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동굴,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떨어지는 돌에 맞아 다치기 시작했다. “멈춰!”천면현이 손을 들어 올리며 휴전의 신호를 보냈다. “갑자기 왜요?”한참 싸움에 열중하던 와중에 갑자기 중단되자 염구준은 심기가 불편했다. “장소가 너무 좁아서 제대로 싸울 수 없어. 밖으로 나가자.”천면현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제야 염구준의 눈에도 주변의 광경이 들어왔다. 천면 가문 사람들 몇몇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싸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을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그래요.”염구준이 대답했다.“아버지, 그만 싸우세요. 사실은….”두 사람이 멈춘 틈을 타 천면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하지만 풍덩, 두 사람은 듣지도 않고 물속에 뛰어들더니, 빠르게 밖으로 헤엄쳐 나갔다. 천면휘는 이번에도 입 한 번 제대로 못 열어보고 무시당했다. 그는 점점 조초해졌다. 두 사람 모두 무시무시한 강자,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게 된다. 누구든 크게 다치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건 좋지 않았다. 천면휘가 다급히 사람들에게 외쳤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다들 밖으로 나가!”천면도, 얕은 모래사장 위에 염구준과 천면현이 서로 마주 서 있었다. “젊은이, 여긴 호수가라 물속성을 가진 내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천면현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불을 제압할 수 있는 속성인 물, 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상관없어요. 싸움터는 제 선택이 아니었지만, 길고 가는 거는 대봐야 아는 법이죠.”염구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상대가 강할수록 그는 더 흥분되고 전투력이 불타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건방지긴!”천면현이 물의 기운이 가득 담긴 분노의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자 투명한 물줄기가 공중에서 화살처럼 변하며 강력한 기운을 담긴 채 발사되었다. 전투는 시기와 장소도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실력이었다. 하지만 천면현은 이를 망각하고 시기와 장소만 따져 자신
“에잇! 이판사판이다!”천면현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방어만 하다가 진짜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당할 것 같았다. 그는 방어를 포기하고 부상을 입는 한이 있더라도 반격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염구준은 그가 방어를 포기한 순간, 전보다도 더 매서운 공격을 연달아 날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천면현은 반격은커녕 주먹에 맞아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노쇠한 데다가 부상까지 입자 그는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해졌다.“쿨럭, 쿨럭. 내가 졌다. 원하는 대로 해.”부상을 입은 천면현이 피를 토하며 항복했다. 애송이라고 생각했건만, 상대는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강한 강자였다. 거기에 불굴의 의지까지, 염구준은 자신과 비등하거나 강한 상대일수록 더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정말 사람 질리게 하는 상대였다.“수고하셨습니다.”염구준이 두 손을 모아 천면현을 향해 포권을 했다. 사실 그도 혼신의 공격을 연달아 날리면서 옅은 내상을 입은 상대였다. 천면현은 생각 이상으로 강자였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직 충분히 더 싸울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아버지, 괜찮으세요?”천면현이 주먹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천면휘가 다급히 다가가며 상태를 살폈다.“몇 군데 다치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끝까지 우리 일족을 지키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구나.”천면현이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아버지, 저 분은 적이 아니에요!”그렇게 천면휘는 간단히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아버지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점점 더 안색이 어두워지는 천면현, 얘기가 끝날 때쯤 되니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멍청한 놈! 왜 진작에 말하지 않고 이 사단을 만들어!” 천면현은 참지 못하고 아들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미리 말했더라면 싸우지도 않고, 망신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천면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바로 말하려고 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기회를 줬나요
