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은 상대하기 쉽지만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다루기가 어렵습니다."염구준은 한참 고민하다가 그에게 이 말을 일러주며 흑풍 존주에 대해 조금 얘기해줬다."그렇다면 우선 아버지를 상대하는 것이 좋겠군요."이야기를 들은 육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서를 꺼내서 앨리스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제가 당신을 위해 준비해 둔 보증입니다. 비상시에 사용하시면 됩니다."돈을 본 앨리스는 그의 손을 잡은 채 고마워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같은 편에 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그만입니다."두 사람의 화목한 모습을 본 염구준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약간의 짜증이 나기도 했다."방법을 생각해 보긴 했지만 이것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육원은 눈살을 찌푸린 채 턱을 괴고 말했다.“만약 우리가…”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한편, 흑풍 존주가 나흐 가문 가주의 회사에 도착했다.“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그는 무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눈을 감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염구준도 당신이 내 뒤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감히 경솔하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겁니다."흑풍 존주가 다가오자 나흐 가문 가주가 매우 깍듯한 태도로 걸어가 허리를 굽혔다. "좋습니다. 최근 그 자들의 행보를 주시 중인데 당신의 아들이 그들과 의논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아들을 두셨더군요."그가 비꼬듯이 말했지만 나흐 가문 가주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었다."저에겐 그런 아들 없습니다."그가 아들을 언급하자 그의 눈빛은 혐오와 경멸로 가득찼다. 도저히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럼 마음대로 하시지요. 어쨌든 당신의 아들입니다.”더 이상 이 문제로 그와 논쟁하기를 원치 않았기에 흑풍은 그 말만 남긴 채 돌아서서 떠났다.비서는 가방에서 약병을 꺼내 가주의 앞에 놓았다.“이 약을 드시면 3일간 혼수상태에 빠지실 겁니다
“별 일 아닙니다. 제가 독약 쓰는 사람을 만났는데,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 해독제를 부탁드리고 싶어서요.”염구준은 이전의 차가운 표정과는 전혀 다른, 조금 순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의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을 때는 안 배우더니, 그때 배워뒀으면 내가 필요 없지 않았겠냐?”그는 염구준의 머리를 쿡쿡 누르며 짜증난다는 어조로 말했다. 비록 그의 말투는 차가웠지만, 그는 여전히 염구준을 맘에 들어했다."시간이 없습니다. 며칠만 계시면서 문제를 해결 해주시면 다시 돌려 보내드리겠습니다."그는 말과 함께 와인 두 병을 앞에 놓고 정중하게 부탁했다.“이건 제가 드리는 와인입니다. 제가 선생님 드리려고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와인을 보자마자 사 의사는 손을 뻗었으나 염구준이 다급하게 저지했다. "저를 도와 이 문제를 해결해 주셔야 합니다. 저는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그는 앞에 있는 와인을 바라보며 다시 당부했고, 사 의사는 조금 귀찮은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내가 걱정되냐? 잔소리는 그만해라. 내가 도와주마."그는 말을 마친 뒤 와인을 따라 원샷하였다.그가 와인을 마음에 들어 하자 염구준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을 휴게실로 모셔라.”이 말을 들은 청룡은 들어와 그의 지시에 따랐다. 사 의사는 염구준을 바라보고는 와인 두 병을 들고 떠났다. “네놈이니까 견딜 수 있는거지, 내 상사가 저 모양이었으면 난 진작 도망갔을 거다.”이렇게 말하면서도 말투에는 잘난 채가 느껴졌다. 청룡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정말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쟤는 너한테 잘해야 해,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단 말이야.”조금 거칠긴 해도 맞는 말이었고, 청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이런 청룡의 모습을 본 사 의사는 안도감을 느끼고 곧장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흑풍에는 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에게는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이제 그들이 행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의 힘을 역이용 합시다."
