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속에서 수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염구준이 고개를 돌려보니 용필이 계속 경련을 일으키며 얼굴은 보라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심각한 상황이었다!용필에게 다가간 염구준은 오른손으로 맥을 짚었다. 맥상은 매우 혼잡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맥이라고 할 수 없었다.전장에서 수많은 부상을 입었던 염구준은 의술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지금 어떤 상황이지?" 염구준이 물었다. 전문적인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다. 주술사들은 적어도 염구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안은 고개를 저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형의 제조법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서 누구나 알고 있는 게 아니에요.""고서적을 뒤져도 기록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상황은 염구준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지금은 고서적을 찾을 시간이 없다. 이대로 더 지체하면 그를 잃을 것이다. "추워..." 두 눈을 감고 용필이 마침내 정상적인 말을 내뱉었다. "일어나 봐요. 어머님이 형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염구준은 크게 외치며 그를 깨우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용필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이 살짝 이마를 짚어보니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염구준은 반보 천인의 기운으로 체온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내가 먼저 용하로 데려갈 테니, 너는 빨리 치료법을 알아봐." "네!" 수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어떤 이들은 지나가는 손님일 뿐, 인연이 아니었다. 염구준은 전신전 내부 통신 채널을 열어 주작에게 전투기를 보내도록 했다.지금은 시간이 곧 생명이었다.청해, 치백병원.전투기에서 내린 염구준은 용필을 안고 병원으로 달렸다. 체온을 계속 낮추었기 때문에 염구준의 기도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응급입니다!" 염구준의 외침소리가 로비에 있던 모든 이의 주목을 끌었다. 이토록 야만스러운 방식은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멍하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이들 부부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죄는 아니니까! "흠, 흠!" 사람들을 데리고 온 손태석이 인기척을 주어서야 두 사람은 떨어졌다. 그는 웃으며 물었다. "다친 곳은 없나?" "없습니다. 저를 다치게 할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요," 염구준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네. 용필을 찾았다고?" 손태석은 계속해서 염구준을 살피며 정말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네, 지금 응급실에 있습니다," 염구준은 엄숙하게 대답했다. 옆에 있던 사촌 이모는 다급히 염구준의 손을 잡고 물었다. "많이 심각한 거야?"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던 그녀는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손씨 그룹에서 먹고 자는 걱정은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괜찮아요. 형님은 조금 다쳤을 뿐이에요. 곧 나올 겁니다." 거의 무너질 듯한 사촌 이모를 보며 염구준은 차마 충격을 안겨 드릴 수 없었다. "진짜지?" 응급실의 빨간 글씨를 보며 이모는 반신반의했다. "당연하죠. 제가 여기까지 모셔 왔는데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죠." 염구준은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 무리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반인의 인식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 응급실 문이 열리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왔다. "보호자는 어느 분이시죠?" "제가 엄마입니다." 이모가 급히 다가갔다.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잖아요.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의사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날카로운 수술칼로도 피부를 뚫지 못하니, 인형이라고 생각할 만했다. 전형의 몸은 철처럼 단단했다. "인형이요?" 이모는 어리둥절해하며 옆에 있는 염구준을 보았다. 그가 설명을 해주길 바랐다. 통화 속에서 분명 아들을 찾았다고 했는데, 왜 인형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염구준은 용필을 안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 다음 기운으로 그의 체온을 낮추었다. "용필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들을 본 이모가 울먹이며 달려왔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났지만, 생명이 위태롭다는 말에 마음이 복잡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염구준은 급히 제지했다. 용필의 지금 상태로는 주위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영안실에 들어선 염구준은 용필을 냉동고에 눕혔다. 기운 소모가 많이 줄었다.손가을과 다른 사람들도 뒤따라 도착했다. "솔직히 말해줘. 용필이 살 수 있어?" 이모는 아들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실력 좋은 친구가 있는데 지금 여기로 오고 있어요." 그는 약속을 할 수 없었기에, 이 정도로 대답했다.전형의 문제는 주술사들도 확신할 수 없었다. 듣고 있던 손태석이 말했다."이 다리도 그분이 치료한 거여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쯤이면 도착해야 할 이제마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염구준이 전화를 걸자 상대방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먹고 있는 듯 말하는 것이 어눌했다. "... 곧 도착합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염구준은 차갑게 물었다. "하하, 청해에 왔으니 당연히 매운탕은 먹어야죠." 이제마는 웃으며 대답했다. 갈수록 가관이로군! 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위급상황입니다. 부디 신중히 행동하세요!" 이 말의 무게를 이제마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염구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영안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걸어왔다. 문이 열리고 가운을 입은 자가 들어섰다. 그 사람의 가운은 조금 달랐다."저희와 함께 가시죠!" "어디를 말씀인가요?" 염구준은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철근 정신병원으로요." 상대방은 매우 진지했다."... " 염구준은 그 자리에 벙졌다. 그들이 자신의 어떤 점에서 이런 진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었다.염구준이 반응이