“에이, 허락한 걸로 알고 앉을게요.”천면항이 뻔뻔한 얼굴로 말하며 수안이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짝사랑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끈질긴 태도는 수안의 혐오만을 부추길 뿐이었다. “밥 맛 떨어지게, 무슨 짓이야?”수안은 애써 천면항을 쥐어 패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며 자리에서 일어나 염구준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괜히 여기서 소란을 피웠다가 애꿎은 염구준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계속 거절당하자 화난 천면항은 모든 분노를 염구준에게 돌렸다. “거기, 도전이요!”천면항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연회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하하, 천면항, 장난해?”“노족장님도 못 이기셨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취했으면 얼른 집에 돌아가, 창피 당하지 말고.”염구준에게 도전하다니, 모두가 어이없어 했다. 천면휘도 나서 꾸짖었다.“천면항, 염 선생님 덕분에 목숨을 구한 녀석이, 그만해.”“겁먹었습니까?”하지만 천면항은 들은 체도 안 하고 더 강하게 도발했다.“그래? 뭐로 도전할 생각인데?”염구준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치기어린 소년의 도전에 나름 흥미가 일었기 때문이다.“술이요!”천면항이 아주 자신만만한 얼굴로 도전 종목을 말했다. 이건 그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천면도에서 아직까지 술로 그를 이긴 사람이 없었다. 염구준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왜요? 자신 없어요?”그 반응에 천면항은 순간 발끈해 또다시 염구준을 자극했다.“자신? 너나 조심해. 정말 골로 갈 수 있어.”염구준의 주량은 전신전에서도 최고였다. 심지어 그는 여태껏 진심으로 취했던 적도 없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모처럼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술 가져와!”천면항이 손을 들어
수안이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나지막이 비웃었다. 안 그래도 자꾸만 질척거려 잔뜩 짜증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인과응보, 꼴 좋다고 생각했다.작은 소동이 지나간 뒤, 사람들은 다시 연회에 집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염구준도 함께 시간을 조금 더 보낸 뒤, 쉬겠다는 핑계로 마련된 숙소로 돌아가 손가을과 통화를 했다. 염희주가 독에서 자유로워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마음속 어딘가 불안했다.천면도, 동쪽 호수가.새벽이 되자 하늘이 살짝 희끄무레해지며 겨우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노족장님, 정말 여기에 그게 있습니까?”염구준이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동쪽 호수가엔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 하나가 전해진다. 이곳엔 매우 오래된 암석이있는데, 거기에 들어간 사람 모두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됩니다.”천면현은 염구준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길 바랐다.그 사이, 조금씩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준비해!”천면현이 지시를 내리자 사람들이 무언가를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해가 점차 떠오르며 천면도를 밝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빛을 받은 호수 표면에 소용돌이가 생기며 요란한 마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도무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바다도 아닌 잠잠한 호수가에 해가 떴다는 것만으로 어떻게 갑자기 소용돌이가 생긴단 말인가?곧이어 소용돌이 안에 글씨가 새겨진 돌무더기 몇 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 자리하고 있는 한 평정도 되어 보이는 돌 단상. 이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돌 단상 위로 파여 있는 홈, 거기에 이 시기마다 물방울 모양의 구체가 맺혔다. 사람들은 이 신비한 구체를 새벽이슬이라 불렀다. 그리고 바로 전괴를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재 재료 중 가장 얻기 어려운 하나였다. “빨리, 움직여!”천면현이 소리치며 현장을 지휘했다
염구준이 손을 들어올리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몇 걸음을 들어갔을까,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다 소문이 과장된 거라며 여기며 염구준은 더 안으로 쑥쑥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그르렁하고 웅장한 울음소리와 함께 커다란 용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 용이라니? 전날 밤 먹었던 술이 아직 안 깬 것인가? 염구준은 눈을 비비며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심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용이 입을 쩍하고 벌리며 그를 향해 번개를 내뿜었다. 염구준도 이런 전설 속 생물은 처음이었기에, 공격을 일단 피하기로 했다. 그러자 좀 전에 그가 서 있던 곳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며 사방으로 돌무리가 뿌려졌다.