그는 앨리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가 조사해온 사람들의 행적이 담긴 파일을 건넸다."직접 보세요. 결과를 기대하겠습니다."파일을 건내 받은 앨리스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고개를 들었습니다.앨리스의 반응에 염구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코트를 챙겨 육원과 함께 나섰다. "앨리스를 가장으로서 지지한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육원은 염구준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사람의 능력이 형편없긴 하지만 배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비뚤어진 건 정말 손쓸 수가 없어요."염구준은 육원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 듯 크게 웃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마음이 맞는 건 처음입니다."육원은 그와 손을 맞잡았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존경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정말 그렇네요.”짧은 대답은 염구준의 진심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번엔 당신이 힘을 발휘할 차례입니다."자동차 키를 돌리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보며 장난치듯 말했다. "저는 사업가일 뿐입니다. 아무런 힘도 없죠. 농담하실 줄도 아시는군요."염구준의 말을 들은 육원은 연신 손을 저으며 당황해했다.“미국 용병의 왕께서 참 겸손하시네요.”염구준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이 말을 들은 육원은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바로 인정하였다. 순간 그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날 손에 있는 굳은 살을 보고 알아보라고 시켰습니다.”“하지만 진짜인 걸 알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염구준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육원은 연신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나신 걸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육원은 마음속으로 조금 뿌듯함을 느꼈다. “다 비슷한 걸로 하죠.”염구준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매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별 말없이 떠났지만 둘 다 마음 속으로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그러는 와중 앨리스는 문서에 적힌 이름과 행적을 보고 눈살을 찌푸
염구준은 그런 그를 노려보다가 뒤돌아서 걸어갔다. 이제 청룡이 지나치게 걱정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네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육원 측에 스파이가 있는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우리와 협력을 할지를 주시하는 거다.”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육원에 대해 묻지 않기로 결정한 청룡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나갔다.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염구준은 육원을 떠올리며 마음 맞는 친구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랬다.회사로 돌아온 육원은 앞에 서 있는 비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대표님, 오늘 좋은 일 있으십니까?”대표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비서는 머뭇거리다 물었다. "별 일 아니야. 이틀 전에 대금을 지불한 회사에 어떤 약점이 있는지 알아봐. 상황을 봐서 우리 쪽 스파이를 이용하면 좋고."그는 서류를 건넸고 비서는 이를 받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지만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명심해. 이 일은 완벽하게 끝내야 해. 이 일에 기웃거리는 사람 있으면 그냥 내버려 두고.”한참을 고민하던 육원은 염구준이 이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조사를 시켰다.“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육원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생각하다 휴대폰을 들었다.“존, 흑풍 존주가 어떤 세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봐 줘.”이 문제는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왔다.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사장님, 이 일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자는 한때 외국의 유능한 용병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당신만큼 유명했지요."존은 눈살을 찌푸리고 이마를 매만졌다. 자신의 상사가 정말로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 자가 사장님에게 도전하려고 했습니다. 이후 사장님이 거절하셨죠.”별다른 내용이 없자 육원은 아무런 동요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를 끊었다. "전주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이 회사가 워낙