"영안실? 이런,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다네."문밖에서 늙은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이제마가 도착한 것이다."빨리 들어오세요."염구준은 재촉하기 바빴다."조급해 하지 말아요. 숨이 붙어있는 한 치료할 수 있어요."이제마는 생명 신호를 느끼고,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용필의 맥을 짚고, 눈을 뒤집어 보던 그는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전형법에 따라 만들어진 몸인데, 주인이 이미 죽어 체내에 흐르는 주술사의 피가 제어되지 않아 폭주하고 있군요."이게 바로 신의의 실력이다. 한눈에 문제의 근원을 파악했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은침으로 피를 뺀 다음에 혈을 봉인해야 해요."시간이 없어 이제마는 대충 설명했다.염구준은 확신하지 못하는 이제마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한번 해봅시다." 염구준은 갈팡질팡하는 사촌 이모 대신 결정을 내렸다."네!"고개를 끄덕이던 이제마는 침구 세트를 꺼내 준비했다."하, 이번엔 미친 노인이군. 왜 인형을 괴롭히는 거지?"주치의는 한숨을 쉬었다."젊은이, 함부로 말하지 말게나."이제마는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에는 약간의 분노를 띠고 있었다.단지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의 의술을 의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이건 인형이 아니고 살아 숨 쉬는 사람이다."하, 낡은 침구 세트를 들고 있다고 모두 신의는 아니죠." 주치의는 서양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한의학을 약간 무시하는 눈치였다."침술의 오묘함을 자네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나?""내가 신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차라리 내기 하는 게 어떤가?"상대가 한의학을 깔보고 있으니 한번 겨뤄보고 싶었다."어떤 내기를 할 건가요?" 주치의는 흥미를 보였다."내가 침을 놓았을 때, 환자가 깨어나면 자네가 지는 거야. 그 후 환자를 볼 때마다 ‘한의학이 제일이다’라고 말해야 하네. 어떤가?""당신이 지면요?"주치의가 되물었다."그건 자네가 정하면 되네
감동 받은 주치의는 이제마를 인정하며 천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의사들이 모두 나를 이제마라고 부른다네." 이제마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제마! 주치의는 깜짝 놀랐다. 전설 속 그 사람, 그저 숨만 붙어있다면 뭐든지 고칠 수 있는 그 신의였다.실제로 존재했고, 지금 바로 눈앞에 있다!"신... 신의님, 사인 한 장만 부탁드려요." 주치의는 순간 팬으로 바뀌었다.태세 전환이 너무 빨랐다."조금 자중하시죠? 다시 기절했잖아요." 염구준이 말했다. "괜찮아요. 기와 혈이 순조롭지 않을 뿐입니다. 침을 몇 번 더 놓으면 돼요." 이제마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이후, 용필은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이제마는 계속해서 침을 놓았다. "이모, 안심하세요. 신의님이 치료하시면 곧 괜찮아질 겁니다." 손가을이 위로했다. "그래!" 다른 방법이 없었던 이모는 믿어 보기로 했다.밤이 되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던 염구준과 다른 이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아빠!" 발소리를 들은 염희주가 문 쪽으로 달려갔다. 이 묵직하고 안정적인 소리는 틀림없이 아빠의 발소리였다."우리 천사 아가씨 점점 예뻐지네." 염구준은 그녀를 안아 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염희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좋아, 내일 엄마랑 같이 가자!" 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 딸과 아내를 바라보며 이것이 행복이라고 느꼈다.반디는 청해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으로, 항상 북적였다.오늘은 햇빛이 찬란했다. 염구준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아빠, 설탕 과자 먹고 싶어요." "그래!" "아빠, 솜사탕!" "그래!" "아빠, 롤러코스터 탈래요." "안 돼, 그건 위험해." 즐겁게 놀다 보니 어느새 반나절이 지나갔다. 즐거운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흘러간다! "힘들지?" 염구준은 물티슈를 꺼내 아내의 땀을 닦아주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슈퍼맨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높이?’“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남자 아이를 품에 안은 한 여인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염구준이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인사받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옆으로 고개를 돌린 염구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내와 딸이 없어졌다.“꼬마야, 그런데 어쩌다가 저기까지 올라가게 된 거야?”염구준이 아이에게 물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상한 아저씨가 갑자기 절 저기에 매달았어요.”아직 진정되지 않았는지, 남자 아이가 울먹이며 답했다. 염구준은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범인이 짐작되지 않았다. 그는 우선 멀리 가지 못했을 범인을 찾아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검은 로브를 입은 두 인영이 손가을과 염희주를 끌고 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천무산, 그는 단번에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죽을라고!”염구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으리라!