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그 위력은 정말 상상 초월이었다. 반면, 호수가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의아했다.“왜 저기에 멀뚱히 서 계시지? 햇볕을 쐬나?”“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뭔가 문제가 생긴 걸 거야.”천면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뭔가 잘못 됐음을 직감했다. 비록 고서에 적힌 것이 없어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이유 없이 저렇게 멀뚱히 서 있을 리가 없었다.“제가 돕고 올게요!”두 사람의 말을 들고 있던 수안이 당장이라도 염구준을 뒤따라갈 듯 자세를 취했다.“잠깐만!”천면현이 전에 겪었던 것을 떠올리며 재빠르게 그녀를 막았다.“염 선생도 해결 못하는 일이라면, 당신이 나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방해가 되면 됐지.”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결국 수안은 이를 악문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염구준은 용과 아주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용은 확실히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피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염구준은 용기를 내 용과 정면으로 맞서기로 마음먹었다. 상대가 누구든, 무엇이든, 이기면 그만이었다.용이 또다시 입을 벌리며 벼락을 뿜어댔다. 염구준도 몸속에서 기운을 끌어올리며 그것을 최대한 무력화시켰
시간이 지나자, 점점 마음이 조급해진 수안은 몇 번이고 돌무더기 속으로 뛰어들 뻔했다. 하지만 매번 천면현이 막아 어쩔 수 없이 호수가에서 목소리 높여 염구준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나 괜찮아!”염구준이 손을 들어올리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다음 빠르게 다시 새벽이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못 됐다. 최대한 빨리 떠나야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목적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 또다시 환영이 나타나 염구준을 괴롭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를 공격하는 건 용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전설적 동물, 옛날 적들, 그의 마음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환영으로 튀어나왔다. 만약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면 정말 정처 없이 이 환영들에 휘둘렸을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은 이것이 이미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쉭쉭 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되는 굵기의 뱀 두개가 화살처럼 그를 향해 쏟아져 나왔다. ‘이건 환각이 아니야!’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면서 염구준은 위협이 느껴졌다.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기운을 흘려 내보내며 검은 뱀을 폭파시켰다. 터져 나오는 핏방울들을 느끼며 염구준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이곳은 실제와 허구가 섞여 있는 공간, 점점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어려워졌다. 염구준은 주저하지 않고 현실을 자각한 순간을 이용해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도자기 용기에 빠르게 새벽 이슬을 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손에 새벽이슬이 닿는 순간 그동안 겪었던 모든 환상이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졌다. 놀라운 감각에 염구준이 감탄하고 있던 순간, 갑자기 호수가 요동치며 슬슬 잠기려는 기색을 비쳤다. 물건을 얻었으니, 그는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돌무더기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두 걸음 내딛지도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퇴로가 막혀버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수많은 뱀들이 빽빽히 돌무더기 주변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쏟아져 내리
위기가 지나가자, 천면현은 감탄하며 염구준을 바라봤다. “하하, 염 선생은 참 신기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정말 저 금지 구역에서 살아 돌아올 줄이야, 정말 놀랍네요!”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지금까지 저기에 발을 들여놓고도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염구준이 처음이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염구준은 그의 반응에도 매우 덤덤했다. 오히려 새벽이슬이 담긴 도자기 용기를 꺼내며 천면현을 재촉했다.“물건을 가져왔으니, 얼른 전괴 치료하는 약을 만들어주세요.”“그건….”천면현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흐렸다. “설마 또 뭐 있습니까?”