이 한마디에 청용은 고개를 숙였다. 염구준은 반은 천인이라 그들이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그냥 가면 돼. 그렇게 많은 말 할 필요 없어."염구준의 말투는 불쾌함을 띠었고 얼굴도 싸늘했다. 청용은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갔다.그는 뒤에서 예기치 못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생각났다.흑풍 존주는 앞에 있는 형형색색의 사람들을 보면서 감개무량했다."역시 사람은 갈대 같다더니, 맞는 말이네."그는 가볍게 탄식하고 고개를 돌려 나아언을 보며 조롱했다."기분이 어때? 다시 회장 자리에 오르니 기분 좋지?"그의 조롱에 나아언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차를 따르고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말하지 않다고 괜찮아, 상관없어. 다만 네 밑에서 누군가 배신하는 것을 조심해야 해."그가 대답하지 않자, 흑풍 존주는 손을 흔들며 무심히 말했다."네."짧은 대답에 큰 감정이 실려있지 않았다. 눈빛도 담담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전주님, 재미있는 일을 조사했습니다."육원은 전화를 걸어 손에 든 서류를 들고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그는 입을 오므리고 웃었다."이 회사에는 심각한 허점이 있어요. 바로 지사 아래의 한 백화점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에요. 게다가 이전에 앨리스와 계약을 체결한 왕 사장도 조사되지 않아요."육원은 자신의 세력을 동원하여 조금씩 알아냈다. 염구준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존경의 말투로 말했다."정말 대단하네요. 다 당신 덕분이에요."육원은 미소를 지었고 마음이 후련했다."왜 청용한테 시키지 않았어요?"유능한 부하를 생각하니 육원은 농담조로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흑풍이 어디에 있는지 조사하라고 했어요. 흑풍을 처리하려고요."염구준은 웃으며 답했다. 음험하게 말을 하자 육원은 나지막하게 웃었고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전화를 끊은 후 염구준은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주작, 돌아와야겠어."전화를 받자 주작은 짐을 챙겨 가장 빠른 비행기로 돌아왔다."전주님."들어오자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가 맡은 일만 잘하면 돼."그는 짜증이 났다. 잘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주작이 이렇게 고집이 셀 줄은 생각지 못했다. 염구준은 한숨을 쉬었다."됐어. 기지로 돌아가 한동안 훈련해."그는 손에 든 카드를 내팽개쳤다. 기지에서 나온 사람마다 손에 하나씩 쥐고 있는 카드다."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와. 깨달으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카드를 받은 주작은 긴장되었고 조금 난처한 듯 물었다."전주님, 저를 버리시는 겁니까?"애처롭게 말하는 주작은 더욱 억울해졌다."내 명령이 너의 취지라 생각할 때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 그렇지 않으면 오지도 마."염구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말을 묵인한 셈이다.주작은 카드를 들고 몸을 돌렸고 얼굴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나도 참, 전주님이랑 맞서서 뭐 해? 전주님 성격 몰라?"문을 나서자마자 청용이 문밖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주작은 얼굴의 눈물을 닦아낸 후 곧장 떠나려 했다."너는 성격이 너무 고집스러워. 돌아가서 성격 좀 죽여. 무슨 일이든 전주의 말은 절대적인 거야."주작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뻣뻣한 몸으로 마음속에 그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주작이 간 후 청용이 들어와 약간 화가 난 염구준을 보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전주님, 주작의 성격이 저러니 너무 화내지 마십시오."염구준은 그를 힐긋 보고 말을 하지 않았다. 청용도 눈치가 빨라 묵묵히 나갔다.이때 염구준의 전화가 울렸다."상대에 꽂아 놓은 스파이를 동원했어요. 흑풍 가주와 나아언의 사이가 좋지 않아 줄곧 서로 대치하고 있다고 해요."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육원이었다. 그가 알아낸 일을 말하자 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그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지금 회사도 페이퍼 컴퍼니에요.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자세한 증거도 흑풍 존주가 장악하고 있고요 "육원은 난처하게 말하면서 말투에 고민이 섞여 있었다. 염구준도 그의 말에 찬성했다."다른 방법이 없어요.