반면, 검은 로브 인영들은 손가을과 염희주를 재촉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빨리 움직여!”“아저씨들 나빠! 아빠가 오면 다 혼내 줄 거야!”염희주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 어린 게 아주 입이 험하구나. 얼굴에 칼자국 내줘?”두 인영 중 한 명이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협박했다. “그냥 아이잖아. 건드리지 마!”손가을이 기겁하며 아이를 자기 뒤로 숨겼다. “우리 아빠 최강이야! 난 아저씨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하지만 염희주는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큭, 그럼 어디 너희 아빠보고 지금 오라고 해!”남자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아주 완벽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절대로 단기간 내에 염구준이 따라올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이때,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트럭의 엔진 소리가 점점 커지며 거리가 바짝 좁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내와 딸이 지금 납치되어 있는데, 눈에 뵈는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염구준은 자신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엑셀을 밟았다. “이런! 차에서 뛰어내려!”뒤늦게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느낀 소대장이 외쳤다. 이렇게까지 염구준이 막무가내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앞 차량에 탑승했던 소대장과 부대원들은 살기 위해 창문을 통해 몸을 내던졌다.염구준의 트럭과 아우디가 충돌했다. 아우디는 찌그러진 고철덩어리가 되어 옆으로 밀려났다. 충돌 저항력이 앞도적으로 높은 허머 트럭의 위세는 대단했다. 트럭은 충돌에도 약간 범퍼만 찌그러졌을뿐, 아주 멀쩡했다. “헉!”탈출한 사람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공포에 휩싸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들은 거의 폐차가 되다시피 찌그러진 저 차량과 함께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달리던 염구준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췄다. 앞 차량과 충돌하면서도 멈추지 않던 사람이 도대체 왜?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이들은 곧 깨달았다. 그들이 앞에 끼어드는 바람에 손가을과 염희주를 태운 차가 성공적으로 염구준의 시야에서 탈출했음을.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을 일으키며 검은 타이어 자국을 남겼다. 이어서 염구준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아직 멍하니 바닥에서 못 일어난 남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내 아내와 딸을 어디로 데려갔지?”염구준이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놈을 죽여라!”남자들도 모두 극한의 수련을 받은 정예 주술사들이었다. 일대일은 자신이 없었지만, 한 명이 아니었기에 서로 협력한다면 분명 염구준을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그들은 확신했다. “말 안 할 거면 죽어!”아내와 딸이 걸린 문제였다. 염구준은 평소와 달리 전혀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기에, 곧바로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해 순식간에 적들을 쓰러뜨렸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은 단 한 명, 소대장뿐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두 분을 풀어줘!”청해시에 있는 산업 중에 손씨 그룹 소속이 아닌 산업은 매우 드물었다. 그만큼 손씨 그룹은 청해시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손가을과 그의 가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주술사들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들에겐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죽여! 하나도 남김 없이!”곤래가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전투라고 보기 어려운,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손가을은 자신들 때문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모습에 너무 안타까워 눈물 범벅 된 얼굴로 애원했다.“제발, 여러분. 이러지 마세요. 저희들 때문에 희생하지 말아요.”하지만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앞을 가로막았다.“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는 게 다 누구 덕분인데,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사람들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손가을을 위로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손을 내밀어준 기업, 추운 겨울 두꺼운 이불 하나 없을 때 보내준 따스함,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리라 사람들은 다짐했다.“으악!”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저항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최소 중상, 많게는 사망, 모두 심각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불을 만난 불나방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뛰어들고 또 뛰어들었다. 손가을을 제발 그만하라며 절규했지만, 이들은 멈출 줄 몰랐다. 염희주 또한 이들의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한 사람이라도 더 기억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일반인, 결국 주술사들의 승리로 끝났다. 손가을과 염희주는 강제로 미리 준비된 유람선 쪽으로 끌려갔다.“젠장, 뭔 미친놈들도 아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다니!”곤래가 손에 묻은 피를 옷에 닦으며 욕을 퍼부었다. 이런 희생정신은 그와 같이 이기적인 주술사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대 이때, 염구준의 트럭이 항구 입구로 들어섰다. 그는 차를 멈춘 즉시 곧바로 유람선을 향해 날다시피 달렸다. 하지만 유람선은 이미 출발했고, 곤래는 조금씩