그의 반응을 본 염구준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물었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얘기해서 이 고생을 하며 가지고 왔는데, 이제 와서 또 머뭇거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해 마세요. 필요한 재료는 이게 다인 건 맞습니다. 제조법도 저한테 있고요. 하지만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이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염구준의 표정에 천면현이 얼른 해명을 덧붙였다. “그럼 빨리 움직이시죠. 여기서 시간 끌지 마시고.”염구준은 얼른 이 일을 해결하고 또다른 전설속 생물인 머리 두 개짜리 뱀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그들은 호숫가에 있는 시장으로 행했다. “어이, 아줌마. 얼른 이 물건들 치우고 썩 꺼지지 못해?”볶음밥 노점 앞, 어디서 공연이라도 한 듯 화려한 머리와 화장을 한, 충격적인 모습을 가진 남자 세명이 다가왔다. “총각들, 얌전히 장사하고 있는 사람한테 왜 이래? 내가 언제 그쪽한테 피해를 끼쳤어?”노점 주인인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볶음밥을 만들어내며 대꾸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연약한 아주머니였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남자들에게 겁먹은 기색이 없었다. “피해? 지금 말 다 했어?”“사람이 친절하게 구니, 호구로 아네? 어이, 아줌마! 가게 완전히 접고 싶어? 험하게 다뤄줘?”세명 중 빨간 머리를 한 남자가 앞으로 나오더니, 위협적으로 노점을 쾅쾅 내리치며 말했다. 만약
“뭘 봐? 눈알 뽑아버리기 전에 꺼져!”빨강머리 남자가 주변 사람들을 쏘아보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돌리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이들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가자, 가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보기에 저래도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상대가 안 돼.”“가자, 괜히 끼어들었다가 우리만 낭패 볼 수 있어.”빨강 머리 남자의 위협에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남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자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때, 어디선가 훤칠하게 생긴 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혹시 이나라 님 맞으신가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아주머니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주름진 얼굴로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노족장님과 오신 분인데, 무엇이든 도와드릴게요.”아주머니의 대답을 들은 염구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호의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면현과 대화할 때 무뚝뚝했던 말투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이 공손히 손을 모으며 예의를 표했다.“똥폼 잡기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이 거야?”빨강 머리 남자가 비꼬며 말했다. 여긴 천면 가문이 별로 활동하지 않는 곳이라, 이들은 천면현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음 바꾸기 전에 꺼져.”염구준이 한숨을 내쉬며 귀찮은 듯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벌레보다 하찮은 놈 때문에 괜히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 감히…!”빨강 머리 남자가 막 말을 꺼내려던 찰나, 갑자기 고개가 돌아가며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것이다. 그는 코와 입으로 피를 뿜으며 옆으로 날아갔다.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빨강 머리 남자가 나가 떨어지자, 옆에 있던 두 남자가 허겁지겁 부축하려 다가왔다. 하지만 이들도 눈 깜빡할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망기술의 역할을 알고 있는 염구준은 문제점을 말했다.“진씨 가문은 어디 있어? 거록이 혹시 거기에 있나?”고대영은 숨기지 않고 염구준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진씨 가문은 해외로 쫓겨나서 국경에 있는 귀울진에 있어. 거록이 거기 있는지는 나도 몰라.”염구준은 용하의 은세가문이 왜 해외로 쫓겨났는지 알 수 없었다.이런 상황은 정말 흔치 않았다.“수고했어. 약속대로 내가 수고비는 보내줄게.”염구준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그가 원하는 정보는 이것밖에 없었다.“돈은 됐어. 우리 고씨 가문의 외가 가주 자리가…”고대영은 돈을 받는 대신 다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염구준이 끊어버렸다.“됐어. 이따가 계좌로 이체할게. 시간 되면 청해에 놀러와.”염구준은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계속 통화를 했다면 고대영이 또 이 말을 꺼낼 게 뻔했다.“모두 같은 핏줄이니 네가 고씨 외가의 가주가 되어라.”비록 염구준의 생모 고유란이 고씨 외가의 가주였지만 지금 그와 관련이 없으니 이어받을 의무도 없었다.지금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다.염구준은 집으로 나가 주차장으로 갔다.손가을을 만나 자초지종을 말하고 귀울진에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주자창에 갔을 때 살기를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숨어 있지 말고 당장 나와.”아직 싸우기 전에 살기부터 흘리다니 정말 모자란 놈들이었다.스스슥!갑자기 나무 위, 관목 안, 하수도 뚜껑 아래서 그림자들이 뛰쳐나왔다.모두 복면을 써서 진짜 얼굴은 볼 수 없었다.“하, 실력이 제일 강한 놈이 정진왕자라니, 죽으러 왔어?”염구준이 그들을 훑어보았다.“거록 존주께서 말씀을 전달하라 하셨다. 청해에만 있어라. 밖으로 나가면 바로 죽는다!”일행은 먼저 협박 어린 말을 전달했다.“청해에서 나가겠다면 어떡할 건데?”염구준이 껄껄 웃으면서 되물었다.“그럼 죽인다!”한 사람이 싸늘하게 말하더니 일행이 동시에 염구준을 공격했다.아마도 그의 실력을 모르는 것 같았다.촤아악!염구준이 몸을 번쩍