"항상 흑풍을 상대하고 싶어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제가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염구준을 바라보며 나아언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없어도 나는 흑풍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앨리스는 제 동료입니다. 제가 동의할 것 같습니까?"염구준은 그의 호의를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쁜 놈일 뿐인데 제가 뭘 더 신경 써야 합니까? 그리고, 제 동생은 어떻게 됐습니까?"그는 조롱하듯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매우 깊었으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없었다."당신 친 동생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도 그렇게 관심을 갖고 계시다니, 참 보기 좋군요."그의 조롱에 나아언의 얼굴은 붉어졌다. 그는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었으나 속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배신자의 말을 믿으시는 군요. 저 역시 그가 내 동생이라고 믿습니다." "가식 떨지 마세요. 당신이 들어왔을 때부터 나는 당신이 무엇 때문에 왔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나와 육원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천천히 처리하려는 것 아닙니까?"그의 부족한 연기력에 염구준은 매우 경멸적인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사실이 들통나자 나아언의 태도가 바뀌었다."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너무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그는 처음부터 염구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염구준이 공격력뿐만 아니라 지능까지 높을 줄은 몰랐다. "연기력이 너무 형편없으십니다. 흑풍 존주에 그렇게 의지하셨으면서 어떻게 그를 배신할 수 있습니까? 그 사람이 없다면 그저 독불장군 신세일 겁니다."그의 말을 듣고서 나아언은 심기가 불편해져 주먹을 꽉 쥐고 화를 내며 말했다. "오늘의 저를 만든 게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당신들이 그 사람과 손을 잡지 않았다면 제가 다른 사람 시종 노릇을 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이는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회장 아들에서 시종이 될 때까지,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껴왔다."모두 당신 잘못입니다. 스스로 올바른 길로 가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막는 건 용납
"너무 여린 사람 같다고 했어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다른 회사 상사들처럼 좀 더 엄중하고 강하게 나가셔야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요."앨리스가 화를 내지 않은 것을 본 비서는 순식간에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냈다. "염 전주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책임을 져야 하고, 일에 있어서는 결단력이 있어야 해요."이 말을 들은 앨리스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들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제가 맡을 수 있는 건 사생아뿐입니다. 지금 그 사생아가 이틀 동안 저를 괴롭히고 있어요."육원은 도저히 손쓸 수가 없었다. 그의 피곤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슬슬 이간질에 나서겠습니다. 흑풍 존주는 저에게 맡기세요. 당신은 그 사생아만 처리하면 됩니다."그의 피곤해하는 모습에 염구준은 조금 미안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정말이지 그 놈은 미친 것 같아요."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이틀 전에 그가 저를 찾아와 당신을 상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했지만 제가 거절했습니다."원래는 그에게 이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염구준은 잠시 고민하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겠죠. 그 사람은 당신을 찾아 갈 수밖에 없습니다. 됐어요, 일단 그 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흑풍 존주가 우리와 맞서기 위해 몇몇 회사에 연락했다고 들었습니다."이 소식을 들은 염구준은 더욱 눈살을 찌푸렸다. "어느 회사 말입니까? 저에게 보내주세요."염구준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가 휴대폰에 적혀진 명칭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청용, 술자리를 마련해서 이 사람들을 전부 초대해."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가 직접 나서야 했다. 흑풍 존주가 그에게 어떤 이익을 줄지 모르겠지만, 그 대가에 상관없이 그는 맞서야 했다."알겠습니다."청용은 더 묻지 않고 명령에 따랐다.잠시 후 청용은 고개를 숙이고 인상을 찌푸린 채 걸어 나갔다.
