말을 일러주며 흑풍 존주에 대해 조금 얘기해줬다."그렇다면 우선 아버지를 상대하는 것이 좋겠군요."이야기를 들은 육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서를 꺼내서 앨리스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제가 당신을 위해 준비해 둔 보증입니다. 비상시에 사용하시면 됩니다."돈을 본 앨리스는 그의 손을 잡은 채 고마워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같은 편에 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그만입니다."두 사람의 화목한 모습을 본 염구준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약간의 짜증이 나기도 했다."방법을 생각해 보긴 했지만 이것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육원은 눈살을 찌푸린 채 턱을 괴고 말했다.“만약 우리가…”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한편, 흑풍 존주가 나흐 가문 가주의 회사에 도착했다.“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그는 무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눈을 감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염구준도 당신이 내 뒤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감히 경솔하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겁니다."흑풍 존주가 다가오자 나흐 가문 가주가 매우 깍듯한 태도로 걸어가 허리를 굽혔다. "좋습니다. 최근 그 자들의 행보를 주시 중인데 당신의 아들이 그들과 의논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아들을 두셨더군요."그가 비꼬듯이 말했지만 나흐 가문 가주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었다."저에겐 그런 아들 없습니다."그가 아들을 언급하자 그의 눈빛은 혐오와 경멸로 가득찼다. 도저히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럼 마음대로 하시지요. 어쨌든 당신의 아들입니다.”더 이상 이 문제로 그와 논쟁하기를 원치 않았기에 흑풍은 그 말만 남긴 채 돌아서서 떠났다.비서는 가방에서 약병을 꺼내 가주의 앞에 놓았다.“이 약을 드시면 3일간 혼수상태에 빠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