“필요 없어. 겁 먹고 외국에 도망친 너랑 달라. 정말 창피해. 우리 떠돌이 7인조의 명성에 먹칠했어. 염구준 따위가 감히 내 대업에 끼어들었으니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역시 자극을 받은 거록 존주는 흑풍을 경멸하면서 말했다.지금 흑풍은 그가 말한 것처럼 염구준이 무서워서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다.지난번 윤씨 가문에서 염구준과 맞붙었을 때 한 손을 잃어버려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았다.“넷째 형, 잘 생각해 봐. 그러다 훅 가는 수가 있어.”흑풍은 속으로 기뻤지만 겉으로 여전히 걱정하는 것처럼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늘어놓지 마. 그보다 네가 준 사술법으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냐?”지금 거록의 관심사는 염구준보다 사술법이었다.천인 경지는 꿈에서도 도달하고 싶은 것이라 매우 유혹적이었다.“물론이지. 심혈주를 만들어서 삼키면 바로 천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흑풍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확실하게 대답했다.거록이 단호하게 나오니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됐다. 내가 천인 경지를 돌파하면 너 대신 염구준 그놈을 죽여줄게.”거록은 자신있게 말했다.그 단계에 도달하는 순간, 그는 세상에서 최고 고수로 거듭나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고마워, 형. 만약 기회가 된다면 염구준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챙겨줘.”흑풍은 공수하며 인사를 올렸다.그의 목표는 지금도 옥패였으니 천인 경지에 도달하는 사술법에 관심이 없었다.어쩌면 다른 방법을 알기에 사술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걱정 마. 난 옥패에 관심이 없어. 만약 손에 넣으면 너한테 줄게.”거록도 승낙했다.옥패 8개에 심도 깊은 무학이 있어서 보물이라는 것은 다들 알지만 더 깊은 의미는 알지 못했다.“그럼 이만 끊을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흑풍은 말을 끝내고 통화를 끊어버렸다.지금 그가 있는 곳은 어두운 지하였다.그곳에 허약한 몸의 사내가 견갑골을 입고 있었다.“젠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사술법을 알려주면 날 풀어준다고 했잖아.”사내는
염구준은 초상비 일행에게 철창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물론 치료비는 모두 그가 부담할 것이다.광대와 서커스단 관련자들은 경찰에 보내서 법으로 다스리도록 안배했다.서커스단의 동물들은 청해 동물원에 보내져서 적절하게 배치했다.그 바람에 동물원에서 땡잡았다.더는 허스키를 늑대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호랑이로 분장할 필요도 없었다.모든 후사를 처리한 후, 염구준은 공연장에서 나와 모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날 저녁, 염구준에게 전화가 왔었다.“염구준 씨.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서커스단은 원래 합법이었는데 단장이 살해된 후 나쁜 놈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파렴치한 짓을 했더군요.”“이들 우두머리는 코브라라 부르고 거대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유사한 패거리가 더 있는 걸로 추측합니다. 구제척인 것은 아직 자백받지 못했어요.”경찰 측에서 조사한 것을 모두 염구준에게 알려줬다.“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경찰에게 맡기면 되니 그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어서 초상비에게서도 연락이 왔다.구출한 사람들이 모두 고비를 넘겼지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치료비는 염구준이 모두 낼 테니 이 일에 대한 모든 권한을 초상비에게 맡겨서 처리하게끔 안배했다.심혈을 뽑으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었다.아무리 치료를 해도 수명이 최소한 10년은 줄어들 것이다.떠돌이 7인조에서 하는 짓들은 어느 하나 정당한 것이 없었다.이런 독종들은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염구준은 거록 존주의 소식을 얻지 못했지만 다른 방면으로 단서를 찾았다.망기술이라는 독특한 방법은 용하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는 은세가족의 윤대약, 고대영에게 연락해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동시에 직접 얼음 인간 즉 봉유곡의 초상화를 그려 전신전에서 행방을 찾으라 지시했다.모든 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거록 존주가 사람의 심혈을 뽑았던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