“네!”두 사람은 복장을 바로잡고 원래 위치에 서서 정지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이 작은 일 때문에 감시실에서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모든 사람 주의.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게 순찰 강화하고, 감시를 철저히 해.”니체르 공작은 여러 번 강조했었다. 한 명이라도 실수할 시 전부 다같이 생매장 시켜버리겠다고 말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높은 급여를 받지만, 그만큼 위험도 컸다. 외부요소가 아닌 내부요소 때문이었다. 한편, 이미 노엘테크놀로지 본사에 침입한 염구준은 감시와 순찰을 피하면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찾기 힘드네. 건물이 40층이나 되는데 매 층마다 300평씩이나 되니까.”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감시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를 피해야 해서, 한 층을 모두 살펴보는 데에만 30분이 걸렸다.이 속도로 모든 층을 다 확인하려면 몇 일이 걸릴 것 같았다.그는 두 층을 더 살펴본 뒤, 구조와 장식이 비슷하다는 걸 알아챘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지하라면?’염구준은 지하에 비밀의 방이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 지하 주차장을 한 번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여기에 갇혀있는 게 맞을까?’제일 간단한 방법은 니체르를 붙잡아 두들겨 패고 손중석의 행방을 묻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방법에는 단점이 있는데, 바로 상대방이 위협을 느끼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인질을 죽여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역시 사람을 먼저 찾아야겠어.’그러나 두 층을 더 수색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가 없어 그는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오늘 밤에 노엘테크놀로지의 본사에 잠입해 얻은 게 없어보일지 몰라도 덕분에 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발견했다. 바로 이 건물의 설계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설계도를 통해야만 건물의 숨겨진 곳을 명확히 알 수 있었고, 그런 곳이 사람을 숨기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일 가능성이 높았다.‘이런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설계자가 많지 않을 거야. 그러니 찾는데는 어렵지 않겠지.’염
“공작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수하는 목을 긋는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서두르지 마. 일을 하려면 전체를 봐야하는 법이니까. 흑풍은 아직 유용하니, 일단 놔둬.”니체르 공작은 흑풍 존주가 혹여나 배신할까 봐 걱정되어 그런 것이었지, 죽일 생각은 없었다.황실호텔은 이번 신에너지 토론회가 열리는 곳이었기 때문에 많은 국가의 대표들이 이미 머무르고 있었다.방 안에서, 손가을은 염구준을 호기심과 의혹이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30분 동안 이렇게 보기만 한 거 알아? 할 말 있으면 바로 해도 돼.” 염구준은 손을 뻗어 아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내 실력이 당신보다 많이 부족하지?”손가을은 고개를 들어 남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녀도 무인의 경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보천인이 남들보다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헬기를 떨어뜨리는 건 무리라고 생각되었다.이렇게 강한 남편을 두었다는 게 기쁘기도 했지만, 동시에 걱정도 되어 그녀는 현재 마음이 복잡했다.“부족하기는. 내 실력이 곧 당신 실력이야. 그러니 너무 많이 부담 갖지마.”염구준은 고개를 숙여 아내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며 다정하게 위로했다.그가 이 정도의 경지까지 갈고 닦은 건, 가족과 용하국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구준 씨, 당신 정말 얼마나 강한 거야?” 손가을은 남편의 목을 감싸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강한지 이미 알고 있잖아.”염구준은 대답하면서 약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에 빠르게 반응한 손가을은 염구준의 가슴을 가볍게 때리며 말했다. “미워!”“오늘 많이 피곤했으니까, 일찍 쉬자.”“응!”염구준은 대답하며, 아내를 들고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야심한 밤이 되자 시끄럽던 도시도 이제는 고요해졌다. 염구준은 아내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가을아, 난 좀 처리할 일이 있어 나가봐야 할 것 같아.”이에 손가을은 잠이 덜 깬 채로 일어나 그의 외
“정말 죄송합니다. 제 부하가 좀 경솔해서 민폐를 끼쳤습니다. 사실 저 녀석도 진심이 아니라 장난으로 한 말이었답니다.”항공모함 전투단이 바로 앞에 있었기에 에드로는 몸을 낮추고 바삐 설명했다. “하지만 방금 전에 저희에게 진짜 칼과 총을 들이댔는 걸요.” 그러나 손가을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하면서 계속 염구준을 힐끔거렸다.비지니스 문제라면 문제 없지만 군사적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서였다.염구준은 아내가 난처해 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그녀를 도와주었다.“가을아, 먼저 호텔에 가서 좀 쉬어.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할게.”“응, 그럼 호텔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염구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모두 참았다.방금 전에 그 강력한 기운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고, 남편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에드로는 눈치 빠르게 옆에 있는 부하에게 명령했다. “3팀장, 손님을 안전하게 호텔까지 모셔다 드려. 최선을 다해 경호하는 거 잊지 말고.”오스타국 입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었다.사람들이 떠난 후, 에드로는 염구준을 조용한 곳으로 초대한 뒤,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했다.“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에드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제 이름은 염구준입니다. 하실 말씀있으시면 바로 하세요.” 염구준은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알려줬다. 어차피 간단한 이름일 뿐이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서였다.두 사람은 간단히 몇 마디를 주고받았고, 염구준은 상대방의 태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염 선생님,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에드로는 매우 공손하게 물었다.이로써 주도권은 염구준에게 넘어갔다. 이것 또한 에드로의 성의였다.그러나 염구준은 방금 전의 일이 생각나 일부러 상대방을 놀래켰다.“선전포고를 이미 했으니 싸우지 않으면 투항할 수밖에 없죠.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그건...”말을 들은 에드로는 난처한 표
나머지 헬기 조종사들은 상황을 보고 즉시 공중으로 상승했다.“너희가 의지하는 힘, 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염구준은 냉담하게 말했다.이때, 주작이 핸드폰을 확인한 후 얼굴에 안도감을 드러냈다.“용하국의 항공모함 전투단이 오스타국의 인근해역에 도착했다. 이제 얌전히 죽을 준비해.”사실 아까 염구준이 그녀에게 눈빛을 보냈을 때부터 그녀는 제일 가까이 있는 군사력을 찾고 있었다. 주작의 큰 목청이 주위에 울려 퍼지자 황실호위대의 병사들은 전부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순식간에 현장은 혼란에 빠져버렸다. 이 일 때문에 용하국에서 정말로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그 강대한 용하국 앞에서 우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이게 다 블룬더 때문이야. 왜 괜히 문제를 일으켜서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봐, 일이 더 복잡하게 됐잖아.”“항복하자. 그러면 살려줄 수도 있잖아.”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면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할 거라는 것도 말이다.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사기가 전부 떨어졌다.옆에서 황실호위대의 대화 내용을 들은 염구준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어때? 이제 이 상황도 네가 책임질 수 있겠어?”꿀꺽.블룬더는 침을 삼키며, 방금 전에 허세 부리려고 한 말이 실제로 용하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이어졌음을 깨달았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 이렇게 거대한 군사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냐?”“네카일이 말했잖아? 날 건드리지 말라고. 난 당연히 너희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이지.” 염구준은 자신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다.블룬더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애초에 장난으로 한 선전포고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 그는 제일 당황스러웠다.다다다.이때, 밖에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 에드로와 나머지 팀장들이 나타났고, 그 뒤로 수만 명의 황실 호위대가 따라왔다.“후우.”블룬더는 구세주가 온 걸 보고 길
“하하, 내가 한 일은 당연히 책임질 테니 걱정마.”부사령관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염구준이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는 상대방이 더 이상 방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기분이 더 좋아졌다.이 정도 규모로 큰 움직임은 곧바로 황실의 고위층과 많은 귀족들에게 전달되었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제국빌딩의 최상층에서, 니체르 공작은 고배율 망원경을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공작님, 저 미친 개를 막으러 갈까요?”옆에 있던 시종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럴 필요 없다. 이참에 염구준의 실력을 제대로 한 번 봐야겠어.”니체르 공작은 진지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는 흑풍 존주의 말을 완전히 믿지 않았었다.한편, 친왕의 성. 에드로는 막 잠에 들자마자 시종의 말소리에 눈을 떴다. “친왕님, 블룬더가 만 명을 동원하여 용하국의 사절단을 에워싸고 있습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뒤, 에드로는 완전히 정신이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심장은 지금 터질만큼 빠르게 뛰었다.‘권력을 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고를 쳐?’상대방의 무단 행동에 비록 화가 났지만 그 권력을 쥐어준게 본인이니 그는 속이 타도 어쩔 수가 없었다.“지금 당장 공항으로 가게 빨리 다른 팀장들에게 연락해.”사태가 급박해지자, 에드로는 잠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 급히 성을 나섰다.반면, 시끄러운 밖과는 달리 왕궁 안은 여전히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지금의 국왕은 겨우 여덟 살이라 아직 놀줄 밖에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의 옆을 지키는 호위, 네카일은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한편, 같은 시각에 공항.양측이 한참 대치하고 있을 때, 부사령관인 블룬더가 가장 먼저 인내심을 잃었다.“준비...”“주작, 사람들을 지켜!”염구준은 빠르게 달려나가 블룬더가 명령을 내리는 걸 막기 위해 검을 뽑아 들었다.‘지난번에 전력을 다한 게 아니었나?’블룬더는 상대방의 강렬한 기세에 놀라며, 눈앞의 사람이 보통의 반
아무말도 나오지 않아 팀원들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으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고 그를 무시했다.바로 이때, 황실호위대가 다가와 염구준 일행을 둘러쌌다.“짐 검사를 위해 캐리어 좀 열어주십시오. 위험물질이 들어있는 것 같아서요.”모두가 겪을 거 다 겪은 사람들이었지만, 완전무장한 호위대 앞에서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번에 경호를 맡은 주작이 앞장서서 상황을 조율하려 했다. “저희는 이번 신에너지 토론회에 참여하는 용하국의 대표팀입니다. 아마도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하지만 호위대는 봐주지 않고 오히려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모든 사람들을 검사하라는 명령이 있습니다. 특히 용하국인들을 말이죠. 즉, 당신들이 특별검사 대상이라는 거예요.”말을 이렇게 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주위 사람들은 전혀 검사하지 않고 오직 주작 일행들만 검사했다. 함정수사인 게 틀림없었다. 호위대의 병사들은 아무런 허락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각적으로 일행의 캐리어를 뒤지려고 했다.안에 상업기밀 등 중요한 문건들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쾅!“짐 뒤지는 사람 있으면 다 죽여버릴 거야.”주작은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호위대의 사람들을 전부 날려버렸고, 이에 그녀의 부하들도 즉시 싸울 준비를 했다.주작은 먼저 공격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가만히 참는 성격도 아니었다.“여기는 오스타국이다. 얌전하게 협조하는 게 좋을 거야.”이때, 부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도 어떻게 보면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친왕의 성에서 나오자마자 한시도 쉬지 않고 이곳에 와서 사고를 치려는 걸 보면 말이다.“여기가 어디든,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두배로 갚아줄 거다.”염구준은 말을 하며 주작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낸 뒤, 주위를 둘러보다가 네카일이 보이지 않는 걸 발견했다.‘상황이 변했나 보군. 지금은 부사령관의 말을 듣는 건가.’‘그럼 전에 했던 약속은 무효가 되겠네.’“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했던가? 저번에는 운이 좋아서
“구준 씨, 일 보러 안 가도 괜찮아?”“가서 이야기하자. 이 며칠동안 되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많았거든.” 염구준은 혹시나 도청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서둘러 말하지 않았다.“응!”손가을은 남편과 함께 하는 게 기뻐 상대방의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습을 보고있던 사람들은 염구준 부부의 애정 과시에 며칠이나 밥을 먹지 않아도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이든 역시 두 사람 사이에 끼지 않고 얌전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런데 바로 이때, 두 사람 뒤에서 단정한 옷차림에 비싼 수트를 입고 두꺼운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가을 씨, 이 남자는 누구죠?”그의 말투에는 불쾌한 기색까지 담겨 있었다.염구준은 상대방의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나서 손가을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가을이의 합법적인 남편입니다. 딸도 있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상대방이 멀리 꺼지게 하기 위해 염구준은 일부러 그의 신경을 건드리며 말했다.이를 눈치 챈 손가을은 잘 협조하기 위해 고개를 염구준의 어깨에 기대며 부부의 화목함을 자랑했다.그녀는 이미 안세환에게 질릴만큼 질렸다. 계속 다가와서 말을 걸어놓고는 또 오만한 태도를 보이니까 말이다.“그쪽은 뭐하는 분이시죠? 가을 씨 같이 좋은 와이프를 얻을 수 있는 분 직업이 궁금해서요.”안세환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로 말했는데, 그의 표정에서는 약간의 경멸도 느껴졌다.용하국 신에너지 분야의 탑 연구원으로서 그는 이 업계에서 가장 유명했으며 연봉도 몇십억을 넘었다.“전 일 안하고 집에만 있어요. 다만 가을이는 이런 절 무척이나 사랑한답니다. 짜증나죠?”염구준은 말하면서 한 손으로 손가을의 어깨를 감싸며 친근감을 드러냈다.옆에 있던 주작은 웃음을 참으며 속으로 염구준이 매우 짓궂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어떤 점에서 화가 날지 파악하고 일부러 자기 이미지를 구겼으니까 말이다.이 말을 들은 안세환은 역시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
그들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싸우기 시작했다.“적 앞에서 오스타국 황실의 위엄을 도전하는데도 싸우지 않고 물러서다니, 겁쟁이도 아니고 뭐하는 겁니까?” 부사령관은 자신의 뒷배경을 믿고 네카일을 질책하기 시작했다.“그건 오스타국을 위해서 한 행동이었어. 그리고 난 사령관이다. 말투 조심해.” 하지만 네카일은 물러서지 않고 기운을 내뿜으며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었다.그가 외부인이 아니었다면 이런 대우 따위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위엄이 대단하시네요, 사령관님. 이 일 황실에 반드시 고발하고 말 테니, 기대하세요.” 이에 부사령관은 더 이상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자신의 편을 데리고 떠났다.한편, 오스타국 황실, 친왕의 성.성 안에는 금빛 궁정 의상을 입은 채로 황금 좌석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며 왕의 기개를 드러내는 노인이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황실에서 가장 권력 있는 친왕 중 한 명이자, 황실호위대의 책임자인 알렉스 에드로였다.“친왕님, 네카일이 비밀리에 용하국인과 결탁하여 동족을 해쳤습니다. 아마도 배신자인 것 같습니다.”그의 아래에서는 부사령관이 무릎을 꿇고 고자질을 하고 있었는데, 물론 모두 허무맹랑한 말들이었다.“그 용하국인의 이름이 뭐지?” 그러나 에드로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물었다.그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든 신중하게 처리하는 성격 때문이었다.“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좀 강해 보이긴 합니다만 두려워할 수준은 아닙니다.” 부사령관은 곧바로 대답했으나 일부 사실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에드로가 자신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굳이 따로 조사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에드로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런 거짓말을 해도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았다. “역시 외부인은 외부인이군. 그렇게 잘해뒀는데도 배은망덕하기는. 그럼 이젠 네가 그 녀석 대신 사령관을 맡으렴.” 에드로는 말하면서 금빛 명패를 던졌다.부사령관은 재빨리 받으면서 크게 좋아하며 연신 감사인사를
염구준은 일어서서 먹다 남은 과일을 쓰레기통에 툭 던지고 밖으로 나갔다.지인이라는 말에 병사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염구준이 사령관과 지인일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밖에 나간 염구준은 전방을 둘러보았다.본부대에서 13명이 출동했는데 전부 사령관 출신들이었다.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대장 한 명이 만 명의 병사를 거느렸으니 13만 명이 오스크국의 모든 전력이었다.“염구준?”사령관 네카일이 염구준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왠지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제법이야. 당신도 반보천인 고수가 되었네.”염구준은 상대방의 기운을 감지하고 칭찬부터 했다.예전에 전쟁터에서 만난 네카일은 실력이 가장 약했던 일원에 속했다.“사령관님, 이 사람은 누굽니까?”한 대장이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너희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저 사람을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만 기억해.”네카일은 정영병들이 충격을 먹을까 봐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는 하지 않고 경고만 주었다.그때는 네카일이 오스크국에 오기 전이었다.어떤 분쟁으로 인해 그가 소속된 세력과 염구준이 전투를 벌였는데 거의 전멸되었다.지금 그는 떳떳한 반보천인 고수로 거듭났지만 감히 그에게 복수하러 가지 못했다.왜냐면 본인도 강해졌는데 상대방이라고 제자리 걸음을 한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염구준은 그들의 대화를 무시하고 말했다.“오늘 확실하게 할 말이 있어서 당신들을 불렀어.”“듣고 있으니까 말해.”네카일은 기운을 거두고 대장들에게 공격하지 말라는 손짓을 보냈다.그에게 염구준이라는 존재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악몽에서 시달리게 한 악마와 같았다.그런데 이런 곳에서 또 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내가 정당방위로 사람 한 명을 죽이고 당신 대신 부하들을 참교육을 했어. 나랑 끝까지 싸우고 싶다면 지금 빨리 끝내자. 지금 싸우지 않겠다면 나중에 내가 떠날 때 귀찮게 할 생각하지 마.”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렸다.지금 그는 킬러들에게 감시당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